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7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이 10대 중반에서부터 20대 중반 사이의 젊은이들이었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단 몇 일의 전투에서 속절없이 죽어 없어져 버렸던 것이다. 국경 지역에서는 아직까지도 그렇게 죽어간 많은 젊은이들의 영혼이 차가운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정도의 대규모의 전쟁이 쉽게 다시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을 경험한 자신은 이렇게 지금 보복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젊은 참모들은 파츠 베이스군의 이번 행동이 엄연한 기습 공격으로서 적에게 빼앗긴 엠더 광산을 되찾고 다시금 셰어필드 기지까지 빼앗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바르디아의 갑작스러운 침공으로부터 시작된 7년 전쟁을 비롯해서 근 20년 이상 끌어온 전쟁으로 수백 억 명이 죽었을 것이다. 정확한 전사자의 숫자는 집계되지 않았다. 몇 개의 유인 행성계의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숫자인 것이다. 다시금 이곳 케네피온의 행성 표면 전체를 시체로 뒤덮어 버리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싶었다.
참모들의 말이 끝이 났다. 도리안준장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대로 섣부르게 군사 보복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적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이상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했다.
“적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난 다음에 공격을 가한다!”
혈기 왕성한 참모들의 섣부른 공세론을 신중론으로 바꾼 그는 경계를 강화하고 각 주요 거점에 대한 통신과 보급망을 재정비해서 만일의 사태가 벌어졌을 시에 즉각적인 사태 파악과 함께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파츠 베이스군의 군사 행동을 상부에 보고했고 자신의 예하 부대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통신과 보급망을 재정비하면서 적의 추가적인 도발에 대해서 신중하게 대처하도록 했다.
6일 10시 10분 하만 바이파의 군사우주항에서 각자의 소지품을 가지고 수송선에 탑승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크라우프는 인사 발령 대기를 끝내고 케네온행성계의 케네피온으로 부임하기 위해서 서두르고 있었다. 자신이 이끌고 있던 사람들 중에서 아세라와 페넬로페는 우주 함대로 부임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과는 떨어져야 했다.
아쉽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이었다. 쌍둥이 자매로서 같은 함대에 배치된다는 것은 두 사람의 어머니가 예전 우주 공격군 부사령관이었던 카디나 크렐이었던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제는 나란히 우주 함대로 부임하게 된다고 했다.
“아쉽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을 하고 있던 페넬로페는 크라우프의 손을 잡고 잘 지내라고 했다.
아세라는 피싯 웃어 주기만 했다. 두 사람이 저녁때 만나서 모텔에 투숙했던 것은 둘만 아는 일이 될 것이다. 그녀는 그것은 단순하게 지난 추억으로 간주해 버릴 것이다.
“잘 지내요!”
악수를 하고 군대식으로 경례를 한 두 사람은 다른 곳으로 향했고 10시 23분 수송선에 탑승하라고 하는 안내 방송과 함께 크라우프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수송선에 오르고 있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군인이 되고 이렇게 자주 부대를 옮기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 4년만 보낸다면 20세가 되어 군대를 마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바리스타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사장에 취직하기도 쉽고 다른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죽게 될 것을 먼저 걱정해야 할 참이었다.
입술을 한번 지긋이 빨았다. 올해 16살인 그녀는 뒤로 모아 묶은 아마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번 쓸어 넘겼다. 등에 메고 있는 더블백이 좀 무겁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앞서서 알리시나가 수송선에 오르고 있었고 군생활 내내 배만 타고 이곳 저곳 옮겨 다니게 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누군가의 말과 함께 수송선 안으로 들어왔다. 조명이 다소 어둡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곧 익숙해 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간에 배에 타니 별 생각이 다들었지만 지금 더블백을 버리고 뛰쳐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케네피온행성의 만드레일 대륙 북부에 위치한 렘셰이드기지는 파츠 베이스군의 전격적인 공격 작전 때문에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지 사령부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기지 병사들에게는 전투 대기만 내려놓고 다른 행동을 특별하게 취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병사들 중에서는 상당수가 파츠 베이스군에게 엠더 광산을 빼앗겼다는 말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고 즉시 출격해서 적들을 모조리 쓸어버리자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들 죽고 싶어서 환장들을 했군 그래……”
적과 언제라도 교전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기 때문에 기지는 언제나처럼 전투 장비를 한 채로 군장비들이 대기 상태에 있었다. 기지 주변을 빔 라이플을 오른 손에 든 채로 보병들과 함께 순찰을 하고 있는 자카운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보통 체격의 검은 머리카락의 여 중위는 씹고 있던 껌을 바닥에 뱉었다. 푸른 눈동자의 눈은 큰 편이었고 얼굴이 갸름한 편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연약해 보이는 그녀였다. 어차피 에이센에서나 파츠 베이스에서나 남녀 모두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마쳐야 하는 것이지만 이런 연약해 보이는 중위가 바리스타 파일럿이라고 하는 것을 믿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다이레아 마티스중위는 올해 21세였다. 18살 때 사관학교에 들어가서 20세 때 졸업을 했으니 1년 사이에 중위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올해 2월 렘셰이드로 배치 받아 이제까지 임지에 있었던 것이다.
“다시 전쟁이 벌어 질려는 건가?”
7일 목요일 13시 40분 햇살은 무척이나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보병들의 고생이 심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입술을 한번 지긋이 깨물면서 머리카락을 한번 긁적였다. 격납고에서는 바리스타를 정비하고 있는 정비반원들이 내뿜는 열기 때문에 쉽게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에너지 절약 때문에 격납고 안에까지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았다. 바리스타 내부에서는 에어컨이 있기는 했지만 파일럿이 그것을 틀고 있으면 격납고 안은 찜통이 될 것이 분명했다. 보통 더위 때문에 야간에 작업을 하지만 지금은 전투 대비태세였기 때문에 바리스타에 대한 정비를 낮에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격납고로 들어가려다가 안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잠시 머뭇거리고 있을 때 주머니 속에서 있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받아 보니 지휘 통제실이었다. 즉시 지휘 통제실로 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네 가겠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부르니 아니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휘 통제실로 들어선 다이레아가 경례를 올렸고 자신을 호출한 작전 참모를 찾았다.
“다이레아 마티스중위 부르심 받고 왔습니다.”
그녀가 경례를 올리자 작전 참모 다니엘 허버크대령은 올해 46세의 키가 큰 백인 남자 였다. 집안 내력인지 머리카락이 반쯤 벗겨진 그는 매우 용의 주도한 인물이라고 했었다.
“앉게 중위!”
허버크대령은 다이레아에게 자리에 앉도록 했고 그녀가 자리에 앉고 잠시 뒤에 적에게 점령된 엠더 광산에 대한 정찰 임무를 맡겼다.
“정찰입니까?”
“음……엠더광산에서 적의 방위 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네……”
작전 참모로서 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다 확실하게 정찰 행동을 해서 적의 방위 태세를 확인해 보기 위함이라고 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죽을 위험이 매우 높은 임무였지만 군복을 입고 있는 다이레아에게는 거부할 수가 있는 권리가 주어져 있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에 벅찬 것이라고 해도 그것을 실행해야 하는 것이 군인인 것이다.
“마티스중위 자네가 지휘를 하게……3기정도 이끌고 적의 방위 상태를 확인하고 오게 교전 을 최대한 피하고……적의 최종 방위 라인이 어느 정도 까지인지 확실하게 알아야 할 것이 네!”
알겠다고 대답을 한 다이레아는 작전 참모에게 자신이 움직여야 할 곳과 함께 여러 가지 정보를 브리핑 받고 밖으로 나왔다. 작전 장교와 작전 담당관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전 담당관이 수송기를 수배해 줄 것이고 2시간 이내에 출발을 하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작전 담당관은 하사관으로 상사 였지만 나이가 자신 보다 휠씬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을 해준 다음에 경례를 올려 주었다.
7일 20시 40분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소위는 밤이 되자 기온이 많이 떨어 졌다는 생각을 했다. 별 빛 만이 아득하게 비추고 있는 황야의 가운데 자신들이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돌아 가면서 바리스타 1기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고 나머지들은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지원 장갑차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시간을 채우고 교대를 하고 밖에 나와 장갑차 쪽으로 걸을 때 무척이나 덥다는 생각을 했다.
수통을 들고 작게 구덩이를 타서 그 가운데 컵을 내려놓고 비닐로 그 위를 덮은 다음 작은 돌멩이를 컵의 바로 위쪽의 비닐 위로 올려놓은 것에서 물을 받고 있는 키가 조금 작은 하사를 볼 수가 있었다.
“물 많이 생겼어?”
엘레비아의 물음에 하사는 고개를 돌려 컵에 조금씩 모여진 물들을 수통에다가 옮겨 놓고 있었다. 이렇게 하지 않는 다면 곧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금입니다.”
장갑차 안에서는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있었다. 자신의 수통을 내려놓은 다음에 그의 앞에 앉았다. 아직까지도 자신의 부하들을 잘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이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쉽게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가 않았다.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너무나도 쉽게 죽어 버리고 그런 사실을 쉽게 극복하기 힘들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래 알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자신을 지휘관으로서 인정해 주고 제대로 지휘에 따라 준다면 그것으로 족할 뿐이었다. 그렇게 오래 알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장갑차 안은 좀 훈훈하다는 생각을 했다. 파일럿 슈트 차림의 나머지 사람들은 좁은 장갑차 안에서 이런 저런 말들을 나누고 있었다. 좁은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온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군대에 들어오기 전에 남자 친구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갔다는 여중사의 말에 모두 그런 것 같다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교대 병력이 올려나?”
황야에서의 생활이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신나게 샤워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들이었다.
“타르고소위님……적들은 언제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전투에 참가 한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전투를 하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투 참가 경험이 여러 번 있는 그녀는 핏 웃으면서 신병들의 그런 전투 욕망에 제동을 걸었다.
“적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예? 겁나십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엘레비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귀찮아서……적들이 오면 또 짜증부터 날 것 같으니 말이야!”
쓴웃음을 지으면서 장갑차 안으로 수통을 들고 들어오는 하사를 볼 수가 있었다. 피곤함이 몸을 가득이 감싸오고 있었다.
“피곤들 한텐데 좀 자둘까요? 떠들다가 시간 다 보내겠다.”
장갑차 승무원은 2명이었고 두 사람은 캠핑카로 변해 버린 자신들의 차량에 기분이 좋지는 못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대해주고 있었다. 장갑차 조종사는 하사였고 부조종사는 상병이었다.
“일찍들 자두지 그래!”
희미하게 조명을 켜고 장갑차의 통신기 앞에서 하사가 앉았고 상병은 부조종석을 뒤로 젖히고 담요를 덮고 있었다. 침낭에는 두 사람씩 들어가 누웠다. 엘레비아는 남자 하사와 한 침낭에 들어갔다. 그 자리에서 등을 돌리고 누웠다. 여자하고 같은 침낭에 들어와 누우니 처음에는 다소 흥분한 듯 했지만 지금은 별다른 반응도 없었다. 등을 맞대고 누웠고 곧 잠이 들었다.
…복구합니다…^_^;;;
8월 8일 03시 40분 엘레비아를 비롯해서 파일럿들과 장갑차의 레이더에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 모두 좁은 장갑차 안의 침낭속에서 모두 곤히 잠들어 있었다.
깜빡 졸고 있던 장갑차 부장인 상병은 레이더 앞에서 꾸뻑 꾸뻑 졸고 있다가 그대로 데스크에 머리를 내리 박아 버렸다.
“아이쿠!”
민망함과 함께 짜증스러움이 함께 일었다. 이런 임무 때문에 이렇게 의자에 앉은 채로 몇일씩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죽겠다.”
물도 제대로 마실 수도 없고 하루에 한컵 정도만 마시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들 피곤해 하고 있고 지쳐 있었다. 밤이 되어서 많이 쌀쌀했던 것이다. 뒤돌아보니 모두들 침낭 속에 들어가 곤하게 잠들어 있었다. 기지개를 켜면서 무슨 이상이 있나 싶어서 레이더를 한번 내려보았고 순간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레이더 상으로 무엇인가 움직임이 큰 물체 3개가 잡혔던 것이다. 즉시 2시간 전에 잠이 든 조종사인 하사를 깨웠다.
“왜……왜?”
한참만에 일어난 하사는 교대 시간이냐고 물었고 상병은 레이더를 봐 달라고 했다.
“뭐야?”
짜증난 얼굴로 레이더를 바라본 하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순간 일어서려다가 몸이 풀리지 않아 바닥에 쓰러졌었지만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일어서서 레이더를 조작했다. 집음 장치와 지상 소나를 작동시켜 지상 소나를 땅바닥에 박아 넣은 다음에 헤드폰을 끼고 소리를 조작했다.
“바리스타의 모터음이다……거리 2,600……음문 조회……자카운이다……”
즉시 파일럿들을 흔들어 깨웠고 적기가 접근 중이라는 말에 모두들 깜짝 놀라 일어섰다.
“죽겠군 이 녀석들 잠 좀 자면서 싸우지!”
방금 교대한 사람은 짜증 섞인 말로 장갑차 밖으로 나왔다. 엘레비아가 즉시 자신의 바리스타로 옮겨가 준비하라고 하니 모두들 자신의 위치로 향했다. 하지만 지휘관인 그녀는 경계를 서고 있는 바리스타쪽으로 향했다.
“경계자는 뭐하고 있던 거야?”
달려간 그녀는 경계를 서던 하사가 깜빡 잠들어 버린 것에 크게 화를 내 버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일단 이 상황 끝나고 보자!”
그렇게 외치면서 자신의 바리스타쪽으로 달려나갔다.
자신의 바리스타에 올라탄 엘레비아는 지향성 통신으로 부하들을 단속했다. 절대로 자신의 지시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했다.
“내 지시를 철저하게 따라라 적을 최대한 가까이까지 끌어 들여야 해!”
상대도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일단 적기를 포착하고 빔을 쏘려면 조준을 해야 하는데 조준 빔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할 것이다.
멀리서 저격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자신의 위치만 나타내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었다.
“적이 무슨 일일까요?”
누군가의 물음에 엘레비아는 정찰 행동일 것이라고 하면서 장갑차에게 전투에 돌입하게 된다면 즉시 사령부에 보고하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단순 전문으로 적의 움직임을 포착했다는 보고를 했고 그녀는 적의 선두 부대가 아닐까 싶었다. 어떤 행동인지는 사령부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고 자신은 지금은 군인인 것이다. 적을 보면 싸우는 것이 도리였던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다이레아 마티스중위는 이런 정찰 행동이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적의 방어선의 상태를 확인하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라고 하는 것인데 적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들의 이런 행동을 예상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한번 죽으라는 건가? 네놈들 하라는 대로 쉽게 죽지는 않는다.’
자신을 따라온 부하들은 한 사람은 하사였고 다른 한 사람은 중사였다.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얼굴은 아는 사람들었지만 한번도 같이 작전에 나선 적은 없었다. 사령부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싶었다. 그래도 정규 사관학교를 나오고 있었던 자신이었다. 어쨌든 간에 간단한 것은 1번기와 2번기로 불린다. 자신은 0번기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기에다가 이름을 부르는 것은 아니었다. 호출 부호를 부르는 것이고 사령부는 00였던 것이다. 철저하게 이름 없이 살다가 죽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자신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힘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이렇게 이름이 없게 되었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적어도 자신의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가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인이 된 것이다.
‘아무 생각 말자……’
주변으로 스쳐 지나가고 있는 풍경들은 너무나도 황량한 것 같았다. 군데군데 초원들이 우러어져 있었고 이런 곳이었기 때문에 거의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었다. 사실 그런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오래 전 에이센이 이곳 아이크를 정복하기 전에 방사능이 없는 열핵병기를 이곳 케네피온에 사용했다는 말도 있었다.
아이크가 에이센에게 멸망한 것은 260년 전이었다. 그런데 그때 열핵병기를 사용했다면 지금 사람들이 살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전에 아이크에서 내분이 있었는데 케네피온에 반란군이 주둔했었고 그 장소가 이 만드레일이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천년 동안 열핵 병기에 불태워진 행성이 이나마 회복된 것이라고 했다.
사실 에이센이나 아이크나 오랬동안 행성 개조 사업을 벌여 거주하기 편하도록 자연 환경이 거의 엇비슷하게 변해 버린 상황에서 이런 거대한 대륙의 대부분이 사막으로 변해 버린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모를 것이다.
바르디아에서는 에이센의 성립 전에 있었던 다른 문명의 유적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곳에서는 그런 흔적들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표면수도 마셔도 되고 크고 작은 동물들도 많이 있었다. 방사능에 오염된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건조한 곳이었다.
‘별 생각이 다드는 군 그래……’
서로간의 통신을 차단하고 최대한 신속하면서도 신중하게 움직여 나갔다. 입술을 한번 지긋이 깨물고 있던 다이레아는 주변이 너무나도 조용하다는 생각을 했다. 조용하고 너무나도 차가운 공기는 바리스타가 내는 모터음을 멀리까지 전달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비가 잘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모터음은 나름대로 경쾌했던 것이고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작은 소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소형의 수소 핵융합로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바리스타였다. 방사능이 없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사후 처리는 필요 없지만 만일 폭발했을 시에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은 분명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핵융합로라……”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핵융합로의 소형화와 안정성 문제라고 했었고 반응로에서의 냉각 문제였던 것이다.
오랬동안 이 점이 큰 문제였다고 했었는데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핵융합로 자체의 크기는 매우 작았던 것이다. 오랬동안 바리스타를 주력 병기로 사용하면서 수많은 결함들이 개량되고 발전되면서 현재의 이 바리스타가 완성된 것이다. 소형 초고성능화가 추구된 이 바리스타 자카운은 모든 형태의 전투에서 상당한 수준의 성능을 낼 수가 있는 만능형 이었던 것이다.
일단 이런 일들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적의 방어선을 찾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움직여 왔지만 아직까지 적의 그림자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젠장할……’
조종간을 움켜잡으면서 그녀 자신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주변에서 무엇이 보이는 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엇인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썩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엘레비아는 자신의 모니터를 통해서 적기를 볼 수가 있었다. 검은 그림자와 함께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레이더에느 충분하게 잡히고 있었던 것이다.
“적을 최대한 끌어 들여라……단숨에 잡아 버린다.”
사령부에서는 적을 발견하면 즉시 격파해 버리라는 지시를 내려 주었고 그 지시를 받음과 함께 주저 없이 빔을 발사 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적들이 미리 알아차리고 도주해 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거리가 1,100인가?’
바로 그때 누군가 조준빔을 발사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누구야!”
깜짝 놀람과 동시에 엘윈 중 한 대가 명령을 무시하고 빔을 발사했던 것이다. 방금 보초 서다가 졸았던 녀석이었다.
“이런 멍청한 자식!”
다이레아는 갑작스러운 조준빔에 놀라 즉시 조종간을 움직였다. 그것과 동시에 자신이 서 있던 곳에 빔이 날아와 명중해 큰 폭발을 일으켰다.
“적이다. 산개해라!”
3대의 바리스타는 주변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중위! 적은?”
“상당히 장거리다! 섣불리 대응하지 마라!”
다시 몇 발의 빔이 날아 들어왔지만 자신과 부하들은 침착하게 움직여 피했다. 폭발들이 일어나고 적이 약 1,000미터 정도에서 빔을 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기체를 숙이고 있던 다이레아는 다시 빔을 쏘기 시작하는 적기를 보고 정확하게 한발 발사해 넣었고 그것과 동시에 기체를 움직여 피했다.
“00적과 접촉했다. 반복한다. 00적과 접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