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51
게을러서 차원최강 051화
051 카렌 공방전(2)
적들은 성벽에서 가까운데 진을 치고 이동하지 않았다.
한숨 자고 일어나서 성벽으로 나왔는데 그러한 상황들을 군사들이 보고해 왔다.
“각하! 적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호, 그래?”
“아무래도 정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라가 보도록 하지.”
성벽으로 올라오자 꽤 추운 날씨다.
차가운 바람이 망토를 펄럭이고 있는 가운데 나는 전방을 주시했다.
‘어디선가 많이 보던 광경인데?’
전생의 기억을 상기했다.
나는 지구에서 연합군 총사령관 직위를 역임했다. 그리하여 인류 최후의 영웅으로 지구를 구원했다.
그 긴 시간 동안 마계에서 부렸던 각종 수작들을 경험하였으며, 적들이 저렇게 목책을 두르고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반드시 땅굴을 파고 들어온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그때마다 성채가 점령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좋지 않은 기억이 상기된다.
“이놈들 보게?”
“아무래도 병력을 추스르고 있는 중이 아닐까요?”
“네가 보기에는 그러냐?”
“그렇습니다.”
클로얀 남작은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말했다.
책사들의 생각은 같았는데, 어제 정도의 피해를 보았다면 부상자도 많을 것이고 당장 공격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땅굴을 파는 것이라면?”
“저희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만, 땅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째서 그런 결론이지?”
“우선 목책의 높이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급조한 티가 역력하지요. 그저 단 한 번의 돌파를 막기 위한 허술한 목책입니다. 기습을 우려하여 목책을 두르고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왜 땅굴이 아니라는 결론이냐.”
“땅굴을 파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걸릴 텐데, 목책을 저렇게 허술하게 둘러서야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한 번의 돌파를 막을 수 있을 뿐입니다. 그것만 보아도 땅굴은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땅굴이다.”
“……!”
책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저런 허술한 목책을 두른 채로 땅굴을 판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아닌 것 같은…….”
“내기할까?”
“아, 아닙니다!”
책사들은 몸을 움츠렸다.
지금까지 나와 한 내기 중에서 하나라도 이긴 적이 없었다. 내기는 심화되었고 이미 한 번 피를 본 그들이었다.
특히나 아식스 남작은 몸을 미친 듯이 떨었다.
이 이상의 내기에서 진다면 도대체 어떤 형벌(?)이 가해질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일단 장대를 바닥에 꽂고 진동을 감지해라. 나는 천사령을 동원하여 지하를 감시하겠다. 저들이 땅굴 작전으로 나오니 우리들도 준비를 해야겠지.”
“어떻게 말입니까?”
“주변을 봐라. 뭐가 보이는지.”
책사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들은 머리가 뛰어난 작자들이었고 아주 머리가 글러 먹지는 않았다.
주변에 흐르는 것은 강이다.
카렌 영지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강입니다! 설마 물줄기를 끌어오라는……?”
“쯧쯧, 이미 이곳은 수로가 있다. 수로와 땅굴의 예상 지점을 연결하면 추후 어떻게 될 것 같으냐?”
“단번에 적들을 끝장낼 수 있습니다!”
“적들은 한꺼번에 땅굴로 쳐들어오려 할 것이다. 최소한 10개의 땅굴을 파고 있는 중이겠지. 그곳에 빽빽하게 적들이 들어오는 순간, 수로와 땅굴을 연결한다. 그전까지는 간단하게 땅굴과 연결할 수 있을 정도의 공사만 해 놓으면 돼.”
“오오!”
책사들은 감탄했다.
무조건 적들이 땅굴을 파들어 간다는 가정 하에 진행되는 공사였지만 만약 내 예상이 틀렸다고 해도 손해를 볼 일은 없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아마 적들은 내일 정도에 쳐들어올 거다.”
“그렇게 빨리 말입니까?”
“그래.”
“아무래도 그건 너무 빠르게 잡은 것이 아닌지…….”
아식스 남작이 토를 달았다.
나는 곧바로 아식사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억!
“커어억!”
“어디서 토를 달아? 똥을 지리면서 무도회에 참석해야 정신을 차리겠지?”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래, 이번에는 네놈이 공사를 지휘해라. 조금이라도 시간에 늦거나 놈들의 땅굴과 연결되지 않으면 죄를 물을 테니.”
“명심하겠습니다!”
아식스 남작은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이제는 내 성격이 어떤지 정확하게 판단하였을 것이다.
만약 이번 작전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떤 참사가 일어날지 충분히 인지하였을 테니 알아서 잘 판단할 것이다.
야밤에 공사가 진행되었다.
아군이 적들을 정찰하듯 적들도 그리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 작전은 얼마나 은밀하고 신속하게 공사를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아식스 남작은 수로에서부터 성벽까지 물길을 내는 작업을 은밀하게 진행하면서도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적들의 땅굴을 발견하고 거기까지 물길을 이어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에 잠겼다.
이건 책사들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였다.
“사령관 각하는 10개의 땅굴을 이야기하셨는데, 도대체 어디로 쳐들어온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는 솔직하게 토로했다.
책사 집단은 머리가 하나가 아니었다. 이런 때를 대비하여 여러 명의 뛰어난 인재들을 배치하였다.
아젠타 남작이 지도를 보다가 말했다.
“아마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입구에서 갈라져 들어올 겁니다.”
“하나의 입구에서?”
“그러니까 적들의 입장에서 보면 입구는 하나이고, 출구는 10개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한 줄기의 땅굴에만 물을 들이붓는다고 가정하면.”
“간단하게 모든 땅굴에 물을 주입할 수 있는 겁니다.”
“물을 주입하고 체인 라이트닝으로 한 번 지져 주면 다 몰살이죠.”
클로얀 남작이 계책을 보탰다.
만약 작전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적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릴 수 있다. 적들의 주력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그 전에 온 2차 선봉대는 단숨에 전멸시킬 수 있다.
다만 작전의 신뢰도가 문제였다.
아식스 남작은 아직도 적들이 땅굴을 파들어 온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사령관님의 말씀이 맞을까요?”
“맞습니다.”
“어떻게 장담합니까?”
“신의 가호를 받은 몸이니까요.”
그 하나로 책사들은 납득했다.
신의 가호를 받고 있으니 틀리지 않다는 생각.
물론 발렌이 가지고 있는 거침없는 성격이 두려움으로 남아 절대적인 신뢰를 구축했다. 불만이 있어도 그걸 밖으로 내비치는 인간은 없었다.
짝짝!
아젠타가 외쳤다.
“빨리빨리 하고 도박이나 합시다.”
“그럽시다!”
슬슬 밤이 오자 손이 근질거려 오기 시작한 책사들이었다.
드르렁!
“푸후.”
오늘도 즐거운 나날이다.
전쟁 중이었지만, 계책은 이미 세워 두었고 내가 할 일은 없다.
야밤에 도박판이 열릴 것이니 그전까지는 단잠에 빠져 있는 것이 내 자연스러운 일과였다.
하지만 그걸 실비아가 방해했다.
“힘드셨나 보네요.”
“깨우지 마.”
“제가 왔어요.”
“알아.”
그녀는 실비가아 아니라 칼도나다.
얼마 전에 마신이 인간의 육신에 강신하여 나를 찾아왔다. 그 만큼의 불법적인 인과를 만들었고 칼도나 역시 몇 번 정도는 인간의 육신을 입을 수 있는 인과를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를 찾아온 것이다.
“심각한 일 때문에 그래요.”
“끄응.”
칼도나가 심각한 일이라고 말하면 정말로 심각한 일이다. 여신이 헛소리를 하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인데?”
부스스하게 눈을 떴다.
간신히 베개에 기대서 앉았는데 칼도나는 차원의 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차원의 틈이 더 벌어지고 있어요.”
“벌써?”
“마신이 정말로 열 받은 것 같아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여신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마신을 심하게 자극한 것 같다.
면상에 대고 욕을 해 댔으니 정상적인 놈이라면 열이 받을 수밖에 없다. 아니, 정상적이지 않은 놈이라고 해도 열이 받으려나?
“그럼 뭐 어쩌라고.”
“이번 전투가 끝나면 발렌 님이 가셔서 차원의 틈을 막아 주셔야 할 것 같아요.”
“거기가 어딘데?”
“대륙의 최북단, 글로서스 영지예요.”
“거길 나더러 가라고?”
“어쩔 수가 없어요.”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물론 심각한 일이기는 하다. 차원의 틈이 벌어지면 마신이 직접 강신을 하거나 마왕 급의 인사를 보낼 가능성이 높았다.
인간계에서 마왕으로 군림하며 마도 연합의 군주로 군림하는 놈과, 마계에서 마왕의 직위를 받은 놈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이곳에 있는 마왕이 짝퉁이라면 마계의 마왕은 오리지널 진퉁이다. 당연히 전력의 차이가 심각하다.
그런 놈이 내려오면 나도 피곤해진다.
“이번 임무는 꽤 어려워 보이는데.”
“알아요. 최소한 한 달은 걸리는 임무죠.”
“한 달? 더 걸리지 않나?”
“고대에 사용하던 초장거리 텔레포트 게이트가 있어요. 그걸 사용하면 글로서스 영지 남부까지 이동할 수 있어요.”
“거기서 땅 끝까지 이동한 후에 틈을 막으라고?”
“네.”
“아, 귀찮은데.”
“어마어마한 위업이 달성되지 않을까요?”
-그건 칼도나의 말이 맞아요. 지금이 하급 신에 머물고 있다면 이번 임무를 완성하고 난 이후에는 중하급 신 정도로 격상되겠죠.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막지 않았을 때 발생하면 페널티가 어마무시했고, 성공하였을 때 주는 보상이 너무 달콤하다. 가지 않을 수가 없다.
“하아, 어쩔 수가 없나.”
“감사합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갈 테니까 이만 가라.”
“네!”
칼도나는 내 이마에 키스를 했다.
동시에 강신이 풀렸고 실비아가 정신을 차렸다.
“어어!? 죄송합니다!”
“괜찮아. 칼도나가 멋대로 한 일이니까. 그보다, 칼도나의 말 들었지?”
“네……. 세상 끝으로 가야 한다고 하셨죠.”
“너도 간다.”
“영광으로 알겠어요.”
실비아는 싱글벙글했다.
나와 함께하는 여정이니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도 믿는 도끼에 발등을 한 번 찍어 봐야 이런 절대적인 믿음을 주지 않을 텐데, 아무래도 기회를 봐서 그녀의 믿음을 한 번 흔들어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정신 차리고 수련에 몰두하지 않을까.
다시 잠이 들려 하는데 클로얀 남작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벌컥!
“사령관 각하!”
“너는 또 무슨 일인데?”
“진동……. 장대에서 진동이 감지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