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
24화.
“…….”
마나를 가득 실은 실용성 제로의 화살을 하늘로 쏘아올린 한나는 다시 시선을 골목 아래로 내렸다.
오늘 한나가 맡은 임무는 ‘다이니 브랜드 미행 및 감시’였다.
1학년 여생도들의 귀중품 중에서 마몬의 이빨 형상을 한 로자리오의 주인이 바로 다이니였으니까.
‘혹시라도 그녀가 마몬의 광신도라면 바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
이름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마몬의 광신도.
같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으나, 인간 같지 않은 행동만을 해오던 그들이야말로 오히려 진짜 악마보다 더 악마 같았다.
또한 300년 전, 대악마 마몬의 군세를 온전한 전력으로 상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다른 악마들처럼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등에 검을 찔러 넣는다.
사람을 산 제물로 바치거나, 납치를 하여 정신조작을 통해 개종시키고, 인육을 먹기도 했다.
‘애매한 상황이네.’
그런데 뜻밖에도 다이니와 일행들이 납치를 당했다.
중요한 건, 그들 말고도 이미 납치되어 있는 아이들이 꽤 많다는 것.
이곳은 골목 치고는 폭이 넓었으나, 건물 벽에 막혀 입구가 하나다.
딱 양아치들이 애용할 법한 장소.
‘마법진으로 이용해 밖에서 봤을 때는 평범한 골목처럼 보이게끔 만들어뒀다.’
밖에서 봤을 때는 단순한 골목길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괴한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이니 일행은 운이 나빴다.
다른 학도가 골목으로 들어가며 마법진이 흐트러진 찰나에 눈이 맞아서 그대로 납치됐으니까.
‘도주 경로는 하수구인가.’
골목에 있는 하수구 구멍으로 학생들이 옮겨지고 있었다.
그때, 파란 리본을 한 학도들이 붉은 리본의 학도들을 감싼 상태로 웃으며 골목으로 들어온다.
첫 외출을 한 1학년 학도들의 돈을 뜯을 생각인 것 같았는데 중요한 건 이런 상황이 벌써 3번째라는 거다.
1학년들은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가문에서 받은 돈이 남아 있고, 첫 외출이니 쇼핑할 생각으로 돈을 두둑하게 들고 온다.
그에 맞춰 2학년들은 1학년들의 돈을 뜯는다.
“뭐, 뭐야!”
“끄억!”
골목 안으로 들어온 학도들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괴한들에게 습격당한다.
‘먹이사슬이네.’
1학년이란 물고기를 먹으려던 2학년들의 뒤에 그보다 거대한 괴한들이 입을 벌리고 있다.
아마 괴한들도 이 시기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납치극을 벌이고 있는 거겠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 화살을 쏘고 싶었지만, 아직 단장이 오지 않았다.
한나가 숨을 고르며 들끓는 마음을 추스르던 때.
옥상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이안 아이넬.
한나는 바로 예를 취해 인사했다.
“상황부터.”
설명을 요구한 이안에게 한나는 빠르고, 정확하게 현 상황과 자신의 의견을 첨부하여 보고했다.
이를 들은 이안은 옥상 난간에서 골목을 내려다봤다.
“바로 진입할까요?”
당장이라도 화살을 쏘고 싶다는 듯한 한나의 모습에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알 수 있었다.
“그래야 할 것 같네.”
한나의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넘겨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갈고리 로프로 바로 진입하려 준비하던 그때.
골목으로 한 명의 소녀가 당차게 들어왔다.
“찾았다아!”
오래된 고목 지팡이, 하얀 로브와 그 위에 달린 붉은 리본, 금발 위에 얹어진 빵모자.
정석적인 신입 학도의 모습인 소녀는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준비된 마법을 쏘아댔다.
눈에 띄는 건 마법에 불이나 바람 같은 속성을 부여한 게 아닌, 단순히 마나를 응축한 마나탄을 쐈다는 것.
퍼엉!
쏘아진 마나탄은 가장 앞에 있던 괴한의 가슴에 정통으로 박혀 들어갔고 그는 반대편 벽에 부딪쳐 축 늘어졌다.
“레미를 납치한 게 너희지? 아주 천벌을 받을 줄 알아라!”
“저년 잡아.”
암울한 목소리의 마법사가 손짓하니 다른 괴한들이 기다렸다는 듯 바로 소녀에게 달려들었다.
숫자가 많았기에 소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그럼에도 뒤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와봐! 이 몸 앤 에실리! 17년의 인생 가운데 이 정도 위기는 숱했어!”
호탕하면서도 당당한 패기.
마리아의 투쟁을 향한 갈증에서 비롯된 광기와는 다른, 정의감에서 파생된 유쾌한 투지.
“대단한 아이네요.”
“그래도 위험해. 마법사가 근접전으로 넘어갔으니까.”
나는 바로 줄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아무리 저 소녀가 당돌해도 마법사로서의 한계는 명확했다.
지금도 마법을 캐스팅하던 와중 달려든 적 때문에 몸을 데굴데굴 구르고 있지 않은가.
“어푸억!”
“마법사답지 않게 잽싸구나!”
몸을 굴려가며 휘둘러지는 단검을 피하고, 지팡이를 휘둘러 막아내는 여학도.
“뒤! 뒤에 웬 놈이 나타났다!”
덕분에 나는 쉽게 그들의 뒤를 선점할 수 있었다.
푸욱!
“일단 한 놈.”
“끄으!”
유쾌하지 못한 단말마를 내며 쓰러진 녀석.
흐트러진 매무새에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가 벗겨졌다.
머리카락 위에 튀어 나와 있는 염소 뿔.
“수인?”
수인 노예가 통용되는 도시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 로베르담은 다르다.
수인 노예를 부리기는커녕 아예 수인의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뭐, 뭐야? 어디서 나온 거야?”
하지만 앤이라는 소녀에겐 그것보다도 내 존재가 의문인 듯했다.
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짧게 나를 소개했다.
“나이트 아카데미 1학년 생도. 이안 아이넬이야. 내 친구도 여기 납치됐거든.”
“어어! 가, 가짜 원석!”
“가짜 원석?”
“아, 아무것도 아니야!”
입학 전에 메이지의 다섯 원석으로 선택됐던 걸 말하는 건가?
지팡이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 로브의 먼지를 툭툭 턴 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나는 메이지 아카데미 1학년. 앤 에실리야! 도와줘서 고마워!”
이런 상황에서도 밝게도 인사하는 앤. 나는 다른 괴한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검을 휘둘러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앤에게서 조금 뜬금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일단은 도망치자.”
방금까지는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었으면서?
“저 뒤에 있는 마법사 보이지? 주변에 흐르는 마나가 심상치 않아. 적어도 4등급 이상인 것 같은데 우리 수준으로는 상대 못 해.”
“그런데도 너는 아까 싸우려고 했잖아.”
앞에 적이 있으니 눈을 맞추진 못했으나 그녀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웠을 거라는 건 예상할 수 있었다.
“그때는… 나 혼자였으니까 그랬지. 여기서 싸우다가 너까지 다치거나 위험할 수 있어. 일단은 도망쳐서 경비대에 알리자.”
“그러면 늦어. 그러니까 너도 먼저 진입한 거잖아.”
이런 상황에서 같이 싸우게 된 나를 걱정하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긴 하다.
그때.
“애새끼들이 귀찮게 하긴.”
뒤에 있는 마법사의 바닥을 긁는 것 같은 꺼칠한 목소리가 골목 전체를 감싸온다.
긴 로브에 감춰져 있던 그의 손이 삐져나온다.
불길한 마나는 확실히 지금의 나로는 감당키 버거웠으나….
“너희도 데려…….”
퍼억!
풀썩.
이마에 정확하게 내리 꽂힌 화살에 마법사는 몸이 뒤로 넘어가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어?”
“부대장?”
흉흉하게 번뜩이던 마나의 빛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건 핏물만 꿀럭꿀럭 뱉어대는 시체 하나.
그 틈을 타서 나는 바로 괴한들의 다리를 베어 넘겼고 놈들은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끄, 끄어아아!”
“다리! 다리가!”
“우욱.”
뒤에 있던 앤은 갑작스레 터져 나온 유혈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을 참지 못했는지 입가를 가렸으나 결국엔 골목 벽 한쪽에 속을 게워냈다.
나는 바닥을 기는 괴한들의 머리를 한 번씩 걷어차서 기절시킨 후, 옥상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한나에게 엄지를 치켜 세워주었다.
“잘했어.”
“흐욱, 으윽. 도, 동료가 있었구나.”
로브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다가온 앤은 기절한 괴한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꼭 어디 하나 잘라야 해?”
“도망칠 수도 있잖아. 확실하게 잡아둬야지.”
앤은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였으나 이성적으로는 내 말이 옳다고 판단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17살, 정의감이 투철한 나이의 소녀였기에 이런 광경을 거북하게 느끼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처음의 마나탄도 일부러 화력을 조절한 건가?’
어린 나이면 그럴 수 있다 생각하며 나는 뚜껑이 열린 하수구 쪽을 확인했다.
“이쪽으로 도망쳤네.”
뒤에서 고개를 내밀며 중얼거리는 앤.
나는 그녀를 내버려둔 채 바로 안으로 향했다.
“드, 들어갈 거야?”
“당연하지. 여기서 놓치면 못 잡아.”
‘거기에 다이니 브랜드가 연루되어 있다. 뒤가 구린 느낌이 들어.’
우연히도 딱 맞아 떨어져 납치되었다고 할 수도 있으나, 마몬의 광신도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하수구로 내려갔고, 위에서 뭔가 꿍얼거리던 앤도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 * *
스르륵.
다이니의 손을 구속하고 있던 밧줄이 풀린다.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처음 겪어보는 갑갑함은 상상 이상으로 무서웠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심적으로 굉장한 압박감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해졌냐면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왜냐면 지금 당장에 자신들을 납치한 괴한들이 앞에 있었으니까.
‘도대체 왜?’
다른 인질들은 그대로 두고 자신만 따로 하수구의 더 깊은 안쪽으로 데려왔다.
방금까지 거칠던 손들도 이상하게 공손해지고 조심하고 있는 느낌.
멍하니 다이니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 괴한들은 깜빡했다며 허겁지겁 입에 물린 재갈을 빼주고 고개를 깊게 숙인다.
“죄송합니다, 선지자님. 당신의 뜻을 모르고 저희가 이렇게 무례한 행동을 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다이니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나 앞에 있는 괴한들은 침묵을 좋지 못한 신호로 받아들였는지 횡설수설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하, 하지만 저희도 다른 선지자님의 말씀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만큼은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맞습니다! 만약 그 로자리오를 미리 봤다면 저희도 그냥 넘어갔을 겁니다!”
로자리오?
다이니는 자신의 목에 걸린 감촉을 느낀다.
이빨 모양 목걸이라니.
아무리 부모님의 유품이라고 하더라도 디자인적으로 17살의 소녀가 끼고 다닐 물건은 아니었다.
셔츠 안에 숨겨두었던 것이 거친 몸싸움에 휘말렸는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이 목걸이가 로자리오였어?’
부모님이 종교인이었다는 건 할머니가 말해준 적 없는데?
다이니가 혼란에 빠져 어벙하게 가만히 있자, 괴한들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러니 저희가 아니라 저희를 이끄시는 선지자님과 대화를 하시는 게 아무래도 맞겠지요!”
뒤집어쓰고 있는 후드 안에서 비추는 붉은 안광이 이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들의 안내에 따라 반 강제로 더욱 깊은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쿵 쿵 쿵 쿵.
그때 안쪽에서 울려오는 발걸음 소리.
가뜩이나 하수구 내부라서 목소리를 포함한 모든 소리가 울리고 있는데도 그 발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 마침 오십니다!”
“다른 신도들이 가서 말씀을 드린 모양입니다! 하하, 따로 귀찮으실 일은 없으시네요!”
말이 끝나자 하수구의 끝에서 2m는 훌쩍 넘는 덩치를 가진 남자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
가시처럼 날카롭게 번뜩이는 이빨.
머리카락은 없으나 매끈하게 이어진 청색 피부와 등에 솟아 있는 지느러미.
쭉 찢어진 눈동자에 담긴 파괴를 향한 열망.
다이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르는 것 자체를 잊은 것이다.
수인.
그것도 흉폭한 수인들 중에서도 꼭 손에 꼽히는 상어 수인이었다.
그가 등장하자 주변의 다른 신도들 역시 얼굴을 감추고 있던 후드를 벗어던지고는 무릎을 꿇었다.
‘전부 수인이었어!’
왕국에 있는 수인들은 전부 노예로 부려진다.
그중에는 왕국을 벗어나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자유를 찾아가는 수인들도 있고….
‘레지스탕스!’
그들은 스스로를 레지스탕스라 칭하며, 인간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과격한 투쟁을 이어오고 있었다.
평범한 시민들에게 있어, 레지스탕스는 해적이나 산적 같은 무장 단체 정도로 인식된다.
상어 수인은 다가와서는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나 말고 다른 선지자가 있을 줄은 몰랐군. 샤카렌이라고 한다. 일단 겉으로는 레지스탕스 소속이나 실제로는 마몬님을 섬기는 선지자 중 하나이지.”
이 손을 잡지 않으면 죽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다이니가 후다닥 손을 마주 잡았다.
“다, 다, 다이니 브랜드입니다.”
“매우 젊군. 어린 나이부터 마몬님의 선지자가 되었다니. 신앙심이 아주 깊은 듯해.”
“가, 감사합니다!”
왜 칭찬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이니는 일단 감사하다고 답했다.
“흠, 우리가 수인이라서 많이 놀란 듯하군. 하긴, 마몬님의 신자들은 정확히 몇 명인지 또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니까. 하지만 같은 선지자로서 선입견을 갖지는 말라고 충고하지.”
“아, 알겠습니다. 충고 뼈에 사무치게 받겠스빈다!”
혀가 꼬였으나 그는 아무런 문제없다 웃으며 넘겼다.
조금은 풀어진 분위기.
샤카렌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괜스레 다이니에게 사죄했다.
“아마 너도 마몬님의 계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을 텐데 방해해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다이니는 억지로 입 꼬리를 올려본다. 굳었던 표정이 점차 녹아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네년, 거짓 선지자구나!”
샤카렌의 두 눈이 분노로 흉흉하게 타오르지만 않았다면.
콰악!
샤카렌의 거대한 손이 곧장 다이니를 낚아챈다. 키가 작은 편인 다이니였기에 그의 한손에 상체가 전부 감싸진다.
“씹어 먹을 년아, 어디서 그 로자리오를 얻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