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04
“·······예······100만 척에 육박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다이레아는 여전히 계기를 체크해 보면서 크라우프의 말에 다소 건성으로 대답했다. 어딘지 모르게 그가 자신의 마음속 깊은 생각을 자신에게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다이레아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남자란 그 즉시 자신이 느끼는 바를 가감없이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다이레아는 그가 지금 진정으로 에이센 함대의 숫자를 보고 놀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다른 것이 아니고······이정도 숫자가 알 나스디 행성계에서 사라졌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야······너무 놀라워서······이런 정도의 함대를 구성하는 것에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원이 들었을까? 그리고 얼마 만큼의 사람들이 그 배에 타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크라우프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으니 다이레아는 승객석에 앉아 있을 부조종사를 힐끗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그는 이쪽의 대화에 별다르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자칫 크라우프의 발언이 패배주의자나 회의론자로 비추어 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다이레아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다이레아는 정색을 하고 크라우프의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그렇게 말씀하시 말아 주십시오. 각하······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강대해진 파츠 베이스에게 보다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내가 이렇게 기운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보다 더욱 힘을 내서 다시 그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할 텐데 말이야.”
다이레아의 격려를 받은 크라우프가 쉽게 다시 한번 자신의 의지를 다지고 있자 그는 슬쩍 웃어 주었다. 크라우프도 인간인 이상 감상에 빠져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래서는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다이레아로서는 미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1월 10일 파츠 베이스는 에이센 함대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본래 아이크 행성계와 라컨 크라우제 행성계, 그리고 록세비엔 이 3곳을 절대 방위라인으로 편성해서 에이센 함대를 최대한 저지시킬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에이센 함대에 맞서 너무 병력을 분산시킨다는 판단이 들자 아이크를 포기하고 대부분의 전력을 모크엔과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를 위시로한 절대 방위 라인을 편성한다는 쪽으로 전략의 방향을 수정하게 되었다. 이로서 파츠 베이스군 수뇌부는 에이센 함대에 맞서 병력의 낭비를 줄이고 아이크 행성계를 비롯한 에이센 잔류병들의 무장 투쟁이 종식되지 않은 곳에서 병력을 낭비하는 대신, 가용 가능한 모든 전력을 우주로 집결시켜 에이센 함대에 맞선다는 식으로 전략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다. 이 작전의 일환으로 모크엔과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 그리고 아이크 행성계의 외각인 그렘벨 기지 주변의 주역으로 설정한 절대 방위 라인을 견고히 구축에 온힘을 쏟고 있었다.
1월 13일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 상위는 각 행성계의 모든 예비군 전력들이 전선으로 이끌어 내지고, 건설용이나 경비회사용 바리스타들, 그리고 경찰용 바리스타들 마저도 징발되어 군용으로 개수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짧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뉴스에서는 에이센 함대가 진격해 온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알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무기만 주면 싸워 적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는 결의에 차 있는 병사들의 모습도 함께 내보내 주면서, 에이센이 밀고 들어오지만 무기만 충분하다면 에이센을 격퇴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언론은 계속해서 같은 내용만 내보내고 있었다. 에이센 함대도 알 나스디에서 무려 100만 척 가까운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현재 파츠 베이스 함대의 잔여 전력으로도 결사적으로 싸운다면 충분하게 승산이 있다는 것이 언론의 관측이었다.
물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무기도 무엇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징발하겠다는 명령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병사에 자원하라는 내용을 계속해서 내보내 주고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엘레비아는 언론이라는 것이 얼마나 짜증스러운 존재인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병사들의 실제 상황이나 현실적은 것은 하나도 내보내 주지 않고 국가의 입맛에 맞춰 모든 것을 왜곡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근거도 있는 것이 에이센도 알 나스디에서 100만 척 가까운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언론에서의 보도처럼 잘만 한다면 파츠 베이스가 에이센을 물리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러나 민간용 장비들까지 군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과 지상용 장비들을 우주용으로 끌어내고 있는 것을 본다면 이제 파츠 베이스는 거의 갈데까지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승리를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엘레비아는 이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인적 자원이 부족해 어린애들마저 지원병으로 끌어내어 전장에 투입하고 있는 현재의 파츠 베이스나 에이센이나 모두 말기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빌어먹을 전쟁······’
그것만 없었다면 이렇게 가슴 졸이지 않고 보다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서 내보여 지고 있는 병사들의 결의에 찬 모습이나 새로 보충되어 들어오고 있는 나이 어린 바리스타 조종사들이나 우주 전투용으로 개수되고 있는 민수용 건설 장비들 모두 엘레비아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들 뿐이었다.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 위해 파츠 베이스는 후방 경계용으로 돌려져 있던 퇴역함들을 비롯해 민간용 선박들도 마구잡이로 징발해 냈다. 그리고 이렇게 모아들인 퇴역함들을 손질하고 민간용 선박들에게 대함 미사일이나 빔포를 장착하는 식으로 무기를 장착시키고, 로켓 추진기가 장착되어 있지 않은 지상용 바리스타에게 부스터를 장착하고 간단한 조준장치와 실탄 병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더욱이 지원 병기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 민간용 우주 비행기에 미사일을 장착하거나 우주 작업용 포트에 캐논을 장착해 지원 포트라는 형식으로 개조했다. 이런 전력이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겠냐는 의견이 나오기는 했지만 간단하게 후방 경계나 양동 작전 등에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파츠 베이스 수뇌부의 판단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전력을 증강시켜 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파츠 베이스 수뇌부로서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막대한 자원과 거액의 예산을 들여 세우터라고 하는 신형 바리스타를 개발해 에이센에게 보이던 우위도 일부 전선에서의 실패와 더불어 에이센이 뒤늦게나마 스부타이라고 하는 바리스타를 대량 생산에 전선에 투입 운용해 냄으로서 무너지게 되었다. 차라리 그 비용과 자원으로 엘윈을 대량 생산해 전선에 투입해 냈더라면 보다 더 효율적이었을지 모른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지금에 와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민간용 건설 장비들 대부분이 옛 20년 전쟁 초기와 중기까지 군사용으로 사용되던 바리스타들을 개수한 것으로 약간의 개수 작업을 거친다면 전투용으로의 전환이 용이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현재의 고성능화 되어 있는 바리스타들에 비한다면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당장에 그런 것이라도 없다면 파츠 베이스로서는 부족한 바리스타 전력을 메울 수 없었다. 그런 이유에서 작업용 바리스타들 마저도 징발해서 우주 전투용으로 개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파츠 베이스로서는 최대의 공업 지대인 알 나스디 행성계를 상실한 것이 꽤 큰 타격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런 타격에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최대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끌어 내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보다 파츠 베이스 수뇌부들에게 들려온 희소식은 에이센 국내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것과 다수의 의용병들이 에이센의 침공을 저지해야 한다는 대의에 찬동해 기꺼이 자원병에 나서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파츠 베이스는 남녀 모두 공통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젊은 주민들 모두 군인이 되어 전쟁에 투입될 수 있었고, 대체적으로 성인 남녀 대부분이 군대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의용군을 조직해 군의 부족한 인력 상황을 다소나마 해결해 주자 군 수뇌부는 쌍수를 들고 기뻐하고 있었다. 이것은 언론에서 과거 에이센이 반란을 일으킨 신족 3천 억명 이상을 학살한 전례를 계속해서 보도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 상태로 앉아서 죽느니 차라리 싸우겠다는 식으로 의용군에 참가하게 된 것이 컸다. 무엇이든 부족한 파츠 베이스로서는 이렇게 별다른 저항없이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징발하도록 하는데 저항하지 않고 의용군을 조직해 부족한 인력을 보충해 주고 있으니 파츠 베이스 수뇌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적어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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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최근 작가넘의 농간(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엘모양과 디모양 사건…)으로 인하여…요즘 항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아뒤쥔장입니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는…ㅡ_ㅡ; 게다가 어제는 꿈도 오싹한 것을 꾸었다지요…
한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제 배위에 올라타 있었는데…아, 옷은 다 입고 있는 상태였습니다…오해는 마시길…그 눈이 갑자기 붉게 빛나면서 씨익~ 하고 웃는데…쿨럭~ ㅡ0ㅡ;;
이대로 있다가는 죽겠구나~!…싶을 정도였습니다…쿨럭~ 예전에는 고양이가 가끔 이불을 누르고 있어서 가위에 눌린적은 몇번 있지만…최근에는 고양이가 집을 나가서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도…쩝…
아…오늘도 볼까 두렵군요…진짜..꿈에 볼까 두렵습니다…-ㅅ-;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63…
‘판타로드’님…1타를 축하드립니다…역시 선리플 후감상 신공을 착실히 연마하고 계시는군요…이 페이스라면 대성하실 날도 멀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_^; 아…왜 이리 아부를 하냐고요? 그거야…당연히…지하에 계신 ‘판타로드’님의 묘비 앞에서 읊고 있는 것이지요…흐흐흐…잘했어 얘들아…흐흐흐…그리고 ‘사선에서’에서 쓰인 그 총 말씀이시군요…흠…권총탄이니…항시 입고있는 방탄복을 뚫을 수는 없겠지요…흐흐흐…응? 헤드샷을 노리신다구요? 헉~ 텨텨텨~ ┌( ;-0-)┘
‘다크크라이드’님…요즘 제가 올리는 시간이 일정치 않습니다…예전에는 밥먹고 난 이후에 올렸는데…요즘은 시간이 날 때 올리기 때문에…ㅡ_ㅡ; 이렇게 되다가는 1타의 영광이 ‘운’에 의해서 결정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ㅁ-; 음…그리고…아샤아인가…하는 넘은…작가가 죽이지 않으면 제가 보내버릴테니…안심들 하시길…
‘제로나인’님…오타지적 감사합니다…최근 안 보이시길래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으신 줄 알았습니다…그런데 요즘 ‘고려제국 건국기’가 뜸한 걸 보면…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흠…여친이라도 생기신 것인가…배신이에요…배신…ㅡ_ㅡ^
‘자다가쿵해쪄’님…사탕발림이라…엘레비아의 생각하는 씬(?)에서 보듯이…이제까지 그녀에게 다가선 남자들은 죄다 그녀의 잘빠진 몸을 노린 것이었죠…음…기억이 나실려나 모르겠지만, 엘레비아가 테스트 기지에 부임하여 아샤아의 집에 갔을 때. 아샤아는 조금 다르게 대했었죠…그렇지만 크라우프는 권총으로 위협하여 강제로 키스를 해 버렸으니…으음…이를 어찌 수습해야 좋을꼬…-ㅅ-)a
‘BMarie’님…소리소문 없이 보냈다가는…엘레비아가 기다릴지도 모르니…공개적으로 보내는 것이 나을 듯 한데요…음…너무 잔인한가…아니야~ 하렘을 위해서라면!!! *_*)/
‘나만의천사’님…시골집에서 일을? 이 계절에? 흐음…시설채소라도 하시는 것인가요? 그럼 상당히 부자시겠군요…부러버라…(가난한 아뒤쥔장…통장에 돈이 없스…)…농담이구요…이 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셨겠군요…음…제가 예상하겐데…1. ‘나만의천사’님은 지금 고3이다 2. 수능이 끝났다 3.고로 할일이 없이 매일 술만 먹으러(혹은 여자 꼬시러) 다닌다 4. 보다못한 부모님이 ‘나만의천사’님의 넘치는 힘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기 위하여 시골로 데려가 일을 시켰다…거의 맞지 않을까 싶은데…아닌가요? ^_^a
‘검은묵시록’님…헛뚜~ 아무렇지도 않게..’저 녀석 곧 죽겟군요’라고 말씀하시면 무, 무섭잖습니까…-ㅁ-; 음…그렇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쩝…거시기하군요…
‘마이트레야’님…쿨럭~ 으…절 자꾸 이상한(?) 곳으로 끌어들이지 마세요…성실연재 해야 한단 말입니다아~!! 쿨럭~ …크흠~! 농담이구요…연재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어디까지 취미생활이니까요…흠…취미생활이죠…그럼요…(그런데 어제 새벽 1시까지 보던건 뭐요?…핫~! -ㅁ-;)
‘아이페르’님…저는 자꾸 연결이 끊기곤 하더군요…요즘 조아라가 변신(변태?…그 ‘변태’ 말고요…)를 시도하는 것 같기는 한데…어째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이러다가 갑자기 다운되어 버릴지도…흠…일단은 지켜봐야 겠지요…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말입니다…
‘창세전쟁’님…쿨럭~ ㅡ,.ㅡ;;;;;; 잠깐이지만 깜짝 놀랐습니다….휴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뒤쥔장과 작가…) 흠…알겠습니다…하렘의 건설을 방해하는 저 사악한 놈은 제가 반드시~!! 처리를 하겠습니다~!!…이러다 안되면 낭패…
‘soulschaos’님…쿨럭~ -ㅁ-; (←할말을 잃은 아뒤쥔장…)…우에엥~ 무서버~ 우에엥~ ㅠ0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번 시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흠…어쩐다…므할할…
‘horizon’님…오~ 그래도 인명의 소중함을 아는 것은 ‘horizon’님 뿐인 것 같군요…음…그런데 어찌 뉘앙스가 좀…가만…이것은 그 ‘희생될 인명들’에 들고 싶지 않으면 하렘 건설에 방해되는 존재들을 없애라는 고도의 책략~! 헉~! 그것이었던 말이냐아~~!!!
‘英雄’님…으음…앞으로는 저런 씬을 자주 넣어서는 안되겠군요…생명의 위협을 자주 느끼게 된다는…그러나 재미있는 것을 어찌한단 Mario~ 냐하하하….퍼억~!
‘제스’님…오타지적 감사합니다…음…제가 오타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제스’님께서 하실 수고를 조금이나마 줄여보자는 ‘착한’ 의도에서…응? 저, 정말입니다…그,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세요…우에엥~ 그래요 맞습니다…사실 요즘 상당히 게을러진 오른손 검지가 말을 안들어서…(뭔 소리냐….-.-;)…배가 고프니 헛것이 보이는군요…(헛소리겠지!)
흠…오늘은 무쟈게 빨리 올려 부렀군요…이제 밥 먹으러 GOGO~
…또다시 바뀌어 버린 소제목…ㅡ_ㅡ)/~
1월 18일 일요일 베르베라 시티에는 지난 밤부터 내린 눈이 꽤 많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그 거리의 한켠에서 디나는 두손을 포개 쥐고 입김을 불어 넣으면서 조금이나마 언손을 녹이고 있었다. 모처럼만에 내린 눈 때문에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길거리로 나와 있었다. 테러의 위협이 아직 베르베라 시티에서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었지만 디나를 비롯한 베르베라 시민들 모두 모처럼 내린 눈을 즐거워 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반복해 온 눈 축제의 마당이었지만 사람들은 테러의 위협 속에서 잠시나마 자신들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아침부터 눈 구경을 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와 북적이고 있었다.
“어라? 일찍 나왔네?”
디나가 잠시 길 옆에서 언 손을 부비며 손을 녹이고 있을 때 그녀의 어깨를 툭치며 누군가 말을 건네왔다. 뒤돌아 보니 카레나가 씽긋 웃으며 서 있었다.
“언니!”
디나가 반갑게 웃으며 카레나를 바라보니 카레나는 디나가 쓰고 있는 모자와 털코트를 감싸 주면서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해 주었다.
“미안하다. 눈 축제 구경하자고 한 본인이 늦어 버려서······”
카레나가 씽긋 웃으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니 디나는 괜찮다면서 일이 많아 바쁜데 미안하다고 대답해 주었다.
“무슨 말을. 사랑하는 디나가 눈 축제를 보고 싶어 한다는데 만사를 제쳐 놓아야지······”
“응! 고마워 언니!”
디나는 카레나가 1월 15일 바르디아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이런 저런 일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이 때문에 제대로 얼굴도 보지 못했다. 카레나가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디나로서는 둘이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 축제를 빌미로 삼아 카레나와 함께 있을 수 있으니 기분이 한껏 좋아 질 수 밖에 없었다.
“너는 어릴 적부터 감기 자주 걸렸는데 몸 조심해야지······”
카레나는 얼굴이 반쯤 얼어 붉에 상기되어 있는 디나를 다시 한번 걱정해 주면서 중앙 광장 쪽으로 가자고 디나를 이끌었다.
“미안하다 디나야. 돌아와서 아버님께 인사 드리고 너 얼굴만 보고 곧바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말이지.”
둘이 함께 거리를 걸으며 카레나가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자 디나는 괜찮다고 대답하면서 카레나의 불편한 마음을 달래 주었다.
“아참 언니 나이가 올해 50이지?”
디나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으니 카레나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그렇게 되었네? 어쩌다 보니 50세도 되고······세월 참 빠르다.”
잠시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레나를 보고 디나는 씽긋 웃었다. 자신처럼 젊고 매력이 넘치는 카레나를 두고 50세라고 한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싶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봐야 20세 전후로 보일 것인데 말이다.
“그래도 시스티님 보다는 휠씬 양호한 것 아닌가?”
카레나는 히죽 웃으면서 디나의 날씬한 몸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제 결혼을 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참 너 보드라는 남자 만난다며? 괜찮니?”
“응? 아! 언니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그런 건 비밀로 하고 싶은데······”
디나가 다소 불퉁한 표정을 지으니 카레나는 피식 웃으면서
“뭐 회계 법률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인데·····성격만 괜찮으면 나야 반대 안하지······”
“하지만 나 그렇게 결혼이 급한 건 아니고 나 정말로 23세인데 뭐······”
디나는 슬쩍 웃어 주기만 했다. 카레나는 그런 디나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크라우프가 생각 난다고 말했다.
“오빠는 왜요?”
“코프 그녀석 말이야······지금 상대하는 여자가 3명은 넘는 것 같더라······”
“시에나 말구요?”
갑자기 코프의 말이 나오자 입술을 잔뜩 불퉁거리고 있는 디나의 모습을 보고 있던 카레나는 디나가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어린애 같을 것 같던 이 애가 벌써 이렇게 성장해 처녀가 다 되어 버린 것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남자들이 꽤나 덤벼 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크라우프가 시에나 이외의 여자와도 관계를 가진다는 말을 확인시켜 주었다.
“시에나만 불쌍해······정말로 기분 나뻐요. 아무리 내 오빠라고 하지만서두요······”
“그렇게 해도 결혼은 다른 여자하고 할껄? 디나야, 어디 괜찮은 여자 있니?”
카레나가 잠시 한숨을 내쉬며 슬쩍 웃음을 흘리자 디나는 모르겠다면서 자신 때문에 어느 여자 인생 망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가? 뭐 코프 녀석에게 밤에 봉사해 주면 뭐 평생은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뭐. 그 녀석 치마만 둘러치면 누구라도 좋다고 할지도······”
씁쓸하게 웃고 있는 카레나의 말 때문에 디나는 핏 거리며 잠시 불퉁거렸다.
“너를 수녀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코프 녀석을 수도원에 보내 버렸을 것을······실수한 것 같아······”
카레나가 디나의 모습을 보면서 쓴웃음을 짓고 있으니 디나는 그런 것 보다 전쟁터에 있을 크라우프가 걱정 된다고 대답해 주었다.
“이번에 그 녀석 소장으로 진급 됬어······지난번 여러 전투에 참가해 세운 공적하고 이번에 운 좋아서 기회 잘 포착해서 세운 공적하고······”
“언니는 오빠 별로 안좋아 하나 봐요? 말씀하시는 게 좀······”
디나가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니 카레나는 그렇지 않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너하고 크라우프 녀석을 내가 어릴 적부터 키웠는데 내가 코프를 싫어할 것 같니? 그 녀석 위험하게 전장에서 싸우니까 걱정되니 그러지······어릴 적에 내가 노래 불러주고 악기 연주해 주면 좋아도 따라 다니고 코프 녀석이 내 스커트 자락 붙잡고 카나 언니, 카나 언니 하면서 따라 따라 다녔던 기억이 더 강하니 말이야.”
“맞아요. 오빠가 언니 보고 어릴 때 언니라고 불렀었죠?”
디나가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그때의 일을 회상했다. 카레나가 정원에 크라우프와 디나를 데리고 나와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 주었을 때가 참 좋았다. 카레나는 목소리도 곱고 노래도 잘 불렀다. 그리고 왠만한 악기도 수준급 이상으로 연주할 수도 있었고 요리도 곧잘 해서 코프와 디나의 간식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들 보다 카레나를 더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네가 오히려 더 개구쟁이였는데 말이야······나 하고 어머님들께 검술을 배우고 싶다고 떼를 써서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말이야.”
“맞아요. 엄청나게 시끄럽게 뛰어 다녔다고 했는데요.”
디나가 약간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고 있자 카레나는 뽀드득 거리며 자신들에게 처음으로 밟히는 눈을 보고는 히죽 웃어 버렸다.
“언니, 바르디아는 어때요?”
디나는 카레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그녀가 있던 곳을 물었다. 그러자 카레나는 쓴웃음을 짓고만 있었다.
“별로······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민족들이니 자신들보다 못하다 생각되는 에이센에게는 무력이 부족해 졌다고 생각하거든······어떤 식으로든 에이센의 지배에 저항하려 하고 있고······어떤 사람들은 에이센에 빌붙어 지내려 하고 있고······에이센인들의 상업 지배에 대항하려 하고 있고······에이센 황실에서 베풀어 주는 돈과 일자리 때문에 차츰 순응하는 사람들도 있고······그렇지만 낮에는 에이센인들과 친구였던 자가 밤에는 에이센인들에게 총을 겨누고 수류탄을 던지는 곳이기도 하고······”
그녀는 안정된 지역은 무척이나 안정된 지역이지만 그렇지 않고 혼란스러운 지역은 쉽지 않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주민들 대다수가 에이센인들에게 대해서 적대적인 감정을 내보이고 있기 때문에 안정화 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고 대답하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저녁은 내가 만들어 줄까? 너 그 남자 친구도 데려 올래?”
카레나가 디나를 보고 물으니 디나는 남자 친구는 아직 아니라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굳이 언니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데요? 지금은 언니의 요리를 저만 먹어 보고 싶어요.”
디나가 엷게 웃으며 카레나를 바라보니 그녀는 슬쩍 웃으면서
“으이구 이 욕심쟁이······그래 알았다. 저녁때 맛있는 요리 해 주지. 모처럼 내가 솜씨좀 발휘해 주지!”
그녀들은 서로 마주보며 환하게 웃으며 눈밭을 따라 걸었다.
디나는 카레나와 함께 즐겁게 하루 종일 눈 축제를 보고 왔다.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눈싸움도 하고 근처의 스탠딩 푸드도 사서 점심을 그것으로 때웠다. 카레나도 디나가 이렇게 커서 자신과 함께 이런 축제에도 다닌다면서 무척 재밌어 했다. 디나에게 보드가 두 번 정도 전화를 해 왔고 둘은 한참 동안 통화를 한 것을 제외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카레나와 함께 보냈다.
두 사람은 지하 도심의 주택 단지에서 카레나가 임대를 얻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들어섰다. 카레나는 디나를 자신이 데리고 있다면서 걱정 말하며 부모님들께 전화를 해 주었고 장장 2시간에 걸쳐 디나와 함께 요리를 했다.
요리를 하면서 카레나는 크라우프가 자신이 요리하는 것을 보고 자주 배워 그 애도 제법 요리를 잘한다면서 언제 한번 시켜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디나는 이죽 거리며 웃었다.
어쨌든 2시간 동안 요리를 한 것을 둘이 자리를 나누어 맛있게 먹었다. 디나는 오래 간만에 카레나가 요리를 해주자 무척이나 기뻐했다.
“다음번에는 그 남자 녀석도 데려와라. 같이 요리해서 먹여 주면 좋잖아? 네 요리 솜씨 자랑도 할겸말이야!”
카레나가 다시 한번 말하니 디나가 잠깐 입술을 삐죽 내밀며 그 말을 받았다.
“그런말 하기 전에 언니부터 결혼해요. 주변 남자들이 다 능력이 없나봐. 언니 만한 사람도 없는데 말이지.”
디나의 불퉁거림에 카레나는 슬쩍 디나의 뺨을 꼬집어 주었다.
“디나야 언니하고 나가서 한잔 할래?”
카레나가 슬쩍 웃으며 소화도 시킬 겸 근처 선술집에 가서 한잔 하자고 물으니 디나는 자신은 술은 별로라고 대답했다.
“안다 알아. 네가 술 잘 안마시는 거······그러면 내가 잘 아는 칵테일 바 갈래? 거기에는 쥬스도 색색으로 섞어서 멋있게 해주는데 말이야. 물론 언니가 살테니 염려는 말고!”
둘은 씽긋 웃으며 저녁 먹을 것을 정리한 후 밖으로 나왔다. 디나의 성격에 남은 일을 처리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카레나가 말한 칵테일 바는 다른 도시 구역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카레나가 소유하고 있는 전기 자동차를 사용해야 했다. 운전도 능숙하게 하고 있는 카레나를 보면서 디나는 부럽다는 말을 했다.
“부럽기는 뭐······너도 할 줄 알면서 그러니?”
카레나가 슬쩍 웃으며 물으니 디나는 피식 웃으면서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아니······언니는 바리스타 조종도 잘하고 운전도 잘하고 못하는 것이 없잖아······그렇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뭘? 너 정도 얼굴이면 어디에서 빠지지 않는다 뭐······조신한데다 살림 잘하지, 성격도 깔끔하지. 무엇보다 평생 동안 처음 만났을 때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남자가 딱 좋아할 스타일이기는 하지······하지만 그 남자가 죽고 나서도 네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