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7
게을러서 차원최강 017화
017 황제를 알현하다(2)
-최대한 노력 중에 있어요!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 줄 알아요?
“흥! 네가 게으른 탓이겠지.”
-하! 어디서 게으름을 논해요? 게으름뱅이들의 신까지 지향을 하시는 분이?
에르나는 기가 막힌다는 말투였다.
어쨌든 나는 에르나를 재촉할 수밖에 없다.
대체 어느 정도의 카르마를 쌓아야 업을 완성할 수 있는지 알아야 지금과 같은 짓을 계속 벌일지, 메인이벤트 격인 마도 연합 정벌에만 신경 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하도 환호성을 지르는 통에 귀가 먹먹하다.
촌장이 다가와 허리를 굽혔다.
“성자(聖子)께 드릴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성자?”
눈살이 또 찌푸려진다.
분명히 칼도나는 마귀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 숫자는 얼마 되지 않거나 지금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마귀가 활동을 시작하면 내 앞길을 막아설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성자라고 소문이 나면 곤란하다.
“나는 성자가 아니다. 착각하지 말라고.”
“예,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촌장은 더욱 허리를 굽혔다.
머리가 땅바닥에 닿을 지경이었고,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니 경외 어린 시선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능하면 게으름을 좀 피우다가 출발하려 했었는데 안 되겠다.
이 인간들의 눈깔이 반쯤 뒤집혀 있는 것을 보니 정말로 내가 여신 칼도나의 대리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할 것 같다. 그리되면 소문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대충 먹고 출발하자.”
“오오오!”
기사들은 감격한 표정이었다.
잘못하면 마을에서 또 몇 시간 지체될 것이라고 여겼는데 곧바로 출발한다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식사 후에 기사들은 간이 마차를 제작했다.
그들은 어째서 기사 서임을 받은 후 이딴 짓이나 하고 있는 건지 한탄했지만 아예 여기에서 일주일 정도 요양을 한다고 협박하자 행동이 빨라졌다.
지금 우리들은 황명을 수행하기 위해 가능하면 빨리 브론티아로 상경해야 한다. 여기서 일주일 동안 뭉개고 있으면 황제의 진노가 떨어질 것이고, 기사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준비 끝났습니다!”
태양 아래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을 때, 말릭이 달려왔다.
나는 마을 앞에 마련된 허접한 마차를 바라봤다.
“저게 뭐냐?”
“간이 마차입니다. 최대한 속력을 내기 위해 제작하다 보니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저런 불편한 곳에 타라는 거야?”
“지금은 작은 마을이라 그렇습니다! 다음 영지에 가면 더 좋은 마차로 모시겠습니다! 다만 반나절은 마차로 가다가 말로 갈아타고 달려야 합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내가 손을 까딱거리자 말릭이 등을 내밀었다.
여기서 마차까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
말릭은 내가 명령을 번복할까 싶어서 잽싸게 출발을 했다.
“가자! 도련님의 마음이 바뀌시기 전에 최대한 빨리 간다!”
“예!”
덜컹! 덜컹!
온몸이 흔들린다.
게으름 수치가 깎여 나가지는 않았지만, 그리 안락한 환경이 아니라 회복이 더뎠다.
“다음 영지에서 좋은 마차를 만들지 않기만 해 봐라.”
“영웅님,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어요.”
아까부터 실비아는 말이 없었다.
은근히 촉새 기질이 있는 그녀가 입을 다물고 있었으니 세상 조용해서 좋았는데,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긴 했었다.
“뭔데?”
“도대체 아까는 누구와 대화를 하신 건가요?”
“응?”
“혼잣말하듯이 대화를 하시더라고요.”
“아, 그랬나.”
아마 에르나와 이야기했던 것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별거 아니야. 내 몸속에 신격이 한 마리 살고 있거든.”
“네에!?”
“지금은 반쯤 종이라고 보면 돼.”
“아아!”
실비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당연히 그럴 거다.
칼도나 역시 나와 엮여 있었고 내 자체가 신격이었으며 몸 안에 신격 하나가 더 살고 있다고 하니, 총 세 명의 신이 실비아와 엮여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엮여 있는 실타래를 인과라고 하였는데, 실비아가 세 명의 신과 얽히면서 남들보다 더 나은 업이 쌓일 것이 분명했다.
“저는 정말 행운아에요!”
“아, 그래?”
나와 엮였다는 점에서 딱히 실비아가 행운아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 함정이다.
일주일이 더 흘렀다.
그동안 기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빠르게 진군할 것을 종용하였고, 쉬지 않고 달리면서 종종 작은 마을들에 들러 마을 사람들의 감기를 치료했다.
당연히 내가 원해서 한 건 아니었고, 어느 정도 에르나의 시스템이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부터 각종 선행을 펴지 못한다면 이번 생에 신격으로 거듭나기가 어렵다고 판단을 했다.
치료사 노릇을 하며 올라온 결과, 제국 내에는 성자가 출현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마을에 들를 때마다 내 존재에 대해 함구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건 전혀 통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오늘, 나는 지친 모습으로 말을 달리고 있었다.
“아, 씨발. 힘들어 죽겠다.”
“조금만 힘을 내세요! 저기 제도 성벽이 보여요!”
[게으름 수치가 -95%입니다!] [휴식을 권고합니다.] [게으름 수치가 -100%에 달하면 페널티가 발생합니다.]그렇지 않아도 게으름 수치는 거의 바닥으로 치닫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곳으로 백작가의 군대가 도착하는 시간 동안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우리들과 본대와의 거리는 일주일이 넘었다. 그렇다면 그냥 방 안에 처박혀 일주일 동안 잠을 잘 수 있다는 뜻이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그 빌어먹을 황제를 알현해야 하기는 했지만 그 밖의 시간은 먹고 놀아도 되지 않을까.
브론티아는 세계 최강국의 수도답게 웅장한 모습이었고 유동 인구도 많았다.
명색이 제국의 중심지가 아니던가. 상인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 여러 가지 이유로 방문한 사람들로 인하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나는 여기서 절망을 맛봐야 했다.
“설마 이 긴 줄을 기다려야 하나?”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귀족이 우선이니까요.”
그나마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성문 앞에서 병사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도시로 입장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검문을 하는 등의 업무를 보는 문지기다.
“혹시 발렌 폰 라이너스 공자 되십니까!?”
“그런데?”
“오늘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식을 들어?”
“어제 루벤 남작령을 통과하셨다고…….”
“그게 여기까지 소문이 났나?”
“폐하께서 오시는 즉시 알현을 하라 명을 내리셨습니다.”
내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지금 이런 꼴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먼지투성이로 들어가면 황제의 진노가 떨어질 거고, 네 녀석의 목이 뎅강 잘릴 텐데?”
“……!”
나는 태연스레 협박을 하자 문지기에게 잘 먹혔다.
황제를 알현하는데 있어 청결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시급을 다투는 전령이 아니고서야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바, 바로 황궁으로 모시겠습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씀 같습니다.”
“흥! 뒈지기 싫으면 빨리 욕조로 안내해라!”
이토록 뜨거운 물이 그리울 줄이야.
슬슬 날씨도 추워지고 있는 때에 북으로 내달렸으니 더욱 쌀쌀해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콧물이 질질 흐를 정도로 달려왔으니 뜨끈한 욕조에 몸을 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황제 따위야 내 알 바가 아니었고 말이다.
촤륵!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 빌어먹을 황제 새끼 때문에 이게 뭔 지랄인가 모르겠다. 적당하게 복수를 해 주어야겠는데, 뭔가 방법이 없을까?
시종장이 시녀들을 불러 준다고 했는데 다 거절했다.
피로해 죽겠어서 좀 천천히 씻어야 한다. 더욱이 이 욕조는 자동적으로 수온이 맞춰지는 기능까지 있었다. 나름대로 최신식 시스템이라고 할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가 몸을 박박 씻고 있는 느낌이 났다.
“뭐야, 이거?”
“이제야 깨어나셨군요?”
마녀와 같은 생김새의 통통한 여자가 무섭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젊은 시녀 두 명은 열심히 나를 씻기고 있었고, 시종장은 혀를 차며 말했다.
“성자가 나타났다고 하던데 헛소문이었나 봅니다. 공자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죠. 웬만하면 잘 움직이지 않는 게으름뱅이라고요. 지금 보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더 문질러!”
“네!”
벅벅벅벅!
-이햐, 천적이네요.
에르나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속이 후련한 모양이다.
시종장이 나를 내려다봤다.
“뭔가 할 말 있으세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같이 보였다.
그렇다고 반박을 할 여지도 없다.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빨리 씻긴다는데 뭔 말을 할 것인가.
“그건 아니고. 당신 좀 무서워.”
끼이익.
쓸데없이 화려하기만 한 대전의 문이 열렸다.
일명 황제의 궁이라 불리는 이곳 대전에는 문무백관들이 모두 모여 있을 것이다. 신탁의 주인인 내 얼굴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가능하면 빨리 황제의 얼굴을 보고 잽싸게 나갈 생각을 했다.
게으름 수치를 약간 회복했지만 부족했기에 얼른 가서 쉬어야 한다.
“폐하! 신탁의 주인이신 발렌 폰 라이너스 공자께서 드셨습니다!”
“어서 영웅을 들라 하라!”
붉은 융단의 양쪽에 역시나 문무백관들이 자리했고, 옥좌에는 40대 후반의 정정한 황제가 앉아 있었다.
얼굴만 보면 30대 후반 정도로 보일 만큼이나 동안이다. 거기에 기골이 꽤나 장대했고 눈에는 정기가 서려 있었다.
당분간 복수는 어려울 것 같다.
저벅저벅.
나는 융단의 중심으로 걸어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라이너스 가문의 차남 발렌이라 합니다. 폐하의 존안을 뵙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매끄럽게 말했다.
내가 아무리 막 나가도 황제의 면전에서 지랄을 펼 수는 없었으니까.
황제에 대한 복수는 뒤로 미루기로 한다.
그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더니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허! 과연 신탁의 주인이로다! 이토록 강렬한 예기를 가진 기사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법이지. 교황께서 왜 자네에게 신성 기사단과 상당한 병력을 맡기려 하시는지 이해가 되네.”
“병력이요? 저는 신성 기사단만 맡긴다고 들었습니다만.”
“자네는 교황군 일부와 제국 중앙군 정예를 이끌고 선봉에 서게 될 것이네. 또한 짐의 요청으로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임무도 맡게 될 것이고.”
“하아?”
대충 최전방에 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아니다.
선봉 수준이 아니라 아예 자살 특공대를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그 와중에도 황제는 실실거리며 웃고 있었으니 순간적으로 욱해서 쥐어 패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교황과 짐의 눈이 옳았음이로다! 선봉장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줄 것이라고 믿네!”
갑자기 빠직 퓨즈가 나간 것 같다.
“야, 이런 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