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05
1124장. 호구 업자 장태산.
– 형님을 왜 저렇게 다정하게 부르죠……. 뭔가 불순한 의도가.
귀신이 바짝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바보야! 그런다고 안 들리겠니?
누님이 날 직시했다.
여신의 간절함 가득 떨리는 눈빛.
마음이 요동쳤다.
동시에 이상한 점도 발견했다.
과거에는 하급 중 최고 레벨이었던 분이 어느 틈에 중급신이 됐다.
자주 볼 일이 없다 보니 그만큼 관심이 없었다.
다른 신들보다는 분명 친밀한 관계에 있었지만 매일 보는 사이가 아니다 보니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었다.
누님은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포인트가 부족했던 나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요리 기술을 넘겨주었던 누님.
그토록 나를 다정하게 불렀으니 다음 말이 기다려졌다.
– 혹시 사채 좀 빌려주겠나?
“!!!”
누님의 말에 홍두깨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씁쓸했다.
단아하고 도도했던 장금 누님이 사채 시장까지 내몰렸나 싶어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데……,
나도 사채를 빌려줄 수 있나?
– 대부업자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응? 대, 대부업자?
친절모드로 울려오는 알림음.
– 최근 개정된 신계 대부중개업 법령에 따라 모든 사채업자는 등록 후에 영업을 개시해야 합니다. 만약 이 규정을 어길 경우 포인트 종합소득세 계산시 가산 추징과 고발과 같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종합소득세? 추징? 고발?
어안이 벙벙했다.
처음 들어보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다.
그동안 잠잠하다 갑자기 포인트 종합소득세라니!
– 호갱, 아니 고객님. 손님이 지불하신 세금은 신계 공무원들의 포인트로 지급됩니다.
너…… 공짜 아니었어?
그래, 처음부터 느낌이 쎄했다.
뭔가 속고 있는 것 같았던 이 느낌적인 느낌.
– 속다니요? 누군 땅 파서 장사합니까?
“…….”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턱 막힌다.
생각해 보니 신들도 모두 카르마 포인트에 목을 매긴 했다.
누군지 몰라도 고마운 구석도 없지 않다.
이계 알파닥과 달리 지구 알림음은 조금 덜 까칠했다.
–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을 위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케어하는 친절한 알림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오늘따라 더 친절하고 나긋나긋하게 들려오는 알림음.
세상 사는 게 인간이나 신들이나 다를 게 하나 없었다.
수고하라고 점심값 포인트라도 더 건네주고 싶어졌다.
– 전직 신계 대법관이 제청한 오영란 법으로 인해 신계 공무원에게 사적인 기부는 할 수 없습니다.
끙!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인간 세상 법률과 하나도 다를 것 없이 굴러가는 신계.
그런데 나도 포인트 종합소득세 신고해야 돼? 지금껏 그 어떤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는데?
– 지금은 아닙니다.
그럼 언제?
이해 가지 않는 대목이다.
– 아직 생존해 있으므로 사후 정산 예정입니다.
사, 사후 정산!
그래, 난 살아 있는 인간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신선이기도 했다.
특별 계산법이 적용되는 모양이다.
– 상속 포인트세와 동시에 계산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안락한 등선 뒤에 세무 공무원이 저승사자와 동시 방문 드릴 예정입니다.
“…….”
알림은 참 말도 예쁘게 한다.
듣기 좋아 그렇지 안락한 등선은 죽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찾아온다는 저승사자와 세무공무원.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꺼림직’ 1순위 존재들이다.
– 그것 또한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 신선님은 VIP 호갱……. 아니 고객님으로 저를 비롯해 다수의 공무원들이 각종 서류를 완비한 후에 마중 나갈 예정입니다.
알림음이 자꾸 말실수를 한다.
호갱이라니!!!
듣는 호갱님이 기분 나쁘다.
인간계와 달리 내가 모르는 신계의 각종 비밀들.
그런데 마중 나오는 일도 공짜가 아닐 것 같은데…….
– 그 또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각종 수당들은 신계 행정부에서 지급합니다.
그러니까 걱정이다.
내가 뼈 빠지게 번 돈, 아니 카르마 포인트가 다 세금으로 계산된다는 거잖아!
– 번 만큼 지불하는 공평조세 원칙은 우주가 정한 공평 이치입니다.
알림음이 따박따박 맞는 말만 한다.
그래도 뭔가 아쉽다.
집값 몇 억씩 올라도 세금 몇십 만원 더 내는 게 아까운 게 사람 심리다.
인간사나 신계나…… 똑같다.
– 사채업자로 등록하시겠습니까? 특별 업종 관리 기간이라 세금 등록 세일가로 모시겠습니다.
알림음이 이런 식으로 은근히 권할 때마다 계속 고민이 된다.
워낙 밑밥을 잘 까는 알림음이 아닌가.
내가 고민할 때마다 특별 세일 기간이라고 밀어붙인다.
이런 거 등록할 때마다 각종 영업 수당을 받는 게 분명하다.
– …….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조용한 알림음.
침묵하는 걸 보니 맞는 거 같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장금 누님이 절절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어려울 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던 그녀.
자손들을 위해 홍콩까지 와서 딤섬을 팔았다.
조상심이 갸륵하여 내 친히 사채를 빌려주노니!
등록하겠다!
– 완벽한 선택이십니다. 중금리까지는 허락되지만 고금리는 불법 사채 영역입니다. 어둠의 카르마에서 세탁된 흑채나 기타 등등 불법 사채 행위는 법으로 엄격히 금하오니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결 개운해진 알림음.
콜!
어쩌다가 사채업자까지 됐다.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대장금 누님을 처음 만났던 까마득한 고딩 시절의 카르마 몇 푼에 쩔쩔매던 내가 아니다.
이제는 중급신에 오른 장금이 누님에게 사채까지 빌려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 형님! 업자가 되심을 감축드립니다!
왠지 귀신이 내뱉는 업자라는 단어가 살짝 거슬린다.
그래도 어깨뽕은 쉬이 내려가지 않았다.
귀신이 본능적으로 딸랑이를 울렸다.
얄팍한 속내를 비치는 빛이 귀신의 안광을 스치고 지나갔다.
꿈 깨라 귀신아!
너한테 사채 빌려줄 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빌려주면 냉큼 카르마 들고 노바 형님에게 달려갈 귀신이다.
카르마 소중한 걸 깨달을 때까지 빡시게 굴릴 참이다.
누님!
– 응. 동생!
대놓고 동생이라고 부른다.
목소리가 은방울 굴러가는 것처럼 맑다.
대장금 누님 눈썹이 활처럼 휜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입가의 미소 꽃.
참 곱다.
자신이 만든 요리가 자식이자 남편이라고 말했던 그녀.
인간과 신선을 떠나 그 심성이 아름다웠다.
그런 미모와 지성을 갖춘 누님에게서 인정받는 이 순간.
얼마면 됩니까?
– !!!
장금이 누님의 큼지막한 눈동자가 시원하게 커진다.
재지 않는 배포에 감동한 것이 확실했다.
캬아! 이 맛에 산다.
남자의 자존심은 두툼한 현찰과 카드 한도에서 나온다는 명언이 떠올랐다.
이런 기분이라면 카르마 졸부라 불려도 좋다.
신들 상대로 이제 사채까지 깔아줄 레벨이 됐다.
– 요만큼.
요만큼?
대장금 누님이 집게손가락 두 개를 적당히 벌리며 ‘요만큼’이라고 말했다.
선뜻 감이 안 잡혔다.
많은 금액 같지는 않다.
숫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빌려 가십시오!
쿨내 진동하는 사채업자 장립, 아니 장태산!
개시 선물로 화끈하게 쐈다.
– 고마워! 멋있는 동생! 내가 신선 돼서 가장 잘한 일이 동생 만난 거야!
누님이 감동에 젖은 눈으로 날 본다.
신선계의 미녀 누님이 멋있는 동생으로 인정했다.
그걸로 족하다.
깔끔하고 도도한 대장금 누님에게 이 만큼 인정받겠나.
– 형님 통장 푸시는 김에 저도…… 좀, 헤헤헤.
10년 간수 뺀 굵은 소금이 어디 있더라.
귀신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 장 신선님의 카르마 기업 통장에서 대출이 실행됩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
고개를 끄덕였다.
누님 원하는 만큼!
그 순간.
– 대장금 여신이 카르마 포인트를 확 땡겨 갔습니다.
확 땡겨?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뒤통수를 때리는 어감이 별로 좋지 않다.
대충 얼마나…….
– 중급 레벨 신선 등급이 가능한 카르마 포인트가 지급됐습니다.
주, 중급!
턱이 빠진 듯 입이 쩍 벌어졌다.
생각보다 강력한 누님의 한 방.
찡긋.
대장금 누님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윙크를 날린다.
하하하……. 하하.
어색한 웃음이 멋대로 터져 나왔다.
파아아앗.
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는 정체 모를 빛의 파장.
빚을 땡겨 레벨업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 등록 비용이 세금 장부에 기록됐습니다.
– 등선시 대출에 대한 세금이 상당 부분 차감될 예정입니다.
속을 아리게 만드는 세금에 관한 세부 내용.
괜찮다.
신선이 세금 떼어먹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간 내에 돌려받으면…….
– 대장금 신선이 기한 무제한으로 빌려갔습니다.
무……제한?
누구 맘대로!
– 대출 약관 내용을 참조하십시오.
약관도 안 보여줬잖아!
그리고 내가 대출업자인데 누가 약관을 작성한 거야?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크게 외쳤다.
후우우우우.
하지만 새어나온 건 긴 한숨뿐.
서둘러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도 사채업이니 이자를 받으면 어느 정도 마음의 위로가…….
그때!
순간 귀를 의심케 하는 강력한 마지막 한 방.
– 무이자 대출입니다.
취소! 취소오오오오!
이게 무슨 대출이야!
무제한에 무이자 대출이 세상에 어디 있어!!!
– 대출 약관 내용을 참조…….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