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07
게을러서 차원최강 107화
107 취임식(2)
칼도나 제국 황궁.
대전에는 황제를 비롯한 여러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
황제는 공식적으로 차원의 틈이 막혔음을 선언했다.
“차원의 틈이 막힘으로 인하여 마계가 대대적으로 침공할 걱정이 사라졌다”
“오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여신께서 확인해 주신 사안이다.”
“신탁이 내려졌습니까?”
“아니. 차원의 틈이 막혔을 때, 여신께서 직접 강림하셨다고 한다.”
“그럴 만한 인과가 되는 겁니까?”
대신들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기쁜 일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여신이 정말로 강림하였는지는 궁금하였던 것이다.
황제는 어깨를 으쓱였다.
“세상의 끝에는 인과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군.”
“아! 그래서 마계 놈들이 그곳에 구멍을 뚫어 침공하려 하였군요?”
“그렇게 보인다.”
웅성웅성.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이제야 마계에서 왜 그런 무식한 계획을 세웠는지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황제 역시 실비아나 베르체 추기경에게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성녀와 추기경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에 따라 확신하게 된 것이다.
“발렌 후작은 적국의 수도를 멸망시켰으며, 연합 전 영토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또한 차원의 틈을 막아 내고 북방의 자유 도시 하나를 날려 버렸지.”
“허어.”
“그것도 모자라 우리 유민들을 귀환시켰다. 이만한 공적이라면 승작이 되어도 부족함이 없지.”
“또다시 승작을 한다는 말입니까?”
귀족파 거두인 르파인 후작이 반박하며 나섰다.
이미 발렌 후작은 어마어마한 직위와 권력을 쥐게 되었다.
공식적인 업무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승승장구하였기에 귀족파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위협마저 느끼고 있는 현실이었다.
황제파에서 반박했다.
“승작의 사유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고속으로 승작하고 있습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발렌 후작을 전쟁 영웅이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전쟁을 종식시킬 그런 영웅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영웅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일에는 순서라는 것이 있습니다!”
“교황께서도 미시는 일입니다.”
“교황께서는…….”
“칼도나 제국은 언젠가 신정 일치의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황의 의견도 중요하지요.”
“끄응.”
귀족파 귀족들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공적을 깎아 내리려 하여도 여신이 대놓고 보호하고 있는 데다 교권에서는 아예 발렌을 사령관에 봉해 버렸다.
그에 맞춰 정치권에서도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건데, 여기서 이야기를 잘못 했다가는 이단으로 찍힐 수도 있었다.
신성 제국에서 이단으로 찍히면 살아남기 힘들다.
칼도나 제국은 다른 국가와 그 체계를 달리하고 있었다. 교권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고, 칼도나 여신이 직접 강림하거나 신탁을 내리는 등 적극적인 것을 보면 발렌 후작의 승작을 무작정 반대할 수만도 없었다.
그 때문에 르파인 후작은 다른 대안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임시 총사령관직을 부여하고, 승작과 정식으로 보직을 받는 건 좀 시간이 지나서 하시길 간청 드립니다. 듣기로는 오늘 정식으로 부임을 했다고 합니다만.”
“그건 사실이지.”
“해서, 이렇게 간청 드립니다.”
“간청 드리나이다!”
귀족파 귀족들이 엎드렸다.
그들은 대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섭도록 성장하고 있는 발렌이 조금이라도 늦게 상승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황제는 이쯤에서 타협하기로 했다.
“임시 사령관직을 내리고 카렌을 비롯한 주변 2개 영지를 병합하여 내리도록 하겠다. 설마 여기서도 반대하는 건 아니겠지?”
“뜻대로 하옵소서!”
카렌 영지 주변은 황폐했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귀족들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회의가 끝난 후에 황제는 자신의 충실한 귀족들을 데리고 다과회를 가졌다. 늘 있던 일상적인 일이었다.
말은 다과회였지만 앞으로 귀족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황권을 강화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귀족파 놈들이 기고만장하고 있어.”
황제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랭턴 공작이 나섰다.
“그들도 대세를 인정하긴 했습니다.”
“그러면 뭐하나? 아직도 반기를 들 생각인 것 같은데.”
“위협을 느낀 게지요.”
“방법이 없겠나?”
“너무 조급해 마시지요. 어차피 발렌 사령관은 곧 승작할 수 있습니다. 적들의 수도를 불태워 버렸는데 전쟁을 시작하면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일이지.”
“그때 승작하시면 됩니다.”
“발렌 사령관을 북쪽에 두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제국 내로 불러들여야 하나?”
“추후 공작령을 다스리게 하고, 상황을 봐서 공왕으로 추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공왕으로?”
웅성웅성.
랭턴 공작의 말은 황제도 의외였다.
설마하니 발렌 사령관을 공왕으로 추대하자는 말이 나올 줄이야.
랭턴 공작이 말했다.
“무려 마도 연합을 멸망시킨 영웅에게 상을 내리는 겁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경들의 생각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발렌 사령관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다면야 한 대에 한해서 공왕으로 작위를 내리는 것도 고려해 보셔야 합니다.”
“공왕이라.”
랭턴 공작도 바보는 아니라, 세습은 불가하다 이야기했다.
발렌의 영토는 세습이 되겠지만, 거대한 공국령의 넓이는 아닐 것이다. 이 정도라면 해볼 만하다.
발렌이 북쪽에서 버티고 있어야 전쟁이 끝난 후에도 안정적일 수 있을 테니까.
“나중에 상황 봐서 추진하도록 하지.”
“현명하신 판단이십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 발렌 사령관이 한 번 내려온다고 하더군.”
“그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여신께 텔레포트가 가능한 뭔가를 받은 모양이야.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고 하고.”
“허어.”
“그럴 수가.”
여신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발렌 후작.
가끔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그가 세운 공적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어찌 되었건 발렌 후작은 황제파에 필요한 재원이었기 때문이다.
랭턴 공작이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기왕 밀어 주기로 한 것, 팍팍 밀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짐도 같은 생각이다.”
발렌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벌써부터 공왕에 대한 논의가 되고 있었고 전쟁이 끝나는 순간에는 반드시 그리될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늦은 밤.
하루 종일 늘어지게 잔 이후에 일어났다.
카렌 영지로는 내일 향하게 될 것이다. 이미 훈련은 지시를 해 두었고 오늘부터 한 달 동안 쭉 훈련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충분히 쉴 수 있을 것이다. 카렌 영지로 돌아가면 보급을 신경 쓰게 될 테지만 유능한 책사들이 많으니 당분간 신경 꺼도 될 터였다.
한마디로 그냥 놀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다.
밤에는 도박판이 열렸다.
내 휘하 귀족들은 돈이 많았다.
수도를 털 때 어마어마하게 쓸어 왔기에 주머니는 차고 넘쳤다. 당연히 이 도박판에 나도 끼어들었다.
“하프.”
“여기서 하프를 치십니까?”
판돈이 테이블에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베르체 추기경은 상당히 곤란한 표정을 지었는데, 도박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미 백만 골드 이상을 잃었던 것이다.
이번 판돈은 300만 골드.
베르체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쫄리면 뒈지시든가.”
“크윽.”
“베르체, 원래 도박이라는 건 간 큰 사람들이 따는 거야. 개미 간만 한 배짱으로는 항상 잃을 수밖에 없지.”
“갑니다.”
그는 돈을 쓸어 넣었다.
“슬슬 패를 까 볼까?”
“플러시입니다.”
“이거 어쩌나? 풀 하우스인데.”
“말도 안 돼!”
나는 돈을 쓸어 담았다.
곁에서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던 가이우스 백작이 혀를 내둘렀다.
“항상 이렇게 도박을 하시는 겁니까?”
“뭐 문제 있습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마귀를 속이기 위한 행위라는 보고는 받았습니다. 실제로 마귀를 잡아들이기도 했다지요.”
“맞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 판돈이면…….”
“하하하! 이번에 수도를 털면서 꽤 많은 돈을 벌었거든요. 책사들도 그렇고 추기경도 그렇고, 심지어 성녀까지 눈이 뒤집혀 콜을 외쳐 대는 데에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아, 그래요?”
“게다가 이렇게 돈을 쓸어 담으면 군대에 다시 투자합니다. 이 얼마나 순환적인 방식입니까?”
“그렇군요. 하시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요.”
“칙사께서도 한판 해 보시지요?”
“그럴까요?”
나는 가이우스 백작도 끌어들였다.
그는 마귀를 속인다는 좋은 명목으로 발을 담갔지만, 아마 전 재산을 다 잃기 전까지는 도박판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원래 도박의 속성이라는 것이 그랬다. 집을 날리고 주식을 날리고, 심지어는 딸까지 팔아먹는 것이 도박판이었다.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호구가 잡혔으니 가이우스 백작을 탈탈 털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는 순간까지 도박판은 계속되었다.
여기서는 도박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자들도 있었고 술판도 함께 벌어졌다. 거기에 판돈이 부족하면 대출도 해 주었다.
이자는 보름에 50%.
한 달이면 100%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율이었지만, 여기서는 당당하게 적용이 되었다. 이 세상에 사금융 관리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최대 이자에 대한 제한도 없었다.
당연히 가이우스는 나에게 빚을 졌다.
“각하! 50만 골드만 대출 부탁드립니다!”
“가이우스 백작,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닙니까? 이미 빚이 500만 골드가 넘어요. 그 정도라면 귀 영지 예산이 넘어가는 돈인데요.”
“저도 그 정도 능력은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다시 시작되는 도박.
가이우스는 한 시간 만에 열 번이나 대출을 받았고, 빚은 천만 골드가 넘어갔다.
이제 슬슬 도박판을 정리해야 했다.
나도 곧 카렌 영지로 떠나야 하고 말이다.
“이제 그만합시다.”
“아아악! 이런 개패라니!”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시죠.”
“안 됩니다. 본전은 찾아야…….”
원래 본전 생각하는 것이 도박이다. 그러다가 더 큰 돈을 잃고 패가망신하는 것이다. 워낙에 그런 경우를 많이 봐서 이제는 무감각했다.
“저희 영지로 가시죠. 그럼 도박을 계속하실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마귀를 속이는 성스러운 일에 동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든가요.”
오늘 도박판에 참여했던 귀족들은 꽤 많은 돈을 땄다.
대부분 가이우스 백작을 털어 낸 것으로, 그들은 많은 경험이 있었고 도박판을 전전하였기에 가이우스 같은 잔챙이에게는 돈을 잃지 않았다. 아마 가이우스는 카렌 영지에서 패가망신할 터였다.
에르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사악하시네요. 당신은 천신인가요, 악신인가요?
‘그게 중요한가? 게으름 수치를 모조리 회복하였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나는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