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04
엘레비아는 철수를 지휘하는 와중에 10여기의 자카운들이 무려 40여기의 엘윈들을 상대로 거의 일방적으로 학살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 멀리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레이더 반응과 모니터에 어슴프레 비춰지고 있는 화면으로 볼 때, 그 10기의 자카운들은 4배나 많은 엘윈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젠장! 저녀석들이다!”
그녀는 그것이 크라우프라는 생각에 당장에 달려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둑 같았지만, 에이센군 응원함대가 연이어 도착하여 계속해 바리스타들을 내보내고 있었기 어쩔 수 없이 철수해야 했다.
에이센군은 바리스타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철수에 상당한 차질을 빗고 있는 자신들을 그대로 놓아 보내지 않으려는 듯 경비함 10척을 전진시키면서 퇴각하는 바리스타 부대의 꼬리 부분을 부딪쳐 왔다. 이렇게 되자 미처 철수를 못하고 있던 엘윈들이 적의 추격에 휘말려 학살 당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엘레비아는 이를 악문 채 바리스타를 움직여 나갔다. 이미 자신의 중대원들이 모두 철수한 것을 확인한 그녀였기 때문에 마음껏 바리스타를 움직일 수 있었다.
크라우프는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시고는 다이레아를 돌아보며 이제 간신히 승리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비록 기지의 방어시설에 많은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전투를 끝낼 수 있었다.
“끝이군······”
그는 짧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크라우프는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 그렘벨 기지에서 증원된 30척 정도의 전함들이 포격을 가하면서 바리스타들을 내보내 파츠 베이스군을 몰아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적을 몰아 냈다는 안도감이 크라우프를 찾아왔다.
적들이 퇴각하기 바로 전 방어를 펼치고 있던 크라우프 휘하의 전함들에 공격을 가해 4척을 추가로 격침시켜 버리자, 크라우프는 총 26척의 휘하 전함대 중 10척을 제외한 나머지를 잃어 버리게 되었다. 그는 잠시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서 전투의 뒷수습을 할 것을 지시했다. 자신 휘하의 부대는 이미 기력이 빠질대로 빠져 추격할 여력조차 없었기 때문에 내린 명령이었다,
바로 그때 퇴각하고 있던 파츠 베이스군의 발목을 붙잡기 위해 추격해 들어갔던 그렘벨 기지 소속의 10척의 경비함들 중 선두에 있던 2척이 거의 동시에 폭발을 일으켰다.
“뭐야?”
크라우프는 갑작스레 함정이 파괴되자 당황한 표정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마치 이어지듯 추가로 경비함 1척이 또다시 파괴되었고, 마치 무슨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남은 7척의 경비함들이 대공포를 사방으로 쏟아내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엇인가 번쩍이는 것이 경비함들 사이를 누비며 다니자, 나머지 7척의 경비함 중에서 6척이 순식간에 폭발을 일으켰다. 눈으로 그 놀라운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모든 에이센군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거리가 상당히 멀었고 폭발의 여파로 생긴 노이즈 때문에 적의 정확한 정체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크라우프는 왠지 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예리한 눈에는 무엇인가 한줄기 빛이 보였던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휘부에서는 그 8척의 경비함이 적 바리스타 부대의 반격에 격침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가 종결되었을 때 살아남은 1척이 가져온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그 8척ㅢ 경비함이 단 1기의 파츠 베이스군 신형기에 의해서 격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데이터에서 보여지는 적기의 움직임은 인간의 그것이 아닌 것처럼 보여졋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악하고 있는 사람들의 틈에서 오직 크라우프만이 손으로 턱을 괸 채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9월 3일 20시가 되어서 뷰렉 기지 주변에서 전투 행위가 종결되었다. 쉐프턴 소령과 에이린은 살아 남았지만, 그들은 대다수의 대대원들을 잃어 버렸다. 적기도 400기 가까이 격추 시켰지만 에이센군은 무려 18척의 전함을 잃고 250기 가까운 바리스타를 잃었다. 그리고 뷰렉 기지의 대공 방어 시스템 상당수가 파괴되어 버렸다. 크라우프는 부상자들을 회수하도록 지시하며서 잔여 부대를 재편성해 주변의 초계 활동을 강화 하도록 했다.
전투후 수습이 진행되면서 전투 결과가 속속 집계되었는데, 시에나는 파츠 베이스군 바리스타 51기를 이번 전투에서 격추시켰다. 이것으로 시에나 자신은 파일럿이 된 이후 적기 격추 138기를 기록하게 되었다. 동료들이 축하를 해주기는 했지만 시에나는 별로 기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워낙 전사한 자들이 많았고, 아군 피해가 컸기 때문이었다.
뷰렉 기지의 병원 시설로는 부상자의 수용을 모두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야전 침대로 임시 병상을 꾸밀 수 밖에 없었다. 이때문에 기지의 통로에는 부상병들의 신음소리가 넘쳐나게 되었지만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에나와 디네스는 바리스타에서 내리자 마자 휴식도 잊은 채 사람들 사이를 돌아 다니면서 부상자들을 간호하는데 애썼다. 이런 그녀들의 모습에 전투를 마친 사람들도 부상자들을 돌보기 위해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9월 4일 02시가 다 되어서야 어느 정도 전후 수습이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탈출 포트들이 회수되었고, 부상자들을 가득 실은 경비함들이 그렘벨 기지로 출발하면서 뷰렉 기지는 한숨을 놓게 되었다.
그렘벨 기지에 전투 결과 보고를 마친 크라우프는 주요 지휘관들을 불려 들여 이들을 다독여 주었다. 특히 그는 함대 지휘관들과 기지의 수비대 지휘관들을 위로해 주면서
“내가 부족해서 일이 이렇게 되었네. 열심히 싸워준 귀관들에게는 진정으로 미안하네!”
크라우프는 모두들에게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을 하면서 열심히 싸워준 지휘관들을 다독여 주었다. 이번 전투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시에나와 디네스, 우즌 리베라 중사의 활약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시에나가 51기, 디네스가 13기, 우즌 리베라 중사가 19기의 적 바리스타를 격추시켰고, 이들이 격추시킨 적기의 숫자는 공동으로 격추시킨 것까지 포함하면 전체 격추 확인 기수의 1/4을 넘어설 정도였다. 단 3명이 이룩한 전과가 너무 대단하자 사람들은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칭찬하기에 열을 올렸다.
크라우프는 이들이 전투를 마치고 귀환해서도 부상자들의 치료와 구호에 열심이었다는 보고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가 따로 이들을 불러 칭찬해 주려고 하자 다이레아는 이들 세 사람보다 동력로를 수비해낸 에이린을 위로해 주라고 말했다. 그리고 드러나지 않기는 하지만 시리나와 넥스 대위 같은 사람들도 최선을 다해 싸웠으니 이들도 빠뜨려서는 안된다고 덧붙여 주었다.
“그래, 그렇군. 고마워······다이레아”
그는 빙긋 웃으면서 다이레아에게도 수고했다는 말을 했다. 그녀가 곁에서 침착하게 자신을 이끌어준 덕분에 크라우프는 처음으로 모든 전투를 지휘통제실에 앉아서 지휘하게 된 것이었다고 말하자, 다이레아는 쑥쓰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모함으로 귀환한 엘레비아는 뜻밖에도 자신들의 피해가 400기가 넘는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라 버렸다. 모든 상황이 자신들에게 어느 정도 유리하다 싶었는데도 그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는것이 믿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에이센군의 저항이 그 만큼 완강했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었다.
“엘레비아~ 대단하더라~”
그녀가 저투 결과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목하고 있을 때,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루밀이 엘레비아를 발견하고는 쪼르륵 달려 오더니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허리를 잔뜩 앞으로 숙이며 눈을 도으랗게 뜨고는 앉아 있는 엘레비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응? 왜?”
의아한 표정으로 루밀을 바라보는 엘레비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팔장을 낀채로 대단했다고 연거푸 칭찬을 해댔다.
“너 말이야. 전투에는 별로 참가하지 않더니 마지막에 경비함 8척을 단숨에 격침시켜 버렸잖아! 저비스가 그 사실 보고했고 사령부에서 너 찾는 것 같아! 가봐! 가봐! 가봐!”
이번 전투에서 생각보다 부하를 많이 잃지 않은 루밀은 다행이라는 듯 말을 잇고 있었다. 엘레비아는 머쓱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루밀도 그녀의 뒤를 따라 오면서 양손을 머리 뒤로 모아 잡으면서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면서 볼을 잔뜩 부풀리면서 엘레비아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뭐 기분 나쁜 거 있어?”
언제나 불퉁거릴 일이 있으면 루밀이 하는 것이 볼 부풀리기였기 때문에 엘레비아는 다소 퉁명스러운 듯 목소리로 물었다. 루밀은 이내 볼을 속 집어 넣더니 헤헷 웃으면서
“아니! 아니! 아니! 이제 우리 네드 크라이처로 귀환한다!”
“뭐? 정말?”
갑자기 들려온 정보에 엘레비아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루밀을 바라보았다. 루밀은 그녀가 예상대로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자 마치 고양이처럼 웃으면서
“맞아! 맞아! 저비스가 그랬어······일단 우리들을 이곳에서 뺀다고 하더라고. 네드 크라이처의 룸네로 귀환할 예정이라더라!”
루밀의 말에 엘레비아는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 루밀은 그것이 좋은 듯 이죽 거리고 있다가 잠시 그 자세로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나직이 중얼 거렸다.
“······빌어먹을 녀석들 같으니라고! 후방으로 빼낼꺼면 왜 싸우라고 한거야?”
그녀가 한 말을 들은 엘레비아는 잠시 말을 끊으며 루밀의 슬픈듯한 눈을 바라 보았다. 입으로는 웃고 있는 루밀이었지만, 눈가에는 어느새 자은 물바울들이 달려 있었다. 이내 헤헷 웃으면서 하품을 하는 척하는 루밀을 바라보던 엘레비아는 칼루야 상위가 찾는다고 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루밀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9월 4일 04시 30분 뷰렉 기지 주변에서 생존자의 수색이 끝나고 기지가 정상으로 가동되기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이때, 에이린은 다른 중대원들처럼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기지의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전함이 정박해 있는 우주항으로 통하는 통로를 수비했다. 적들이 빔 바주카로 통로를 막아 놓은 게이트를 파괴하고 적들의 신형기가 메인 카메라를 번뜩이면서 다가오는 모습과, 수없이 들려온 비명들이 아직까지도 그녀의 귓가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사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마음을 다잡기도 힘들었다.
“마음이 좀 어지러운가?”
갑자기 그녀의 뒤쪽에서 크라우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깜작 놀란 에이린이 뒤돌아 보니 그가 서 있었다. 당황하는 에이린의 모습을 보면서 크라우프는 잠자기 힘들면 같이 차라도 마시겠냐고 물었다.
“예······”
에이린은 의외로 순순하게 대답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의아하게 생각 되었다. 자기도 모르게 크라우프를 따라서 그의 방으로 걸어 들어오게 되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크라우프는 브랜디를 한잔 따라 주었다. 에이린은 크라우프가 시에나가 아니면 다이레아와 같이 잠잘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그 두 사람은 이 방에 없었다.
“피곤하지 않으세요?”
에이린은 브랜디를 먼저 한모금 마시면서 물었다.
“아? 그럭저럭······나야 별로 한일이 없었으니 말이야······에이린이 수고 많았지.”
그의 말에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고 대답하면서 브랜디를 다시 한모금 마셨다. 그것을 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브랜디를 병째 내놓으면서 자신도 잔을 가지고 에이린의 앞에 앉았다.
“가장 어려운 일을 맡아 잘해 주었어······”
크라우프의 칭찬에 에이린은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리고 중령님의 지휘 덕분에 잘 싸울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크라우프는 그녀의 입에 발린 듯한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젓고는
“나보다 자네들이 열심히 싸워준 덕분이지.”
“네······”
이후에도 두 사람은 브랜디를 나누어 마시면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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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죽여 주시옵소서~~~ m(_ _)m
…제가 아니라 작가넘을요…아니, 진짜로요…
에이린이 싸웠던 통로에 대한 설정이 전혀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관계로 거의 새로 쓰다시피 했습니다…
수정을 시작한 것이 19시 35분 경…지금이 21시 35분…
…내 이놈을 당장에~~~!!!!!!!!!!
그리고 오타 지적해주신 분들…감사드립니다…m(_ _)m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43…
작가는 지금 자신의 양심이 위치한 신체의 두군데에 손을 얹고 반성중입니다…
한 곳은 심장…다른 한 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Hint…City Hunter를 읽어 보신 분이라면 아실만한 부위입니다…^_^)/~
그나저나…Jotto…또 꽝이군요…쩝…ㅡ_ㅡ; (버리지 못하는 대박의 꿈이여…-ㅅ-)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에이린은 크라우프의 방에 들어서면서 그가 전에 자신과 섹스를 한 일을 가지고 못되게 굴 것을 걱정했지만, 크라우프는 다행히도 그런 말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에이린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써 주었다. 자신이 군대에서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이며, 전에 시에나와 함께 처음 부대에 들어가게 되었을때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과장을 섞어가며 말해 에이린이 웃을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는 사관 학교에서 혹한기 적응 훈련을 할때는 정말로 죽을 맛이었다고 하면서, 설산에 고립되어 얼어죽을 뻔 했던 것을 동료들이 서로 부둥켜 앉고 체온으로 2일 간이나 버텨냈던 일을 설명 하면서 눈을 뒤집으며 죽는 시늉까지 해 그녀를 기어이 웃게 만들었다.
에이린은 풀썩 웃으며 자신도 같은 훈련을 받았는데 그때 같이 잠자리에 든 동기생과 한 침낭 속에서 잠자니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머리를 탁 치며 그런 수도 있었구나 하며 과장된 몸짓으로 감탄사를 터트리던 크라우프는 어릴적 여동생과 함께 산장에 같이 놀라 갔는데 동생인 디나가 숲속에서 길을 잃어 찾아 다니다가 자신도 길을 잃었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디나는 그날밤 산장을 잘 찾아 왔는데 자신은 숲속에서 일주일 넘게 헤매고 다니다가 겨우 구조대에 의해서 구조 되었다고 말했다.
“아마 내가 타고난 방향치라서 그랬던 것 같아!”
서로 즐겁게 떠들며 술잔을비우던 그들은 마시던 브랜디가 떨어지자 침묵에 빠져 들었다. 에이린은 빈 잔을 손에 들고 빙빙 돌리면서 크라우프와 함께 있으니 즐겁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잔이 비어있는 것을 본 크라우프가 새병을 가져와 에이린의 잔을 채워 주려하자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더 안마실래?”
그의 질문에 에이린은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싫다고 말했다.
“그래 그럼······”
크라우프는 술병을 옆으로 치우면서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에이린······부모님은 살아 계셔?”
“네? 예······베르베라에 살고 계세요. 집이 콜로니에 있어요.”
에이린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콜로니에서 사는 것이 어렵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럭저럭요······부모님은 저보고······군에 들어가라고 하셨어요. 에이센인으로 살려면 에이센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하시면서요.”
빙긋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크라우프는 그렇다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을 듣고 있자니 에이센인으로서······오히려 내가 부끄러워지는데?”
크라우프가 어깨를 으쓱하며 조금 과장된 말투로 에이린을 추켜세우자 한참을 소리죽여 웃던 에이린은 차츰 자신이 베르베라에 오게 되면서 겪게 된 일들을 말해 주었다. 어릴적 부모님과 고향을 떠나 에이센으로 이주를 하게 되면서 오랜 우주 여행을 했던 일과 처음 정착하려 했을 때 고단했던 일들을 늘어 놓았다.
어느새 크라우프는 에이린의 옆으로 다가와 앉아 있었다. 술기운이 어느정도 올라있던 에이린은 크라우프가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도 모르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크라우프는 에이린의 푸념을 들으며 다 이해한다는 말을 하면서 그녀의 어깨를 쓸어 만지고 있었다. 그 감촉에 퍼뜩 정신을 차린 에이린은 크라우프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크라우프의 손길을 거부하고 싶었다. 지난번에 관계를 가졌을 때 크라우프는 자신이 싫다고 하자 쉽게 물러서 주었었다. 지금도 싫다고 말하면 물러서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에이린은 그가 자신을 부드럽게 만지고 있는 그 감촉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 졌다.
말없이 조금 고개를 숙이며 가만히 있던 에이린은 갑자기 몸을 돌려 크라우프의 목을 덥썩 끌어 안았다. 그런 뒤 고개를 옆으로 슬쩍 숙이면서 키스를 해왔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약간 놀라는 크라우프였다.
“잠깐만요······”
키스가 끝난 뒤 그녀는 조금 뒤로 물러서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었다. 자신의 허전함을 해결하기 위함이라고나 할까 자신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서 일까. 처음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던 크라우프에게 자신이 다가선 것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어저면 단순히 지금을 즐기고 싶었을 뿐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같은 시각 오랜시간 잠들어 있던 시에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꿈한번 안꾸고 깊게 잔 것 같았다. 화장실을 한번 다녀온 시에나는 에이린은 잘 자고 있나 걱정이 되어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또다시 험한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슬쩍 문을 열어보았는데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응?”
혹시나 싶어 문을 조금만 연 채 안을 들여다 보았다. 들여다 본 방에 에이린은 없었다. 그냥 돌아오지 않았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자 시에나는 조금 삐죽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싶어진 시에나는 크라우프가 묵고 있는 방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방으로 향하면서 시에나는 크라우프는 아마 다이레아와 함께 잠자리에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떠오르는 생각을 떨쳐 버리려 했다. 쓸데 없는 생각이라 싶어 왜 이러냐고 스스로에게 자답하고 있을때 그녀는 어느새 크라우프의 방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에나가 자기도 모르게 문을 잡고 조금 열었을 때, 그녀는 안쪽에서 남녀가 신음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응?”
본래대로라면 보지 않아야 하겠지만 그녀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살짝 고개를 들어 안을 바라보았다. 크라우프는 소파에 등을 기댄 채로 누워 있었고 등을 보이고 있는 여성이 그의 허벅지에 올라탄 채 짧게 신음소리를 지르면서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이레아가 아니잖아?’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누구인지를 살펴본 시에나는 그 여성이 에이린임을 깨닫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으휴······또······”
작게 한숨을 내쉰 시에나는 방안의 교성이 점점 커지자 슬쩍 문을 닫고는 되돌아 섰다. 크라우프가 에이린과도 관계를 가지는 것이다. 이제껏 에이린은 크라우프를 그렇게 달가워 하지는 않은 눈치였다. 하지만 지금 방안에 있는여성은 분명히 에이린이었다. 분명히 크라우프가 어떤 수를 써 에이린이 자신에게 빠지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크라우프는 유전인지는 몰라도 여자에게 무엇인가 특별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있었다.
잠시간 문에 기댄채 방안에서 들려오던 신음소리를 듣고 있던 시에나는, 방안에서 짧은 비명이 들린 후 잠잠해지자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왼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조금 질투심이 일기는 했지만 시에나는 크라우프가 하는 일이니 자신이 뭐라고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에이린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제법 좋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시에나는 그가 잘되기를 빌면서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앞으로도 이럴 일이 많을 것이 분명하니 시에나는 일일이 질투심 같은 것을 내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저절로 한숨이 내쉬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에휴~나도 참······”
시에나는 양손으로 다시 한번 머리카락을 뒤로 추어 올리면서 침대에 몸을 눕혔다.
9월 6일 14시 20분 엘레비아는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의 룸네로 귀환하고 있는 모함 바우터 크라이스호의 안에서 간만에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격 항공모함 바우터 크라이스호는 지난 뷰렉 기지 공격에 대한 작전을 끝마치고 난 뒤 루밀이 말했던 대로 룸네로 귀환할 것을 명령 받았다.
엘레비아는 간만에 찾아온 한가함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잠이라도 푹 자두고 싶었지만 타고난 부지런함 때문인지 그렇게 하기에는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녀는 칼루야 상위가 바우터 크라이스호의 함장에게 불려 간 사이 휴게실에 앉았다. 같이 휴게실에 있던 루밀이 단말기를 조작해 TV가 나오도록 만들었고, 휴게실에 모여있던 할일이 없는 모두는 그 뉴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뉴스에서는 네페르에서 벌어진 지상 전투가 아직까지도 종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네페르의 헤케르 시티 방어 사령관이 9월 5일자로 촬영된 방송 인터뷰에 출현해 시내 일부에 에이센군이 진주해 있기는 해도 아직 완전하게 저항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영상이 보도되고 있었다.
“대단하다. 저곳에서는······”
트라멜 중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네페르에서 죽어가고 있는 동료들을 어떻게 구해줄 수 없는 자신들이 참으로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
뉴스에서는 헤케르 시티에서 지상전이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로켓 추진식 수류탄을 사용해 9월 5일 하루 동안에만 에이센군 장갑차와 전차를 100대 가까이 격파해 냈다고 보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