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16
….흑….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57…
테르미도르님…그 “딱” 연상되는 장면…작가넘이 말하기를…핀란드 영화 ‘Winter War’,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미국 드라마와 영화…총 3편에서 영감-즉 삘~-을 받았답니다…
이것도 혹 저작권…이라면 대략 낭패~!! -ㅁ-;;;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11월 13일 크라우프 페트릴 중령은 자신의 전함 마가렛 디어첼 호의 함상에서 앉아 짧게 숨을 들어 마시며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는 우주의 모습을 바라보고 이었다. 함교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의 옆에 설치되어 있는 전술용 모니터에는 다이레아가 알아낸 파츠 베이스 함대의 보급함대 운항표가 보여지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적 보급함대의 운항 예정을 한번 더 꼼꼼하게 살펴 보고는 만족스런 미소를 띄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크라우프는 다이레아가 분석해 낸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이제까지 은거하고 있던 38번 기지를 버리고 함대를 출격해 나왔다. 38번 기지에서 잡은 파츠 베이스군 포로 3천 명도 내버려 둘 수 없어 이들을 모두 나포한 수송함에 나누어 싣고 전장으로 끌고 나오게 되었다. 다이레아는 모조리 죽여 버리는 것이 속편할 것이라고 했지만 많은 부하들이 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시계가 04시 30분을 가리키자 초조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시계를 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려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의 옆에 앉아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는 다이레아의 눈에도 피곤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 며칠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않은 채 애써주고 있었다.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크라우프의 마음 한켠에는 미안함도 가득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잠시 나중으로 미루어 두며 크라우프는 지금 당장에 자신이 벌여야할 작전에 대해 한번 되짚어 보았다.
예정표대로라면 파츠 베이스 보급함대 500척이 룸네를 출발해서 05시 정각 지금 자신들이 매복해 있는 곳에 출현할 것이다. 입수된 적의 암호 통신을 해독한 결과 그동안 보급함대가 한번도 공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했던지 500척의 보급함대에 호위함으로 따라오는 것은 겨우 10척 남짓한 경비함들이 전부였다. 그정도의 전력이라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전력으로 공격해 충분히 전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뒤 다이레아가 생각해 두었던 대로 행동할 예정이었다. 사실 그녀가 제시한 작전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였지만, 크라우프가 내놓았던 강행 돌파 작전 보다는 위험성이 덜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녀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크라우프는 가만히 앉아서 굶어 죽는 것 보다 이렇게라도 하여 조금이라도 에이센을 위해 보탬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에이센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는 크라우프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파츠 베이스군의 보급에 조금이나마 타격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는 38번 기지에서 출발하기 전 함대 장병들에게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연설을 했다.
“여러분 모두 현재 우리들이 적진 한가운데 매우 곤란한 지경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지금의 곤란함을 이겨내고 파츠 베이스군의 생명줄인 보급함대를 공격해서 이들을 모조리 격침시켜 버릴 것입니다. 모두 힘들고 괴로운 시기이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황제 폐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은 마땅히 최선을 다해 어떤 상황에 빠져 있더라도 파츠 베이스를 자칭하는 반역자의 무리들에게 에이센군인의 힘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에게 이 나 크라우프 페트릴이 할 수 있는 약속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나는 여러분들과 함께 이 고난을 헤쳐 나갈 것입니다. 이상!”
크라우프는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번 연설이 썩 잘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연설을 한 때를 생각하며 크라우프는 잠시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예정표대로 파츠 베이스 보급함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다면 어떻게 될까 싶었다.
‘제발 나와야 할 것인데······’
분명 보급함대는 자신들이 이곳에 매복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예정대로 출현한다면 죽으러 나오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간절하게 남이 죽으러 나와 주기를 바라는 자신이 우스웠다. 자신은 현재 21세로서 중령 계급장을 어깨에 달고 있었다. 자신과 똑같은 수천만, 아니 쓸어 담을 수 없을 만큼의 같은 계급장을 어깨에 달고 있는 중령들 속에서 그 자신은 무엇인가 싶었다. 크라우프 자신은 단지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남들 보다 조금 운이 더 좋았을 뿐 이제까지 자신이 전체에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대세의 흐름에 따라 흘러갈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크라우프는 그 대세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건을 그 자신 스스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니 크라우프는 적잖게 흥분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까지 위험한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크라우프 자신의 지론이었지만 지금의 이런 행동은 그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도 달랐다.
그는 아버님과 어머님들의 말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당연한 듯 군인이 되었다. 다른 것을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군인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막연하게 지금의 이런 군인으로서의 경험이 나중을 위해서 아주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절실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학생의 자세로 일관했을 뿐이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며 여러가지 사건이 있은 후, 자신에게 시에나와 다이레아를 비롯한 여러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깨달았을 때, 크라우프는 슬며시 미소지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의 상황만 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사람들의 기대에 숨이 막혀버릴 것 같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크라우프는 조금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서 왼손으로 그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곁눈질로 바라보던 다이레아가 옆에서 너무 불안해 하시지 말라고 슬쩍 말을 걸어왔다.
“아? 그래······”
그는 자신에게 이만큼이나 애써주고 있는 다이레아 보기가 꽤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무척이나 애를 써주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전 언제나 이렇게 애써주는데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했을 때, 갑작스러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던 다이레아는 갑자기 자신을 사랑하냐고 물었었다. 그는 당연히 다이레아를 사랑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사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시에나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는 별도로 다이레아에게도 그런 감정이 생겨난 것이다. 그크라우프의 확고한 의지가 담긴 대답을 들은 다이레아는 그걸로 충분하다며, 그러니 고맙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며 빙긋 웃기만했다. 그렇게 되니 오히려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많이 괴로웠다.
갑작스레 들려오는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크라우프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전방에 워프아웃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정확하게 0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적의 보급함대 지휘관이 매우 성실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하게 시간표를 지켜준 것이다. 아공간 워프를 끝마친 보급함대가 그 모습을 드러내자 크라우프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550척 규모의 함대가 정확하게 관측되었다. 10척 정도는 경비함으로 추정되고 나머지 540척은 모두 수송함들이었다. 각 수송함들은 뒤쪽으로 보급물자가 가득 들어있을 것이 분명한 컨테이너를 마치 기차처럼 길게 이어 붙이고 있었다. 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마치 지네떼가 뭉쳐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나타났군요.”
긴장한 듯 약간 잠겨있는 다이레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우프는 적이 자신들이 매복해 있는 곳으로 정확히 이동해 오자 곧바로 들자 공격 명령을 내렸다.
05시 02분 크라우프는 최초의 공격 명령을 하달해 내렸고 즉시 대기하고 있던 바리스타 부대를 출격시켰다.
갑자기 포격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파츠 베이스 보급함대는 무척 당황한 듯 보였다. 전혀 예상을 할 수 없는 공격이었고, 더욱이 방금 워프아웃을 한 뒤라서 제대로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방에서 포격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고 바리스타들이 출현해 접근해 들어오자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처 바리어도 제대로 전개를 하지 못해버린 수송함과 컨체이너들이 쏟아지는 포격에 직격당해 불덩어리로 변해버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적의 공격에 안심하고 있던 경비함들이 부랴부랴 방어태세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처 바리스타들을 출격시키기도 전에 고속으로 접근해 들어온 자카운들에게 차례대로 격침되어 버렸다.
전투는 의외로 손쉽게 끝나 버렸다.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그 워프아웃할 지점에서 매복해 대기하고 있던 크라우프 함대에, 무방비의 수송함대는 전혀 손도 쓰지 못하고 차례대로 포격과 바리스타 공격으로 격침되어 버렸던 것이다.
바리스타 부대 공격을 주도한 에이린 잔 크라이튼 중위와 스티브 피럴 넥스 대위의 중대는 도주하려 하고 있던 수송함들로 접근해 들어가 수송함의 함교를 파괴해 행동 불능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물론 빔 라이플로 함교를 날려 버리지는 않고 격투전용 기관포등으로 함교만 전멸시켜 배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식으로 수송함들을 정지시켰다. 재빠르게 도주하기 위해 컨테이너를 분리한 뒤 함수를 되돌리는 수송함도 있었지만, 그들은 미처 속도를 내기도 전에 접근해 들어온 자카운에게 격침당할 수 밖에 없었다.
05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 수송함대 550척은 모조리 격침되거나 크라우프가 지휘하는 함대에 나포되어 버렸다. 각 컨테이너마다 보급물자를 가득 싣고 있던 나포된 파츠 베이스 수송함들의 모습을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바라보던 크라우프는 주변 경계를 지시하면서 재빨리 접근해 들어가 보급 물자들을 옮겨 싣도록 지시했다.
그의 명령을 받은 바리스타 부대들은 물자가 담긴 컨테이너를 억지로 개봉한 뒤 그안에 실려 있는 적재물들을 옮겨 싣기 시작했다. 시간이 촉박하여 대충 필요한 물자만 재빨리 옮겨 실은 크라우프는 온전하게 나포한 적 수송함들 중 20척에 승무원들을 옮겨태워 자신들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포로들도 끌어모아 수송함 5척에 한꺼번에 태워 버렸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실을 수 있을 만큼 보급물자를 적재하고 난 크라우프는 나포한 파츠 베이스군의 수송함과 크라우프 자신의 전 함대의 통신 회선을 모두 개방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에이센쪽으로 집중적으로 통신파를 내보냈다. 암호문이 아닌 평문으로 내보낸 통신에 담긴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이 전문을 5번 반복해 전 회선을 통해 내보낸 뒤 크라우프는 끌고갈 수 없는 파츠 베이스군 수송함을 격침시키도록 지시했다. 잠시 빔이 줄기줄기 뻗어가며 허공에 볼썽사납게 방치되어 있는 파츠 베이스의 수송함과 컨테이너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적의 물자를 파괴하자 그는 바리스타 부대에게 자잘한 처리를 하도록 하고는 서둘러 함수를 돌리기 시작했다. 혹여 적의 정찰함대가 근처에 있다면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일수도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이탈해야 했기 때문이다. 멀정한 상태로 나포되었던 수송함들도 자신들이 쓰기로 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바리스타들에 의해 모조리 격침되기 시작했다. 함이 완전히 몸을 돌려 멀어져가기 시작하자 바리스타들도 잔여 함들을 모두 격침시키고 모함대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바리스타를 모두 수용한 크라우프는 전속력으로 그 자리에서 이탈할 것을 명령했다.
약탈지를 벗어나 어느정도 멀리 항해해 오자 크라우프는 마가렛 디어첼호의 항해사에게 파츠 베이스 영토 쪽으로 침로를 잡도록 지시했다. 그의 지시에 항해사가 의아한 듯한 시선을 잠깐 보내기는 했지만 함은 서서히 침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일이 생각보다는 잘 풀렸는데?”
크라우프의 말에 다이레아는 엷게 웃으면서 목소리를 조금 낮추며 걱정을 했다.
“하지만 제 생각대로 잘 될지는 솔직히 걱정입니다.”
솔직한 다이레아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말하면서
“이번일 끝나면 휴가를 받아서 느긋하게 쉬자고······로드 멜비스의 휴양지는 꽤 좋다고 하던데 말이야.”
그의 말에 다이레아는 씁쓸히 웃음을 지어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말이 썩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직 적지에 갇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신들의 입장을 생각해 볼 때, 그의 발언은 낙천주의자처럼 보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는 자신이 전혀 죽거나 항복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듣는 사람이 다이레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크라우프가 생각이 없거나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길지도 몰랐다. 하지만 다이레아는 그가 자신에게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살아 남는 것을 생각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대된다고 대답해 주었다. 크라우프가 흡족한 표정을 짓자 다이레아는 그런 그의 모습에서 묘한 행복감 같은 것을 느끼는 자신이 이상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이런 작은 것에 행복한 느낌을 느낀다는 것이 의외로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 느끼며, 다이레아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11월 13일 08시 40분 래리는 작전부참모인 카레트 중장과 함께 파츠 베이스군 아이크 공격 함대 지휘관 콜 브롱 암브로이즈 차수의 방 앞에서 초조한 모습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암브로이즈 차수는 상황이 매우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자 마음이 매우 느긋해진 것 같았다.
래리는 아랫입술을 빨면서 오늘 새벽에 잠이 든 암브로이즈 차수가 빨리 잠에서 깨어 나기를 바랬다. 09시가 다되어 가지만 암브로이즈 차수는 취침 중에 있었던 것이다. 비서관의 말에 따르면 그는 새벽까지 잠들지 않고 있다가 07시가 다되어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래리는 지휘관은 언제나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불규칙하게 생활을 하면 맑은 정신으로 정확한 상황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바보 같은 자식. 밤새 무엇을 하고······’
곁에서 역시나 초조해 하고 있는 카레트 중장을 보며 래리는 기분이 꽤나 나빠졌다. 중장도 아마 암브로이즈 차수를 속으로 욕하면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면회를 요청하자 차수의 비서관이 그를 깨우러 들어갔는데 10여분 가까이 지났으면서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래리가 시계를 내려다 보려했을 바로 그때 비서관이 밖으로 나오면서 안에 들어가 보시라고 말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비서관은 소리없이 표정과 입모양으로 꽤 화가 나신 것 같다는 시늉을 해 보여 주었다. 그렇지만 사안이 시급했기 때문에 래리와 카레트 중장은 그의 모습에는 신경쓰지 않은 채 실례를 무릅쓰고 암브로이즈 차수의 방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인가?”
암브로이즈 차수는 침대에 걸터 앉은 채로 웃옷을 벗은 채로 있었다. 그는 아직도 잠이 달아나지 않은 눈으로 자신의 단잠을 방해한 카레트 중장과 래리를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도 경험많은 군인이니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찾아온 것이 무엇인가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각하! 방금 입수된 정보입니다. 에이센 특수부대의 공격에 아군 수송함대가 전부 당한 것 같습니다!”
카레트 중장이 매우 성급한 어조로 보고를 올렸다. 중장의 보고에 암브로이즈 차수는 그 말을 한참 동안이나 이해하지 못하고 무엇인가 웅얼거리고 있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차수는 크게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목소리와 기세가 워낙 컸기 때문에 오히려 보고를 하러온 두 사람이 놀라 움찔할 정도였다.
“그렇습니다. 05시 정각 후방의 안전 항로 쪽에서 공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암호문이 아닌 평문으로 수신되었기에 혹시 거짓정보가 아닌가 싶어 여러번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마, 확인 결과 사실이었습니다.”
카레트 중장의 보고에 암브로이즈 차수는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을 보더니
“지금 08시 45분 이다. 어떻게 해서 보고가 이렇게 늦었나?”
“보고 계통 지연입니다. 각하, 에이센 특수부대는 수송함대를 전멸시키고 평문으로 전 채널에 걸쳐 수송함대 전멸을 5번에 걸쳐 알리고 도주로에 올랐다고 합니다.”
중장의 다급한 보고에 암브로이즈 차수는 충격때문인지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
그가 어떻게 제대로 지시를 내리지 못하자 카레트 중장은 래리와 의논했던 대로 에이센에 대한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후속한 보급함대가 도착할 때까지 전투를 최대한 회피하는 수 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 이 상태에서 공격을 받게 된다면 아군은 적의 소모전에 말려들게 되어 물자를 소모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래리가 뒤쪽에서 힘을 주어 말을 이었다. 파츠 베이스 함대의 보급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에이센으로서는 특수부대를 후방으로 투입해서 아군의 보급함대의 방심을 노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보급간격이 갑자기 2배로 늘어나게 되고 현재 한창 전쟁중에 있으니 보급물자 부족을 노리고 계략을 꾸민것 같다고 조심스레 자신의 추측을 피력했다.
“큰일이로군······그럼 어떻게 해야 겠나?”
암담한 표정을 지으며 암브로이즈 차수가 질문하자 카레트 중장은 미리 준비하고 있던 대답을 내어놓았다.
“일단 에이센의 반응을 보고 행동해야겠지만 에이센 함대가 공세를 취한다면 전력을 축소키셔 수비 위주로 재편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에이센이 아이크쪽에서부터 반격에 나선다면······아군은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카레트 중장의 대답을 이해 못할 정도로 암브로이즈 차수도 꽉 막힌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쓸데 없는 공명심에 사로잡혀 귀중한 파츠 베이스 함대의 전력에 헛되이 손실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전선을 축소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래리가 다시 한번 권하자 암브로이즈 차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지만 에이센 함대가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면······”
차수가 혹시나하는 기대에 말을 거냈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인터폰이 울리면서 함교에서부터 급전이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암브로이즈 차수의 질문에 함교에 나가 있던 참모장은 긴장된 표정으로 에이센 함대가 공세를 개시했다는 보고를 해 주었다. 참모장이 지시를 요구하자 암브로이즈 차수는 곧 올라가겠다고 대답하면서 인터폰을 내려 놓았다.
“각하!”
카레트 중장의 말에 암브로이즈 차수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두통 때문에 잠시 비틀거렸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에이센의 계략에 말려 들게 된다면 헛되이 병력만 낭비하게 될 뿐이라고 대답했다.
“별 수 없지. 병력을 후퇴시키게!”
암브로이즈 차수는 카레트 중장과 래리의 의견대로 현재 에이센의 공격이 마치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벌어지게 되니 이들의 의도대로 끌려 다닐 수 없다고 하면서 전선을 축소시켜 방어 범위를 좁히도록 조치하라고 말했다.
“보급물자 부족이라······”
그는 래리가 주장했던 보급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짧게 혀를 찼다. 아무리 병력이 강대하다고 해도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강대함이 수그러 든다는 것을 잘 알게 되어 버렸다.
‘젠장할!’
카레트 중장과 래리와 함께 함교로 올라서고 있던 암브로이즈 차수의 마음속에는 작전 실패라는 단어가 벌써부터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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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다음편에 나오지만, 에이센군 사령부가 크라우프와 짜고 치는 고스톱을 친것은 아닙니다…걔들도 몰랐어요…치다보니 판쓸이한 격이지요…^_^;
저 유명한 제갈량도 보급물자 부족으로 위(魏…한자 맞죠? 자신없는 아뒤쥔장…)정벌에서 물먹은 적이 있지요…유명한 고사인 “읍참마속(泣斬馬謖…역시나 맞는지는…;)”의 고사지요…
음…대령승진은 따놓은 당상…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58…
아~ 또 월요일이 왔군요…출근하기 싫어….우에에에에에엥….ㅜ_ㅜ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11월 15일 아이크에 주둔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는 파츠 베이스라는 반역의 무리에게 빼앗긴 로드 멜비스를 다시 탈환하기 위해 병력과 물자를 재집결시킨 뒤 13일 08시 30분을 기해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와 최종 휴전 협정이 맺어진 이후 처음으로 아이크 행성계에 대대적인 침공을 받게 되어 로드 멜비스까지 빼앗기게 된 것은 에이센 군부에게는 나름대로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사전에 어느정도 공격의 징후와 정보를 입수했었기 때문에 미리 적의 공격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로드 멜비스를 빼앗기게 된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파츠 베이스 함대는 로드 멜비스를 함락시킨 뒤 무방비나 다름 없었던 아이크 행성으로 곧바로 진격해 오지 않은 채, 확보한 로드 멜비스의 주변 제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파츠 베이스의 이러한 행동이 보다 확고하게 로드 멜비스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한 후 전력을 모아 단숨에 아이크로 밀고 들어오려는 계획이라는 것을 에이센 함대 사령부는 잘 알고 있었다.
에이센군은 사전에 그 공격 의도를 분쇄하기 위해 13일 08시 30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에이센 함대 사령부가 공격을 결정하기 바로 직전에 확인 불명의 통신 전문이 입수되었다. 모든 통신회선을 통해 입수된 전문은 파츠 베이스의 수송함대를 계획대로 전멸시켰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암호문이 아닌 평문으로 수신된 이 통신문의 진위를 놓고 13일 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아이크의 에이센 함대 사령부는 고심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전문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파츠 베이스 함대는 수송함대 하나를 잃어버린 것이 되어 약 3일간 극심한 물자의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했고, 지금 자신들이 공격하는 것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전문이 사실이 아니며 파츠 베이스에서 일부러 내보낸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적의 계략이라면 멋모르고 공격해 들어간 에이센은 파츠 베이스의 계략에 빠져들게 되어 막대한 손해를 입게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에이센군 사령부는 확실치 않은 이 전문의 내용을 글자 그대로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것을 미확인 정보로 처리하고 파츠 베이스군의 공작으로 치부해 버렸다.
그렇지만 이 전문이 입수된 시기와 반격을 실행하려 했던 시기가 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에이센군 사령부는 현재 자신들이 공격하는 것이 파츠 베이스의 유인책에 휘말려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이런 전문 내용과는 상관없이 공격이 결정 된 사항이었고 이것과는 다르게 반격 작전이 계획되었기 때문에 아이크의 에이센 함대 사령부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채였지만 공격 명령을 내었다.
13일 08시 30분의 첫 공격 명령이 하달됨과 동시에 미리 계획되어진 반격 작전 명령이 차례대로 파츠 베이스 함대와 대치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에 하달되었다.
곧바로 전 전선에 걸쳐 전투가 시작되었고, 10시까지 파츠 베이스 함대는 그럭저럭 에이센 함대를 상대로 비슷하게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10시 20분이 되자 파츠 베이스 함대가 최전선의 병력을 차츰 철수시키면서 전선을 축소시키기 시작하는 것이 차례로 관측되기 시작했다.
마땅히 전세가 불리하다면 전력을 후퇴시켜 전선을 축소해 방어 범위를 좁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간 어느정도 우세한 전투를 벌이던 파츠 베이스 함대는 에이센군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전력을 전선에서 빼내 후방으로 배치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날짜가 11월 14일을 가리켰을 때 파츠 베이스 함대는 아이크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확실하게 드러나던 함대 배치에서, 로드 멜비스를 중심으로 한 방어를 중심으로 한 전선을 재편성했던 것이다.
이런 파츠 베이스 함대의 병력배치 때문에 적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에이센 함대 사령부는 파츠 베이스 함대가 자신들을 유인해 내려는 계획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덕분에 적극적으로 로드 멜비스쪽으로 함대를 내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의 갑작스러운 전선 축소와 현재 상황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런 병력 배치 때문에 에이센 함대 사령부에서는 뜻하지 않게 격론이 벌어지게 되었다.
대다수의 함대 지휘관들이 이것은 파츠 베이스 함대의 계략이 분명하다고 하면서 적의 의도를 충분하게 알아 본 연후에 진격을 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초반 잔뜩 기세를 올리고 손쉽게 로드 멜비스까지 진격해 나왔던 파츠 베이스 함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츠 베이스군이 초반에 강력한 공격 작전을 벌여 아이크까지 위태롭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거의 전투다운 전투도 하지 않은 채 후퇴해서 전선을 축소시켜 버린것이 무언가 계략이 숨어있지 않고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이런식으로 적이 뜻하지 않게 움직인다면 당연하게 부대를 정지시키고 적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한 뒤 반격에 나서야 했다. 그리고 14일 06시를 기해서 다시 네페르 행성계에서 대규모 함대전이 벌어졌기 때문에 자칫 자신들이 실패하게 된다면 아이크 행성계를 완전하게 파츠 베이스에 내주게 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사령부의 생각도 적의 계략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하지만 군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고, 의외로 너무나도 간단하게 파츠 베이스 함대에 승리를 거두게 되자 잔뜩 기세가 올라 있는 함대 장병들의 사기도 이대로 흩어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특히 로드 멜비스를 포기하고 철수하면서 많은 수의 병력을 지상에 그대로 방기해 버렸기 때문에 이것 때문에 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져 있는 것을 무시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니 적이 움츠려든 이때 로드 멜비스에서의 결전을 눈앞에 두고 다시 병력을 전진시키지 않는다면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할 수 있을 자신이 없었다.
이 여러가지의 상황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 일단 신중하게 상황을 살피자는 것이었다. 초반 집중 공격으로 파츠 베이스 함대의 병력 소모를 유도한다는 본래의 계획을 버리고, 전체적으로 로드 멜비스 근처로 전력을 축소시킨 파츠 베이스 함대에 대해 반포위 진형을 갖추고 어느쪽이 주공인지 알 수 없도록 만들자는 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 논의에서 결정된 대로 11월 15일 파츠 베이스 함대를 향한 에이센 함대의 공격 형태는 전체적으로 반포위 형태를 가지면서 균일하게 로드 멜비스쪽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모양으로 변하게 되었다.
11월 16일 콜 브롱 암브로이즈 차수는 3천 척이 넘는 순찰 함대를 내보내 에이센 특수 부대의 자취를 찾아내려 했지만, 수색이 개시된지 3일만에 겨우 찾아낸 것은 룸네쪽으로 향하는 항로에서 버려진 채로 흘러 다니고 있던 텅빈 수송함 10척 뿐이었다.
이것들 모두가 지난 13일 에이센 특수 부대의 공격에 피습을 당한 함대 소속의 수송함들로 밝혀지자 이들이 방기된 방향 때문에 파츠 베이스 사령부에서는 큰 논란이 벌어졌다.
“에이센 특수 부대가 룸네 쪽에서부터의 보급선을 끊으려는 것이 아닌가?”
암브로이즈 차수부터 이 보고를 듣자마자 당황하고 있었다. 이 보고는 차수뿐만 아니라 사령부의 모두를 동요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현재 에이센 함대는 적극적으로 로드 멜비스로 공세를 취해오지 않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반포위 형태로 로드 멜비스의 방어진을 공격해 오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군 사령부에서는 에이센 함대의 어느 곳이 주공 방향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에이센군은 주공의 방향을 짐작할 수 없도록 전 전선에 걸쳐 균일하게 함대 병력을 배치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