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26
게을러서 차원최강 026화
026 첫 번째 사도(1)
부들부들.
드드드. 드드드드.
한 아이의 코가 반쯤 잘린 채로 바닥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은 잔인하기 짝이 없었는데, 아이 주변으로 갑옷을 잘 갖춰 입은 기사들이 빙 둘러싸고 있어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만행을 자행하는 것으로 비춰질 지경이었다.
떨고 있는 건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의 어른들도 조금씩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내 잔인함에 치를 떨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건 외관상으로 보이는 것일 뿐, 아이의 실체는 마귀다.
신성 칼도나 제국의 적이자 악의 결정체인 마귀를 봐줄 필요가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야.”
“…….”
발로 마귀를 툭툭 건드려 봤다.
소녀 형상의 마귀는 그저 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는데, 성녀로부터 신검을 받아 신성력이 덧씌워지자 드디어 마귀의 입이 열렸다.
“사, 살려 주쉐요…….”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시, 시키는 건 모든쥐 할게요…….”
마귀의 입은 반쯤 돌아가 있었다.
코가 잘리고 얼굴은 퉁퉁 부었으며 피투성이가 된 모습은 그야말로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흠, 내가 살려 주면 뭐든 하겠다고?”
“흐윽, 눼에. 저도 마귀로 태어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눈물까지 줄줄 흘린다.
주변 사람들이 동요했다.
나는 당연히 놈들의 면면을 살펴보았고 나와 눈이 마주친 그들은 부들부들 떨었다.
“이년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당연히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여기서 소녀가 불쌍하다고 하면 신성 모독이 되는 거다. 생김새가 어린애라 그렇지 마귀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나는 머리를 박고 있는 카르엔을 불렀다.
“추기경.”
“네엡!”
“네가 말해 봐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단 몸통과 목을 분리하고 갈가리 찢어 버려야 합니다. 오체분시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오, 모범 답안이다. 일어나.”
“가, 감사합니다!”
눈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추기경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얼굴 전체가 벌겋다. 아마 동상에 걸렸을 거다. 내 알 바는 아니었지만.
“어쩐다…….”
내 한마디에 마귀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마귀로 태어나고 싶어서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내가 추운 곳에서 고생하게 한 대가는 받아야 한다.
에르나가 측은하게 말했다.
-좀 봐주지 그래요?
‘미쳤군. 마귀를 놓아주라고?’
-그게 아니라 사도로 삼으심이 어떤가요?
‘사도?’
-신격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그리되면 마귀의 성향이 천사령으로 바뀌어요. 보통은 배신하지 않는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마귀는 충분히 천사령으로 성향을 바꿀 수 있죠. 맹세만 하면요.
‘오호, 그래?’
-천사령이 되면 그동안 마귀들이 모의했던 내용들이 줄줄 새어 나오지 않을까요?
좋은 생각이다.
마신 놈이 불법으로 마귀들을 중간계로 유통(?)시켰고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지령을 받은 놈들은 신의 행사를 방해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마귀가 내게 붙잡힐 정도라면 마신의 모략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
위대한 업을 달성해야 하는 나로서는 그 모략들을 간파해야 편하다.
“야.”
나는 다시 마귀를 발로 툭툭 쳤다.
마귀는 매우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올려다봤다.
그냥 멀쩡한 어린애가 이렇게 올려다보았다면 불쌍해 보였겠지만, 지금의 몰골은 매우 끔찍해서 그냥 마귀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뉍!
“한 가지 선택권을 주지. 네가 신의 사도로 군복을 바꿔 입겠다고 다짐을 하면 살려는 주겠다.”
-눼에!?
아이는 매우 놀라고 말았다. 한마디로 마신을 배신하고 천신을 모시라는 뜻이었으니.
그게 가능한 이유는 눈앞의 마귀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신관 같았으면 어렵겠지만, 내가 신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의 언약으로 내 성향은 결정되었다.
마신을 대적하고 칼도나와 동맹이 되었으니 천신이 될 운명인 것이다.
마귀는 고민하는 듯했다.
아이가 고민하는 사이 주변이 꽤 술렁거렸다.
“사령관님!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마귀를 이쪽으로 끌어들여 천사령으로 만든다니요!”
천사령은 마귀의 반대 개념이다.
은밀하게 인간 세계에 끼어들어 천신을 믿는 자들의 믿음을 흔들거나 신의 기적에 대한 행사를 방해하며 인간을 타락시키는 것이 마귀였고, 천사령은 그 반대로 행했다.
인간을 보호하고 믿음을 굳건하게 세웠으며 마귀들의 행사를 방해했다.
천사령이 풀리지 않은 이유는 당연히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신 놈이 먼저 마귀를 푼 이상 이쪽에서도 천사령을 풀 수 있는 인과가 생겼다.
그들의 말을 성녀가 묵살시켰다.
“천신께서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그녀는 일부러 내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신이라는 것도 맞는 말이었으니 거짓말은 아니다.
나는 신검을 들어 마귀의 목에 댔다.
“어차피 네년이 마신 붙박이라면 정보를 불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죽여 버리는 것이 낫겠다. 선택해라. 10초 준다.”
-히익! 그런 일생 중대사를 10초 만에…….
“음? 벌써 3초나 지났네.”
-제발 생각할 시간 좀 주쉐영…….
“어라? 3초 남았네.”
스윽.
나는 검을 더 깊게 찔러 넣었다.
-으거거거걱!
이대로 실패인가.
뭐,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정보를 추출한다고 해도 거짓 정보일 확률이 높다. 마귀가 마귀라고 불리는 것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끊임없이 협작질을 했고 사람을 이간질시켰으며 판단을 흐리게 한다. 나는 당연히 그런 멍청이들과는 달랐다.
“1초. 잘 가라.”
-잠깐!
마귀의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지금까지 죽는소리를 하던 것과는 매우 다르다고 할까.
-후우, 정말 살려 주시는 건가요?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좋아요! 마신 따위는 배반하겠어요!
“기회는 한 번뿐이다. 잘 생각해라. 네가 천사령이 되면 다신 마귀로 돌아갈 수 없어. 알지? 여기에 마신 놈이 잡아 죽이려 할 텐데.”
-어차피 죽고 죽이는 전쟁이에요.
나는 아이의 머릿속에 언령을 불어넣었다.
부르르르!
마귀의 몸이 떨려 왔다.
‘나는 예비 천신 발렌이다. 지금은 육신을 입고 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천신의 위를 받을 예정이지. 나에게도 자격이 있고 네가 맹세한다면 나의 첫 사도가 될 것이다. 맹약하겠느냐?’
내 몸에서 성스러운 기운이 퍼져 나갔다. 뭔가 위대한 일이 벌어지려 하자 사람들은 그걸 알아보고 무릎을 꿇었다.
신격의 단말에서 흘러나온 막대한 기운이 마귀에게 들어가자 아이가 매우 괴로워하며 몸을 비틀었다.
그러게 줄을 잘 섰어야지.
-바, 받아들이나이다.
‘오냐. 앞으로 말 잘 들어라. 네 생사여탈권은 내가 쥐고 있으니.’
파아아악!
어마어마한 신성력이 마귀의 몸 전체를 감쌌다.
우둑. 우두두둑.
아이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모습은 인간을 현혹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정말 태어나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모습이었던 것뿐이다.
아이는 이번에 신격의 단말에서 나온 힘을 직접 받아들이면서 성장을 시작했다.
뿔이 사라졌으며 검은 피부는 희게 변했다. 마기가 풀풀 날리던 영체에는 신성력이 강제로 물들었으며 머리에 원형의 고리가 생겨났다.
옷도 변했다. 검은 누더기 옷에서 여신이 입던 옷을 다운그레이드해 놓은 것 같은 의복으로 갈아입었다.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12세 정도의 소녀로 성장하였으며 몸에서 성스러운 빛이 흘러나왔다.
“허어!”
“저럴 수가!”
이건 기적적인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배반이 가능한 건 단 한 번뿐이었다. 물론 천신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악마가 마신을 배반한다고 해도 천사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의 일은 비효율이라는 거다.
천신이 할 일이 얼마나 많았는데 이런 꼬마 마귀를 직접 천사령으로 변환시킨단 말인가.
[강력한 격의 사용으로 인하여 게으름 수치가 30% 감소합니다.]“큭!”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너무 피해가 컸다.
꼬마 마귀를 천사령으로 바꾸는데 게으름 수치가 30%나 떨어지다니!
그래도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도 변했다.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한 달콤한 목소리에서 매우 낭랑하고 또렷한 음성으로 말이다.
마귀가 천사령으로 변환(?)을 완료했다.
척!
날개까지 달리자 영락없는 천사의 모습이었다.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내 단말로 연결되었기에 신격이 인간계에 강림하였다는 것이 비밀이라는 사실 정도는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위대하신 분이라 칭했던 것이다.
“앞으로 일 똑바로 해라. 네년 때문에 막대한 신성력 소모가 있었으니까.”
-넵!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할게요!
“네가 알고 있는 계획을 불러 봐.”
-우선 칼도나 제국 수도와 동부 락시온 공작령, 북부 루시우스 후작령에서 음모가 진행되고 있어요.
“무슨 음모인데?”
-각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에서 모든 시민들을 언데드화시키고 칼도나 제국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자는 계획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