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22
“아! 오래간만이네요. 디제 중······아니 대위님!”
엘레비아는 누가보아도 일부러 지은 듯 보여질 것이 분명한 미소를 지으며 그쪽으로 돌아 섰다. 아담은 오래 간만이라는 말을 하면서
“이제 대위가 된 건가?”
엘레비아가 느끼기엔 아담의 말은 무엇이든 비꼬는 듯 보였다. 오래간만에 만나서 반가운 척이라도 해주기로 했지만 엘레비아로서는 더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적당한 선에서 아담에게서 멀어지려고 했다.
“죄송하지만 이만 일이 바빠서 실례 하겠어요.”
그녀는 그렇게 슬쩍 인사를 건넨 후 자신의 소대장들과 함께 되돌아 섰다.
아담은 퇴짜를 맞은 기분에 다소 머쓱해 졌다. 열렬히 환영해 주는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거의 2년 만에 만나는 사람에게 너무 매정하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이 바쁘다고 말하고 자신은 사전에 아무 연락없이 불쑥 찾아온 것이니 뭐라고 불평을 할 수도 없었다. 다소 불쾌한 기분이 든 아담이 팔장을 낀 채 엘레비아가 사라진 쪽을 주시하고 있을 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이 한참 나쁜중에 있던 아담이 인상을 징그리며 뒤돌아 보자 갑자기 누군가의 얼굴이 바짝 자신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 이상한 박력에 오히려 아담이 깜짝 놀라 뒤로 몇걸음 물러서 버렸다. 상대는 붉은색 머리칼에 푸른색 눈동자를 지닌, 어딘지 모르게 강렬해 보이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그렇지만 얼굴에는 장난기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기운이 가득했다.
“음······음······”
한참이나 자신을 마치 무슨 이민족 관찰 하듯 위아래로 훑어 보고 있던 여성은 갑자기 팔짱을 끼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리고는 아무말 없이 휙 돌아서 버렸다.
“······뭐야? 도대체? 이봐 대위!”
상대도 자신과 같은 대위였기 때문에 아담이 그녀를 붙잡으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담이 자신을 붙잡고 돌려세우자 잠간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아담에게 다시 얼굴을 쑥 내밀었다.
“아? 나 말이야? 왜 그래? 왜 그래? 응? 응?”
갑자기 상대가 이렇게 나오자 아담은 순간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내 저신을 차리고는 왜 사람을 그렇게 쳐다보기만 하고 가냐고 그 이유를 물었다.
“그 이유 알고 싶어? 알고 싶지? 응? 알고 싶구나······그래 좋아! 말해 줄께!”
하고 말하던 그녀는 팔짱을 낀채로 고개를 살짝 쳐들면서 눈을 살짝 내리감은 채로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흠······역시 아니었어······머리색도 다르고 얼굴도 전~혀 달라 보여······오히려 당신이 휠씬 더 잘생긴 것 같은데?”
말투가 전혀 달라진 것부터 아담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담은 멍해진 정신을 간신히 수습해서 그녀의 말이 어떤 사람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리고는 그녀에게 채근하듯 물었다.
“······누······누구를 말하는 거지?”
“엑? 엘레비아하고 반갑게 아는 체 하고 있었잖아? 그러기에 혹시나 엘레비아 애인인 줄 알았더니 전에 얼핏 본 사진하고 상당히 달라서 말이야!”
“······사진?”
뜻밖의 말에 아담은 뒷통수를 망치로 맞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앞에서 그녀에게 더듬거리는 말투로 되물었다.
“······사, 사진 이라니······”
말끝을 흐리는 아담에 그 붉은 머리의 여성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아담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더니 말을 꺼냈다.
“에? 에? 몰랐나 보네······엘레비아 그 계집애 지갑속에 자기 애인 사진 넣고 다니잖아······전에 휴게소에서 자기 애인 사진 보면서 한숨 푹~푹~ 내쉬는 것 보고 내가 뭔가 궁금해서 그 뒤에서 슬쩍 고개 넘어 보니까 그 계집애 화들짝~ 놀라더니 황급히 집어 넣더라고······그때 언뜻 본거야······내가 보여 달래도 그 계집애 저얼~때 안보여 주더라고. 뭘 그렇게 소중하게 가지고 다니는지. 원참!”
짧게 투덜 거리고 있던 붉은 머리 여성은 자신이 한 말에 아담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마치 즐거운 듯이 바라보고 있다가 자기 할말만 마치고는 그대로 휙 돌아서 버렸다. 그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 붉은 머리 여성을 찾았을 때 이미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담은 뜻밖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엘레비아에게 애인이 있다니!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언뜻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본 것이 2년이나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그럴 수도 있지. 맞아. 없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해······”
아담은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직접 물어봐야 겠다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되돌아 섰다.
그리고 2월 30일이 되자 바우터 크라이스 호의 승무원들 중에서 엘레비아가 마음속 깊이 생각하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리하르트 황제력 262년 3월 3일 금요일 크라우프는 2월 1일부터 3월 1일 까지 예정되어 있던 훈련을 계획표대로 모두 소화하고 로드 멜비스로 귀환해 왔다. 하급 병사들을 제외하고 중사급 일부와 상사급 지휘관들, 그리고 중위급 지휘관들 이상에서 이날 당직 근무자를 제외한 나머지 전원에게 관례대로 24시간의 휴가를 제공했고, 함내에 대기해야 하는 병사들에게도 24시간 동안 자유 시간을 주었다. 전투를 마치고 귀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 장병들에게 일괄적으로 24시간의 휴가를 제공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로드 멜비스로 귀환해 오고 나서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와 함께 로드 멜비스 행성 사령부 함대 통수부와 통합작전부에 들러 함대 운항 일지와 작전 성과를 제출함으로서 모든 일정을 끝마쳤다.
크라우프는 저녁 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 에이린과 다이레아도 함께 자신의 관사에 초대했다.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크라우프와 다이레아는 훈련을 마쳤다는 통보를 마치기 위해서 두 곳을 거쳐 오면서 두 부서가 평소와는 달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그들 중 아무도 그런 사소한 일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일단 다시 함대로 와서 약속대로 24시간의 휴가와 휴식을 제공한 크라우프는 함대에서의 일을 정리하고 서둘러 퇴근했다.
다이레아는 남들의 눈이 보기 싫다면서 조금 늦게 찾아가겠다고 말을 했고, 에이린도 반드시 갈 테니 염려 말라는 말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혼자 퇴근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소 마음의 여유가 생긴 크라우프는 그제서야 로드 멜비스의 우주항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신병들이나 수송함에 적재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물자들에게 눈을 돌렸다. 대규모 함대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파츠 베이스가 지난해 침공해 온 이후 대폭적으로 물자 보급과 병력 보충이 증가해 있었기 때문에 우주항의 주면은 상당히 북적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도 이제 다시 전화에 휩쓸리려는 건가?”
크라우프는 씁쓸히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곳 우주항에서 셔틀이나 수송함에 태워져 궤도상으로 올라 가거나 각자 배치받게 될 부대로 가게 될 신병들의 불안해 하는 눈초리에서 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대령인 그가 신병들 사이를 지나치자 병사들은 배운대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경례를 올리고 있었다.
“됐어. 앉아 있게!”
그는 손짓으로 앉으라는 말을 하면서 수없이 열을 지어 대기하고 있는 신병들 사이를 지나쳐 우주항을 빠져 나왔다.
로드 멜비스의 우주항을 빠져 나왔을 때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보게 되니 주변에서 이미 지난 해 전쟁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대부분이 복구되고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들은 모조리 치워져 있었다.
‘재빠르군. 이런 일들은······’
대령이지만 굳이 차를 부르거나 택시를 타지않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순환 버스에 올라 탔다. 군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은 자신들이 타고있는 버스에 대령이 타든 장군이 타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들 묵묵히 차창을 응시하거나 자신의 일행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나도 조용해······’
크라우프는 이런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자신도 전쟁이 끝나자마자 여자 3명과 함께 휴양지로 놀러 가 버렸다. 그리고 그 휴양지에서 본 모습은 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전쟁이 그렇게 극심해 졌다고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곳에 본래 계획했었다면서 놀러왔고, 그곳에서 성업중에 있던 나이트 클럽과 해안을 가득 메운 인파의 모습은 크라우프들의 눈썹을 지뿌리게 만들기엔 충분했던 것이다. 뭐랄까,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에 그들 4명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어야 했다.
‘군인의 죽음이라는 것은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크라우프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이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고 그 중에서도 군인일 것이다. 이민족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가장 종족의 수가 많은 것이 인간이라는 종족이었다.
그리고 인간족의 많은 부분을 군인이라는 족속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군인이라는 족속들은 이 인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 인간들에게 그 군인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인간과 군인의 의미라······’
아무 값어치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크라우프는 차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시선을 돌렸다.
============================================================================================
아담이 엘레비아와 엮어지냐?…라는 질문이 있을 듯 하여…
…”당연히 모릅니다…작가넘만이 알고 있습죠…”
…퍼~어~억~!!! <(#_ㅠ)…네…죄송합니다…근데, 진짜 몰라요…흑…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65…
어제 코멘트에 작가넘이 못된 짓(도배)을 해 놓는 바람에…
오늘 독자와의 대화는 쉽니다…
…사실은 친척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괜히 우울하네요…ㅡ_ㅡ;
쏠로~천~국~!!! 커플~지~옥~!!! ㅡㅁㅡ)/~
…그리고 제가 써놓은 멘트를 읽은 작가넘의 말…
"…엘레비아랑 아담이 굴비야? 엮어지게…"
"…"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3월 5일 일요일 06시 20분 크라우프는 자신의 옆에서 아직도 잠에 빠져 있는 시에나와 다이레아를 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3일 금요일 오후에 에이린도 함께 와서 저녁을 해 먹었다. 이날은 크라우프가 직접 요리를 해서 세 사람을 대접해 주었었는데, 절반은 마켓에서 파는 반쯤 요리된 것이지만 그것을 데우고 자신의 손질이 가미하여 대접했던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간단하게 맥주 등을 마시며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자, 시간이 상당히 늦어져 버려 돌아가기 뭣한 시간이 되어버렸었다. 다이레아와 에이린도 굳이 돌아가려 하지 않았고, 어차피 대령관사라서 넓고 방도 비어 있는 곳이 많아서 에이린과 다이레아 모두 그날부터 지금까지 크라우프의 관사에 머물러 버렸다.
크라우프는 조금 머리가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에나와 다이레아의 몸을 통해서 전해져 온 따뜻한 체온에 꽤 편하게 잠을 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내려서 보니 에이린은 일찍 일어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시에나 뒤쪽에서 잠든 것 같았는데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일어나자 따뜻한 기운이 사라지자 몸을 움츠리며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서는 시에나와 다이레아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크라우프는 이내 피식 웃고는 허리께에 걸쳐져 있는 담요를 끌어올려 두 사람의 몸을 덮어 주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서서 가운 하나만 걸치고 몸을 몇 번 움직인 다음 밖으로 나왔다. 거실 소파에 에이린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크라우프가 나온 것을 알지는 못하고 있는지 아니면 잠깐 졸고 있는 것인지 무엇인가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 연결됐다.”
슬쩍 다가가 보니 에이린이 어린애처럼 좋아하면서 단말기를 앞에 두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장거리 초광속 전화였다.
“여보세요! 아! 에이린이니?”
초광속 전화에서 중년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몇마디 에이센 표준어가 나오더니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것은 바르디아어였다. 크라우프도 바르디아어를 교육 받고 있었지만 빠르게 말을 하니 쉽게 이해되기 힘들 정도였다. 중간 중간에 답신이 좋지 못하자 이어폰을 꽂으면서 라디오 볼륨을 최대로 높였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일방적인 목소리 밖에는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에이린이 자신의 집에 통화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묵묵히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서 있었다. 크라우프의 바르디아어 실력으로는 중간중간 발음이 부정확하든지 아니면 언뜻 들을 수 없는 단어들 때문에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래간만일 것이 분명한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를 굳이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응······잘 지내고 있지······나야 뭐······걱정하지마······엄마나 몸 걱정하고······뭐? 그런 말 하지 말라고······나 잘 지내고 있어 그러니까······괜찮아 이거 군인 전화는 돈 얼마 안들어가니까······염려 하지 말래두! 나 그냥 경비대 소속이라니깐 그러내······전투에는 안나가니까. 이번에도 그랬어! 염려 말라니깐······울지마······내가 하고 싶어서 온 건데 뭘 그래!]
에이린은 한참 동안이나 통화를 하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묵묵히 에이린의 뒤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에이린도 어찌 되었든 돌아가면 한 부모님의 소중한 딸아이일 것이다. 그는 왠지 자신이 에이린에게 많이 못되게 굴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전화를 하고 부모님이 걱정을 하는 것을 보는 잠시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이린이 통화를 마쳤고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슬쩍 에이린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아?”
화들짝 놀라는 에이린의 모습이 참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가운 하나만 걸친 채로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크라우프에 그녀는 허락없이 전화 써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괜찮아 뭐······”
그는 말없이 에이린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부드러운 느낌이 아주 좋았다. 처음에 크라우프가 에이린을 보았을 때 그렇게 여성적인 느낌을 받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에게 부드럽게 안겨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에게서 여성으로서 매력을 듬뿍 느기고 있었다. 분명 에이린도 자기 자신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에이린의 마음을 쏙 빼놓겠다고 생각했다. 에이린이 바르디아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위험했던 일을 해결해 주었다. 그것으로 에이린은 크라우프에게 빚을 지게 되었다고 그 스스로 그 빚을 갚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빚을 갚는 수단으로 결국 크라우프에게 자신의 몸을 허락하게 했다. 이로서 그녀 스스로 빚을 갚았다 여기게 만들었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렇게 될 수록 크라우프는 에이린에 더욱 집착할 수 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 에이린은 크라우프에게 빚을 갚고 나서 한동안 자신을 멀리 했었다. 그렇지만 그는 일과 우연을 가장해서 에이린과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그녀와 오랬동안 대화를 나누어 에이린이 그녀 자신이 바르디아인이라는 사실을 감출 수 밖에 없었던 것과 그녀가 받게된 고통 같은 것을 이해하는 식으로 다시 에이린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몸을 허락하도록 만들었다. 마음이 잘 맞는 상대고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고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에이린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집걱정 많이돼?”
크라우프의 물음에 에이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집에서 많이 걱정한다고 대답했다. 따뜻한 에이린의 체온을 느끼고 있던 크라우프는 손을 뻗어 에이린의 몸을 다시 감싸 안아 주었다. 그녀가 자신의 가슴에 볼을 부벼대고 있는 것이 기분 좋았기 때문이었다.
같은 시각 평화를 되찾은 듯한 에이센의 나른한 일요일 오전과는 달리 룸네에 주둔중에 있던 파츠 베이스 함대는 다시 한번 전 함대에 전투 대비 태세에 대한 점검 명령이 떨어졌다. 덕분에 엘레비아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서 자신의 중대원들을 상대로 전투 대비태세 점검에 지적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엘레비아로서는 최근 당혹스러운 일이 생겨나 버렸다. 갑자기 아사야 트리멜 중위가 엘레비아에게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부럽다고 말을 하기도 했고 엘레비아가 열정을 간직한 순정파라고 하면서 남자 친구 바람피우지 않도록 편지도 자주 하라는 격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남자 친구가 있더라도 다른 곳에 떨어져 있으면 현지 애인 사귀는 것이 보통인 경우가 많았는데, 엘레비아는 남자 친구와 떨어져 있더라도 결코 눈을 돌리지 않는 다고 하면서 추켜 세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실망과 함께 존경을, 여자들은 반쯤 짜증과 함께 대단하다면서 엘레비아를 보고 격려의 말을 해주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엘레비아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누구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냐면서 조금씩 캐묻고 다녔다. 전투 준비태세 때문에 무척 바쁘게 움직여야 했지만 그녀는 상태를 점검하면서도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조금씩 캐묻고 나왔다. 처음에 누구에게서 그 소문이 퍼져 나왔는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껏 제대로 남자도 사귀지 못했는데 마음속 깊이 생각하는 연인이 있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문이 이상하게 퍼지면 엘레비아 자신에게도 좋지 못한 사실이 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엘레비아가 열심히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내려 애쓰고 있을 때 룸네에 주둔 중에 있던 파츠 베이스 함대는 작년 로드 멜비스 공략전을 시작하기 전보다 보급 물자를 훙분하게 공급받고 병력을 대폭 증강 배치 받았다. 더욱이 베테랑 파일럿들과 에이스 파일럿들이 전속 배치되고 세우터라는 신형기를 대량으로 공급받음으로서 전투력이 오히려 배가 되었다. 이런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전임자인 콜 브롱 암브로즈 차수가 물러나고 사령관이 된 루드비히 프라우 식스톤 차수는, 바리스타 전력이 5배 이상 증가하게 되었고 바리스타 부대의 장비가 최신형 기로 대폭 교체되었기 때문에 실제 전력은 작년 1차 로드 멜비스 공략전 전보다 7, 8배는 증가했다고 발표하며, 비공식적으로는 10배 이상 전력이 증강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을 하고 있었다.
3월 6일 월요일 식스톤 차수는 자신의 기함 데네르 Ⅳ호의 작전 회의실로 룸네에 주둔 주에 있던 주요 함대 지휘관을 모두 불러 들였다.
주요 지휘관들이 모두 모여든 이 자리에서 식스톤 차수는 그 자리에서 지난 해 암브로이즈 차수의 실패로 인해서 기껏 얻어놓은 로드 멜비스를 너무나도 허무하게 내어주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작년의 군사 작전 실패의 책임을 암브로이즈 차수에게 은근히 전가시켰다. 그러면서 식스톤 차수는 이번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되었으니 다시금 로드 멜비스의 탈환 작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미리 짐작들을 하고 있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총사령관이 직접 공격 작전을 밝히자 주요 지휘관들은 다시 에이센 군과 일전을 벌인다는 생각에 다소 착잡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함대에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바리스타 전력이 보충 되었고, 베테랑 파일럿과 에이스 파일럿들도 다수 전속 되었으며, 신형기인 세우터를 대량 공급 받아 전력이 대폭 상승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에이센군도 자신들이 공격할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식스톤 차수는 지난번 로드 멜비스 공략 때에도 에이센군은 뛰어난 정보력을 통해 어떻게든 자신들의 공세를 알고 있었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로드 멜비스를 빼앗기지 않았냐고 소리높여 말했다. 이번에도 에이센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공격 계획을 알고 있을 것이지만 그 적당한 시기를 알지 못하도록 기습 공격을 가한다면, 에이센은 지난번처럼 로드 멜비스를 버리고 후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 반론이 많았지만 식스톤 차수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면서 반론 자체를 아예 처음부터 막아 버렸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공격의 결정 여부를 놓고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제 함대의 공격 준비도 완벽하게 끝났으니 정확하게 날짜를 잡아 로드 멜비스로 다시 공격해 들어갈 일만 남았다고 선언해 버렸다. 식스톤 차수는 에이센군은 약 10만 척의 함대를 로드 멜비스 주변에 배치해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그 기간이 3달째 접어 들게 되니 경계태세가 많이 이완되어 있다고 하며, 지금 공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하. 그럼 언제 공격을······”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지휘관들 식스톤 차수가 이미 공격을 결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더이상 공격을 만류하거나 신중을 기하도록 요구할 수 없게 되자 언제 공격을 할 것인가를 물었다. 이미 국방장관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로부터 공격 재개에 대한 내락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식스톤 차수가 결정하는 대로 다시금 로드 멜비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될 수 있었다.
주요 지휘관들이 공격을 기정 사실로 받아 들이자 식스톤 차수는 그 자리에 모여 앉은 지휘관들에게 3월 13일을 공격 개시 시점으로 잡자고 못박아 버렸다.
“로드 멜비스 탈환 작전의 공식 작전 명은 ‘축제’다. 이점 명심하도록!”
식스톤 차수는 자랑스럽게 '축제' 작전에 대한 작전 개시를 명령했다.
공격 작전 '축제'가 결정된 것은 래리의 예상대로 파츠 베이스군 내부의 주전론자들의 입김이 매우 컸다. 에이센이 비록 병력을 로드 멜비스에 증강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함대 규모에 비해서 1/3정도였다. 그것뿐만 아니라 룸네에 많은 수의 전력을 집중시키고 공격 항공모함과 신형기인 세우터를 대량으로 공급함으로서 재 공격의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에이센에 대한 재공격이 결정된 과정은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달리 오히려 적극적으로 재공격을 주장한 집단은 군수지원사령부 쪽에서였다. 전임자인 비쟌 로마이로 원수가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군수지원사령부쪽에서는 작전 실패의 책임을 암브로이즈 차수에게 전가시켰었다. 비록 암브로이즈 차수도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함대 사령관직을 내어놓고 뒤선으로 물러나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 방위 사령관직을 맞기는 했지만, 군수지원사령부의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보급을 충실히 한다면 반드시 다시 로드 멜비스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강력하게 재공격을 주장했다.
물론 에이센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들이 병력을 집중시키고 물자를 다시 모아 들이는 것을 뛰어난 정보력으로 파악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자신들이 재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번에도 어떤 식으로든 공격이 감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 차리고 초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면서 재공격은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반대들을 뿌리치며 신임 군수지원사령부 본부장이 된 케스리거 원수는 강력하게 공격을 주장함으로서 로드 멜비스 2차 탈환 작전이 총리의 재가와 함께 정식으로 허락되었다. 작전 명을 정하지 않았던 1차 작전과는 달리 2차 작전은 작전명을 ‘축제’라고 붙였다. 로드 멜비스를 탈환하는 것은 파츠 베이스가 에이센과의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기념비적인 일이 될 것이고, 아이크행성계는 바로 신족의 성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이곳을 탈환하는 것은 모든 신족의 축제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에서 작전명이 그렇게 붙게 된 것이다. 전혀 새롭거나 가슴에 와닿는 단어가 아닌 아주 평범한 작전명이었지만 이것은 신족이 자신들의 성지를 탈환하고 에이센이라고 하는 압제자들에 맞서 신족의 자존심을 떨쳐 보일 수 있는 기회임에는 분명했다. 로드 멜비스를 탈환하는 것이 바로 신족 축제의 날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이 성공하게 된다면 신족의 오랜 성지나 마찬가지인 아이크 행성계를 간악한 에이센의 압제자들의 손에서부터 탈환하는 것이 된다. 너무 오랬동안 아이크 행성계가 에이센인들의 손아귀속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파츠 베이스쪽의 분위기가 상당히 침체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식의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에 록세비엔 행성계의 황도 호트런에서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국민의 사기를 높일 수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 2차 로드 멜비스 탈환작전, 일명 작전명 ‘축제’가 탄생하게 되었다.
룸네에서 파츠 베이스의 군사력이 계속 증강되고 있는 이때, 로드 멜비스에 병력을 은밀히 집중시키고 있던 에이센 함대 사령부는 파츠 베이스군이 대규모의 병력 증원과 군수 물자 공급을 계속하는 것을 보고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은밀하게 룸네로 공급되는 보급 물자와 집중되어 지고 있는 병력을 확인하자, 에이센군 사령부는 파츠 베이스군이 단순하게 작년 로드 멜비스에서 철수한 뒤 이어질 수 있을 에이센의 역침공을 막기 위해서 병력을 재정비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에이센으로서는 로드 멜비스에서 파츠 베이스 함대가 전력을 온전하게 유지한채로 후퇴했던 일 때문에 전쟁 초반에 빼았겼던 처음의 영토만 탈환한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면서도 파츠 베이스의 움직임에 대해서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는 동안 파츠 베이스 내부에 심어져 있는 에이센군 정보망에서 파츠 베이스가 ‘축제’라는 작전명을 가진 대규모의 작전을 조만간 작전을 실행하려 한다는 첩보가 입수되었다. 에이센으로서는 시간 관계상 그 '축제'라는 작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축제'라는 작전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제대로 짐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