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힐다가 떠나기로 결정했고, 시간을 오래 끌 필요는 없었기에 오늘 새벽에 바로 출발하기로 했으나.
그래도 마지막으로 오늘 새벽에는 잠을 자지 않고 함께 밤을 지세우기로 했다.
불이 꺼지며 방 안에 어둠이 드리우지만 우리의 손 안에서는 작은 푸른빛이 일렁인다.
“오늘 잘 생각하지 마.”
불빛 너머로 보이는 힐다의 미소와 발언은 남성이라면 설렐 수밖에 없는 폭력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래, 그래야지.”
나는 그저 긴장감 탓에 침을 꿀꺽 삼키며 마나를 담은 주먹을 쥔다.
며칠이고 늦은 밤까지 소환마법에 대해서 최근 연습하고 있었고, 오늘은 실전으로 돌입할 때다.
소환마법이라는 게 워낙 불확실한 마법이다 보니 위험한 부분도 있어 가능한 확실하게 마법을 다룰 수 있게 될 때까지 단련하려 했으나.
상황은 언제나 기다려주지 않기에 오늘 확실하게 거사를 치를 생각이었다.
“일단 한 명만 소환해도 충분해. 그러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거니까. 내가 떠난 다음에도 충분히 혼자서 할 수 있을 거야.”
“그래, 알고 있어.”
“소환마법이 워낙 불친절한 마법이라서 뭐가 튀어 나올지 모르니까 일단 검부터 꺼내 놔.”
그녀의 말대로 나는 바로 성검을 꺼내 들어 옆에 놓는다.
마법진도 일부러 작게 만들어 방의 크기보다 더 큰 놈이 나올 수는 없게 만들었다.
힐다가 말했던.
소환수를 통해서 촉매를 얻는다는 방식은 우리도 제대로 해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괜히 이상한 놈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뱉은 질문.
그 말 자체가 내 안에 있는 불안감을 대놓고 알리는 것 같아서 말하고도 조금 후회했으나.
“튀어나오겠지, 반드시.”
오히려 힐다는 다부진 눈을 한 채로 당연하다며 선언했다.
“이상한 놈이 무조건 나올 거야. 마수가 될 수도 있고, 정령이나, 지난번처럼 무슨 악령 같은 게 튀어나올 수도 있지.”
“뽑기처럼 말하네.”
자칫 잘못했다가 기숙사 전체를 혼란으로 물들일 수도 있다는 소리이지 않은가.
하지만 힐다는 씨익 웃으면서 전의를 불태운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어. 실패하지 않고 성공했다고 하는 놈들은 대부분, 천재라고 불리고 싶은 어중이떠중이들이야.”
“…….”
“아, 근데 어떤 놈이 나오든 무슨 상관이야. 여기 대륙에서 최고라고 불리던 기사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이 거리에서 너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놈이 몇이나 되겠어.”
내가 이 일을 행함에 있어 의지하고 있는 건 힐다였으나, 힐다 역시 나를 의지하며 믿어주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감각이다.
친구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 속에서 마나는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고.
“쫄지 말고 해보자.”
힐다의 말과 함께 나는 천천히 또한 신중하게 마나를 더욱 불어 넣으며 내 안에 있는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이번 마법진은 일종의 통로야. 네 안에 연결되어 있는 기사단원들을 찾아서 그놈들이 주는 물건을 받아낸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몇 번이나 들어왔던 주의사항.
“그러면서 이상한 놈들이 끼어들 수도 있는 건 어쩔 수 없…….”
우우우웅!
마법진이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무언가 바닥을 뚫고 솟구치듯 등장했고.
“와, 씨! 뱀이다!”
꽤나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발버둥 치듯 위로 튀어 오른다.
보통 뱀이 아닌 마수인 듯 녀석은 눈동자를 붉게 빛내며 곧장 우리를 향해 날카로운 울음을 쏟아냈으나.
튀어 오른 놈이 바닥에 내려오기도 전, 이미 내 검이 놈을 양단 내어버렸다.
철푸덕.
결국 반으로 갈라진 채로 바닥에 떨어진 녀석.
“어휴, 이러니까 사람들이 소환마법을 꺼리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인지라 별의별 게 튀어나올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설마 이런 것들까지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보통의 마법사였다면 방금 그 뱀에게 물려서 죽었을 테고, 이게 바로 소환마법이 기피되는 가장 큰 단점이었다.
“이거 바닥 청소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바닥에 축 늘어진 뱀과 놈이 흩뿌린 피를 가리키며 말하자 한 번 손을 딱 튕기는 힐다.
그러자 뱀의 시체는 타오르며 잿더미가 되어 버렸고, 핏물들과 함께 깔끔하게 청소된다.
“300년이나 지나니까 별별 마법이 다 생겼어. 아주 편리해서 좋아.”
힐다가 이 시대로 와서 새로 배운 클린즈 마법.
깔끔하게 바닥이 청소된 걸 보며 나는 팔을 걷어붙인다.
“계속해야겠지?”
“당연하지. 이건 의지 싸움이야. 한 번 성공하면 줄줄이 사탕처럼 쭉 이어질 수 있는데, 그 한 번이 어려운 거지.”
통로를 통해서 기사단원들과 연결점을 만든다. 방금 뱀 형태의 마수가 나온 걸 시작으로 꽤나 힘든 시간이 되겠구나 싶었다.
* * *
“야, 일어나라고.”
옆에서 계속 흔드는 탓에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열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칠판과 더불어 아무도 남지 않은 강의실.
어제 결국 잠들지도 못하고 계속 마법진으로 소환하고, 튀어 나온 마수를 사냥하고 하는 일을 반복했다 보니 꽤나 피로가 쌓였던 모양이다.
‘결국 실패했지.’
힐다는 프랑트로 떠났고 이제는 나 혼자서 해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밥 먹으러 가자니까.”
옆에 있는 다이니가 계속 내 어깨를 흔들며 깨운다.
이제 그만 흔들라고 손짓을 하면서도 마나가 손끝에 일렁일 정도로 노력했으나.
‘어우, 피곤해.’
성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돈을 빌리거나 내 정체를 밝혀서 은빛사자 기사단의 물건들을 모으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은 수준.
‘로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로만 레이먼드는 참으로 좋은 조력자가 될 수 있었다.
레이먼드 가문이니 은빛사자 기사단과 관련된 물건들도 많을 테니까.
“……가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이니와 함께 강의실 밖으로 나선다.
로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신성 기사단의 단장인 그가 지키는 프랑트가 함락되었다.
그가 정신병동에 갇혀 있었다고 해도 사실 살아남기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또한 그의 성격을 봤을 때, 끝까지 필사의 저항을 했을 게 분명했다.
‘안타까운 후배를 잃었어.’
확실한 건 아니었으나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로만은 이 시대에서 몇 안 되는 마음에 드는 기사였기에 더욱 아쉬웠다.
하지만 기사라는 건 원래 그런 존재다.
어제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했던 동료도 내일이면 사라질 수 있는 위치.
일일이 하나하나를 위해서 슬퍼하고 있자면, 매일을 눈물로 지새워야 했다.
굳이 따지자면.
그가 내 등을 동경해 왔기에 그런 최후를 맞이했다는 나름의 책임감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뭐 먹을까? 어제 훈련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배가 많이 고프네.”
옆에서 쫑알거리는 다이니도.
결국 어느 날인가 갑옷을 걸치고, 검을 쥐고 나와 함께 전선으로 나서야 했다.
가볍게는 마수를 사냥하거나, 전쟁이 나면 사람을 죽여야 할 수도 있고 혹은 이번처럼 대악마가 찾아오면 재앙에 맞서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아이들의 성장이 아직 한참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련이 좋은 방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한데.’
결국 대련은 대련일 뿐.
실전에 가장 가까운 연습이긴 해도 실전과는 차이가 많다.
‘지난번 실습에서 보니까 이제 실전을 뛰어도 문제는 없어 보였는데.’
폴탄 해안으로 실습을 가서 보여줬던 우리 부원들의 움직임은 상당했다.
또한 그때의 경험이 분명 큰 도움이 되어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실전을 한 번이라도 치룬 놈들과 아닌 놈들의 차이는 극심하니까.
그런 식으로 몇 번이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지금처럼 대악마가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 아이들도 이르게 성장해야 하니까.
“또 실습 안 가나.”
“응? 이번 년도에는 실습 최소로 줄인다고 하잖아. 사건이 워낙 많아서.”
내 중얼거림에 옆에서 답한 다이니. 나는 아쉬워하면서도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했다.
지금 프랑트의 문제가 시급한데 무슨 실습인가.
‘어제 머리를 너무 써서 어지러워서 그런가.’
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강의가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다시 방으로 돌아가서 소환마법진을 계속 펼쳐야 했다.
그것도 튀어 나오는 마수를 썰고, 소환하고. 다시 썰고, 소환하고, 중간에 한 번 청소하고.
이걸 반복해야…….
“아아아?!”
고민으로 짙게 그늘지던 얼굴에 빛이 드리운다.
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다이니는 깜짝 놀라며 왜 그러냐 물었으나.
“오늘 강의 끝나고, 다 집합하라고 해.”
“응? 갑자기? 요즘 사건 많다고 안 모였잖아.”
“이제 매일 모일 거야. 너는 점심 먹고, 대련장 가장 큰 거 하나 잡아둬.”
“……뭐야, 대련하려고?”
“아니.”
입 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이게 바로 일석이조라는 거겠지.
“실전해야지.”
나는 마수를 소환하고.
너희는 그걸 사냥한다.
아주 좋은 공생관계가 될 듯했다.
* * *
“그러니까…… 아니, 잠깐만 내가 이해한 게 맞나?”
뭔가 정리를 해보려던 마리아가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부원들도 엇비슷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었다.
“네가 마수를 소환하면 우리가 그걸 사냥하라는 말인가?”
손을 들고 물어오는 베런.
나는 만족스러운 정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리 간단한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 게 되는 거야?”
뒤따라 물어오는 샬롯. 나는 당연히 가능하다면서 자신감 넘치게 엄지를 치켜 올린다.
“지금 프랑트도 난리난 거 알고 있지? 언제 우리가 실전에 투입되어도 이상하지 않아.”
내 앞에 있는 부원들은 프랑트를 언급하자 표정들이 무거워진다.
특히나 실리아.
나에게 도움을 바랐던 그녀의 표정은 더더욱 어두워졌다.
“실전을 대비할 필요가 있어. 다른 생도들까지 전부 해줄 순 없지만, 내 손에 닿는 너희는 실전에 익숙해지게 만들고 싶다.”
평범하게 아카데미를 다니던 와중, 수도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은 평화가 깨져가고 있음을 알리는 첫 번째 경종이나 다름없었다.
여기 있는 건 기존의 부원들.
다른 부원을 몇몇 더 뽑긴 했으나 그것들은 여기에 참여했다가 위험할 수도 있다.
게다가 비밀 유지가 기본이었기에 믿을 수 있는 멤버로만 데려왔다.
예전에 우리 단원들에게 훈련을 받았던 생도들로.
“어떤 마수가 나올지는 나도 몰라. 그러니까 긴장들 해.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 팀으로 싸우는 걸 연습해 볼 시간이야.”
마법진이 그려진다.
어제는 방이 좁아서 불가능 했으나, 지금은 넓은 훈련장이니 아예 마법진을 여러 개 그린다.
실패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예 실패를 무작정 쌓으면서 나아가 보자.
그러다 보면 운으로라도 한 번은 성공하겠지.
그런 생각으로 나는 소환마법진에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고.
마법진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수들. 고블린이나 리자드맨 같은 기본적인 마수들을 시작으로.
부원들과 나의 다소 독특한 특훈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