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82
게을러서 차원최강 182화
182 74번 차원(2)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대충 대륙을 살펴보았을 때에는 철기 시대에 접어들었고, 충분히 왕국이나 제국이 발달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곳은 그런 제국의 정점에 속한 교황이 살고 있는 궁이었다.
그에게 신탁을 내렸고 곧바로 강림했다.
사실 이런 식의 공작이라면 좀 더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해야 했지만 지금은 워낙 시간이 없었다.
게으름이 몸에 배어 있는 나조차 빠르게 움직일 정도로 말이다.
“네가 교황인가?”
“다, 당신은!?”
“아룬이다. 너희들이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지.”
“그것을 믿을 수는…….”
“흠, 그래? 그렇다면 창조를 보여 주면 믿을 수 있겠군.”
“차, 창조라고 하셨습니까?”
나는 간단하게 신력을 이용하여 인간을 만들어 냈다.
인간 여성이었고,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내 의도를 알고 있었다.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네 이름은 이브다.”
“허어!”
교황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마법조차 존재하지 않는 세계였는데 갑자기 인간을 창조해 버리다니?
당연히 기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의자를 만들어 냈다.
스스슷!
“으음!”
“이제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자.”
교황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나를 부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인정을 하지 않으면 놈을 없애 버리고 추기경이나 사제를 찾아가려고 했었다.
“신이시여, 무엇을 원하십니까?”
“이 대륙에 신의 증거가 발현된 곳이 있나?”
“신의 증거라니요?”
“특이한 신전이 있는지 묻는 거다. 금역으로 지정된 곳이라든지.”
“아! 있습니다!”
교황은 굉장히 흥분하며 말했다.
내가 금역이라고 운운한 이유는 첫 번째 지도를 발견하면서 그곳이 금역으로 지정될 만큼이나 위험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절대신이 아니라면 통과할 수 없는 결계로 보였다.
그런 곳을 발견한다면 십중팔구는 선대 절대신이 만들어 둔 안배일 것이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바로 가도록 하자.”
시간이 없었기에 나는 잠도 자지 않은 채로 움직일 예정이었다.
애초에 잠 따위는 자지 않아도 됐었지만, 그냥 귀찮아서 잠으로 시간을 보낸 것뿐이었다.
지금과 같이 바쁜 때에 잠을 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정확하게 지정해라. 바로 이동할 것이다.”
“여깁니다.”
그는 지도를 짚었다.
이 시대의 지도라는 것은 꽤나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래도 제국 내에서 제작한 지도였으며, 황제는 해당 지역을 직접 방문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황제의 뇌를 스캔하여 기억과 지도를 혼합했다.
약간의 오차는 있었지만, 이곳이 금역으로 지정된 신전이 맞았다.
“알겠다.”
“신이시여!”
그는 나를 붙잡았다.
바빠 죽겠는데 사실 교황과 어울려 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지?”
“제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십시오!”
“네가 가야 할 길이라.”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나에게 절대신의 신전을 정확하게 짚어 주었다. 그렇다면 그가 나아가야 할 길 정도는 이야기해 줄 수 있지.
“악을 멸하라.”
“악을 멸하라…….”
쿨렁!
나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교황에게 해 준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일반론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해도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이정표가 되겠지.
그야말로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베론 3세는 지금까지 꿈을 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눈앞에는 이브라는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다. 방금 전에 신이라는 자가 창조한 여자였다.
성서 어디에도 여자를 창조해서 교단의 절대자에게 주었다는 말은 없었다. 그 말은 이 여자가 최초라는 뜻이다.
“이브.”
“네, 교황님.”
“당신은 아룬 님의 뜻을 받고 왔겠지?”
“맞아요. 당신이 원한다면 혼인하겠어요.”
베론 3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황후가 있었지만, 신이 직접 안배한 여자와 결혼을 한다면 앞으로 제국을 통치하는데 있어 정통성이 확고해질 것이다.
게다가 이 여자는 성녀에 가까웠다.
단순히 피륙으로 이루어진 성녀가 아니라 신비한 능력을 사용하는 진짜 성녀 말이다.
“나와 함께하도록 합시다.”
“그것이 아룬 님의 뜻이에요.”
이브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베론은 50살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쿨렁!
신전 앞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교황 놈의 신뢰를 얻기 위해 여성을 창조했다.
어느 정도의 신성력까지 주입시켜 주었으니 이곳에서는 성녀라고 대접을 받으면서 잘 살지 않을까.
그에 대한 생각은 접도록 했다.
필요에 의하여 창조하였으니 그 이상은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신전의 형태를 살폈다.
저 멀리 신전을 주변으로 성벽이 쌓여 있었다. 이곳이 금역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빠직! 빠지지직!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강렬한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누가 들어간다면 곧바로 사망할 만큼이나 강렬한 힘이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이 신전 자체가 신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천천히 신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
부드럽게 금역을 통과하였다.
역시나 익숙한 힘이 느껴졌다.
이곳은 선대 절대신이 만들어 둔 장소가 분명했다.
저 멀리 제단 하나가 있었고 마찬가지로 신력을 주입하자 제단이 열렸다. 그 아래 존재하고 있는 금속판 하나.
아까 가져왔던 금속판과 대조해 봤다.
두 번째 금속판에는 세 번째 지도로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차원의 반대편이었다.
“이런 식으로 파괴신의 유입을 차단한 건가.”
조금 복잡한 형식이기도 하고 파괴신이 아니라면 통과할 수 없는 제단이었다.
만약 파괴신이 들어오려 하였다면 유적지 자체가 파괴되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전 차원에 이런 안배가 조금씩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그럼, 출발해 볼까?”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언제 파괴신이 나타날지 알 수 없었으니 나의 이런 조급함은 당연한 일이었다.
쿨렁!
3번째 지도가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 행성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지금까지 보았던 행성과는 좀 달랐다.
휘이이잉.
황량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굉장히 발전한 문명의 세계로 보였다.
한때에는 마법 문명이 극도로 발달하여 수많은 편의 시설들이 존재했었다. 게다가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것으로 보아서는 지구보다 더 발달했던 세계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멸망해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세상이 멸망 직전이고, 최후의 인류가 언데드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저놈의 언데드.”
한숨이 나왔다.
강화 언데드는 아니었지만 그 숫자가 워낙에 막강했다.
최후의 보루로 보이는 도시도 성벽이 뚫리기 직전이었다.
미안한 일이지만 그들보다는 내 용무가 더 급하여 마나 스캔과 신성력 스캔을 시도하였다.
“…….”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형식을 사용해야 하나?
언데드의 공격을 받고 있는 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번거롭지만 저들을 구원하고 방법을 알아내야 할 것 같았다.
“어쩔 수가 없군.”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아직 많은 인류가 남아 있었고 그들을 조사하다 보면 뭔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바이란 대륙의 최후 도시 에덴.
원래 에덴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하늘과 지상에 걸쳐 광대한 발전을 이륙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곳이었다.
물론 인간들의 전쟁은 항상 있어 왔지만, 이런 식으로 완전히 멸망하기 직전까지 전쟁이 격화된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마기에 오염이 되었고 언데드가 일어났다.
언데드 군단과 인간들은 치혈한 싸움을 시작하였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대륙 전체가 멸망하고 에덴만 남았다.
에덴의 사령관 루히드로 대공은 상당히 피로한 얼굴로 성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하! 남쪽이 뚫렸습니다!”
“북쪽도 위험합니다!”
“후우.”
그가 한숨을 내쉬자 참모들이 외쳤다.
“2차 방어선으로 퇴각해야 합니다!”
“지금 퇴각한다면 많은 백성들이 죽을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잘못하면 인류 전체가 멸망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류의 멸망이라.”
이미 수많은 죽음을 봐 왔다.
사제들은 오랫동안 신을 찾아 기도를 하였지만, 신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어쩌면 신이 없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지금까지의 믿음이 흔들렸다.
“퇴각하라.”
“예!”
전선에서 병사들이 퇴각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큰 희생이 있을 것이다.
최후까지 남아 퇴각할 시간을 벌어 주는 부대는 궤멸될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위기를 넘겨 왔다.
하지만 2차 방어선까지 뚫리고 나면 남는 것은 멸망이었다.
그는 일선에서 언데드를 베어 넘겼다.
기사들이나 참모들이 말렸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퇴각해야 한다.
“꾸어어어!”
“크르르륵!”
저주받을 언데드들은 사방을 꽉 채우고 있었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신이시여, 존재한다면 부디 우리를 좀 도와주십시오!”
-알겠다.
“음?”
-돕겠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너도 나를 도와야 할 것이다.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다.
그는 환청이 들리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언데드의 공격도 일시적으로 멈추었다.
강력한 신성력이 발현되자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다.
쿠르르르릉!
그 순간, 하늘에 먹구름이 생겼다.
일반적인 구름이 아니라 뭔가 신성한 힘을 가지고 있는 구름이었는데 그곳에서 비가 쏟아져 내렸다.
솨아아아아!
치이이익!
그 순간 언데드가 녹아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령관을 비롯한 병사들은 이 엄청난 광경에 넋을 놓고 말았다.
전 대륙에 신성력의 비가 내리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모든 언데드가 죽어 나가고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은 부상을 회복하였다.
잘렸던 다리도 다시 자라났으며, 죽기 직전에 처한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에는 언데드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모두 녹아 없어졌던 것이다.
“진정으로 신께서 강림하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