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6
게을러서 차원최강 016화
016 황제를 알현하다(1)
성녀의 얼굴도 굳어졌다.
그녀의 얼굴이 굳어진 이유는 내가 황제를 욕해서가 아니라, 감히 인간 따위가 신격의 업을 이은 반신을 오라고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기는 하네요. 하지만 아직 황제는 영웅님이 신격이라는 걸 모르니까요. 어리석인 인간이 신의 뜻을 알 리가 없죠.”
“후우, 내가 이계에서 왔다는 건 알지?”
“그럼요. 칼도나 님이 신탁을 내리실 때 영웅님의 정체에 대해 잠깐 언급은 하셨는걸요.”
“그쪽 세계에서 이런 일을 겪으면 ‘빡친다’라고 표현을 하지. 지금 내 감정 상태가 그래.”
“좀 참으세요. 황제가 영웅님의 정체를 알게 되면 안 그러겠죠. 만약 그때도 그러면 찢어 죽이든지 해야죠.”
“…….”
나와 함께 다니더니 성녀의 입도 조금 거칠어진 것 같다.
제국 황제를 찢어 죽이겠다니. 그것도 세계 최강국의 황제를 말이다.
한참 욕을 하고 났더니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지금 상태에서 황제의 명령을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야. 생각 같아서는 그냥 쌩까고 싶지만.”
머리가 핑 도는 것 같다.
아무래도 마차를 타고 가면 속도가 느리다.
말을 타고 달리면 게으름 수치가 급속도로 감소할 것이 뻔했는데, 잘못하면 카르마까지 깎여 나가는 수가 있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가능하면 오늘 출발했으면 합니다.”
“끄응.”
기사들이 성화였다.
내가 작위를 받는다는 소문이 쫙 퍼졌을 것이고, 기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작위를 받는 것이 앞으로 종군을 하는데 유리했다. 해서, 가능하면 빨리 출발하고 싶은 것이다.
결국 나는 한 시간 만에 밖으로 나왔다. 지금까지 내 행동으로 미뤄 보면 참으로 대단한 결심을 한 셈이다.
“재수 없는 새끼. 나중에 작은 영지를 주기만 해 봐라.”
“험험, 도련님. 실례지만 누구에게 하는 이야기인지…….”
“아, 그런 놈이 있어.”
“그나저나 해가 지기 전에 다음 마을에 도착하려면 지금부터 달려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인원은?”
“이미 출발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렇게 빨리?”
“저희들은 언제라도 달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여간 준비성 하나는 철저한 놈들이었다.
내가 또 미적거릴까 봐 말이 나오는 즉시 인원이 편성되어 나왔다. 내가 마차에 처박혀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동안 인원을 꾸린 것이다.
1개 분대 기사단이 대기 중이었고, 말릭과 성녀, 앤드류가 함께 간다.
“좀 쉬고 싶은데 어쩔 수가 없지. 출발하자.”
“도련님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빨리 가자!”
말릭은 일단 기사단을 움직였다.
달리면서 헤르민 부단장에게 군을 이끌라 명령을 내렸고, 군사의 직위에 있는 클로얀 남작에게도 부탁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두두두두!
나는 거칠게 말을 몰았다.
당연히 게으름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략 5분에 한 번 감소하였기에 무리를 하면 500분 정도는 달릴 수 있다.
8시간을 내리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회복도 생각해야 하기에 하루에 최대한 달릴 수 있는 시간은 6시간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과연 얼마 만에 제도에 도착할 수 있을까?
“하여간, 황제 새끼가 제일 마음에 안 들어.”
내 목소리는 바람에 묻혀 버렸다.
해가 떨어질 무렵이었다.
이미 출발 전에도 게으름 수치가 꽤 떨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마을의 도착을 목전에 두고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게으름 수치가 -95%입니다!] [휴식을 권고합니다.] [게으름 수치가 -100%에 달하면 페널티가 발생합니다.]-이러다 큰일 나겠어요!
지금까지 나에게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입을 다물고 있던 에르나가 경고를 보냈다.
여신이 나왔을 때도 잠잠하더니 내 업이 깎여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꽤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녀였다.
‘나도 알아.’
-어쩔 생각이신가요?
게으름 수치가 -99%에 달했을 때, 나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을까지 대략 10분 정도가 남았을 때였다.
히이잉!
“도련님! 왜 그러십니까?”
“잠시 쉬자.”
“아니, 마을까지 얼마나 남았다고 그러십니까? 오늘 해가 떨어졌으니 어차피 마을에서 묵어야 합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가시죠.”
“그럴 이유가 있다.”
“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퍼억!
“커억!”
나는 말릭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이 새끼가 뭘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고 있다.
잘못하면 카르마가 깎여 나갈 수도 있어 멈춘 것인데, 당연히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위급 상황이라 곧바로 바닥에 앉아 술을 퍼마셨다.
꿀꺽! 꿀꺽!
“크으.”
흐르는 포도주를 소매로 슥 훔쳤다.
“너희들도 앉아서 한잔해라.”
“아니, 대체 왜 그러시는지 알아야…….”
“칼도나 님의 뜻이니까 다들 앉으시죠?”
“아니, 성녀님까지 왜 그러세요?”
“저도 화나면 무서운 여자예요.”
나는 그렇다고 치고 성녀까지 눈에 쌍심지를 켜자 기사들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마을을 목전에 두고 모닥불이 피워졌다.
그나마 술을 마시자 조금 빠르게 게으름 수치가 회복된다. 아무래도 여기서 한 시간 정도는 쉬었다가 가야 할 것 같다.
“아이고, 삭신이야.”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곧바로 성녀가 달려와 안마를 시작했다.
“좀 더 아래로.”
“이쪽이요?”
“똑바로 못 할래?”
“죄송합니닷! 이렇게 할까요?”
“손에 힘 꽉 주고 눌러라.”
“네!”
기사들은 우리들이 하는 짓을 보더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다음 날 아침.
어제 우리들은 결국 노숙을 했다.
따듯한 모닥불에서 쉬자 움직이기가 귀찮아졌고 그냥 그대로 깔아뭉개 버렸다.
기사들의 입이 튀어나왔지만, 이빨들을 다 깨부숴 버린다고 협박을 하자 잦아들었다. 무엇보다 성녀는 무조건 내 편을 들었다.
이것이 다 여신의 뜻이라는데 그들이 할 말도 없었고 말이다.
대략 두 시간 동안 술을 퍼마셨고 성녀와 간단하게 도박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기사들은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도박은 금방 그만뒀다.
아무래도 판돈이 높고 사람이 많아야 도박으로 인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렇기에 나는 다음 영지에서 기사들에게 돈을 많이 찾아 놓으라고 할 참이다.
미명이 깔리기 시작할 때, 10분 정도 달려서 마을에 도착했다.
말릭은 차라리 이렇게 된 김에 마을을 지나치자고 말했지만 가볍게 뒤통수를 후려쳐 주었다.
육포를 뜯어 먹는 것보다는 따듯한 밥 한 끼 먹는 것이 낫다.
뜨끈한 국까지는 바랄 수 없어도 스프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거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 경보가 울렸고 촌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몰려나왔다.
“영웅께서 오셨다!”
“와아!”
사람들은 격하게 우리들을 환영했다.
설마 여기까지 소문이 퍼진 건가?
요즘에는 마법이 발달해서 마을에도 작은 통신구 정도는 구비를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아카드 영지의 누군가가 이 작은 마을에 소식을 전한 것 같다.
늙수레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으며 다가왔다.
“쿨럭! 안녕하십니까, 영웅님. 리엔카 마을의 촌장 루스라고 합니다.”
“우리는 아침 식사하고 물품 몇 개 구입해서 떠날 예정이다.”
“식사와 물품은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저기 그런데……. 쿨럭!”
“그런데?”
“여신님의 축복을 마을에 내려 주실 수 없으신지…….”
여신의 축복.
그건 대신관 이상의 고위 사제들이 마을 단위로 역병이 들었을 때 하는 행위다.
신앙심은 물론 수련이 깊은 고위 사제들은 역병이 발생하면 교황청에서 파견을 나왔는데, 웬만한 역병은 하루 만에 치료가 되었다.
의료 기술이 뒤떨어져 있는 이 세계에 역병으로 죽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까.
당연히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내가 미쳤냐?”
“쿨럭! 역시 무리한 부탁이었군요…….”
-발렌 님! 업을 쌓으셔야죠!
‘무슨 업? 겨우 마을 사람들 치료해 준다고 업이 쌓이겠냐?’
-당연하죠! 이런 선행에 오히려 많은 업이 쌓여요! 아마 같은 숫자의 악마를 죽이는 것보다 많이 쌓일걸요?
‘뭐 그런 개떡 같은 시스템이 다 있어?’
-신들의 세계가 그래요.
“아, 젠장. 축복인지 나발인지 내려 주지. 그런데 뭐 크게 기대는 하지 말고.”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무릎을 꿇으며 기뻐했다.
이곳에 사는 주민은 대략 200명.
대부분의 사람들이 콜록거리는 것을 보니 어디 유행성 독감이라도 돈 것 같다.
당연히 전염병 수준은 아니었기에 대사제는 파견되지 않는다. 골골거리며 버텨 내야 했는데 힘없는 노약자들은 독감에 죽기도 했다.
“식사 전에 할 테니까 광장에 다들 모이라고 해.”
“네, 영웅님!”
내 모습을 본 기사들은 조금 감동한 표정이었다.
“도련님! 드디어 정신을 차리신 겁니까?”
“내가 원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말이냐?”
“그게 존경스러웠다 말았다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이런 선정을 베푸시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
내가 눈살을 찌푸리자 잽싸게 실비아가 나섰다.
“이거 왜들 이러세요? 이분은 칼도나 여신님이 선택한 영웅이에요! 아니, 그 자체로 신성하신 분이죠. 모든 행동에는 뜻이 있으셨어요.”
“아, 뭐 그렇겠죠.”
나는 얼굴을 씰룩거렸다. 기사들의 표정이 아니꼬웠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내가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는 동안 대가리 박고 있어라.”
“헉! 도련님! 저희들이 뭘 잘못했기에!”
“무슨 잘못? 그냥 아침도 처먹지 마.”
기사들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다.
웅성웅성.
마을 사람 모두가 참석했다.
하나같이 독감에 걸려서 무슨 야전 병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데, 촌무지렁이들이야 청결이 왜 중요한지 알 턱이 없었다.
아니, 이 세계 자체가 청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관들이 나서면 다 치료가 되는 것을 굳이 나서서 그런 교육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니 신관이 항상 부족한 것이겠지.
나는 단말에서 약간의 신성기만 뽑아냈다. 과도하게 신성기를 뽑아내면 밤새 회복한 게으름 수치가 대폭으로 깎여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또 쓰러질 수도 있었다.
가볍게 뽑아낸 신성기를 널리 퍼뜨렸다.
화아아악!
“오오오!”
강렬한 신성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이건 단말을 여신에게 받아서 사용하는 신관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무려 신격 본체에서 나오는 힘이다.
어마어마한 빛이 터졌으며, 그 빛들은 마을 사람들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다 나았네?”
“기침이 나오지 않아!”
“허리가 나았다!”
“앉은뱅이가 일어났다!”
“응?”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아무리 신성기가 강력하다고 해도 감기가 낫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앉은뱅이가 일어났다니.
“봉사가 눈을 떴다!”
“소경의 귀가 트였어!”
“…….”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역시 영웅님이세요! 이럴 줄 알았어요!”
나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단순히 감기나 치료해 줄 목적이었는데, 신격 본체의 힘이라는 것이 생각보다는 막강한 것 같았다.
머리를 박고 있던 기사들도 일어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제 말을 타고 달려왔던 후유증이 모두 치료되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알람이 울렸다.
[강력한 격의 사용으로 게으름 수치가 15% 하락합니다.] [위대한 업을 쌓아 카르마가 적립되었습니다.]이쯤 되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카르마가 얼마나 쌓였는데? 에르나, 대체 시스템은 언제 완성할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