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마리가 복귀했다는 건 삽시간으로 우리 사이에 퍼져갔다. 사실 사람이 많은 건 아니니까 금방 알려질 수밖에 없으나.
다들 반응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였다.
마리가 합류했으니 전력상으로는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
단순히 봐도 윤과 필적할 수준의 검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휘까지 능통하다.
부단장으로서 단원들의 개인 기량까지 잘 알고 있으니 적재적소에 인원을 배치할 수도 있다.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지금 지휘를 맡기고 있던 건 워즈였으나 사실 300년 전에는 당연하게도 부단장인 마리가 지휘를 맡았었다.
마리의 실력을 모르는 단원은 없으니 단순하게 전력 증강이라 좋아해야 하는 게 맞지 않냐고 할 수 있으나.
“하아.”
단원들에게는 단원들의 고충이 또 있었다.
“근무표가 왜 이런 식으로 짜여있어? 이러면 초번이랑 말번만 더 힘들잖아.”
“아, 아니 그게…….”
근무표를 짰던 엠버가 어떻게든 변명을 해보려 했으나 마리의 앞에서는 결국 입을 꾹 다문다.
성격이 드센 편인 엠버조차 이렇게 제대로 반항 한번 못 해볼 정도로.
마리는 우리 기사단원들을 엄하게 잡고 있다.
한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근데 이건 네 탓이지?”
옆에서 슬쩍 묻는 힐다.
나는 굳이 답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어디선가 가져온 구운 오징어 다리를 씹으며 끄덕였다.
“그치.”
왜냐면 내가 다소 자유롭게 풀어주는 역할이었으니까.
단장인 내가 친근하게 단원들과 생활하던 편이었으니, 누군가 기사단이 엇나가지 않도록 고삐를 잡을 필요가 있었고.
그걸 마리가 담당한 셈.
심지어는 은빛사자 연구회 부원들조차 기사단원들이 쩔쩔 매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우, 근데 이거 왜 이렇게 질기냐.”
아무리 씹어도 오징어 다리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씹는 걸 보던 힐다는 입에 넣지도 않은 오징어 다리를 휙 던져버렸다.
“못 먹는 거였구나.”
“…….”
“마수 중에 오징어 같은 놈이 있었거든. 그것 중에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다리가 있어서 한번 구워봤어.”
“아, 씨.”
바로 뱉어내고 물을 마셔서 입을 헹군다. 누가 마법사 아니랄까 봐 이상한 실험을 좋아한다.
어쨌든 마리 한 사람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아카데미 내부는 꽤나 체계적인 거점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아예 애들 책상까지 가져와서 날카롭게 다듬어 목책으로 세워두었고, 그 뒤로도 방비를 위해 여러 물건들을 가져와 두었다.
다음에 또 밀려들 마수들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겠거니 싶었다.
식량이 좀 부족했으나 이번처럼 힐다가 먹을 수 있는 마수들을 찾고 있으니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수성전을 길게 끌고 가도 괜찮도록 나름대로 준비하는 중이었으나.
“……!”
한기가 바람을 타고 아카데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것은 일종의 전조였다.
불길함이 온도를 지닌다면 딱 이 정도이겠지.
나뿐만 아니라 힐다 역시 퍼뜩 고개를 들며 주변을 살폈고, 근처에 있던 윤도 피우던 장죽의 불을 꺼트리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또한 울려오는 마수의 외침에 마리가 다급하게 기사단원들에게 자리를 잡으라 지시했다.
잠깐 사이에 위치까지 잡아줬는지 확실히 태가 나오긴 했다.
“아직 멀어.”
내가 조용히 중얼거리자 힐다는 침을 꿀꺽 삼키며 끄덕였다.
차가운 공기와 더불어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주인이 오는 걸 알고 길을 미리 뚫어놓기 위해서 이쪽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식량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네.”
힐다는 쓰게 웃으면서 중얼거렸고,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뽑아 들었다.
마법으로만 싸우기에는 이제 한계가 찾아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이었기에 소환사인 나만큼은 늘 후방을 지켜야 했으나.
어느새 끝을 알리는 존재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에.
오히려 마나를 온전히 보존하는 게 우선이었다.
힐다가 내 쪽으로 손을 뻗는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는 둥근 원이 생겨났는데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마법이었다.
슬쩍 얼굴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대악마가 온다.”
나이트 아카데미에 길게 울리는 나의 목소리. 단 한마디였음에도 그것이 지닌 무게감을 모를 리 없었다.
“아직 거리는 좀 있지만 분명히 이곳으로 오고 있어. 확실하게 느껴져.”
아마 나와 마나로 연결되어 있는 기사들도 어느 정도는 눈치챘을 것이다.
“지금부터 역소환당한 기사는 한동안 소환해 주지 못한다.”
마나를 아낄 필요가 있었다.
놈이 찾아왔는데 지난번처럼 마나가 고갈 직전까지 가서는 무기력하게 쓰러져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떤 기사가 역소환되더라도.
내가 상태를 온전하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300년을 기다려왔던 전장을, 역소환된 기사는 그냥 날려먹는다는 소리야. 그거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지.”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괴로움의 비명은 진심이겠으나 그들의 반응이 웃겼기에 목소리에 웃음기가 번져간다.
“그러니까 잘해. 원래 목숨은 하나잖아. 절대로 죽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싸우자고.”
한기를 탄 바람 때문일까.
등 뒤에서 대사자깃발이 과격하게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이 바로 전력을 다해야 할 장소였으며, 우리가 300년 동안 기다려 왔던 전장.
만약 300년 전.
내가 홀로 마몬을 막아 세우지 않고.
이렇게 단원들과 함께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문득 의문이 들었고.
그걸 지금 확인할 시간이었다.
“죽지 마.”
소환수들에겐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었던 죽음이라는 단어.
“나를.”
그것이 오늘만큼은, 한없이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또 다시 혼자 두지 마.”
내 말에 힐다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려온다.
지팡이를 쥐고 있는 반대 손에 힘이 꽉 들어가며 몸에 전체적으로 마나가 끓어오른다는 느낌이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입구 쪽에서 보이는 기사단원들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전장을 누비며 왕국을 지키는 가장 단단하고 거대한 방패였던.
은빛사자 기사단의 휘광이 찬란하리만치 빛나며, 밤이 찾아온 어둠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앞에 놓은 힐다의 손을 천천히 내린다.
그러자 그녀도 마법을 해제했고, 쓴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단장 맞구나.”
“…….”
“고작 몇 마디로 이렇게까지 사기를 채워 넣는 지휘관은 없을 거야.”
“그게 단순히 지휘관의 재량이겠냐.”
나는 여전히 입구 쪽에서 전의를 불태우는 기사단원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대원들의 신념이 뒷받침해 주니까 가능한 거지.”
내 말에 힐다도 나와 같은 쪽으로 시선을 힐끔 돌리더니 동의한다는 의미로 끄덕인다.
“나는 다시 위를 맡을게.”
“그냥 들어오는 마수들만 상대해. 멀리서 날아오는 놈들까지 굳이 격추시킬 필요 없어.”
“마나를 최소한으로 아끼라 이거지?”
“어, 부탁할게.”
“알았어.”
그대로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힐다. 아카데미 상공은 다시금 우리의 대마법사가 맡아주기로 했으며.
“뒤로 우회하는 마수는 생각보다 별로 없어. 나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뒷문을 맡은 윤은 태도를 걸친 채로 보고해 왔다.
“생도들이랑 들를 거니까 너무 무리하면서 싸울 필요는 없어. 놓친 마수는 그냥 둬.”
“꼬맹이들한테 꽤나 짜릿한 실습이 되겠네.”
슬쩍 웃음을 흘리며 그대로 후문 쪽으로 달려간 윤.
기사단과 호흡을 맞추기보다는 혼자 싸울 때 훨씬 힘을 발휘하는 그녀이니 이런 식으로 단독으로 쓰는 게 옳았다.
실제로 이전에도 그녀는 혼자서 후문 쪽을 막아내기도 했고.
중간중간 윤을 도우러 가기도 할 생각이니 충분하겠지.
남은 건.
“생도들 집합!”
아직 기사라는 이름을 걸치지도 못한 우리의 생도들이었다.
내 부름에 그들은 빠릿하게 달려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수들과의 수성전.
의외로 다들 표정이 괜찮아서 살짝 놀랐다.
그들의 긴장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지 고민도 했었건만 쓸데없었다는 게 딱 느껴졌다.
나름대로 여러 사건사고를 겪었고, 나의 소환마법을 통해 여러 마수를 상대해 보기도 했으며, 이곳까지 오면서도 마수의 무리를 뚫기도 했다.
실전이 부족하다고 할 순 없었다.
“우리가 할 일은 담벼락을 넘어서 오는 마수들을 정리하는 거야. 입구와 후문은 단원들이 막고 있을 테니까, 흘리는 걸 정리한다고 보면 돼.”
말은 없었으나 다부진 눈동자가 답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그 안에서 미약하게 느껴지는 두려움.
당연했다.
당장에 죽을 수도 있으며 원해서 오긴 했으나 수준 높은 전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악마가 거느리는 마수들의 숫자는 방대하다는 말이 딱 어울렸으니까.
또한 흑기사와 싸운 적이 있었기에 수준 차이는 분명히 알고 있겠으나.
“괜찮아, 흑기사 정도의 마수들은 담벼락을 넘어오지 않아. 그리고 수준이 높은 마수들은 어차피 내가 처리할 거야.”
지휘는 마리에게 맡기고, 나는 기사생도들로 별동대를 운용한다.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거라고 이미 말해둔 상태였다.
생도들도 같이 지냈던 나를 가장 잘 믿을 테고, 실력들도 이미 내가 파악이 다 된 상태.
“무서울 수밖에 없어. 긴장을 잘 이겨내고들 있지만 그래도 실전에 들어가면 덜컥 겁이 나는 순간이 있을 거야.”
그건 한순간 찾아오는 감기와 같았다. 완벽하게 나을 순 없으나 어쨌든 짊어진 채로 계속 앞으로 걸어야 했다.
“그때마다 내 등을 봐. 나는 계속 너희 앞에 있을 거야.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기억해.”
젊은 병사들, 신입 기사들에게 종종하던 얘기였다. 전장의 두려움에 파묻힐 것만 같을 때.
그때마다 나를 보라고.
“나는 혼자서 마몬조차 이겼던 기사야, 그러니까 나를 믿고 따라와.”
스릉.
성검을 쥔 채로 앞으로 걷는다.
생도들을 하나하나 지나쳤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내 뒤를 따라붙었다.
아카데미 입구는 어느새 레잔의 방패를 선봉에 세운 채로 전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수들이 몰려온다.
입구는 목책과 더불어 방패를 든 레잔, 하울로스, 엠버가 전열에서 막아주고 있다.
그곳에서 눈을 돌려.
담벼락을 넘어오는 놈들을 확인한다.
이미 몇 차례 전투로 다 녹슬고 무뎌졌어야 했던 철조망들은 새것처럼 깔끔했으며.
심지어는 녹마법을 통해 특별한 가시덩쿨까지 쳐뒀기 때문에 쉽게 넘어오지 못한다.
쿵!
벽을 들이받는 놈도 있었으나 이 역시 크게 효과는 없었다.
로젤리아 학장이 아카데미의 보안을 위해서라며 담장 쪽에도 보수를 해뒀고, 거기에 힐다가 덧대어 마법까지 씌웠으니까.
어지간한 놈이 머리가 터질 각오로 들이받지 않는 이상은 아카데미라는 성벽이 뚫릴 일은 없었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실제로 철조망에 걸린 오크의 시체를 밟고 안으로 들어오는 고블린들이 서쪽 담장에서 보였다.
“따라와!”
검게 물든 고블린들은 일반적인 고블린과는 차원이 다르게 단단한 가죽과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무기도 어둠을 통해 만들어진 검과 창을 쥐고 있었다.
“고블린들 내려오는 거부터 빠르게 처리한다! 오크 시체는 내가 정리할게!”
우선 징검다리가 되어준 오크시체부터 처리하는 게 급선무.
나는 지팡이를 소환해서 그대로 전격마법을 오크의 시체를 향해 쏘아댔다.
파지지지지직!
격렬한 전격이 그대로 오크의 시체에 적중한다. 그 위에 올라타 있던 고블린들도 함께 휘말렸고.
지속적으로 쏘아진 전격에 결국 오크의 시체가 내구성을 잃고 그대로 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대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담장 아래로 향했고, 생도들은 꽤나 멋들어지게 고블린을 사냥해 냈다.
“오.”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깔끔하다.
나의 탄성을 들었는지 생도들은 곧바로 내 쪽을 확인했다.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그들을 보며 슬며시 지어지는 미소를 숨기려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