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8
토마 중령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크라우프도 죄송하다면서 연신 읍조리고 있었다. 헌병대 대장인 대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 친구들 모두 구속시켜야 하는데……전장에서 방금 귀환한 친구들이고 전공도 있다하니 이대로 방면해 주는 겁니다. 감봉처분 정도는 시키셔야 할 겁니다. 다행히 기사거리가 되는 것은 막았으니까요.”
헌병대장의 대답에 토마중령은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제가 소홀했던 탓입니다. 앞으로 이런일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귀환병들의 흥분된 기분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 기사거리가 되면 곤란합니다. 군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은 앞으로 없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군법회의에 회부되는 일은 없도록 하죠!”
헌병대의 대령은 무뚝뚝한 어조로 그렇게 강조한 다음 잡혀온 크라우프의 소대원들을 데려오라고 했다. 5명의 준위들과 시에나, 디네스도 함께 끌려나왔다. 시에나만 꼿꼿하게 서 있었고 나머지는 기가 죽어있었다.
“토마 중령께서 간청하셔서 이 정로 끝을 내주겠다. 다시는 문제 일으키지 않도록!”
헌병대장은 기가 죽어있는 이들에게 짧게 훈계한 다음 나가보라고 했다.
“예!”
감사하다고 하면서 토마 중령은 연신 고개를 숙였고 크라우프도 마찬가지로 감사함을 계속해서 표시했다.
한병대의 밖으로 나온 뒤 중령은 크게 웃으면서
“미치겠군. 이런 일도 다 해보고……5중대장이 알아서 하게!”
그는 그렇게 말을 한 다음 더 이상 쳐다보기도 싫다면서 되돌아 갔고, 크라우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시에나. 너까지 왜 이런거야!”
“죄송합니다.”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처음으로 고개를 숙이는 시에나에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됐다고 하면서
“6개월 정도 월급의 1/3정도 감봉은 각오해! 나도 깎이니까……일단 기지로 들어가서 쉬자!”
그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수송트럭인 유리켄에 오르라고 했다.
파츠 베이스의 최전방 중심지인 유케울의 중심행성 쉬프는 중심도시 데르가 적도부근에 위치했기 때문에 날씨가 꽤 무더웠다.
12일 09시 10분 6시부터 더운 날씨를 보이는 데르 근교에 위치한 군 사령부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아담 조슈아 디제 중위는 밖과는 다른 시원한 느낌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인사부에 호출된 것이었고 대기실 복도의 좌우벽에 붙어있는 긴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복도쪽에 책상에 나와있는 인사부장의 비서관이 아침업무를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맞은편에 누군가가 다가와 앉자 고개를 돌려 돌아 보았다. 그리고 뜻밖의 얼굴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엘레비아 아네스였던 것이다. 상대도 아담을 보자 놀란 얼굴이었다. 그녀는 전과는 다르게 밝은 표정으로
“또 보게 되네요.”
“아! 호출?”
“네! 중위님도요?”
아담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혹시 자신들 둘만 부른 것인가 싶었다.
“무슨 일이지?”
그렇게 대답을 하고있는 그의 말에 복도 끝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많은 청년장교들이 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예상과는 달리 자신들만 부른 것은 아니었다.
젊은남녀 장교들이 모여들자 꽤나 시끄러워졌다. 서로 어울리면서 여러가지 말들을 떠들어 대고 있었다. 엘레비아는 전에 보았던 모습과는 달리 말을 거는 사람과 꽤나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나누고 있었다.
‘……이상하네……’
아담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약간 숨을 깊게 들어 마셨다. 그렇지만 별다르게 내색을 하지않고 있던 아담은 잠시뒤에 비서관이 모두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엘레비아도 따라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인사부 사무실은 꽤나 넓었다. 사무기기들이 좌우로 붙어 있었고 인사부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었다. 몰려 들어온 사람들에 이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했다.
비서관의 안내를 받아 이들이 들어간 곳은 인사부장실이었다. 모두 3열로 맞추어 서니 방안이 꽉 차고 있었다. 아담의 왼쪽 옆에 엘레비아가 섰다.
인사부장인 상좌는 매우 거만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상좌는 에이센에서의 대령과 준장 사이에 위치한 계급이었다. 파츠 베이스가 에이센에서 독립을 하면서 많은 제도나 관습들이 에이센의 것과 비슷했지만 독자적인 체계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중사와 상사 사이에 상급중사라는 계급이 있고, 상사와 준위 사이에 특무상사라고 하는 직책이 있었다. 그리고 대장과 원수 사이에 상장과 차수라는 계급이 있으며, 에이센에서는 대원수라는 직책이 파츠 베이스에서는 제국원수라는 직함으로 불리워지고 있었다.
자리를 꽉 채울 듯이 앉아있는 인사부장은 체구가 무척이나 크고 뚱뚱했기 때문에 군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인물이었다. 테가 둥근 안경과 붉은색이 도는 피부에 머리숱이 거의 다 빠져버렸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마음씨 좋은 음식점 주방장 아저씨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작하는 말투부터 매우 사무적이었기 때문에 듣고있던 아담은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본관이 귀관들을 호출한 것은 이번에 귀관들이 소속부대에서 유케울 공격 기동함대로 전출되었음을 통보하기 위함이다.”
듣고있던 소위, 중위정도의 장교들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좌는 짧게 헛기침을 하면서
“귀관들의 실력을 믿기 때문이다! 금일 17시까지 소속대에서 소지품을 챙겨 임관하도록! 이것은 록세비엔의 정식 명령이네!”
그의 말에 장교들 모두 별다른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담이 유케울 기동함대의 사령부로 소지품을 챙겨 이동해 갔고 그곳에서는 다른 청년 장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에이스 파일럿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 중에서 엘레비아도 더블백에 짐을 챙겨 사령부의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담이 오고 잠시 뒤에 두 사람이 더 왔고, 곧 바로 기동함대 사령부의 사령관에게 전입신고를 하러 갔다.
기동함대 사령관 할트레인 빈스 중장은 금발에 운동으로 잘 다져진 몸매를 지닌 건강한 남자였다. 빈스 중장은 전입신고를 하러온 파일럿들에게 열심히 부대에 적응하도록 하라고 했다.
“예! 알겠습니다.”
모두 경례를 올렸다. 전입신고는 5분이 채 못되어서 끝이 났지만 빈스 중장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한 사람이었다.
“대단해 보이는군!”
아담은 그렇게 자답했다. 약간 앞서서 엘레비아가 걷고 있었고 그는 발걸음을 빨리 해서 그녀의 옆쪽으로 나란히 섰다.
“있다가 시간 있어요?”
“네?”
엘레비아가 고개를 들어 아담을 올려보았다. 그리고 입가에 엷은 웃음이 띄는 것 같더니
“시간이야 많죠.”
그녀의 대답에 아담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대에 어떻게 배치되든 간에 저녁때 만나서 식사나 좀 할래요? 물론 내가 살께요.”
아담의 말에 엘레비아는 엷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데이트 신청하시나 본데요. 수법이 좀 어설프시군요. 그렇지만 중위님을 위해서 낼 시간은 없는 것 같군요. 그럼 이만!”
보다 걸음을 빨리해서 앞서나가는 엘레비아에 그 자리에서 거절당하게 된 것이 된 아담은 무안한 기분이 들었다.
“어이구, 이거 데이트 신청이 물거품이 되셨나 보네!”
그의 왼쪽에서 나란히 걷고 있던 체격좋은 흑인 중위가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러게……그렇지만 그런게 더 매력적인 것 같아!”
아담의 말에 흑인 중위는 하핫 웃으며
“좋은 마음가짐이군! 여자는 튕겨야 매력이라니까. 아참, 나는 셀리더 아르코라고 하 네……”
“아담 조슈아 디제라고 해!”
그들은 서로 자기소개를 한 다음 피식 웃음을 지었다.
혼혈이 보편화 되어 있었고 다른 이민족들도 수없이 접하게 되면서 인종적인 차별은 자연스럽게 사라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라도 해도 상관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인사과쪽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일단 어디 중대에 배치되었는 지를 지시받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복구합니다…^_^;;;
하만 바이파의 유인행성 고비엘트리턴의 중심도시 슈필 테이레는 꽤나 무덥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곳이었다. 교외에 있는 한모텔에 크라우프와 같이 투숙하게 된 시에나는 샤워를 마치고 물기를 닦아낸 다음 가운만 걸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눈에 거실의 의자에 앉아 전화를 걸고있는 크라우프가 눈에 들어왔다.
“뭐해요?”
시에나의 물음에 크라우프는 피식 웃으면서 그럼 편히 쉬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아니……다시 파츠 베이스를 쳐 나간다는 것 때문에 말이야!”
피식 웃고 있던 시에나는 물기에 젖어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번 추어 올렸다.
“머리, 말려줄까?”
“아뇨, 코프. 전 잘 마르잖아요.”
시에나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핏 웃었다.
“사람들. 어떻게 생각해요?”
그녀는 주방에서 옆에 놓여져 있던 컵을 두 개 손에 들고 냉장고에 있는 얼음을 넣었다. 그리고 반쯤 마시고 만 브랜디를 따랐다. 그리고는 그것을 손수건으로 싸서 양손에 들고 일어섰다.
“자요!”
술잔을 건네주며 앞쪽에 앉는 시에나를 바라보며 크라우프는 그녀의 손에서 술잔을 받아들었다.
“이런 생활이 어때?”
크라우프의 물음에 시에나는 뭐 상관없다고 했다.
“저야 상관없지만요.”
그녀는 요염하게 다리를 포개 얹으면서 왼손으로 술잔을 받쳐들었다.
“생각하면 이상한 사람이네요. 당신말이에요. 코프!”
“내가?”
“네……”
시에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브랜디를 한모금 마셨다. 독한 술기운이 목을 타고 넘어왔다. 하지만 그것을 입안에 넣으니 기분이 한결 좋아 진 것 같았다. 약간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글세 말이야.”
그렇게 조금 어중간하게 대답하고는 크라우프는 가볍게 하품을 했다.
“피곤해요?”
“아? 응 조금……”
“그 쌍둥이 중위들……구별이 잘 안가네요.”
시에나의 말에 그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술잔을 들었다. 차가운 느낌이 아주 좋았다. 그러면서 크라우프는 프로스베인에서 놓아보낸 그 파츠 베이스군 여성 파일럿을 생각하고 있었다. 참으로 미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해보였다. 죽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놓아 보냈던 것이다.
‘그냥 그대로……’
쓴웃음을 짓고 있던 크라우프의 눈 앞에는 어느새 시에나가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있었고, 가운 사이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몸이 살며시 보여지고 있었다. 순간 당황한 크라우프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시에나가 키스를 해오는 것이 더 빨랐다.
“아니, 아무것도……음……”
말해도 상관없지만 지금의 시에나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잔을 옆에다 내려 놓으면서 팔을 앞으로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파츠 베이스제국력 08년 4월 15일 아담 조슈아 디제는 파츠 베이스군이 다시금 전쟁에 나서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대규모의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는 예상을 했던 것이다. 유케울 기동함대는 할트레인 빈스 중장의 지휘아래 전투편제를 갖추고 있었고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탄약을 만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탄을 장비한 채로 훈련에 임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기는 했지만, 평상시와는 달리 적재하는 탄약의 양을 볼 때 그 양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각 함정의 탄약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탄약 이외에도 많은 양의 보급물자들이 계속해서 공급되고 있었다. 장기간의 작전을 예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상한 기분이 드는 군!”
함대의 기동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각 부대에서 에이스 파일럿들을 차출해 부대를 편성했다고 하는 것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에이센을 공격하려는 건가?’
에이센과 파츠 베이스는 평화조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크고작은 전쟁을 계속해서 치뤄 왔다. 그런식으로 10년 넘게 균형을 유지해왔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프로스베인에서는 너무나 쉽게 퇴각을 해왔어. 전투를 계속 했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을 텐데……’
아담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잘 알 수 없었다. 일개병사인 자신이 총사령부의 의도를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사령부 예하의 지상기지에서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 소위는 금일의 훈련을 마치고 자신의 방쪽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파일럿숙소로 향하는 그녀의 걸음은 가벼웠다. 파일럿숙소는 조립식 3층 건축물로 되어 있지만 나름대로 튼튼한 곳이었고, 지내기에 시설이 좋은 곳이었다. 중앙에 계단이 있고 왼쪽에만 2, 3층으로 연결된 계단이 있었다.
오늘 훈련은 정규 파일럿들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펼쳐진 실탄 사격훈련이었고, 여기에서 움직이는 작은 표적에 100발을 발사해서 53발을 명중시켜 최고를 차지한 그녀는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방앞에 서 있는 의외의 사람에 순간 긴장이 들었다. 긴장감을 감추기 위해서 깊게 숨을 한번 들니 마셨다 내쉬면서, 자신의 방 앞쪽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아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별로 신경쓰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
“무슨 일이시죠?”
그녀의 물음에 아담은 이제 오냐고 하면서
“시간 좀 있어요?”
“시간요?”
엘레비아는 엷게 웃으면서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번 쓸어 넘겼다.
“여자는 이런 식으로 꼬시셨나 보죠?”
“그런건 아니지만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요. 엘레비아!”
“제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시죠. 디제 중위님!”
엘레비아는 조금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친근한 사이가 아니면 곤란한 것이었다.
“들어가겠습니다. 비켜 주시죠.”
그녀는 그엏게 말한 후 아담의 옆을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담의 손이 엘레비아의 가는 팔목을 잡으면서 저지되었다.
“뭐에요?”
엘레비아는 순간 기분이 팍 상했다. 눈을 크게 뜨고 올려보는 그녀의 모습에 아담은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지 말고 같이 뭐라도 마시면서 얘기라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