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63
7.
부산 타이탄스.
야구의 도시, 구도 부산을 연고로 삼는 팀.
당연한 말이지만 타이탄스의 인기는 그저 부산만을 맴돌지 않은 채, 전국 단위를 자랑했으며,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모이는 서울에서의 인기 역시 남부러울 게 없었다.
잠실구장에서 엔젤스 혹은 데블스가 타이탄스와 경기를 치를 때면 잠실구장이 자기들 홈인지 아니면 타이탄스의 홈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
하물며 주말 2경기 동안 무려 41득점이라는 말도 안 되는 득점쇼를 보여준 상황.
“오늘도 부산 갈매기 함 불러봅시다!”
“그럽시다!”
그런 상황에서 타이탄스의 주말 마지막 일요일 경기를 보지 않을 타이탄스 팬은 존재치 않았다.
“마!”
“마!”
타이탄스의 팬들로 점령당한 잠실구장은 사실상 타이탄스의 홈구장이나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그 분위기에 타이탄스 선수들 역시 흡족해했다.
“완전 우리 홈구장이네, 홈구장이야.”
“그래, 야구는 이런 분위기에서 해야지.”
“뭐, 오늘도 낙승이겠지만.”
흡족함을 넘어 타이탄스 선수단은 이미 오늘 승리를 직감하고 있었다.
“그보다 점마가 그놈이가?”
그 직감의 화룡점정을 찍은 건 다름 아니라 마운드 위에 있는 자그마한 체구의 투수였다.
“예, 샤크스 상대로 탈삼진 10개 잡은 이진용입니다.”
이진용.
샤크스 전에서 갑작스럽게 그리고 강렬하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패전처리투수에서 선발투수가 될 기회를 손에 넣은 투수.
그건 인정해줘야 하는 부분이었다.
“탈삼진 10개 대단하네.”
이진용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분명 보통 투수가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타이탄스는 그런 이진용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에이, 뽀록이지, 뽀록.”
“샤크스 놈들이 맛탱이가 간 거지. 걔네들이 원래 그렇잖아? 홈런하고 삼진 빼면 할 줄 아는 거 없는 거.”
막연한 자신감은 아니었다.
“막말로 직구 구속이 빨라야 130짜리인 놈이 뭘 할 수 있겠어?”
일단 기본적으로 보이는 이진용의 스펙 자체가 너무나도 허접했다.
제아무리 제구가 좋고, 변화구가 좋다고 해도 모든 공의 기본은 구속이 되는 법.
“놈이 등판하는 걸 뻔히 아는 데 못 치면 프로 딱지 떼야지.”
무엇보다 샤크스에게 이진용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투수였지만, 타이탄스 타자들에게는 아니었다.
이진용이 구사하는 변화구에 대한 정보, 구속, 피칭 스타일에 대한 정보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 충분한 자료를 기반으로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
“그렇죠. 떼야죠.”
결정적으로 지금 타이탄스의 타격감은 마운드 위의 투수가 누구든 그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어느 투수가 올라오든 기꺼이 그 투수를 난타한 후에 울먹거리며 벤치로 쫓아낼 자신이 넘쳤다.
2경기 41득점이 그 자신감의 근원이자, 근거였다.
“마, 오늘도 그냥 쌔려뿌리고 끝내자카이! 3회에 투수 강판시키는 기다?”
“예!”
그렇기에 그들은 3회 안에 이진용이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비단 타이탄스만이 그런 건 아니었다.
엔젤스 벤치를 가득 채운 선수들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생각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자신감 있는 모습만 보여줘도 좋겠군.”
봉준식 감독 역시 이진용이 오늘 타이탄스 타자들을 상대로 샤크스 때와 같은 놀라운 피칭을 보여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이진용이 제 모습 그대로, 자신이 그동안 해온 그대로 자신감 넘치는 피칭을 해주기를 바랄 뿐.
더 나아가 오늘 경기를 보는 모든 이들의 생각 역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늘 한국프로야구무대, 1군 무대에 인생 처음으로 선발투수로 올라온 투수가 어떤 꼴이 될지 모두가 똑같이 예상했다.
그런 그들의 예상이 바뀌는 데에는 아홉 번이면 충분했다.
“호우!”
이진용, 그가 내지르는 환호성 아홉 번.
8.
대구구장.
대구 레이번스의 홈구장으로, 한국프로야구구장 중 가장 최근에 지은 건물답게 최신 시설을 자랑하는 대구구장의 한 곳을 엔젤스 전력분석팀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레이번스 애들, 쉽지 않겠네.”
“아니, 저번 주까지는 빌빌거렸던 놈들이 우리 만날 때쯤 되면 왜 다들 펄펄 나는 거야? 미치겠네.”
“신이 우리가 고생하는 꼴이 보고 싶은 모양이지.”
다음 주 주중 3연전을 치를 대구 레이번스를 분석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 전력분석팀 무리에 팀장인 변형채는 없었다.
“일해야지, 뭐해?”
“일은 무슨, 이미 이틀 동안 모을 자료는 다 모았는데.”
흡연실, 그곳에서 변형채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비싼 돈 받았으면, 없는 일이라도 만들어서 해야지. 안 그래?”
“남이사.”
이야기 상대는 다름 아니라 황선우 기자.
“그러는 그쪽이나 열심히 하지?”
“나만큼 열심히 하는 인간이 어디 있다고. 오정호가 술 처먹고 사고 친 거 가장 먼저 발견한 게 나였어.”
“그런 것만 캐내고 다니지 말고 선수를 찾아. 이제는 칼럼도 안 쓰더라?”
누가 보더라도 친한 사이로 보이는 그 둘의 인연은 머나먼 미국 땅에서부터 시작됐다.
변형채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전력분석관으로 실력과 명성을 쌓을 무렵, 황선우는 선배 기자를 따라 메이저리그를 오고 가며 인맥과 경력을 쌓았고, 그렇게 타지에서 맺어진 인연은 한국에 와서도 여전히 질긴 채로 남아있었다.
“칼럼 써봤자 사람들은 보지도 않는데.”
“그런 걸 써야지 기자의 가치가 오르는 거야. 메이저리그 봐. 인정받는 기자들은 전부 자기 이름 걸고 칼럼을 매주 하나씩, 못해도 한 달에 하나는 내놓고 있어.”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그 둘은 메이저리그란 무대를 두고 여러 종류의 동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이야기이지. 한국에선 칼럼보단 이거야, 이거.”
삭삭, 손바닥을 비비는 황선우 기자의 모습에 변형채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런 변형채의 쓴웃음에 황선우가 말을 이어갔다.
“그보다 얼굴이 왜 그래? 보니까 밤을 꼴딱 새운 모양인데?”
변형채가 대답 대신 안경을 벗은 후에 자신을 주물렀다.
“밤 동안 안 자고 뭐했어?”
“타이탄스 스카우팅 리포트 수정했지.”
“타이탄스? 그걸 왜?”
황선우가 놀라며 전자담배를 한 모금 머금었다. 자연스레 황선우가 입을 다물었고, 변형채만이 입을 열었다.
“문제점이 눈에 보이는데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잖아? 다시 정리해서 보내줬지.”
후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은 황선우가 짧게 혀를 찼다.
“보내서 뭐해? 어차피 그걸 제대로 소화해줄 선수가 없는데? 여긴 메이저리그가 아니라고.”
여긴 메이저리그가 아니라고······.
그것이 변형채와 황선우가 가지는 동질감이자, 허탈함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 둘이 아메리카 대륙 야구를 본격적으로 배울 무렵, 그 무렵의 메이저리그는 르네상스와 같은 시대였다.
선수들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전설을 만들던 시대.
그런 와중에 세이버 매트릭스의 발견으로 야구가 첨단이란 단어를 품기 시작한 시대.
훗날 돌아보면 그 전설 중 일부가 추잡한 약물의 결과물인 걸 깨달았지만, 한편으로는 신이 내린 재능을 가진 자들이 약이라는 악마의 힘에 손을 대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 수 있는 시대였다.
“여긴 메이저리그가 아니지.”
그런 시대를 경험한 작금의 메이저리그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됐다.
전력분석을 위해 구단이 수백만 달러짜리 슈퍼컴퓨터를 기꺼이 구입하는 시대.
그에 비하면 한국프로야구는 솔직한 심정으로 구멍가게와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그게 변형채가, 황선우가 때때로 자신들이 있는 현실에 대해 괴리감과 허탈함을 느끼는 이유였다.
당장 변형채가 그랬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전력분석관이고, 그런 그가 만들어낸 스카우팅 리포트를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기꺼이 소화해서 놀라운 결과물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무대에서, 엔젤스란 팀 내에서 그런 그가 만들어주는 스카우팅 리포트를 제대로 소화해주는 선수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그것을 그대로 소화할만한 기량도, 그 방법을 아는 이들이 소수인 탓이었다.
그리고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게 가능한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는 당연히 메이저리그에 가야 할 테니까.
“그보다 타이탄스 애들 타격감 무시무시하던데, 약점이라도 찾은 거야? 갑자기 수정을 하고?”
때문에 황선우는 분위기가 무거워지기 전에 잽싸게 화두를 바꾸었고, 변형채가 안경을 고쳐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바닥에서 완벽한 건 없지. 무언가가 극대화되면 오히려 약점이 뚜렷해지는 법이니까. 무엇보다 이틀 경기 동안 41득점이나 올려주는 바람에 자료가 너무 많아졌거든. 어디가 강점인지 반대로 어디가 약점인지.”
“약점이 없는 타자는 없지. 단지 그 약점에 공을 찔러 넣을 두뇌와 심장 그리고 컨트롤을 가진 투수가 없을 뿐.”
그 말과 함께 황선우가 스윽,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래서 과연 엔젤스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볼까? 그러고 보니 엔젤스 오늘 선발 누구였지?”
“그게······ 이진용이었지.”
“아, 이진용.”
그 순간 이진용이란 이름을 떠올린 그 둘의 표정이 달라졌다.
마치 중요한 걸 잊고 있다가 떠올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보자 지금 3회 초 시작했고 점수는······ 0대0?”
“0대0이라고? 정말?”
“피안타 하나에, 볼넷은 없고······.”
그 순간 변형채가 놀라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잠실구장의 경기 상황을 확인했다.
그런 그를 향해 황선우가 말했다.
“대체 뭘 준 거야?”
그 말에 변형채는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아이패드?”
그 대답에 그 둘이 한동안 말없이 서로만 바라본 후에 각자의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
– 3회 초 경기가 시작됩니다. 오늘 깜짝 호투를 펼치는 이진용 선수가 마운드에······.
그렇게 말없이 경기만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9.
현대 야구는 분석의 시대다.
예전처럼 그저 대략적으로 그 선수가 몸 쪽 공에 강하다, 낮은 공에 강하다, 수준을 넘어 스트라이크존의 형태가 어떠한지, 그 스트라이크존 코스마다 타율이 어떻게 되는지, 그 선수에게 몸쪽으로 달라붙는 투심 패스트볼을 던질 경우 안타가 나올 확률이 몇 퍼센트이며, 그 타구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 것인지조차 확률로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구 시합이 오롯이 데이터만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아무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자에 대한 공략법을 주더라도 그것을 소화하는 게 불가능하다.
어느 타자가 몸쪽 높은 공에 약점을 보인다고 해도, 실상 그곳을 원할 때 정확하게 찔러 넣을 수 있는 제구력을 가진 투수는 메이저리그를 기준으로 해도 많지 않다.
하물며 타자를 공략한다는 건, 그저 약점인 코스에 공을 찔러 넣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바둑과 같다.
수싸움을 하듯 공을 던지며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간 후에 약점을 찔러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달리 말하면 상대하는 타자에 대해 치밀하게 분석된 정보,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뛰어난 제구력, 수싸움을 할 줄 아는 심계와 타자를 상대로 결코 흔들리지 않는 심장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하다면 그 투수가 그 타자들을 상대로 좋을 성적을 거두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호우!”
때문에 이진용, 그가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하던 타이탄스 타자들을 상대로 3이닝 동안 1피안타 3탈삼진의 무실점 피칭을 하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 빌어먹을 이러면 안 되는데······.
그 사실을 김진호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오늘 진용이가 개박살이 나야 내가 엄격, 진지, 근엄하게 훈계할 수 있는데······.
잘 알고 있기에 김진호는 오늘 타이탄스의 타자들이 이대로 가다가는 이진용에게 잡아먹힐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자신이 이진용에게 고통 받으리란 것 역시 알 수 있었다.
– 에이 진짜, 그 변형채란 인간은 왜 하필 진용이 놈이 나올 때 그런 걸 주고 지랄이야!
때문에 김진호는 이진용을 훈계할 기회를 앗아간 변형채를 욕했다.
하지만 타이탄스 타자들 입장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알 도리가 없었다.
“아, 진짜 씨발 오늘 왜 이래!”
“저런 거북이 새끼 공을 왜 못 치는 거지?”
타이탄스 타자들은 자신들이 저 우습지도 않은 공에 제대로 된 안타 하나 내지 못한 채 3이닝을 소모했다는 사실을 그저 믿지 못할 뿐이었다.
“이상하게 꼬이네.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물론 타이탄스 타자들이 정말 합리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가능했다면 몇몇은 이상한 조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타이탄스 타자들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타격감 괜찮은데?”
“맞아, 오늘 프리 배팅 때도 쭉쭉 날아갔잖아?”
2경기 41득점, 타격감이 절정에 오른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보다 저 씨발 새끼 주둥이 좀 어떻게 막으면 안 돼?”
“젠장, 저 새끼 내 후배였으면 반쯤 죽여 놨을 텐데!”
그리고 이진용이 내지른 아홉 번의 환호성 앞에서 냉철한 판단 같은 건 불가능했다.
‘이거 위험하다.’
물론 타이탄스 선수들과 달리 타이탄스의 코칭스태프는 충분히 냉철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었다.
타이탄스의 감독인 조양수 감독이 그러했다.
‘생각보다 이진용의 피칭의 날카롭다. 무엇보다 스트라이크존의 좌우만이 아니라 위아래마저 효과적으로 쓰고 있어. 오늘 공이 제대로 제구가 되는 날이야.’
그는 이진용의 피칭이 얕잡아볼 피칭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점수 내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려했다.
이대로 어영부영 이진용의 피칭에 휘말리다가, 만약 엔젤스가 선취득점에 성공한다면?
‘선취점 내주면 귀찮아져.’
엔젤스는 어떻게든 시리즈 스윕을 피하기 위해 불펜을 총가동할 것이다.
‘엔젤스 필승조는 쉴 만큼 쉬었다.’
그렇게 가동되는 엔젤스 불펜은 몸 상태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엔젤스는 앞선 두 경기에서 너무 처참하게 당하는 바람에 필승조가 아주 쾌적한 휴식을 취한 상태였으니까.
‘여기에 오늘 경기는 일요일 경기, 월요일 휴식일이 있으니 엔젤스가 리드하면 골치 아파져.’
여기에 월요일 휴일이 보장된 상황에서 필요하다면 셋업맨과 마무리에게 각각 2이닝씩 맡기는 필사적인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아니, 필요하다면 점수가 나는 순간 이진용을 내리고 불펜을 총가동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어떻게든 이 분위기부터 바꿔야 해.’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조양수 감독은 수석코치를 불렀다.
“······알겠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수석코치는 곧바로 팀의 주장이자, 타이탄스의 4번 타자인 김태용에게 갔다.
“태용아.”
“압니더.”
그런 수석코치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김태용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 선에서 정리하겠슴더.”
그와 동시에 김태용이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찾아간 건 다름 아니라 오늘 2번 타자로 출전한 이형섭이었다.
미친개 이형섭.
별명 그대로 그 지랄 맞은 성격으로 유명한 선수였다.
그 성격 때문에 그라운드 안에서나 밖에서나 돌출 행동을 적잖게 했던 선수.
그런 그는 지금 언제든 돌출행동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형섭아.”
“예, 선배님.”
그러나 그런 그도 김태용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타이탄스의 4번 타자이자, 리그 최정상급 타자인 김태용에게는 경력으로도, 힘으로도 덤빌 수 없을뿐더러, 김태용 역시 성격 하면 어디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더러운 선수였기에.
“느가 4회에 처리해라. 알긌나?”
결정적으로 김태용이 한 말은 이형섭이 그토록 기다리던 신호였다.
이형섭이 날카로운 송곳니로 드러내며 말했다.
“네, 아주 죽여 놓겠습니다.”
타이탄스, 그들이 게임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을 준비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