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84
7월 10일 네페르에서 파츠 베이스군은 전격적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그간 계속되었던 에이센함대의 공세와 유케울의 기습 공격에 따른 후방의 혼란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후퇴를 결정한 것이다.
곧이어 7월 11일에는 네페르의 유인행성 2곳과 알베르의 유인행성 1곳에 대한 에이센 지상부대의 강하 작전이 전개 되었다. 초반 약간의 저항은 있었지만 모든 상황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종군기자들의 전황보도가 전국적으로 보도 되었다.
7월 12일 11시 20분 크라우프 페트릴 소령은 직접 바리스타에 탑승하여 자신이 소속된 그렘벨 기지의 외각 지역을 정찰 비행하고 있었다. 08시 30분에 모함인 구축함에서 출발한 그는 다이레아와 시에나, 에이린 소위를 비롯해 7대의 수행기들과 함께 정찰에 참가하고 있었다. 1시간 정도의 정찰 비행 후 후에 모함으로 복귀해 그렘벨 기지로 귀환하도록 되어있는 통상의 정찰 행동 이었다.
온통 크고 작은 암석들과 전투로 파괴된 금속성 비래물들로 가득 차 있는 정찰 예정 주역은 며칠간 그렘벨에서 출격한 자카운들이 파츠 베이스군 정찰대와 계속해서 교전을 벌였던 구역이었는데, 지금 크라우프가 비행하고 있을 때는 전혀 그런 것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크라우프는 선두에 서 있는 에이린 소위의 기체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주변은 너무나도 조용했기 때문에 이곳이 최전선인지 제대로 짐작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모두들 거의 30분 넘게 말없이 조용히 비행하고만 있다가 침묵을 깨고 다이레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주변은 너무 조용하군요. 마치 고요한 바다에라도 온 것 같아요.”
다이레아의 말에 크라우프는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지만 언제 이곳에서 폭풍이 몰아칠지 모르니 걱정되는 군.”
크라우프의 말에 다이레아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이제 아군이 완전히 네페르를 탈환하려는 것 같은데요?”
“아마도······이제 지상전이 시작되었다니 말이야. 거의 1달 반 정도를 완전 고립시켜 버렸으니 쉬운 전투가 될지도 모르지······”
그때 누군가 하품을 하는 소리가 통신기를 통해서 들려왔다. 그리고 누군가의 작은 웃음소리도 함께 터져 나왔다.
바로 그때 선두에 서 있던 에이린 소위의 기체에서부터 통신이 들어왔다.
“페트릴 소령님! 잠깐 적기인 듯한 반응이 스쳤습니다. 장소는 이곳입니다.”
곧바로 에이린 소위의 기체에서부터 데이터가 전송되어 졌고 그는 그 데이터를 내려 보았다. 아주 잠깐 동안 적기의 레이더파 반응이 스친 것이다.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가끔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전함이나 바리스타의 잔해에서 미약한 전파가 흘러 나오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진행 방향을 변경하기는 곤란했다.
“시에나가 2기 정도 이끌고 확인해 보도록!”
크라우프의 지시에 시에나는 가볍게 대답하고 2기의 자카운들과 함께 적기의 반응이 살짝 스친 것 같은 곳으로 이동해 나갔다. 다른 이들은 약간 속력을 늦추면서 계속해 진행하고 있던 방향으로 향했다.
시에나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크라우프의 기체로부터 받은 미확인 반응이 있었던 곳으로 기체를 움직여 조사에 들어갔다. 주변은 온통 비래물들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레이더는 별로 소용이 없었다. 지금 적기인 듯 포착된 것은 약간의 레이더파 같은 것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별것 아닌 일이겠지만 좀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다른 2기의 자카운은 바리스타를 움직여 예상되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렇지만 그곳에는 그녀의 예상했던 대로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는 않았다.
시에나는 같이 따라온 2기의 자카운들에게 주변을 수색하도록 지시하고 난 뒤 모니터로 보이는 작은 암석과 크고 작은 금속성의 파편들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계속된 크고 작은 전투로 그렘벨 기지 주변은 온통 이런 우주 쓰레기들로 넘쳐나 있었다. 덕분에 적기가 동력을 정지시키고 매복해 있다면 쉽게 찾아낼 수 없었다. 매복하기 딱 좋은 곳이기 때문에 경계를 늦춰서는 안되었다. 파츠 베이스군이 이런 비래물이 많은 곳에 매복해 있다가 기습 공격을 거는 경우가 제법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에이센군도 같은 전법을 종종 사용하여 전과를 올리고 있었다.
시에나는 멈추지 않고 조심해서 그 사이를 헤치고 나갔다. 주변은 온통 쓰레기들의 천지였다. 이것들 중에는 전투 중 파괴된 바리스타의 팔·다리 같은 부품들도 떠다니고 있었다. 바디 부분은 완전히 날아갔지만 팔 다리와 두부는 파괴되지 않고 형체를 유지한 채로 떠 있는 바리스타의 모습이 모니터에 잡히자 시에나는 약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기체가 이런 쓰레기 더미들 사이를 스쳐 지나갔을 때 조용히 우주 공간에 떠 있던 마치 파괴된 듯 보이던 기체 중 하나에 메인 카메라의 불이 켜졌다.
그 순간 감지된 조준빔에 시에나는 재빨리 기체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것과 동시에 시에나가 방금까지 있던 방향으로 빔이 스쳐 지나갔다.
“뭐야?”
시에나는 본능적으로 기체를 움직이면서 방향을 바꾸었다. 몇발의 빔이 자신을 향해 솓아져 들어왔다.
“젠장!”
시에나는 추진제를 강하게 분사해 내면서 자신의 뒤로 조준되어 들어오는 빔 공격을 회피해 내기 위해 재빨리 기동해 냈다. 바로 그 순간 시에나를 따라온 자카운 1기의 신호가 사라졌다. 그녀는 그것을 확인하자 이를 악물면서 재빨리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곧이어 형형 색색의 신호탄이 터져 우주공간을 아름답게 수 놓았고, 잠시 뒤에는 크라우프들이 있던 쪽에서도 신호탄이 터졌다. 아마 지원군이 있다는 것을 적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신호탄을 쏜 것 같았다.
적기는 모두 8대 정도 되는 것 같았다. 1개 소대 규모의 바리스타들이 이곳에 매복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재빨리 조종간을 움직이면서 자신을 향해 집중되는 빔 공격을 회피해 내며 고속으로 사격점을 이탈했다. 이런 비래물이 많은 지형에서는 미사일을 사용할 수 없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녀는 비래물의 사이사이를 재빨리 기동하면서 자신의 정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적기쪽으로 향했다. 그때 그녀의 앞쪽으로 몇번 빔이 교차되는 듯 싶더니 남은 자카운 1기의 신호가 계기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런······”
그녀는 낮게 혀를 차면서 자신쪽으로 집중되는 빔 라이플 사격을 회피해 냈다. 주변에 크고작은 쓰레기가 너무 많아 적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찾아낼 수 없었다. 시에나가 교묘하게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자 적들도 그녀의 기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듯 했다.
‘어디야······어디야······’
그녀가 적의 그림자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움직이고 있을 때, 그녀의 좌측에 있던 암석 뒤쪽에서 엘윈 1대가 튀어 나오더니 근거리에서 빔 라이플을 연사해 대기 시작했다. 시에나는 그 공격을 간신히 회피해 낸 후 연속해서 라이플 사격을 가하며 반격을 시도했다.
상대는 시에나의 공격이 정확하게 날아오자 기체를 되돌려 달아나려 했고, 그녀는 그 뒤를 집요하게 추격했다.
“빨리 떨어져라!”
그녀의 눈에 상대 기체의 추진제가 분사되는 방향이 눈에 들어왔다. 엘윈은 조준되지 않으려고 격렬하게 회피 기동을 하고 있었다. 시에나는 적기와 조준점이 일치됨과 동시에 빔 라이플을 발사했다. 잠시뒤 작은 폭발광이 일어났다.
‘잡았다!’
바로 그때 크라우프가 소대원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그는 그 자신 쪽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엘윈 2기를 향해 빔을 쏘아대었다. 5발의 빔을 발사해 2기의 엘윈을 격추 시킨 크라우프는 시에나쪽으로 전진해 들어왔다.
에이린 크라이튼 소위가 재빠르게 기동하고 있는 엘윈과 엇비슷하게 사격전을 벌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상대 기체가 정확한 조준을 위해 잠깐 멈칫하는 틈을 노려 정확하게 빔을 사격해 일격에 격추시켰다.
다이레아도 엘윈 1기를 격추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2기의 소대원들이 협동 플레이로 엘윈 1기를 격추시켜 버렸다. 바로 그때 3기 남은 파츠 베이스군 기체가 전력으로 후퇴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시에나는 적기의 반응이 분명히 8기였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이 적기들의 모습을 살피던 크라우프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저기 뒤에 있는 녀석! EWACS기다!이대로 보내서는 안돼!”
그 기체가 정찰했는지 몰라도 EWACS기는 절대로 살려 보내서는 안되었기 때문에 그를 비롯한 나머지 모두는고속으로 전투 도주하고 있는 그 적기를 추격해 나갔다. 크라우프들이추격에 나서자 도주하고 있던 3기 중 2기의 엘윈들이 되돌아 서더니 EWACS기의 보호를 위해 역으로 공격해 왔다.
상대가 마주 달려 나와 반격을 가하자 크라우프는 2대 중 1기를 라이플을 연사하여 격추시켰다. 나머지 1기에도 빔 라이플의 사격이 가해졌지만 그 엘윈은 요행인지 방패로 방어해 버렸다. 그러나 방패는 빔의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고, 폭발의 충격에 잠깐 경직된 사이 그 엘윈은 에이린이 쏜 빔 라이플 사격에 맞아 격추 되어 버렸다.
약 5분 여의 추격 끝에 크라우프는 도주하고 있던 EWACS기를 격추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격추되기 전 EWACS기가 방출한 데이터 포트도 파괴해 버렸다.
“망할! 데이터 포트는 이미 여러개 방출한 뒤겠지?”
크라우프는 짧게 혀를 차면서 그것을 막지 못한 것을 아쉬워 했다. EWACS기의 경우 수집된 데이터의 보존을 위하여 여러개의 데이터 포트를 소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적에게 나포 혹은 피격될 확률이 높다면 그 여러개의 포트에 데이터를 입력한 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방출하도록 교육 받는다. EWACS기가 소지하고 있는 데이터 포트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레이더에도 잘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으며, 안에 타이머가 설치되어 있어 미리 세팅한 시간이 되어서야 특정 주파수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게다가 약간이기는 하지만 이동기능도 가지고 있었으니, 이미 방출된 데이터 포트를 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크라우프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탐색하고 있을 때 다이레아가 근처로 다가오면서
“소령님! 이곳은 파츠 베이스군 영역 쪽에 가깝습니다. 일단 후퇴하시죠!”
그녀의 권유에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즉시 그렘벨 기지쪽으로 기체의 방향을 돌렸다.
13시 크라우프들은 예정된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축함으로 귀환했다. 전투 때문에 다소 귀함이 늦어진 상태엿지만 다들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적은 손실로 많은 적기를 격추시켰으니 새삼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크라우프는 그렘벨이 전투 보고와 전사한 2명의 파일럿들에 대한 보고를 직접 올렸다.
그렘벨 기지에서는 무사 귀환했음을 축하한다면서 그렘벨로 귀환했을 때 다시 정확하게 보고를 올리라고 답신을 주었다.
통신을 마친 그는 일단 자신들을 위해서 제공된 전투 식량들을 먹고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짧게 투덜 거렸다.
“빌어먹을······이곳이 전투 지역만 아니라면 민간 업자들이 널려있는 전투 잔해물들을 수거해 갔을 텐데 말이야······”
크라우프의 말에 다들 맞는 말이라고 했다. 시에나는 적을 제대로 알아 볼 수 없었다면서 자신의 부주의로 2명이나 전사했다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필드 플레인 상사. 그런 건 상사의 잘못이 아니니까 너무 그렇게 자책하지 말게!”
크라우프는 이렇게 작게나마 위로를 해준 뒤 목이 좀 아팠기 때문에 어깨에 손을 얹고 좌우로 목을 좀 움직여 보았다. 그리고는 수저를 들어 전투 식량을 먹으면서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에이린 소위를 물끄러미 지켜보다.
별로 말이 없는 강인한 인상의 그녀는 전혀 나약함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에이린 소위는 어깨 정도까지 반곱슬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었 얼굴도 제법 미인 소리를 들을 정도라 생각 되었다.
“아참! 크라이튼 소위는 어디 출신인가?”
크라우프의 물음에 전투 식량을 입안에 넣고 있던 에이린이 힐끗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저요?”
약간 눈을 크게 뜨는 에이린의 모습을 바라보며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베르베라 출신인데 소위는 어디 출신인가 몰라서 말이네······”
“······그런 건 제 기록을 읽어 보시면 아시는 것 아닙니까?”
“나는 개인 기록 같은 거 잘 안읽어······”
당돌한 그녀의 물음에 그는 핏 웃으며 적절하게 대꾸했다. 에이린은 엷게 웃으면서
“어디 출신이 중요한가요? 저는 에이센 시민권도 가지고 있고 군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복무하고 있습니다.”
에이린의 대답에 그들의 대화를 대수롭지 않게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자신에게 시선이 모아지자 에이린은 꽤나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그것을 물어본 크라우프가 머쓱해 졌다. 하급자의 이런 무례함에 화가 난다기 보다, 그녀의 표정에서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감정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다이레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듣고 있자니, 크라이튼 소위! 페트릴 소령님께 뭐하는 짓인가? 일개 소위가 직속 상관에게 그렇게 대답하라고 배웠나!”
날카롭게 외치는 다이레아의 말에 에이린은 순간 벌덕 일어서 부동 자세를 취하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무례한 언동과 행위에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대답했다. 예의바른 태도 엿지만 그것은 사관학교에서 배운 식이었다. 그런 그녀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에이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무엇인가 울분 같은 것이 깃들어 있는 듯 했다.
“아니, 괜찮네······본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본데······나는 출신이나 과거 같은 것은 따지지 않네······그 개인의 능력 같은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의 대답에 에이린 소위의 눈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일어서 있던 다이레아의 몸이 잠깐 움찔 거렸으나 아무도 알아채지는 못했다. 시선이 크라우프와 부동자세로 서 있는 에이린에게 솔려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크라우프의 눈을 직시하던 에이린 소위가 뭐라고 말을 하려 했을때 크라우프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번 일은 못들은 것으로 하고 없었던 것으로 하겠네!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차후 이번 일을 다시 거론하지 말고 없었던 일로 하게!”
그가 못박아 버리자 다이레아를 비롯한 모두는 다시 전투 식량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이레아가 작게 뭐라고 불퉁 거리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신경쓰지 않은 채 식사에 열중햇다. 아마 피곤함 탓에 얼른 쉬고 싶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후 다이레아는 격납고쪽으로 내려가고 크라우프는 시에나와 함께 음료수를 마시면서 휴게실에 잠깐 앉아 있었다. 그때 에이린 소위가 크라우프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시에나와 함께 있는 크라우프를 보고는 휴게실의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시에나가 핏 웃으면서 음료수를 손에 들고 크라우프에게 인사를 한 뒤 자리를 피해 주었다.
에이린은 약간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표정을 수습하더니 자신의 직속 상관 앞으로 똑바로 걸어왔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부동 자세를 취했다.
“뭐하나?”
크라우프의 물음에 에이린은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고 말하고는 마치 외워온 것처럼 처벌을 원하신다면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크라우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다. 에이린은 그의 말을 이해하기까지 한참이나 걸렸지만 말뜻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크라우프는 자리에 앉으라고 한 다음 음료수를 새로 하나 빼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나? 내가 들어 볼 수 있겠나?”
에이린은 한참 동안이나 말없이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녀가 내 뱉은 말은 놀랍게도 에이센 표준어가 아니었다. 바로 바르디아 표준어였다. 크라우프도 바르디아어를 완벽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는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바르디아인 이민자라는 말을 하는 에이린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출신을 물어보자 불쾌해 하던 그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크라우프는 약간 더듬거리는 바르디아 어로 에이린의 말을 받았다.
[그런 것······숨길 필요······없네······그런 것 때문에 내가······뭐라고 할 것 없어!]크라우프의 대답에 에이린은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바르디아인이라고 하면 마치 서커스단의 원숭이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정말로 싫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이 바르디아인이라는 것을 숨긴다고 대답했다.
“나도 숨기는 것이 있으니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말게. 자네를 비롯해 바르디아인들 모두 단지 바르디아인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차별받고 불이익을 받는다면, 이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런 것은 없도록 할 것이네!”
크라우프의 대답에 에이린은 다시 한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아까는 크라우프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려는 것으로 오해했다고 대답했다. 그녀의 말에 크라우프는 하핫 웃으면서 음료수를 입안에 흘려 넣었다.
“내가 그렇게 치사한 사람으로 보이나? 크라이튼 소위?”
그러자 에이린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도 좋다고 허락해 주면서 되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바르디아인이라는 사실을 숨겨 달라고 거듭 부탁을 했다. 그는 염려 말라는 말을 했고 에이린은 다시 한번 감사 하다는 말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크라우프는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바르디아인이 이곳 아이크까지 와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무슨 깊은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하면서 에이린이 남기고 간 음료수를 집어들어 입을 대고 마시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의 입술이 닿았던 부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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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당히 늦었습니다…조아라도 이상했지만…한가지 이유가 더 있었더랩니다…
뭐냐구요? 저랑 작가넘이랑 쓰는 키보드에는 ‘Sleep’과 ‘Wake up’이라고 적혀있는 버튼(키라고 해야하나?)이 있습니다…
수정이 거의 끝났을 무렵…작가넘이랑 장난을 치다가 실수로 ‘Sleep’이라는 버튼(…이라고 하겠습니다)을 눌러버렷더랍니다…
…화면의 한 가운데에…”잠깐 잘라고 하니께 쪼매만 기둘리쇼~”…라는 메시지창이 뜨더군요…
…순간 불길한 기분이 들었지만 별일 있겠냐는 안일한ㅡ_ㅡ 마음으로 가만히 있었더랩니다…
잠시뒤…’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컴이 잠을ㅡ_ㅡ 자더군요…
…그런데…아무리 ‘Wake up’버튼을 쎄빠지게 눌러도 당췌 깨어날 줄을 모르는 겁니다~!! ㅡ_ㅡ;;
…결국 한 3분을 삽질한 후…살포시…’RESET’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정한 거요?…훗…저의 귀차니즘을 얕보지 마십시오!! -ㅅ-; …다 날아가서 또 고쳐야 했답니다…T^T
아~아~…이번화에도 오타가 무지무지무지~ 많겠군요…흑…ㅡ_ㅡ;;;;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무사히(!!!) 한편 올립니다…Next-21…
컴…바꿀까…나…-_-)/~
그리고…궁금한 점…하나…도대체 왜 여자 아바타 그림이 나오는 겁니까? 그리고 왜 생성이 안되는 거지요? 흑흑…이뿌게 꾸미고 싶었는데…우에에~ㅇ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7월 13일 06시 40분 크라우프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먼저 식사를 하고있던 에이린을 보고 가볍게 인사를 해 준 뒤 자리에 앉았다. 잠시 뒤에 시에나가 머리를 추스르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크라우프는 방금전까지 시에나의 몸에서 느껴졌던 그 따스함이 다시 전해져 오는 것 같아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시에나는 별다른 말 없이 자리에 앉아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크라우프는 음식을 입안에 떠 넣으면서 식당에서 TV를 통해 아침 뉴스를 지켜보았다. 그곳에서는 네페르 행성계에서 지상전이 벌어졌다는 내용이 방영되고 있었다. 일부 파츠 베이스군 잔당들이 항복하지 않고 민간인으로 위장해 행성에 강하한 강습 해병대와 공간 기갑병들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그 숫자가 얼마 되지 않고, 투입된 부대가 압도적인 화력을 갖추고 있는 에이센군 정예 보병 부대이니 쉽게 이들의 저항을 무너 뜨리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으로 뉴스의 멘트를 끝내고 있었다. 지상전에 대한 뉴스가 끝나고 파츠 베이스가 조건부 휴전을 제안해 왔다는 내용이 짤막하게 보도되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에이센 군부의 반응은 하나도 보도되지 않았다.
에이린은 묵묵히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크라우프는 그녀를 한번 돌아 본 뒤 가볍게 하품을 했다. 지상전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네페르와 알베르 행성계를 영구적으로 탈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파츠 베이스의 위협을 제거하여 안전한 민간 화물선의 항로를 확보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충분하게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크라우프는 슬쩍 고개를 돌려 식당밖으로 향하는 에이린의 옆 모습을 지켜보았다. 제법 괜찮은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특유의 강인한 이미지라고 할까 든든한 동료 같다는 느낌은 들어도 별로 여성적인 매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크라우프는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시에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면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더할 수 없이 맑은 하늘. 그리고 그 앞으로 펼쳐져 있는 푸른 바다. 따사롭게만 느껴지는 적도 부근의 햇살······
이 모든 것들을 가르고 대지 포탄이 날아 들어와 큰 폭발이 일어났다.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 퍼지자 선두에 선 바리스타들의 뒤를 따라 장갑차에 탑승한 채 전진하고 있는 강습해병들과 공간기갑병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폭발의 충격으로 차량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고 장갑차량의 안에서는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양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거나 무엇인가를 중얼 거리고 있었다.
야이다 크라프트 호우드 윙게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강습해병대 소속의 중사는 다른 사람들과는 사뭇다르게 차분한 표정으로 장갑차 속에 앉아 있었다. 그는 묵묵히 고개를 숙여 시계를 내려 보았다. 자신이 언제 죽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죽게 되는 정확한 시간이라도 알고 싶은 것인가, 왜 자꾸 시계를 내려 보는 것인지는 야이다 자신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