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7
그녀의 대답에 남자의 얼굴이 다소 붉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술기운 때문이 아니라 부끄러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당황하는 남자의 얼굴에서 그녀는 자신이 잘못 판단했을 것인가 싶었다. 엘레비아는 맥주를 다시 한 모금 마신 다음에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번 쓸어 넘겼다.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요.”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그런가?”
남자는 다음 말을 찾지 못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순진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레비아는 속으로만 웃으면서 손을 들어 한 방향을 가르켰다.
“동료분들이 기다리시네요.”
엘레비아의 말에 디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숙이면서 자신이 왔던 쪽으로 되돌아 갔다.
리하트황제력 260년 4월 10일 17시 30분. 하만 바이파 행성계에 도착한 페코 중장의 함대는 제 8태양계의 고비엘트리턴에 기항하게 되었다.
고비엘트리턴은 중심도시 슈필 테이레를 중심으로 해서 130억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행성이었다.
전선에서 귀환하게 된 병사들은 다들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었고, 이제는 편하게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특별한 사항이 없으면 반드시 지켜지고 있는 24시간 동안의 휴가를 받게 된 장병들은 무척이나 들뜬 기분으로 시내로 나가서 신나게 한잔씩 하자는 말들을 나누고 있었다.
“먼저들 가 있어. 나는 좀 가볼 곳이 있어.”
크라우프는 걱정하면서 말을 건네주는 시에나에게 몇마디 해준 다음 어딘가로 향했고, 남은 사람들은 으쓱한 기분을 가지면서 시내로 나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술집이나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찾아 들어갔다. 잛다면 짧은 24시간 동안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시 대규모의 전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하는 소문도 있었고 뉴스에서는 이를 열심히 떠벌리고 있었다. 프로스베인에서 크게 승리를 했다고 하는 것과, 파츠 베이스는 연이은 침공을 비난하면서 이대로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뉴스는 계속되고 있었다.
“전쟁이 또 계속 되려는 건가?”
별다른 걱정없이 군대에서 바리스타 조종기술만 배워 나가려고 했던 디네스는 자칫하면 전쟁에 투입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걱정을 핳는것도 잠시, 그들은 시내의 한 나이트 클럽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곧 자리를 잡았다.
“한잔 하자고!”
빌리 테이터 준위가 먼저 술잔을 치켜들면서 마셨고 다른 사람들도 즐거운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은 맥주와 브랜디를 섞어가면서 마시기 시작했고 모두들 꽤나 기뻐하는 표정들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게 된 것이고 이제 같은 소대가 되었으니 잘 해보자고!”
그렇게 말을 하는 테이터 준위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된 것이든 크라우프의 소대에 모두들 같이 소속되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하하!”
서로 잔을 몇번씩 돌리자 조금씩 취기가 올랐다. 디네스도 주량을 넘어서도록 맥주를 마셨다. 별로 술을 잘 마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시는 것이 꽤 좋다는 생각을 했다.
“술이 참 좋은데요?”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디네스에 모두 하핫 웃고 있었다. 16살인 그녀도 이제는 어느덧 술을 마시게 된 것이다.
나이트 클럽에서는 신난 음악이 터져 나오고 있었고 서로 어울리면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군복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같이 춤출래?”
거의 흐트러짐없이 술을 몇 잔 마시고 있는 시에나에게 안드레아 폴릭이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미동도 하지않는 얼굴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무안을 당하게 된 폴릭은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디네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같이 춤 추자! 거절하는데 말이야!”
“저는 뭐 대타인가요?”
가시돋친 것 같은 디네스의 말에 폴릭은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디네스가 이내 표정을 밝히면서 그의 손을 잡자 폴릭도 좋다고하면서 손을 잡고 따라 나섰다.
별로 그렇게 춤을 잘 추는 것은 아니었지만 디네스도 음악에 맞추어서 몸을 흔들줄은 알았다. 폴릭과 함께 모든 것을 잊고 신나게 춤을 추는 이때가 참으로 즐겁다는 생각을 했다.
“시에나는 성격이 꽤나 냉정하네!”
알리시나가 빙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고 시에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뭐, 그래도 이런 곳에 오면 놀줄 알아야지!”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시에나의 옆에 앉아서 잔을 들었다.
“어쨌든 사이 좋게 지내자!”
“네. 그래야죠!”
약간 웃음을 띄어주는 시에나였다. 알리시나는 잔을 비우면서
“난 말이야. 군대에 들어온게 남자친구 때문이었는데……시에나는 어떻게 들어왔어?”
19살의 알리시나는 약간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짧은 단발의 갈색 머리카락이 앞으로 쏠렸다. 여군 복장규정에 의해서 대령급이 될 때까지 두발은 단발로 제한되어 있었다.
“저도 마찬가지죠.”
시에나는 그렇게 대답을 했다. 알리시나는 맞는 말이라고 했다.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페트릴 소대장?”
“네!”
주저없이 대답을 하는 시에나에 알리시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좋겠다. 그래도 넌……나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게 되어서 같이 파일럿을 지원했지……”
다시 맥주잔을 한번에 비우고 나서 그녀는 말을 이었다.
“나야 같이있고 싶어서 그렇게 된 것이지만……그 망할녀석이 헤어지자고 하데! 딴 여자가 생겼다나?”
그녀는 말하는 와중에 화가 난 나머지 잔을 테이블에 힘있게 내려 놓으면서
“열받아! 그 자식 때문에 다른거 다 포기하고 사관학교 들어오게 된 건데……그 망할 놈이 항해사하고 바람 나 버렸다니까!”
그녀는 다시 맥주를 병째들어 마시다가 이번에는 브랜디를 한잔 마셨다.
“너도 조심해! 소대장이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남자는 바람둥이니까. 으씨! 생각하니까 열받네!”
“좀 취한 것 같네요.”
시에나의목소리에는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
“으이구! 그래도 넌 태평해서 좋겠다. 그래도 조심해! 어디에서 바람필지 모르는게 남자니까! 나도 같은 과에서 있었는데……어떻게 그것도 멀리있는 항주요원하고 눈이 맞냐!”
알리시나는 무척이나 화가난 표정이었다. 씩식대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던 시에나는 핏 웃으면서
“전……코프가 어떻게해도 상관 없어요.”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을 했다. 알리시나는 사람도 좋다고 하면서 브랜디를 따라 주었고 시에나는 그것을 받아 마셨다. 독한 술기운이 목을 타고 넘어왔지만 별로 취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크라우프 페트릴 소위는 슈빌 테이레의 근교에 위치한 주둔군 사령부에 있었다. 사령부는 장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휴게실의 자리에 앉아서 조금 다리를 길게 뻗고 있었다.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그였기 때문에 주변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위계급의 사람들을 보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비롯해서 휴게실에는 비슷한 연배와 계급의 장교들이 앉아 있었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하는 거야!”
그는 낮은 목소리로 짜증을 냈다.
“기다려! 높으신 분들은 원래 이렇잖아!”
크라우프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약간 앞쪽에 앉아있던 중위 계급을 단 갈색의 여성이 약간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그렇게 큰 체구는 아니었지만 검은색과 갈색이 적당히 섞여 있는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돌아보는 얼굴이 꽤 아름다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한참 그를 지켜보고 있다가 옆에 있는 같은 머리색의 여장교와 몇 마디 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누구인가 싶었다. 하지만 별다른 표정의 변화없이 그는 깊게 숨을 내쉬면서 허리를 약간 뒤로 젖혔다. 그때 인사부에서 대위 한 사람이 나오더니 모두 들어오라고 전해주었고 그 말을 들은 크라우프와 장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사부 안에서는 알프레드 토마 중령과 몇 사람의 중령과 소령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둔군의 참모로 보이는 준장 한 사람이 앉아 있었고, 그는 한꺼번에 들어오고 있는 장교들을 보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내색을 하지않고 장교들을 줄을 맞춰서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모인 자네들 모두 소속부대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사람들일세……여기 토마 중령이 자네들을 훈련시켜 정예화 시킬 것이네!”
준장은 그렇게 말했고 토마중령이 손에 들고있던 서류를 펴 보이면서
“일단 중대장이 되는 사람부터 호명하겠다. 아세라 세라 우르반 중위 제 1중대장!”
“예!”
아까의 그 갈색의 여군이 걸어나왔다. 작은 체구였지만 당당한 걸음걸이였다.
“제 2중대장, 페넬로페 로자 우르반 중위!”
“네!”
순간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네들은 전의 부대에서 크게 활약을 했다고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 1,2중대장을 맡기게 된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둘은 체격도 비슷했고 목소리도 비슷했다.
“자매인가?”
크라우프는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제 3중대장과 제 4중대장은 중위 계급장을 단 백인남자였고, 제 5중대장은 뜻밖에도 크라우프가 되었다.
“제 5중대장은 크라우프 페트릴 소위다. 이번에 중위로 승진하게 되면서 제 5중대를 맡기겠다.”
크라우프까지 모두해서 제 8중대까지 중대장이 발표되었다.
잠시 인사과의 밖 휴게실로 나와있게 된 이들이 아세라와 페넬로페라고 한 두 중대장에게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둘이 자매에요?”
“네! 일란성 쌍둥이요! 얘가 15분 뒤에 내 뒤를 졸졸 따라나온 애죠!”
아세라는 페넬로페의 어깨를 잡으면서 그렇게 말해 주었고 모두들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크라우프는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으면서 그 두사람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둘이 거의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잘 구별이 가지 않았다. 동생인 페넬로페가 키가 좀 크고 얼굴에 살이 좀 있었다. 잘 모르면 모르겠지만 오래 겪어 보면 확실하게 알아볼 것이다.
가볍게 하품을 하고있는 그는 시에나가 많이 기다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미리 말을 해 주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복구합니다…^_^;;;
나이트 클럽에서는 매우 빠르게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사람들은 즐겁게 춤을 추고 있었다. 음악이 바뀔때 디네스와 함께 신나게 춤을 춘 폴릭은 땀을 씻으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후우!”
그는 길게 숨을 몰아 내쉬었고 털썩 주저 앉았다.
“잘추시네요!”
디네스의 말에 폴릭은 하핫 웃으면서 맥주병을 집어 한모금 마셨다.
“시원하군! 그나저나 소대장은 늦네?”
다리를 포개 앉으면서 슈레이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어이구 저친구들 보게!”
그때 특수작전부대 브리턴소속의 병사들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검은색 군복을 입고있었기 때문에 눈에 확 들어왔다. 이들도 이번전쟁에 참가를 했을 것이다. 페코 중장의 주력부대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참 부럽다. 나는 파일럿이 된 것이 브리턴같은 강습해병이 되고 싶어서였는데 말야!”
빌리 테이터 준위가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습해병들이라……”
저들은 바리스타도 몰고, 바리스타에서 내려 단독으로 행동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우수한 전투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강습해병들은 강한 훈련과 군기를 가지고 있었고 매우 뛰어난 전투 집단임에 틀림이 없었다.
“존경하니?”
시에나는 고개를 들어 강습 해병들을 지켜보았다. 6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었고 2명은 여군이었다. 남녀 모두 머리를 짧게 자르고 있었고 테이블에 앉자마자 크게 웃으면서 맥주를 들어 마시고 있었다.
“말이라도 걸어 봐야지!”
테이터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질리아가 그만두라고 했다. 하지만 테이터는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들이 눈 앞에 있는데 그대로 물러서 있을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강습해병들 쪽으로 똑바로 걸어갔다.
테이터가 강습해병들 쪽으로 걸어가자 그 뒤를 따라 질리아가 나섰다. 무엇인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는지 모를 것이다.
“뭐야?”
자기들끼리 신나게 떠들고있던 해병대원들은 갑자기 끼어든 테이터를 무슨 일이냐고 올려 보았다.
“아? 여러분들은 참으로 용맹하신 분들입니다. 저도 여러분같이 되고 싶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털어놓은 테이터에 해병대원들의 반응은 뜻밖의 것이었다.
“뭐야! 이 녀석은! 어이, 아저씨. 아직 파일럿도 되다 만 친구가 어디에서 이렇게 떠들어!”
신나게 떠들던 것을 방해 받았다는 불쾌감일까, 여군병사 한 사람이 그렇게 말했고 순간 불쾌해진 테이터가 테이블에 양팔을 내리면서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보통때 같으면 그냥 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어느정도 술기운이 올라있는 상태였다.
“이봐! 그런 말! 당장 나에게 사과하시지!”
테이터의 이런 행동에 다른 해병대원들은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건장한 금발의 대원 한 사람이 일어서더니
“뭐야 너는!”
그러면서 그를 밀쳤고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테이터는 의외로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허리를 숙이고 그대로 반격을 가했다.
짧은 비명과 함께 나가 떨어진 해병대원에 다른 해병들이 일어섰다. 그리고 곧바로 나이트 클럽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일반 파일럿들과 강습해병 특수전투대 브리턴의 대원들간의 난투전이 전개된 것이다. 일단 싸움이 벌어지자 테이터의 다른 동기생들이 뛰어 들어갔다. 그들이 마시던 테이블에 남은 사람은 두 사람 뿐이었다.
“어떻게 해!”
디네스가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당황하자 시에나는 가만히 잔을 내려놓고 소매를 걷으면서 일어섰다.
“뭘 저렇게 흥분하는지 원 참! 상대는 전투기술로 우리들에게 압도적으로 우세한 친구들이라구!”
시에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난장판 속으로 그대로 뛰어 들어갔다.
10일 23시 10분 소대장인 크라우프 페트릴 소위와 공전대 전대장인 알프레드 토마 중령이 헌병대로 찾아왔다.
“이거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