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은은한 조명 빛이 들어오는 술집의 별실. 역십자 형상의 로자리오를 한 사내 하나가 다급하니 안으로 들어온다.
“마몬 쪽 놈들이 소환의식을 진행하려는 것 같습니다.”
“멍청한 새끼들,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아나.”
전신이 문신으로 도배된 남자가 혀를 차며 잔에 독한 양주를 채워 넣는다.
그의 목에도 똑같은 모양의 로자리오가 자리를 잡고 있다.
마몬교에서 대악마를 다시 현세로 재림시키려 한다는 계획은 이미 알고 있었다.
레비아탄을 섬기는 자신들 역시, 아주 오래 전 한번 시도했던 계획이었으니까.
하지만 레비아탄교는 실패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지 못하지만 당시 소환의식에 참여한 모든 신도들은 전부 죽었고 그 탓에 레비아탄교의 입지가 훨씬 좁아졌다.
남은 흔적은 사나운 태풍에 난도질당한 듯한 폐허와 시체들뿐.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었다.
펠로칸 숲에서 벌였던 일련의 사건들도 결국에는 대악마를 소환하기 위한 실험의 일환이었으니까.
“그래, 어디 한번 해보라지.”
문신남은 킬킬거리며 양주를 들이켰다.
마몬교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마몬의 그릇으로 키워온 아이가 있다고 한다.
레비아탄교와 마몬교는 항상 서로를 견제해 왔고, 얼마 전 마몬교의 지부로 예상되는 저택을 급습했을 때.
델나라는 노인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아낸 정보.
원래라면 그 자리에서 그릇을 확보하여 마몬의 소환을 저지해야 했으나….
난생처음 보는 인간형 소환수의 방해로 인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목표물의 행선지를 추적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몇몇의 선지자와 신도가 로베르담으로 향했으나….
마몬교의 소행인지, 납치하러 갔던 신도들은 전멸해 버렸다.
꽤나 치욕스러운 결과이긴 하지만 차라리 반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과연 그 소녀가 정말로 대악마를 소환하는 해결책이 되어줄지 문신남은 궁금했다.
정말로 그걸 통해 마몬의 소환에 성공한다면, 자신들 역시 똑같은 길을 밟으면 되니까.
‘그나저나 사람을 소환수로 부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마몬 놈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지.’
거기다 은빛 사자의 형상을 한 갑옷이라니….
그때 문이 열리며 술집여인을 양쪽에 낀 채로 휘청거리며 들어오는 한 남자.
두툼한 뱃살과 덥수룩한 콧수염.
자신의 위치를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는 허리춤에 찬 경비대의 지휘봉.
이미 몇 잔 하고 들어왔는지 얼굴이 벌써 붉다.
“이야, 렉터 선지자님! 오늘 아주 좋은 곳으로 부르셨습니다?!”
욕망과 흥분으로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경비대장을 보며 웃는 문신남, 렉터.
“오셨습니까. 오늘 마몬교 놈들이 꽤나 재밌는 짓을 벌인다고 해서 구경이라도 할 겸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렉터의 말과 동시에 그의 옆에서 보고하던 남자가 바로 책상에 놓인 수정구에 마나를 불어넣는다.
그러자 술집 벽에 넓게 펼쳐지는 영상.
거기에 비치는 건 반파된 브랜드 가문의 저택.
미리 근처에서 매복하고 있는 레비아탄 신도의 시야를 공유하는 중이었다.
“어디 정말로 대악마께서 현현하실지, 혹은 이제 머리밖에 남지 않은 마몬교가 완전히 몰살할지, 저와 함께 지켜봅시다.”
“껄껄! 내기라도 하시렵니까!”
호탕한 경비대장의 외침에 렉터는 씨익 웃는다.
저 방탕한 성격 덕분에 이쪽으로 꼬드기는 게 쉬웠고 또 덕분에 도시의 경비대 대부분을 레비아탄교의 신자로 감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도시의 시장에게까지 손을 뻗으려 계획 중인 상황.
흔들리던 레비아탄교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을 준비가 되어가는 과정.
순탄한 앞날과 오늘의 자극적인 유흥거리를 기대하며 두 사람이 잔을 부딪친 순간.
“……!”
렉터가 황급히 일어나 주변을 둘러본다.
깜짝 놀란 경비대장은 쏟아진 양주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으나.
렉터는 그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는 밖으로 향했다.
“뭔가 왔다.”
대악마 레비아탄을 섬기는 선지자로서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위협이 될 무언가가 찾아왔음을 인지했다.
짐승과도 같은 감각.
하지만 그의 이러한 감이 몇 번이고 레비아탄교의 신도들을 살려 왔기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도들은 빠르게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이 거점으로 삼은 도시, 테르아의 새벽은 고요했다.
치안을 목적으로 도시 자체에서 야간통행금지를 내려뒀기 때문.
물론 그것도 자신들이 더욱 수월하게 움직이기 위해 렉터가 경비대장을 뒤에서 조종한 결과물이긴 하지만.
통행금지라 마력등도 전부 꺼져있었기에 오롯이 달빛만이 내리쬐는 새벽 도시.
그래서일까.
거리의 끝에 서 있는 소년의 은발은 어둠 속에서 더욱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가서, 경비대장한테 야간경비조 불러오라고 말해. 저 새끼 체포하라고.”
“아, 알겠습니다.”
일단은 명분을 만들어두고, 렉터는 차분하니 소년을 향해 다가간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전신에서 풀풀 풍기고 있는 그와 가까워질수록 렉터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마몬교?’
소년은 마몬교와 비슷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마몬교는 지금 전력을 다른 곳으로 돌릴 정도의 여유가 없을 텐데?
가르간테 사건으로 왕국에 쫓기는 신세인 놈들이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총력을 기울여 마몬을 소환하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올인 전략을 구사하는 도중이다.
이번 사건에서 손을 뗀 자신들에게 굳이 전력을 뺄 필요는 없었을 텐데.
이런저런 의문 속에서도 렉터는 손끝을 뚜둑거리며 경계했다.
그때 소년이 웃으며 양손을 뻗었다.
양쪽에서는 다른 종류의 마법진이 각기 그려졌으나, 속도는 균일하면서도 정교했다.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건 조금 의외의 물건.
노란 보석이 박힌 지팡이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반대 손에 들린 건 거대한 깃발.
파지지직!
푸른빛의 마나가 늦은 밤의 정막을 찢으며 울어댄다. 그것은 정교하게 도시 바닥에 깔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전격을 깔아 접근을 막는 건가?’
렉터의 그러한 추측은 나름 합리적이었다.
보통 마법사들이 전투에서 하는 일이 의례 거기서 거기였으니까.
하지만 소년은 조금 달랐다.
전격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빠르게 그려지는 마법진.
‘소환마법진?’
이미 레비아탄의 소환을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지식을 접해왔던 렉터였기에 지금 땅을 점령해 가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깨닫고 외친다.
“당장 가서 죽여!”
상대가 소환사라면 시간을 줄 이유가 없다.
렉터의 명령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도들이 곧장 앞으로 뛰쳐나갔으나.
전격의 푸른빛 속에서 등장한 거한의 대검이 그들을 막아 세운다.
“후웁!”
거리의 구역을 나누듯 그어진 톰의 일검에 밀려난 신도들.
그 뒤를 따라 이어서 등장한 은빛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들.
기사들 사이에 당당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의족을 낀 여인, 한나를 보며 렉터는 이를 으득 물었다.
“네놈이었구나.”
브랜드 가문을 습격했을 당시, 소환수인 저 여인의 주인이 누구인가 찾으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그런데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 주다니.
렉터는 이를 으득 물며 전의를 다진다.
마몬교인가 싶었으나, 놈들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화려한 방식.
저들이 누구든 방해한 대가를 확실히 치르게 해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콰앙!
도로의 타일을 깨부수며 우뚝 선 깃발이 마나를 타고 펄럭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어둠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은빛의 갑옷처럼 당당히 선 채로 자신들을 노려볼 뿐이었다.
깃발을 박아 넣는다는 건, 승리의 선언.
이미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말하는 듯한 강압적인 위압에 렉터는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 * *
콰앙!
깃발을 박아 넣고 마나를 불어넣는다.
그것에 호응하듯 바람 한 점 없음에도 펄럭이는 깃발에서 쏟아지는 황금빛 기운.
한계를 하나 넘어선 작품과 같은 복잡한 술식은, 옅은 마나를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찬란한 빛을 쏟아냈다.
세례처럼 쏟아져 내리는 마법은 이것에 도달하기까지 있었던 모든 노력의 가치를 알리듯 찬란하게 빛난다.
아직 마법을 배운 지 1년도 되지 않은 생도가 만들었다고는 상상도 못 할 이적.
깃발 위로 모여드는 빛무리가 서서히 사자의 형상으로 변해갔고 완전함을 이루자 곧이어 사방으로 퍼져 기사단원들의 전신에 깃든다.
전반적인 신체 능력의 상승은 물론이거니와 은빛의 갑옷 위에 마치 무늬처럼 퍼져가는 황금의 마나들.
은은하게 퍼져 가는 그들의 빛무리를 보며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와, 복지 살벌하네.”
“와, 기깔 난데.”
엘빈과 켈빈이 흥얼거리면서 좋아한다.
다른 단원들 역시 앞에 적이 있어서 내색하지 않았을 뿐 전신에 차오르는 힘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거리 너머에 서 있는 무리들.
딱 봤을 때는 사실 광신도들이라기보다는 거리를 누비는 건달들 정도로 오해하기 딱 좋은 차림새.
펠로칸 숲에서 봤던 여인과 비슷한 옷차림인 걸로 봐서는 제대로 찾아온 게 맞긴 했다.
그중에서도 코트만 어깨에 떡하니 걸친, 상반신의 문신이 짙게 그려진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저놈이 렉터?”
“맞습니다.”
내 질문에 옆에 있던 한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현 레비아탄교의 수장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도시의 경비대장을 신도로 받아들여 이곳을 거점 삼아 세를 불리는 놈.
건달패나 할 만한 짓거리를 일삼고 있는 녀석.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한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어.”
“일대일 상황으로 만들어드리면 되겠습니까?”
나를 향해 슬쩍 고개를 돌려 묻는 톰.
앞에 깔린 수많은 적 앞에서 적의 수장과 나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되겠냐고 당연하다는 듯 물어오는 모습은 썩 믿음직스러웠다.
보통의 병사들이었다면 적을 쓰러트리는 것도 버거운데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불만을 토로했겠으나.
나의 기사들은 다들 말만 하면 바로 대령하겠다는 듯 시선을 내게로 모으며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길을 뚫어.”
“존명.”
듬직한 톰의 대답과 동시에 다른 기사들 역시 적의 리더인 렉터를 눈으로 쫓는다.
저 남자를 제외한 모두를 죽이면 된다고 머리에 박아 넣는 중이겠지.
그때 멀리서 새벽조로 보이는 경비대도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상대할 수가 많다고 누군가 투덜거리거나 혹은 오랜만에 전투라며 즐거워했겠지만.
지금만큼은 입을 꾹 다문 채로 모두가 나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에게 있어, 이건 단순한 전투가 아니었다.
3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대악마의 광신도들과 다시 한번 치러지는 혈전.
레비아탄과 마몬의 차이?
우리에게 그런 건 조금도 상관없었다.
빌어먹을 대악마를 섬긴다며 날뛰는 놈들은 결국 전부 죽어 마땅한 괴인들이었다.
“그 가슴에 사명을 짊어져라.”
건달패와 다름없던 놈들은 점차 기이한 형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펠로칸 숲에서 봤던 남녀와 마찬가지로, 녀석들 역시 레비아탄의 마인화를 통해 기괴한 마수로 변하고 있었다.
“우리가 바로, 대륙의 최전선이다.”
흉측하면서도 위압감 가득한 적들의 무리들을 보면서도 사자의 기사들은 조금도 눈을 돌리지 않았으며, 자세에 흐트러짐도 없었다.
“가자, 사자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