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25
“알겠습니다!”
대원들은 모두 힘차게 대답하고 각자의 바리스타로 올랐다. 그들을 지켜보던 아세라도 격납고에 있는 자신의 바리스타에 올랐다.
그녀는 콕핏에 들어서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셔 보았다. 잠을 충분히 잔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피곤했다. 하지만 지휘관으로서 결코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떳다.
‘신이라도 있다면······우리를 보호해 주소서······’
그녀는 믿지도 않는 신을 향해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에이센에서 보통 신을 믿는 다면 지고신교의 신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에이센에서 지고신교는 가장 교세가 널리 퍼져 있는 종교였다. 지고신교는 에이센 뿐만 아니라 다곤과 파츠 베이스에도 다수의 신도들이 널리 퍼져 있었다. 최근에는 바르디아에까지 그 교세를 확장시키고 있었다. 예전 윌리엄 황제의 황후 카츄아 파웰이 생존했을 시에 비해서는 신도의 숫자들가 대폭 줄어 버렸지만, 아직까지도 신도와 교단은 그 세를 잃지않고 있었다.
지고신교는 태초에 인류가 만들어 졌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교단에서 설명하고 있었지만, 일반역사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지고신교가 초거대제국때부터 유래되었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교단이 형성된 것은 아마도 그 휠씬 전의 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당시 전 우주를 아우르던 제국의 황실에서 신봉하던 종교였다고 하는 설도 있고, 그당시 가장 널리 퍼져 있던 종교라고 하던 설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여러가지 가설들도 그만큼 교단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 가설 이외에 초대 황제 안나 라티시어 황제가 그류네왈드 대공을 도와 초거대제국과 대항할 때 지고신교가 라티시어황제를 도왔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지고신교가 그때쯤 발현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기도 했다.
또한 지고신교 교단의 중심에는 뜻밖에도 신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신족의 토착종교였다는 가설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어쨌든 지고신교단은 에이센의 여러 행성에 교단에서 운영하는 신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신전들 모두 상당한 사제와 신도들을 보유하고 있고 많은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었다. 교단 자체는 신도의 기부금을 받아 운영을 하게 되며, 사제가 개인적인 재산을 소유하지 못함을 절대적인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이런 지고신교의 최고 사제 출신이었던 카츄아 파웰은 공개적으로 소위 말하는 기적이라는 행위를 보여 주기도 했었다. 과학자들은 이것 대부분이 거짓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현상도 자주 보여졌기 때문에 대부분 기적이라는 선에서 서로의 주장이 상충된채 머물고 있었다.
현재 이런 기적을 보여 줄 수 있는 사제들의 숫자가 대폭 줄어 들어, 요즘의 지고신교단의 종교행사는 거의 신도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모여 기도를 하는 선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기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도 이제는 사람들이 제대로 믿지 않고 있어, 현재에 이르러서는 상당히 교단이 쇠락해져 가고 있었다.
교리는 대체적으로 다른 성인들의 말씀들처럼 남을 사랑하라부터 시작해, 함부로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것까지 좋은 말은 모두 들어가 있는 경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교단 사제들의 여러가지 선행이나 경전에 기록되는 여러 선행들 같은 것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교리를 요약하자면 지고신교를 믿는 사제들은 신을 대신해 청빈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도록 하고 수행기간 중에는 금욕과 결혼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수행기간이 지나면 성스러운 결혼이라는 명목하에 사제들도 각자의 가정을 꾸릴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사제직을 잃고 전도사로 내려가게 된다.
지고신교에서도 가장 성스럽고 신비로운 존재는 과거 윌리엄의 황후였던 카츄아 파웰 같은 교단 최고위 사제였다.
지고신의 신탁을 받들고 신의 대리자로서 그 힘을 대행한다는 교단 최고위 사제는 지고신교단의 고위 사제들중에서도 성스러운 혈통을 가진 자만이 될 수 있었다. 이 자리는 2개의 가문에서 번갈아 가며 교단의 최고위직 사제를 배출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최고위 사제는 성스러운 처녀만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카츄아 파웰이 최고위 사제에서 물러나 결혼을 한 것도 교단의 교리에 맞춘 행동이었다.
대대로 2개의 성스러운 가문 중에서 최고위 사제로 한 가문이 봉직하는 동안, 다른 가문에서는 최고위 사제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키워 내고, 이 후계자에게 전임자가 자리를 물려주고 물러난뒤, 물러난 사제는 결혼을 통해 아이를 낳게 된다. 그 아이들 중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도 반드시 딸이 연달아 2명 태어나게 되는데, 두 명의 딸들 모두 일단 지고신교의 최고위 사제 후계자로 지목되어 어릴적부터 사제가 되기 위한 수련을 거듭한다고 한다.
최고 사제직에서 물러나면 거의 의무적으로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이고 아이를 낳는 것이 원칙이었다. 다만 최고 사제직에 있던 여성은 결혼을 한다고 해도 사제지위에서 전도사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교단 최고 장로로서의 대우를 받는 것이다. 현재 윌리엄 황제의 차녀였던 시스티 펜 류픽크가 지고신교의 최고 사제직을 물려주고, 사회로 나와 한 사업가와 결혼을 했고, 둘 사이에서 낳은 2명의 딸 모두 지고신교의 사제로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지고신교단은 건재했다.
아세라의 어머니 카디나 크렐은 다곤 출신의 마족인으로 지고신교를 믿고 있지 않았고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종교를 가지지 않으신 분이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아세라와 페넬로페가 종교를 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무엇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일에 뛰어들게 되니 불안해진 아세라는 신이라도 있으면 도와 달라고 말하고 싶어 졌다.
파일럿들이 모두 각자의 바리스타에 오르고 아세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서 관제실의 지시에 따라 기체를 움직였다.
“어서 옮겨 타자!”
사출장치를 통해 발진하지 않고 격납고의 문을 개방하고 그곳에서 살짝 우주 공간으로 뛰어 들기로 했다. 격납고 문이 열리게 되니 격납고 안의 정비병들이 모두 안전 구역으로 피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안전 구역으로 피하는 것이 확인되고 아세라는 자신의 기체를 움직여 가장 먼저 우주 공간으로 뛰어 나왔다.
그녀는 관제실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우주 공간으로 뛰어 내려 왔다. 추진제 분사를 최소로 한뒤 어느정도 전함에서 거리가 멀어지자, 즉시 추진제를 분사하면서 기함에 접근해 있는 경비함쪽으로 유도를 받아 옮겨 갔다.
아세라 자신을 포함해서 총 25대의 바리스타가 경비함에 탑승했다. 그녀는 파일럿들에게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라고 지시한 뒤 즉시 경비함의 함교로 올라섰다.
경비함의 함장은 이제 갓 사관학교를 졸업한 소위인 것 같았다. 젊은 아세라가 보기에도 무척이나 나이 어려 보였다. 흑발에 키가 크고 마른 체격의 남자 소위는, 아세라를 보자 경례를 올렸다.
“아! 통신기를 주게!”
그녀는 가볍게 경례를 받고는 통신기를 받아 들고 기함에 통신을 연결했다.
“아세라 우르반 중위. 12시 정각을 기해 임무에 들어가겠습니다.”
“좋아, 수고하게. 행운이 있기를!”
기함으로부터의 통신이 끊어지고 아세라는 경비함의 함장에게
“들어 알고 있지? 항로를 IL-10으로 잡게!”
“알겠습니다.”
경비함 함장은 즉시 부하들에게 배를 움직이도록 지시했다.
서서히 경비함이 함수를 돌리고 기함에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IL-10소혹성까지는 통상 항해로 이동을 해야 한다. 원래는 단거리 도약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의 작전이 비밀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에 통상항해로 조용히 나아가야 했다.
아세라는 전함의 지휘 데스크에 올라 본적이 거의 없었지만, 경비함이라서 그런지 함교가 매우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아세라는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20년 간의 군생활 중 이런 지휘 데스크에 앉게 되었던 것이 21세 때인 최연소 대령 승진 이후셨다고 했다. 당시 쿠르트 지겔마이어 대장의 눈에 띄어 대령 승진과 동시에 소규모의 함대를 지휘하시게 되었다 했다. 어머니는 22세때 준장으로 승진하셨고, 23세때에는 최연소 소장 승진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계셨다.
어머니가 22세때 제 1차 하만 바이파 전투가 벌어졌다. 이 전쟁은 아이크 군사혁명 위원회라는 백효연 원수의 지도아래 구성된 반역 도당들이 반역을 일으킨 것으로, 이때 어머니는 대령으로 참가해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그런 이유에서 비록 패전을 했지만 22세로 준장 승진하시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23세때 제 2차 하만 바이파 전쟁에도 참가하셔서 23세때 최연소 소장 승진이라는 기록을 세우시게 되는 전공을 올리셨다.
이런 어머니에 비한다면 지금의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지 흔하디 흔한 중위일 뿐이었다. 어머니가 17, 8살 때 위관급 장교였다는 것에 비한다면 자신은 너무 늦은 것이었다.
‘하지만······’
아세라는 왼손으로 자신의 검은 색과 갈색이 적당히 섞인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면서, 자신이 탑승한 자그마한 경비함이 마치 빌딩과도 같은 거대한 전함들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잠시 함교의 내시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던 그녀는 문득 자신들이 아직 점심식사 전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아참, 함장. 우리들 모두 점심 식사를 못했는데······이 배에서 식사를 제공해 줄 수 있겠나?”
그녀의 물음에 함장은 물론이라고 대답하면서
“이제 곧 식당이 열릴 것입니다.”
경비함 함장의 대답에 아세라는 고맙다고 대답하면서
“배의 운항은 함장의 몫이니, IL-10소행성 근처에 까지는 함장이 지휘하게!”
그녀의 말에 신입임이 분명한 함장은 눈을 반짝이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고맙습니다. 중위님······”
“무슨 말을······그럼 수고해 주게나!”
아세라는 그렇게 말을 받으면서 되돌아 서서 경비함의 함교를 빠져 나갔다. 소위가 무척이나 어리숙해 보이기는 했지만, 이 경비함은 그가 지휘하는 배였다.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 아세라가 지휘권한이 있었지만, 배의 운항에 대해서는 아세라는 아무런 권한도 없었다. 이런 점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골치 아프겠군······’
리얼드 중령은 다른 사람들에게 단순한 훈련으로만 말하라고 했고 아세라는 그 명령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함교에서 빠져 나온 아세라는 잠시 쓴웃음을 지으면서 함교에서부터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걸었다.
기함 페트리벨호의 지휘부에서 슬리건 리얼드 중령은 자신의 앞에 펼쳐진 항주도를 조용히 내려보고 있었다. 패널에는 이곳에 포진해 있는 지엘하르트 대장의 함대가 포표시되어 있었고 각 함대의 위치가 보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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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4년생’님…감사합니다….^_^)/ 이런 X허접작품을 그리 높게 평해 주시다니…그저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그리고 ‘피르다룬’님…시험은 잘 보셨는지요…작가넘은 얼마전에 계절학기 중간고사를 꽤 잘 봤다고 희희낙락하더군요…
그리고 ‘yaiddasya’님…’야이다 -중략- 윙게이트’…라는 캐릭…작가넘이 성격을 조금(?) 살벌하게 설정해 놓았더군요…음 무서워라…ㅡ_ㅡ;
그리고 ‘kim197911’님, ‘월하독작’님, ‘酒虎’님, ‘프리맨’님, ‘키터’님, ‘마르두크’님…그리고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를…이만 연중을 하고 잠수를 탈까합니….푸카칵~!!! 컥~!!…..동생아 형 졸리단다…응? 아예 영원히 재워주겠다고…어흑…
…날씨가 우중충해서인지 잠시 맛이 갓던 아뒤쥔장이었습니다…^_^)/~
그럼 내일 뵙죠…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Next-50…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리얼드 중령은 엷게 웃으며 왼손으로 항주도의 한 점을 손가락으로 쭉 눌렀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이제 시작이군······”
그런 다음 그는 주변에서 자신의 단말기에서 얼굴을 떼지 않고 있는 오퍼레이터들을 한번 돌아 보면서, 일이 잘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세라는 자신의 방으로 배정된 곳에 들어와 잠시 자리에 앉았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혹시 무슨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같이 가게되는 24명의 부하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 주어야 할 것이었지만, 명령으로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되어 버렸다.
‘빌어먹을 놈의 명령······’
그녀는 잠시 자리에 앉으면서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한번 긁적였다.
아세라는 IL-10소혹성에 대한 자료를 최대한 분석해 보았다. 이것은 소유자가 없는 돌덩이로, 에이센의 민간 개발업자가 목숨을 걸고 들어가 광물 차원을 모두 채굴해 버린 상태라고 나와 있었다. 소혹성의 내부는 갱도가 어지럽게 이어져 있었고, 외부로 통하는 출구도 많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민간업자가 건설해 놓은 소규모의 우주함 발착 시설도 있었다.
‘음······’
버려진 것이나 다름 없는 이곳에 에이센이 비밀리에 기지를 건설중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이번에 갑작스럽게 통신이 두절되어 버렸던 것이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소규모의 경비함대가 투입되었었지만 이들 마저도 연락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세라는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굳이 우주 공격군 함대를 투입해, 비밀리에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언론에 알려지면 좋지 못하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좋지 못한 사태인가?’
아세라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좋은 일이 얼마나 될 것인가 싶었다. 그리고 위험한 일이니 페넬로페가 아니라 자신이 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우스운 기분이 들었다. 우습다는 생각이 들면서 남동생인 레오드가 이번에 보병으로 입대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페넬로페와 자신이 똑같이 사관학교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해 버렸을 때, 부모님들은 무척이나 걱정을 해 주셨다. 두 딸애가 동시에 같은 진로를 가겠다고 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제길······’
아세라는 잠시 앞으로 고개를 숙이며 어쨌든 이번 훈련으로 위장된 정찰 행동에 대해 별로 좋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작전을 너무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아닌가?’
아세라는 평소 군인으로서 상관의 지시에 의문을 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비공개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이런때 어머니는 어떻게 판단을 내렸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잠시 턱을 괴고 생각해 보았지만, 잘 모르겠다 싶었다.
어머니는 군에서 제대하시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 오셨다. 우주 공격군 부사령관까지 역임했던 뛰어난 인재였던 어머니는 이런 자잘한 일상에 의외로 쉽게 적응하셨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젓는 아세라였다. 그리고 문득 크라우프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크라우프는 예전에 라시드 대령이 자신들을 버리고 달아나 버리자, 탑승하고 있던 바리스타 모두를 내버리라고 명령해 모두가 포로가 되는 것을 막아 주었다. 그리고 살아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아세라는 짧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자신은 그런 상황에서 그런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같은 지휘관이 된 입장에서 어딘지 모르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럽다는 기분도 함께 들었다. 그리고 한번 그를 떠올리자 예전에 그와 밤을 함께 보냈던 일을 생각해 내고는,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고 있는데도 조금 얼굴을 붉혔다.
잠시 크라우프를 생각하며 멍하니 있던 아세라는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버린 후, 일단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하기에 따라서 위험하지 않게 되거나, 아니면 매우 위험하게 될지도 모르는 곡예를 시작하려 하는 것이었다. 만약 자신이 잘못 판단한다면 자신은 물론 대원들 24명의 목숨과 이 경비함마저도 위험하게 될 것이다.
‘상부에서는 비공개로 하고 싶겠지?’
잠시 머리를 긁적이고 있던 아세라는 일단 부딪쳐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렵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부딪쳐 보자······’
일단 마음을 정하자 다시 생각할 거리가 없어져버린 아세라는 다시금 크라우프를 떠올렸다. 자신은 이제 내년이면 23살이 된다. 만약 같은 나이에 크라우프였다면 얼마나 무엇을 이루게 될까 싶었다. 자신은 아직까지도 중위였지만 크라우프는 현재 소령이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는 소위였었다. 크라우프는 1년도 안되는 시간에 소령까지 초고속 승진했던 것이다.
20세에 영관 계급장을 단 인물은 20세에 중령까지 승진했던 자신의 소속함대의 함대 사령관인 지엘하르트 대장과 크라우프가 있었다. 예전에 20년 동안 벌어진 전쟁에서는 10대에 위관급 지휘관도 나왔고, 이들 중에서는 영관급으로 승진하는 인물들도 있었다. 그리고 20대에 영관급과 장관급이 되는 인물들도 있었지만, 자신의 어머니 카디나 크렐과 같이 23세에 소장이 되고, 25세때 중장이 되고, 29세에 대장이라는 고급 지휘관이 되는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
20년 전쟁 당시는 전공과 능력만 있으면 제한없이 승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10대에도 위관급과 영관급 지휘관이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는 10대에 위관급 지휘관이 되는 경우는 허다했고, 그 대표적인 예가 자신의 어머니인 카디나 크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도 최연소 영관급 계급장을 단 사람은 아니었다.
최연소로 영관급 계급장을 단 사람으로는 바르디아와의 전쟁때 활약한 융 티벨 소령이 있었다. 그는 유능한 바리스타 파일럿이었다. 당시 부족한 사관 양성을 위해 설립된 단기 사관학교 출신으로, 훈련 기간인 6개월의 과정을 마치고 17세에 준위로 임관했다. 첫 전투에서 기체를 잃었고, 두 번째 전투에서도 기체를 잃었지만, 세 번째 전투에서 적기 6대를 격추시키게 된다. 그 다음부터 계속해서 격추기수를 늘려 나가 임관한지 6개월도 채 안되는 시간에 무려 150대의 적기를 격추시키게 된다. 이 전공으로 그는 준위에서부터 대위까지 순식간에 오르게 되었다.
당시에 적용된 승진 포상 기준을 보면, 보통 5기 이상 격추시키면 한 계급 승진시키고, 이를 제외하고 20대 이상 격추시키면 또다시 한 단계 승진 시킨다. 그리고 다시 50기 이상 격추시킨다면 다시 한단계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적기를 100기 넘게 격추시킬 때까지 티벨은 중위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격추시킨 적기가 무려 150기에 육박하자 지휘부에서도 그가 세운 공적을 무시할 수 없어 대위로 승진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17세에 소령으로 승진하게 된 계기는, 전투 중 바르디아에 패배해 후퇴하는 아군의 뒤를 추격해온 바르디아군 전함 10척을 순식간에 격파해 버린 일 때문이었다. 눈에 띄는 혁혁한 전공을 세우게 되었던 티벨 대위는 이 전공으로 17세때 최연소로 소령으로 승진을 하게 되는 영광을 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17세의 티벨 소령은 너무나도 뜻밖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바르디아군과의 교전 중 기체가 피격되어 탈출 포트로 탈출을 했지만 아군에 회수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 그의 부하들이 간신히 티벨 소령을 찾았을 때는 시간이 너무 지나 버려 소령은 탈출 포트속에서 질식사해 버린 상태였다고 한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티벨 소령의 신기에 가까웠던 조종술과 어린 나이에 그 정도의 실력을 내보였던 천재 파일럿의 안타까운 일생 때문에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는 인물이었다.
아세라는 이런 사람 만큼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자신도 뛰어난 군인으로서 인정 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자신의 앞에 있는 이런 문제 하나도 제대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바보스러운 생각인지 실감하고 있었다.
‘경비함을······너무 접근시키지 말고······’
그녀는 자신이 준비한 항주도를 펴 보이면서 강하 훈련을 가장한 작전 준비에 들어갔다. 아세라는 잠시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서 왼손으로 자신의 턱을 쓸어 만졌다.
‘적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다.’
아세라는 정보가 너무 부족한 상황에서 섣불리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로서 모든 일에 배운 군사학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나는 지휘관이다······보다 앞을 내다봐야 한다.’
아세라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몇 번 끄덕이면서 자신은 지휘관이기 때문에 단순히 명령만 받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무언가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정보들이었다.
‘부족한 정보는 나의 입맛에 맞게 받아 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때 페넬로페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구라도 의논할 대상이 많다면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적에 대해서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일단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이다.’
지휘부에서 일을 크게 확대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보였다. 비밀리에 기지를 건설 중이었고 이번의 포로 교환식 때문에 내달 20일까지는 암묵적으로 휴전 상태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자칫 이번 일이 크게 벌어지게 된다면 군부는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비난이라······’
아세라는 잘못을 했다면 당연하게 비난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 에이센은 너무 혼란스러웠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반전주의자들이 득세하고 있었고, 파츠 베이스를 군사력을 사용해 응징해야 한다는 주전론자들과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