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38
38화.
마나를 끌어 올리는 모습들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교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나에 제한이 있었음에도 그들은 거리낌 없이 마나를 다뤘다.
공격마법을 쓸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다만 보호 마법이나 신체 강화 마법을 시전하는 것이 근접전으로 나를 때려눕히겠다는 각오가 훤히 보였다.
‘마법사면서.’
아무리 숫자가 많다지만 마법사면서 근접전으로 기사를 제압하겠다는 발상은 조금 오만하지 않나 싶다.
만약 기사와 한 번이라도 대련을 해본 학도가 있었으면 이런 어리숙한 선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뒤에서 막아.”
내 등 뒤로 솟아오르는 마나의 장벽.
보호 마법을 유기적으로 이용해 내 퇴로를 차단해 버린다.
이렇게 보니 보호막이 하나의 벽이 되어버렸다.
나름대로 본인들은 방어만 한 입장이라는 걸 고수하려는 듯했다.
까짓것 확실하게 경고해야겠다는 생각에 주먹에 마나를 살짝 담았다.
자연스럽게 주입되는 마몬의 기운을 느끼며 주먹을 내지르자….
콰앙!
강의실 전체가 울리면서 동시에 보호 마법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어?”
“맨, 맨주먹으로?”
당황해서는 어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학도들.
그런 학도들을 한번 훑어본 나는 대충 손을 풀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걸로 되겠어?”
뭐, 더 단단한 게 있으면 한번 써보라는 도발이었으나….
“잠까아아안!”
상황은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났다.
문을 열고 다급하게 강의실로 들어온 선도부원들.
그들을 본 학도들은 당황하며 뒤로 물러선다.
당연히 폭력행위에 대한 제제를 가하려고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조금 참아 봐!”
“네가 여기서 싸우면 나이트 아카데미까지 먹칠하는 거야!”
왜인지 나를 막아서는 게 아닌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학도들까지도 당황한 표정.
하지만 선도부원들은 지극히도 진지하게 나를 말리고 있었다.
“제가 시작한 거 아닌데요?”
“알아, 아는데. 좀 참아. 너는 외부인이잖아.”
나를 진정시키던 선도부원들은 이윽고 후배들을 강하게 다그치기 시작한다.
“너희가 지금 이러는 게 메이지 아카데미의 학도로서 옳은 행위라고 생각해?”
“먹칠하는 거야, 먹칠. 너희 오늘 전부 이름 적고 가. 벌점 부과할 거야.”
학도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원래 저 나이 때는 교수보다 선배가 더 무서우니까.
“아, 예. 죄송합니다.”
“그…… 안 그럴 게요.”
그런데 오히려 학도들 쪽에서 조금 안심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 반응에 선도부원들이 당황했으나….
일단 메이지 아카데미에 있는 동안 더 이상 쓸데없는 시비가 걸리진 않겠구나 싶어서 홀가분하게 다음 강의를 준비했다.
* * *
“……얘기는 들었네.”
예정된 강의가 전부 끝나고, 나는 지금 알프레도 교수의 연구실에서 상담을 받고 있었다.
그는 안타까우면서도 면목이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A반 학도들 쪽에서 먼저 찾아와서 싸움을 걸었다지?”
“예, 그렇습니다.”
설렁설렁 답하자 알프레도 교수는 다시금 짙은 숨을 내쉰다.
“하아, 미안하네. 설마 우리 학도들이 그렇게까지 자제력이 부족하고, 무례할 줄은 몰랐군.”
“뭐. 갑자기 찾아온 제가 싫을 수도 있죠. 이해는 합니다.”
“…….”
어쨌든 선도부의 등장으로 싸움까지는 가지 않았으니까 나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되레 그 녀석들만 벌점을 받기도 했고.
그럼에도 미안한지 알프레도 교수의 표정이 어두웠으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실 그런 것보다는 얼른 마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교수님, 저한테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솔직하게 털어놓자 알프레도 교수 또한 잠시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지. 1분 1초가 아깝지. 지금 바로 시작하도록 하세.”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한 뼘 정도 길이의 지팡이를 내게 건네주는 알프레도 교수.
“마력탄을 만들어 보겠나?”
“예?”
너무 뜬금없는 지시에 당황했다.
마력탄을 내가 어떻게 만들겠는가.
그러자 알프레도 교수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허탈하게 웃었다.
나를 생도가 아니라 정말 학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간단한 마법이니, 저번에 보여준 마나를 다루는 솜씨 정도면 금방 배울 수 있다네.”
그리고 30분 정도 후.
나는 정말로 내 손 위에 둥둥 떠 있는 푸른 마력탄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마법을 사용하게 되다니.
지금까지는 단순히 소환마법만 써왔다 보니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법을 다루게 된 게 감회가 새로웠다.
알프레도 교수가 커다란 원형의 마력탄을 만들더니 공중에 붕 띄운다.
“자, 지금부터 자네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마나를 마력탄으로 만들어 저곳에 쏘는 걸세. 최대한 많이 쏠 수 있게 잘 조절해 보게.”
왜 이런 일을 하는 건지 굳이 묻지 않는다.
분명 어떤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나는 시키는 대로 마력탄을 쏘아댔고….
정확히 8발 쐈을 때, 내가 다룰 수 있는 마나가 바닥을 보였다.
마몬의 각인이 울부짖으며 마나를 먹어치우려는 걸 억지로 비틀며 막아냈다.
“흐음.”
그리고 그걸 본 알프레도 교수는 묘한 신음을 내뱉는다.
“평균적으로 1학년 학도들은 마력탄을 5발 정도 쏠 수 있네. 그걸 생각하면 자네는 충분히 상위권이라 볼 수 있지만…….”
“…….”
“아직 자신의 마나를 전부 다룰 수 있는 게 아니었군?”
결국 들킬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알프레도 교수는 내가 가진 대양 같은 마나량을 보고 스카우트한 거였으니까.
하지만 품고만 있을 뿐, 다루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맞습니다, 저는 제 마나를 전부 다룰 수 없습니다.”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알프레도 교수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흥미로이 나를 바라본다.
“어릴 적부터 마나량이 너무 많은지라 몸이 약했습니다. 그 탓에 저는 마나에 제약을 두고 절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흠.”
“하지만 그게 길어지니 이제는 이것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그렇기에 알프레도 교수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오래도록 쓰지 않은 근육은 퇴화한다. 이와 비슷한 논리를 들이밀며 한번 말해봤다.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는데, 알프레도 교수는 오히려 시원하게 웃어 보였다.
“내, 이안 학도를 단순히 마나량이 많은 수준으로만 보고 있었네.”
목소리에 담긴 부드러움이, 내가 정답을 말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스스로의 재능을 절제하지 못하는 천재는 널리고 널렸지. 하지만 자네는 어릴 적부터 스스로의 재능이 담은 깊이와 위험성을 알고 스스로 통제했군.”
사실 마몬 때문에 반쯤 강제였지만.
“자네를 알아본 내 자신이 다시금 자랑스럽군. 걱정하지 말게. 마나를 능숙하게 다루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걸세.”
“…….”
“자네를 제자로 받길 정말 잘했군.”
흐뭇하니 웃으며 알프레도 교수는 천천히 손을 뻗어 마력탄을 만들어낸다.
다시 강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이었다.
“지금부터 자네가 사용했던 만큼의 마나를 사용해서 마력탄을 쏘아보겠네.”
처음에는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었다.
같은 양, 같은 크기, 같은 위력의 마력탄이 쏘아진다.
하나, 둘, 셋…… 일곱, 여덟.
거기서 끝날 줄 알았으나 알프레도 교수는 계속해서 마력탄을 쏘아댔고.
그 숫자는 무려 스무 개에 이르렀다.
같은 양의 마나를 사용했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마나의 분배와 정교한 컨트롤로 최소한의 양으로 최대의 효율을 끌어낸 것이었다.
“사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촉박하다네. 제대로 된 마법 하나 익히기에도 부족하지.”
이제야 알프레도 교수가 내게 무엇을 가르칠지 알아차렸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쿵쾅 두근거렸다.
“그러니 나는 자네가 가지고 있는 한정된 마나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알려줄 생각이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기사단을 운영하던 때가 떠오른다.
인재에 목말라 있던 나는 늘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단원을 모집했다.
덕분에 한나와 톰 같은 숨어 있는 인재들을 찾을 수 있었지만.
부단장인 마리가 새로운 단원도 좋지만 현 기사단원도 챙겨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었다.
마나도 마찬가지다.
기사단원들을 소환해서 사용할 수 있는 마나의 총량을 늘리는 건 물론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마나를 더욱 완성도 높으면서도, 세밀하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했다.
지금 알프레도 교수가 보여준 것처럼 같은 양의 마나라도 전혀 다른 효율을 낼 수 있으니까.
“어때, 괜찮겠나?”
혹시라도 내가 실망하진 않았을까 싶어 어깨를 으쓱하며 물어오는 알프레도 교수에게 나는 열정 넘치게 답했다.
“너무 좋습니다.”
* * *
이안 아이넬이 메이지 아카데미에 온 지 사흘이 지났다.
생도인 그가 입학했다는 소문도, 유행이 확확 바뀌는 10대들 사이에서는 이제 크게 입에서 오르내리지 않고 있었고, 굳이 그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이미 한번 피바람을 불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를 찾을 수가 없어서였다.
그는 강의만 듣고 휙 하니 가버렸으니까.
기숙사에도 거의 오지 않았고, 어디론가 가버리는 모양새가 묘했으나 눈에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의 머리에서 금방 잊혀졌다.
물론, 이건 같은 1학년들의 입장일 뿐, 고학년인 3학년들 사이에서는 조금 달랐다.
“독종이라니까.”
“그 정도라고?”
알프레도 교수의 연구실에는 종종 학도들이 방문한다.
그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상담을 받기 위한 경우도 있으나, 교수를 돕는 조교 역할로 지원한 학도들도 있었다.
졸업반에게 있어 조교 역할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
교수의 개인서적을 읽을 수도 있고, 졸업논문에 대한 조언을 받거나, 교수가 추천장을 써주는 등 쏠쏠한 이득이 있었다.
어쨌든.
그런 알프레도의 조교들은 최근 연구실에 틀어박힌 은발의 소년을 향해 혀를 내둘렀다.
“쉬는 걸 못 봤다니까.”
“에이, 그래도 너희 퇴근하면 기숙사로 가서 잠은 자겠지.”
“모포 가져와서 연구실에서 자는 것 같던데. 세면도구까지 다 챙겨 와서 화장실에서 씻는 것 같아.”
“……정말?”
동기의 말을 듣던 3학년 여학도가 혀를 내두른다.
마침 알프레도 교수에게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지라 함께 연구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양치질을 하고 있는 은발의 소년이었다.
눈이 반쯤 감긴 모습이 피곤해 보였으나, 양치질하는 시간도 아까운지 상당히 거칠게 이를 닦고 있었다.
이안이 두 사람을 지나쳐 밖에 있는 화장실로 가자 둘은 바로 소곤거린다.
“쟤야?”
“어, 미쳤다니까.”
슬쩍 연구실 구석을 확인한다. 메이지 아카데미 매점에서 명물로 불리는 피로회복 음료 병이 주르륵 놓여 있었다.
“어제보다 더 늘었네.”
분명 어제 봤을 때는 2병이었는데 오늘은 4병이 되어 있었다.
“저렇게 마시면 죽는 거 아니야?”
혀를 내두르며 서로 속닥거리는 와중 양치를 끝마친 이안이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그러곤 조교를 슬쩍 보며 툭 한마디 내뱉는다.
“교수님은 회의 들어가셔서 그냥 가셔도 된대요.”
“그, 그래? 알았어.”
“과제는 저쪽 책상 위에 두시면 되고요.”
“아, 네!”
어색하니 퇴근을 준비하는 조교와 다급하게 과제를 둔 친구.
두 사람은 그러면서도 이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외모 때문이었다.
살짝 피곤해 보이는 모습과 은은한 머리색이 퇴폐적으로 느껴져 학도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어?”
그 다음에 벌어진 광경에 조교가 입을 떡 벌리며 탄성을 내뱉는다.
다시 자신의 훈련에 몰두하기 시작한 이안이 마력탄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마력탄 자체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기초적인 마법이지만.
소년의 손 위에 떠오른 마력탄에서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중심부에서부터 푸른빛이 점차 혼탁해지더니 검은색으로 변해간다.
속성부여라도 한 건가 싶었으나, 그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단순히 파괴력만 높이는 마법이 아니라, 실로 불길한 느낌을 강하게 주는 마법.
3학년인 그녀들에게도 이런 마법은 처음이었다.
“가, 가자.”
“그래.”
마법이 불길하다.
학도로서 3년을 지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두 사람은 얼른 밖으로 나왔다.
마나친화력이 높은 사람은 머리가 연푸른빛으로 변한다.
그런 사람은 마나가 선택한 재능이라고 불리는데 저것 역시 그런 부류가 아닐까?
“……장난 아니네.”
조교는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왜 생도가 나이트 아카데미에서 메이지 아카데미로 굳이 체험입학을 왔는지.
그리고.
천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알프레도 교수가 왜 자신의 연구실을 이 소년에게 통째로 빌려주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