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12
그의 옆으로 전차포탄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재빨리 다른 전차에서 발사되는 포탄의 궤적 좌우로 기체를 움직이며 피해낸 중위는 연달아 빔 라이플을 날렸다. 그의 공격에 주포를 조준하고 있던 전차 2대가 맞아 폭발을 일으켰다. 동료들이 차례대로 피격되자 남아 있던 전차들이 재빠르게 달아나려 했다.
“바보 녀석들!”
달아나고 있던 적들은 너무나도 급한 나머지 최대한 노출되는 면적을 줄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허둥지둥 달아나고 있었다. 곧바로 도주하려던 전차들 모두 빔으로 파괴해 냈다.
바로 그때 슈넬 중위의 기체 왼쪽에서 불타는 전차의 뒤쪽으로 뛰어 나온 에이센군의 장갑차 3대가 거의 동시에 장착된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했다. 중위는 즉시 기체의 뒤쪽으로 방해물질을 발사해 넣고 곧바로 미사일의 궤도 안쪽으로 기체를 빙글 돌려 회피해 들어갔다. 그런뒤 재빠르게 미사일을 장갑차에 다가간 중위는 에이센의 장갑차 상면부에 두부에 장착된 격투전용 기관포를 발사해 넣었다. 3대 모두 순식간에 폭발을 일으켰다.
그때 왼쪽에서 다시 뛰어 나온 에이센군 장갑차가 슈넬 중위의 기체쪽으로 장갑차의 상부 포탑을 돌려 고정 장비된 100mm기관포를 돌려 사격을 가하려는 것이 포착되었다. 하지만 중위는 재빨리 기체를 움직이면서 상대 포탑이 회전하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측면으로 이동해 장갑차에 기관포탄를 먹여 주었다.
이 장갑차가 폭발하는 것을 확인한 뒤 잠시 멈추어 섰을때 에이센군 자카운이 자신을 목표로 전진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침착하게 빔을 발사했고 자카운은 곧바로 빔에 맞아 격파 되었다.
그렇지만 슈넬중위는 기분이 좋지 못했다. 너무 쉽게 승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변에서 엘윈들이 전차와 장갑차를 상대로 일방적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거의 학살이다······’
잠시 동정심이 일었지만 중위는 지금 주저할 수 없었다. 다시 달아나려는 전차를 향해 빔을 발사해 넣었다.
전황이 급격하게 불리해지자 에이센군은 급하게 전차와 차량들을 후퇴시키면서 구형진형을 취하기 시작했다. 전력적으로 불리했기 때문에 우왕자왕하는 대신 그들은 병려을 집결시켜 진형을 어느정도 구축하면서 바리스타들이 전진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전차포와 장갑차의 100mm기관포를 연사해 대며 탄막을 펴려 했다.
그렇지만 슈넬중위의 재빠른 판단 아래 이들 모두 진형을 갖추기 전에 차례대로 각개 격파 되었다. 전차와 장갑차 상당수가 엘윈들의 빔 라이플 연사를 비롯한 공격에 어렵지 않게 무너져 내렸다.
전투가 벌어지고 약17분 뒤 통신기가 열리며 에이센군의 증원이 포착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슈넬중위로서는 이렇게 너무 일방적인 학살에 진저리가 났다. 그리고 자신들의 숫자가 40기 밖에는 되지 않았기 때문에 19시 38분 에이센군 바리스타 부대의 증원이 포착되었다는 통신과 함께 중위는 즉시 후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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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좀 빨랐죠? ^_^;
제가 퇴근 후 친구집에 가는 관계로 오늘은 연중이다!!!! 라고 당당하게 선언했지만…
작가넘의 말….”멜로 보낼께…”
…..당했습니다….
이번편은 이런 이유로 일찍 올리게 된 것입니다..ㅡ_ㅡ;
그리고 마지막의 바리스타 vs 전차의 대결…
바리스타의 이동속도가 느릴것이다…라고 생각하셨다면…흐흐흐…
‘GunDa_’의 ‘MS’가 아닙니다…그것들 보다는 훨씬 빠르지요…걷는 것이 아니라 거의 뛴다고 봐야…
이번 전투신의 모티브는 보신분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가사라키’라는 애니입니다…
그럼…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37.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임시로 설치된 지휘 막사의 의자에 앉아 계속해서 상황을 보고 받고 있던 크라우프 페트릴 소령은 20시 50분 잠시 휴식을 취하던 도중, 피곤함때문인지 땀에 잔뜩 젖어 있는 자신의 파일럿슈트가 불쾌하게 느껴졌다. 이것을 벗고 시원하게 샤워도 하고 맥주라도 실컷 마셨으면 하는 기분이 간절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쉴 수 없었다. 파츠 베이스군이 현재 북상중인 허버크 대령의 부대에 대해 격렬하게 공격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들도 곧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적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했다. 그렇지만 적이 어떻게 움직일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에 크라우프로서는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이 녀석들은······’
현재 입수된 정보로서 파악된 파츠 베이스군과 에이센군의 의 움직임을 분석해 보면, 에이센군이 완전히 포위망에 갇혀 있던상황에서 엠더 광산쪽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고, 파츠 베이스군은 이를 저지하려는 형세였다.
북상하는 허버크 대령의 부대를 향해 파츠 베이스군은 진행하는 방향 곳곳에서 1, 2개 중대 단위의 바리스타부대를 이용해 에이센군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빠지는 식으로 병력의 손실과 부대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타격은 되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자신쪽으로 접근해 오는 파츠 베이스군 바리스타부대와 1개 중대 단위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적들 때문에 쉽게 현위치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니 크라우프로서도 구릉지대에 부대를 정군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대대장들과 중대장들의 의견도 모두 병력 부족을 이유로 이곳 엠더 광산과 셰어필드 기지 사이에 위치한 구릉지대에서 진지를 굳건히 하면서 단지 아군의 북상을 엄호할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병력이 너무나도 부족해······’
하다못해 자신의 휘하에 1,000기의 바리스타만 있었어도 어느정도 여유를 가지고 부대를 운용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지금 상태에서 아군을 구원하기 위해서 함부로 남하했다가는 오히려 압도적인 적에 포위되어 완전히 갇혀 버리게 될 위험이 컸다.
무엇보다도 크라우프를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은 1개 대대 정도의 병력이 이곳을 향해서 이동중에 있다는 정보였다. 크라우프로서는 이 파츠 베이스군 부대가 꽤나 강력할 것이라는 것 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망할······’
병력이 조금만 더 많았다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렘셰이드 기지에서는 재빠르게 병력들을 집결시키고는 있었지만 거리와 시간의 관계상 빠른 시간내에 자신들 같은 최일선 부대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당장은 자신들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던 크라우프는 머리가 좀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츠 베이스군은 에이센군을 완전히 포위망안에 가두어 놓고 탈출하려는 에이센군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만든 것이다.
‘너무나도 멍청했군······’
크라우프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대로 의자에 기대 앉아 잠시 눈을 감았는데 자기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어 버렸다.
21시 정각 디네스 펜터 호리스 중사는 바리스타 콕핏을 열고 밖에 나왔다. 너무 오랬동안 콕핏에 앉아 있으니 몸이 굳어 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렀기 때문이다.
몇걸음 걸어가 으슥한 곳에 걸어간 그녀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 땀에 젖어 있는 파일럿슈트를 허벅지 아래까지 벗어내린 후 쭈르려 앉아 몸안의 배설물을 쏟아 내었다. 계속해서 오랬동안 긴장하고 있었으니 양이 상당히 많아서 모두 배설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려 버렸다. 그녀는 뒷처리를 하면서 몸이 많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속도 쓰리고 꽤나 기분도 좋지 못했다.
“매일 마른 것만 먹어서 그런 건가?”
그녀는 한참 동안 쭈르려 앉아 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다음 금발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쓸어 만졌다. 온몸을 거의 드러내다시피 하고 있으니 상당히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파일럿슈트를 갖춰 입고 자신이 쏟아낸 배설물을 주변의 흙을 발로 툭툭 차서 덮어 버렸다. 그녀는 잠시 숨을 들이 마시고는 몇걸음 주위를 걸었다.
그녀는 걷던 도중 잠시 멈춰서서 기지개를 켜면서 많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다시 전투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단순하게 이곳에서 대기하고만 있으면 모든 것이 끝이나 버리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되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제는 어두워진 밤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주변에 등화관제를 하고 있어서인지 인공의 불빛이 없어 밤하늘의 별이 잘 보였다. 반짝이는 별빛이 무척이나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한참을 밤하늘을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집생각이 났다. 고향에서도 이렇게 멋진 밤하늘을 본적이 없었다. 그곳은 인간이 파헤쳐서 거친 땅이 많았다. 본래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했었는데, 사람들은 광물 자원을 얻기 위해서 기계들을 동원해 광석들을 캐 나르고 있었다. 디네스는 기본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기억이 거의 없었다. 사실 학교 들어가기 전의 기억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도 많이 않을 것이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서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요리를 해 가지고 도시락을 싸 아버지가 일하시는 곳까지 세라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찾아가곤 했었다.
9살때인가 10살때인가 아버지가 일하시던 곳에서 바리스타라는 거인을 처음 보았다. 그때 자신과 동생을 그림자로 완전히 가두던 그 거인에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던지 세라와 함께 엉엉 울었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일 같았다. 경비를 서던 아저씨가 무슨 일이냐고 놀라 다가왔고 아버지와 여러 아저씨들이 달려와 자신들을 돌보았을 때가 생각이 났다.
아저씨들이 귀엽다면서 용돈도 많이 주시고 칭찬을 해 주셨던 기억들이 났다. 아버지가 점심을 드시고 난 빈그릇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면서 세라와 군것질도 하고 했던, 많이 즐거웠던 기억도 났다. 하도 노는데 정신이 팔려 너무 늦게 집에 돌아와 어머니한테 무척 꾸지람을 받았던 것이 생각난 디네스는 엷게 웃음을 지었다.
‘훗······모든 것을 다 잊어 버리고 있었나?’
디네스는 양손으로 자신의 단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밤하늘의 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반드시 살아 돌아가 모두를 다시 만나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14일 0시 정각 다이레아가 상황보고를 하러 들어왔을 때 그녀는 임시 지휘부 막사의 의자에 기대 앉아 잠들어 있는 크라우프를 발견하고는 엷게 웃으며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크라우프는 고개를 숙이고 왼손은 무릎위에, 오른손은 축 늘어 뜨린채, 마치 죽은 사람처럼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혹시나 죽기라도 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자 조심해서 그의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살펴 보았다.
그가 살며시 눈을 감고 가볍게 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갈색 머리가 윤기가 없어져 무척이나 피곤한 듯 보였다. 다이레아 자신도 꽤나 피곤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많은 남자를 상대했던 그녀였다. 몇명인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았다. 10대 중반에서부터 6, 70대의 노년의 남자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상대했었다. 사실 과거에 콜걸을 했었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군인이 된 이후 젊은 남자들은 수도 없이 만나 보았다. 그런 수많은 남자들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했던 감정을 가졌던 그사람 이후 처음으로, 지금 눈앞에 잠들어 있는 남자에게 자신이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
처음에 자신이 사랑했다고 믿은 남자에게 배신당한 후, 그녀는 만나게 되는 남자라는 족속들 모두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이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해주고 싶다는 기분이 들어 버린 것이다.
‘······내가?’
그렇게 오래 만나지는 않은 사람이었지만 그는 이제까지 자신이 살아온 지난 나날을 되돌아 보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 사람도 남자였다. 게다가 분명하게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지만 자신을 안아 버렸다. 보통사람 이었다면 처음 자신이접근했을 때 거부의사를 밝혔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그런 것도 없이 덥썩 자신을 안아 주었다.
다이레아는 크라우프와는 단지 처음 몇번으로 끝날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다시 시간을 보자고 했을 때, 그녀는 왠지 몰랐지만 거절하지 못했다. 그리고 3시간 남짓 크라우프와 함께 있으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마음을 되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자신이야 아무 남자한테나 쉽게 안기는 여자이니 크라우프가 그다지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찾아 온 것에 그가 시에나에게 질려 버렸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곧 이 생각을 지워 버렸다. 크라우프가 시에나와 종종 관계를 갖고 둘사이가 전과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볼때마다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도 시에나를 본다면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오래 간만에······’
이제껏 자신이 상대했던 남자들 모두 다이레아 자신을 단지 욕구를 풀수있는 여자로서만 여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자신을 대화의 상대로도 여겨주고 있었다. 남자와의 섹스는 대부분이 길어야 10분에서 30분 남짓이다. 오래 하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 한 시간이다. 단지 그런 한시간 남짓한 시간만 보내고 서로와 아무런 대화도 하지 못한다면 정말로 지루하고 따분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관계를 맺기 전이나 이후에 자신과 가능하면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웃겨주기도 하고, 때로는 상담도 해주기도 하면서 자신과의 사이를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생각이 들자 다이레아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자연스러운 미소가 얼굴에 새겨졌다.
잠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크라우프의 자는 모습을 마라보던 그녀는 순간 자신이 보고해야 할 사항이 있음을 깨닫고 살며시 손을 뻗어 크라우의 어깨를 잡고 가볍게 흔들어 주었다. 그의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해 버렸으니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알아 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이 붉어져 버렸다.
“······아? 응······”
크라우프는 곧 정신을 차렸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자신의 눈 앞에 다이레아가 서 있자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그리고는 머리가 아픈지 양미간을 손으로 누르면서 가볍게 신음소리를 질렀다. 덕택에 그는 붉어진 다이레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대대장님······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간신히 표정을 수습한 다이레아가 보고서를 내밀자 그는 잠시 눈을 힘껏 감았다 뜨면서 보고서를 내려 보았다. 자다 일어났으니 목이 마를 것 같자 다이레아는 크라우프가 보고서를 내려보는 사이 잠깐 뒤돌아 서서 생수병을 기울여 물컵을 한잔 따라 가져다 주었다.
컵을 받아든 크라우프는 이런 다이레아의 배려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물을 마셨다. 꽤 시원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서의 내용을 천천히 훑어 보았다.
보고서에는 파츠 베이스군의 공격이 꽤나 격해지고 있다는 내용과 500에서 600대 정도의 바리스타들이 엠더 광산쪽으로 북상중에 있는 에이센군의 측면을 계속해서 공격 중에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전에 보고되었던 200여대의 파츠 베이스군 바리스타부대가 구릉지대쪽으로 움직여 오던 중 일부 병력이 진향 방향을 바꿔 엠더 광산쪽으로 이동중이라는 보고도 추가되어 있었다.
“엠더 광산쪽으로······인가?”
크라우프의 물음에 다이레아는 이런 중요한 보고를 잠깐 동안이나마 딴 생각을 해 늦게 전달한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에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해보면서 위험한 일이라는 말을 했다. 파츠 베이스군의 의도가 분명히 엠더 광산의 점령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크라우프는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다이레아는 부대를 이동시켜 엠더로 철수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다급하게 말을 하는 크라우프에게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차분하게 말을 했다.
“엠더에는 1개 전차 중대도 있고, 마찬가지로 패잔병들이기는 해도 40대 이상의 자카운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이쪽으로 방향을 바꾼 적 병력들이 있기는 해도 그렇게 숫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다이레아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침착하라고 다독여 주며
“적들도 그렇게 병력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엠더를 빼앗으려는 의도를 보였다면 상륙 당일에 대병력을 동원해 엠더로 쳐 올라왔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목적은 허버크 대령이 지휘하는 아군의 주력부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엠더 광산쪽에는 전투력이 떨어지는 부대만 견제차 보냈던 것 같습니다. 초반에 쉽게 점령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동이 확인된 적들은 1개 대대 약 200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병력인데, 이것을 또다시 나누어 엠더 광산으로 부대를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녀의 말에 크라우프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자신이 너무 경솔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고맙군······그렇지만 엠더에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나?”
“물론입니다. 다만 방어에 전념하고 있도록 하라고 하면 충분할 것입니다.”
다이레아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곧 전투에 돌입하겠군······”
나직히 탄식을 섞어 말을 잇는 크라우프에 다이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그렇겠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웃음을 띈 얼굴을 했다. 다이레아는 애써 태연한 얼굴을 하면서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고맙군······”
머리를 손으로 긁적이고 있던 그는 가볍게 숨을 들어 마시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깨와 목을 몇 번 움직이면서 막사밖으로 걸어 나갔다.
“대대장님, 어디를?”
막사안에 있던 중사 한 사람이 물어 오자 그는 자신의 아래쪽을 툭툭 치면서
“물 좀 빼려구······”
그가 밖으로 나가는 모습에 다이레아도 황급히 그의 뒤를 따라 나섰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는 밖으로 나오니 크라우프가 몇 걸음 앞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도 같이 가요!”
그녀는 그렇게 작게 외치곤 조금 더 빨리 걸어 그의 옆에 섰다.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라고 계속해서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크라우프의 옆에 나란히 섰다.
“왜? 같은 용무야?”
얼마간 더 걸어 주변에 인기척이 없는 곳에 도착하자 크라우프도 여느 파일럿들 처럼 파일럿슈트를 벗어 접고 팬티를 내려 소변을 보았고, 다이레아도 그의 옆에 앉아 똑같이 파일럿슈트를 벗고 쭈르려 앉았다. 많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그녀가 소변을 다 보았을 때 크라우프가 뜻밖에도 휴지를 내밀었다. 다이레아는 고맙다는 말을 했다. 이런 소모품들이 현재는 상당히 부족했기 때문에 제대로 갖추기 힘들었다. 보급품 중 최우선적으로 도착하는 것이 탄약과 예비용 무기, 식량, 의약품, 그리고 연료였다. 일선부대와 보급부대, 서로가 바쁘다보니 이런 간단한 소모품에 대한 보급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고마워요!”
빙긋 웃으며 그의 배려에 감사를 표하고 난 다이레아는 휴지를 사용해 뒷처리를 하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상반신을 거의 드러내고 있으니 꽤 춥기 때문에 곧 파일럿슈트로 몸을 감쌌다. 크라우프는 천천히 다이레아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그녀의 물음에 그는 핏 웃음을 띈 얼굴을 했다.
“무슨?”
크라우프는 고개를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만졌다. 무엇인가 말을 하려는 것 같더니 이내 그만 두면서 크게 하품을 했다.
“후아아아암!”
하품을 하는 모습에 다이레아가 키득거리며 웃어 버렸다.
“왜 웃어?”
“예? 하품하는게 귀여워 보여서요······”
남자에게 귀엽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핫! 고맙군······빨리 이 작전 끝나고 돌아가서 샤워도 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쉬고 싶군······”
크라우프가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의 앞쪽에서 누군가 거구의 남자가 걸어 오는 것이 보였다. 크라우프는 순간적으로 허리에 찬 권총을 빼들었다. 다이레아도 뒤이어 곧바로 권총을 빼 들었다. 크라우프가 누구냐고 날카롭게 소리지르자 상대는 깜짝 놀라 면서 양손을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