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와아악! 저기 또 나온다!”
“쟤는 쉬지를 않아? 원래 저렇게 마법을 막 쏴댈 수 있는 거야?”
샬롯이 가리키는 장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수를 보며 바로 달려드는 마리아.
날이 어둑하니 저물어 가고 있으나 우리가 빌린 훈련장에서는 여전히 푸른빛이 일렁이며 창밖으로 뿜어져 나가고 있었다.
‘어우, 피곤해.’
이제는 내가 소환마법을 쓰고 있는 건지 아니면 마몬이 되어서 마수들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피로감에 찌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생도들 역시 소환마법진을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마수들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져 있으나.
이제는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으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마법을 쏟아내는 중이었다.
“밥 사 왔습니다.”
저녁도 거른지라 넬슨을 외부로 보내서 식사를 사 오게 지시했다.
아직 훈련장 이용 시간은 남았지만 30분 정도 남겨두고 식사를 한 다음 끝낼 생각이었다.
‘이걸 내일도 또 해야 하네.’
절로 흘러나오는 한숨.
진짜로 이걸로 기사단과 관련된 뭔가를 소환할 수 있는 건가 싶을 지경이었다.
종종 마수가 아니라 물건이 튀어나올 때가 있는 걸 보면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애들이 태가 나네.”
넬슨이 가져온 음식들을 뒤적거리며 닭꼬치를 하나 꺼내 든 윤이 씨익 웃으며 생도들을 바라본다.
방과 후.
거의 4시간 가까이 이어진 훈련 속에서 생도들은 확실히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개개인의 실력도 물론 늘고 있으나 그것보다는 협력하며 싸운다는 부분이 4시간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벨레스와 베런이 앞에서 벽 역할을 해주고 뒤에서 샬롯과 다이니, 실리아가 전선의 두 사람을 보조한다.
마리아 같은 경우는 여차하면 다른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홀로 활발하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우움.
닭꼬치를 씹어 먹으며 윤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린다.
“마수를 상대하는 것도 좋지만. 종류가 미친 듯이 다채로운 게 사실 가장 커. 쟤들은 지금 계속 새로운 상대랑 싸우고 있는 거니까.”
숲에 사는 마수.
화산에 사는 마수.
설산에 사는 마수.
바다에 사는 마수 등등.
아주 여기저기서 다양하게도 튀어 나와 주고 있는지라 애들은 같은 마수를 상대하는 게 드물었다.
고블린 같은 기초적인 마수일지라도 그것들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에 따라 특징이 다르니까.
보통의 기사들도 상대해 보지 못한 마수들과도 실전을 벌이면서 생도들은 빠르게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도움이 된다니까 다행은 다행인데.’
마수들 시체 같은 경우는 따로 도와줄 사람을 불렀다.
“내 방 청소도 이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어.”
“지독하다, 지독해.”
테르토나와 호우만.
마법사이면서도 소환마법에 관한 비밀을 밝힐 수 있는 두 사람은 마수들의 시체를 처리해 주고 있었다.
힐다처럼 연기도 날리지 않고 깔끔하게 재로 만드는 건 불가능해서 처음에는 좀 고생했으나.
지금은 아예 테르토나가 사용한 정령들이 시체를 자신들이 나온 마법진 안으로 가져가는 중이었다.
무슨 짓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러니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는 핏물 정도만 클린즈로 계속 닦아주면 끝이었다.
그것마저도 테르토나와 호우만의 마나가 슬슬 고갈되어 가서 힘들어 보이지만.
‘여기까지 할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내 마나가 방대하다고 해도 마법을 사용하는 데 피로도가 있으며 마몬을 신경 쓸 필요도 있었다.
어제도 밤을 지새워가며 계속 했으니 일단 오늘은 좀 쉴 필요가 있었다.
“그거 하나가 마지막이야.”
훈련장 정중앙.
마법진을 가리키며 내가 말하자 생도들의 표정도 조금씩 풀려간다.
훈련을 완료했다는 성취감보다는 드디어 끝난다는 해방감이 더 강해 보였다.
‘내일도 해야 하지만.’
이걸 말하면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썩 유쾌하진 않아 하겠으나 그래도 자신들의 실력이 늘었다는 걸 본인들도 알겠지.
마리아나 베런 같은 경우는 오히려 실전 경험이 쌓인다고 좋아할 가능성도 있었다.
어쨌든.
마지막 마법진에서 튀어 나온 것 역시 마수였다.
“아, 제발.”
한마디로 또 꽝이었다.
그것도 꽝 중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는 꽝.
마수의 외견은 갑옷을 입고 있는 해골이었다.
전신에 갑옷을 입고 있으며, 뿔이 달린 투구 아래로 보이는 검은 두개골.
손에 쥐고 있는 건 큼직한 방패와 한 손으로 쥐기 힘들어 보이는 거대한 장검.
“……음?”
나도 모르게 미묘한 탄성을 흘려버렸다.
원래라면 눈이 있어야 할 놈의 두개골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오르며 주변을 둘러본다.
“여긴?”
녀석도 당황하고 있는 모습.
베런과 벨레스가 다시금 앞장서서 검과 창을 찌르고 들어간다.
지난번 신입생 뷔페에서부터 둘의 호흡이 좋아졌으나, 지금은 거의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상대 마수가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쓰러트리려 하는 건 좋은 판단이었다.
물량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기는 해도 일단 우리가 유리한 지점에서 싸우고 있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야, 잠깐만!”
다급하게 외치는 윤.
나 역시 마나가 소모되어 피로한 게 아니었다면 두 사람을 말렸을 거다.
생도들 중에서 가장 먼저 위화감을 알아차린 건 마리아였다.
전투 도중에는 수인인 벨레스보다도 빠른 직감을 선보이고 있었다.
“씨!”
그런 마리아가 선택한 건 벨레스와 베런을 막는 게 아니라 마수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거였다.
두 사람이 찌르고 들어가는 반대편에서 검을 휘두른다.
덕분에 마수는 방패로는 두 소년을 막고, 검을 휘둘러 마리아의 태도를 쳐냈다.
콰앙!
“크억!”
“커억!”
타이밍에 맞춰 방패로 밀쳐냈을 뿐인데도 베런과 벨레스가 무기를 놓침과 동시에 훈련장의 끝으로 날아가 처박힌다.
엄청난 근력.
방패로 맞은 둘이 이 정도였으니 마리아 쪽은 당연 심각했다.
장인이 만든 태도였기에 부러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부러졌다면 놈의 칼날은 그녀의 목에 닿았을 테니까.
힘에 밀려난 마리아는 높은 훈련장의 천장에 등이 부딪치고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신 차려, 검 놓지 마!”
그나마 윤이 재빠르게 움직여서 마리아가 후속타를 맞지 않게 낚아챈다.
“다 뒤로 빠져!”
내 외침에 남아 있는 부원들이 허겁지겁 뒤로 물러난다.
자신들이 상대할 수 없는 마수라는 걸 깨달은 것.
‘만약 마리아가 아니었으면 벨레스랑 베런은 죽었다.’
방패에 막힌 베런과 벨레스가 놈의 장검에 휩쓸려 반토막 나는 게 어렵지 않게 상상이 되었다.
아찔함에 눈가가 저릿했다.
마지막이기도 했고 지치기도 해서 방심했다. 애들이 너무 잘해주니까 책임을 소홀이 했다.
“여긴 어디냐.”
검은 해골의 기사는 낮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지성이 있는 스켈레톤.
그것 자체가 이미 신기했으나 놈에게서 느껴지는 불길함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대악마의 기운이다.’
놈에게서 처음 느껴보는 대악마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냥 무시할 수 없는 위압감.
프랑트에 나타났다는 마수가 이런 종류의 놈들이 아닐까 싶었다.
“네놈은…….”
푸른 불꽃을 닮은 놈의 눈동자가 일렁인다. 아무래도 정체를 눈치챈 건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마몬을 삼킨 인간이로구나!”
훈련장 바닥을 거칠게 방패로 내리찍는 녀석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더불어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너는?”
되묻는 내게 놈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대륙의 종말, 사탄님의 선봉에 서는 흑기사다.”
기사.
묵직하게 다가오는 단어.
몇 번이나 사용해 왔으며 나의 인생 가운데 가장 중요한 단어라 할 수 있으나 이상하게 놈이 말하자 거부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녀석은 스스로를 기사라 지칭할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탄 님의 명을 받아, 마몬을 취하기 위해 네놈을 찾아 왔으니.”
“…….”
거슬리는 말이었으나 일단은 잠자코 들어준다. 괜히 흑기사라 불린 게 아닌지 나름대로 정당한 결투를 원하고 있었다.
“네놈을 산 채로 끌고 가, 사탄 님께 충성의 예물로 바치리라.”
“네가 어떻게 여기 왔는지 궁금하지도 않냐?”
마수라서 그런가.
그냥 눈앞에 내가 있다고 다짜고짜 데려가겠다는 말에 혹시나 싶어서 물었으나.
“그게 무엇이 중요한가.”
기사라는 이름을 짊어진 놈답게 꽤나 고지식했다.
“사탄 님의 명을 따를 수 있는 기회가 다른 단원들보다 일찍이 주어졌다는 게 중요하지.”
스릉.
놈의 검이 스산한 기운을 뿜어대며 나를 향해 겨누어진다.
소환되어 있는 윤이나 넬슨이 당장이라도 나를 지원하려 튀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생도들과 더불어 테르토나와 호우만은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으나.
“후.”
나는 마법진을 통해서 성검을 꺼내 들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프랑트를 점거한 게 네놈들 맞지?”
질문에도 놈은 요지부동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얼른 검을 쥐고 자세를 취하라는 듯.
“네놈 같은 흑기사라는 해골들이 사탄의 명령을 받고 나를 찾아오고 있는 중이고?”
그렇다면 프랑트 밖으로 따로 군사를 빼내어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소리일까?
힐다의 말대로 혹시 모르니 여기서 대기하길 잘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놈들은 나를 찾겠다고 로베르담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겠지.
녀석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으나 질문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내 나름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었다.
“기사로서 명예로운 결투를.”
“허…….”
내가 성검을 쥐고 앞으로 내밀자 그제야 놈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살면서 해골한테 이런 느낌을 받을 줄은 몰랐다.
카앙!
아까 봤던 대로 놈의 검은 일격 일격이 말도 안 되는 묵직함을 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검술 자체도 꽤나 정갈하면서 튼튼했다.
농담이 아니라 신입 기사들의 교보재로 써도 될 정도로 깔끔했다.
‘대단하긴 하네.’
만약 이런 마수가 기사단 정도의 숫자로만 있더라도 꽤나 골치 썩을 수밖에 없을 거다.
마수들은 프랑트 내부에서부터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놈들이 갑자기 성내에서 튀어 나온다면 아무리 신성 기사단이라고 할지라도 대응이 늦어 그대로 패배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도발도 없다.
공세를 계속 취한다는 것에 흥분하지도 않는다.
실로 죽은 자를 상대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해골은 싸늘하게 식은 시체처럼 어떠한 감정적인 흔들림도 없었으나.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그의 충성심이 두개골 안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대악마를 위한 기사.
어울리는 칭호였다.
하지만 나는 인류를 위한 기사였다.
고작 흑기사라 본인을 소개한 해골 한 마리한테 밀리거나 패배할 수는 없었다.
기다려 봤자 놈은 흔들리지 않는다.
천 번을 휘둘러도 처음과 끝이 같을 거라면. 기다리지 말고 앞으로 치고 나서기로 했다.
이제 충분히 파악했으니까.
녀석이 휘두른 검을 부드럽게 흘리며 안으로 파고든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커다란 방패가 바로 내 얼굴을 향해 내밀어졌으나.
“후웁!”
성검에 흘려 넣어지는 마나.
예로부터 악한 것을 꿰뚫는 건 성검이라 하지 않았던가.
저쪽에서 방패를 들고 있으니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괜히 좋은 검을 찾는 게 아니야.”
길게 그어진 성검은 놈이 들고 있는 방패를 양단하며 그대로 녀석의 갑옷까지도 박살 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