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08
1127장. 핵 쫀심!
“아버님…….”
“왜 걱정되느냐?”
“아버님은 괜찮으십니까?”
“나? 당연히 괜찮지.”
“제가 아버님께 한참 못 미칩니다.”
“딸을 믿어봐.”
“믿고 싶지만 가끔 생각지 못한 엉뚱한 구석이 있어서…….”
원자바오의 집.
연락을 받고 대련상경그룹의 총재 류평이 원자바오의 자택을 찾았다.
탁자에 놓은 찻잔을 움켜잡고 고심에 빠진 류평.
얼굴에 초조한 빛이 가득했다.
철없는 딸에게 중요한 임무가 하달됐다.
내용은 간단했다.
장립과의 동행!
그 말의 의미를 간파하고 어른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류미.
자식을 일에 투입시킬 수밖에 없는 부모로서 걱정이 앞섰다.
장립은 만만하게 볼 자가 아니다.
베이다이허에서 공산당 원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인물이다.
햇병아리나 진배없는 류미에게는 벅찬 상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
상해방과 태자당이 준전시 상황에 돌입했다.
그 전쟁 역시 장립과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한 상황이다.
현재 공청단에서 그나마 장립과 친분이 닿아 있는 인물은 류미밖에 없다.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우연으로 두 사람은 홍콩에서 동행 중이다.
“하아.”
고민에 찬 류평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사위를 바라보며 원자바오는 너그러운 모습으로 웃었다.
권력은 부모자식간에도 피바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지만 자신의 주변은 그렇지 않았다.
친자식들보다 더 믿음직스럽고 의지되는 사위 류평.
공청단의 빈약한 힘을 이용해 대련상경그룹을 중국 10대 그룹으로 키워냈다.
상해방과 태자당의 견제 속에 일궈낸 업적이라 더 의미가 컸다.
“내 딸을 자네에게 줄 때도 그랬네.”
“……아버님. 그래도 전 총각이었습니다.”
“그랬지.”
“장립은 쌍둥이를 가진 부모입니다. 자칫 소문이라도 나면…….”
류평은 솔직히 딸 류미의 혼삿길이 걱정됐다.
특히 류미의 결혼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매우 정치적인 색을 띠었다.
공청단을 위해 태자당이나 상해방의 유력인사 측 자제와 결혼해야 했다.
“뭐가 두려운가?”
“네?”
“인민들을 어리석다 생각하나?”
“???”
원자바오 갑작스러운 물음에 류평은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말이 갖는 의미를 채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류평 자네 첩이 몇 명이지?”
이어지는 당황스러운 질문.
“!!!”
류평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깜짝 놀랐다.
“최근에 더해진 아나운서까지 합치면…… 다섯이군.”
“…….”
류평의 안색이 대번에 하얗게 변했다.
‘얼라이’라 불리는 축첩은 중국 부호나 고위직들이 누리는 관행이다.
그러니 당연히 류평도 첩을 두고 있다.
암묵적으로 아내도 동의한 일이다.
한편으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부분을 두고 원자바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름 튼튼한 정보통이 존재하는 원자바오가 이런 상황을 몰랐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두말할 것 없이 원자바오도 첩을 두고 있었다.
그것도 외손녀인 류미보다도 나이가 어린 대학생 신분의 여성이다.
“다들 알고 있어. 그런데도 굳이 말을 꺼내지 않는 거지. 자신들도 언젠가 부를 움켜쥐면 당연히 누릴 권리라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아버님……. 그 말씀은 류미를 장립의 첩으로…….”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본처도 아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유부남의 첩으로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설령 그 상대가 중국 황제 슈건핑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쯧쯧. 이렇게 아둔해서야.”
원자바오가 흥분한 류평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위를 질책하는 시선이었다.
“그게 아니란 말씀입니까?”
“우리 더 솔직히 말해보세.”
원자바오가 류평의 두 눈을 직시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여인들에게 남총(男寵)이 없나?”
류평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입을 다물었다.
고위직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는 것처럼 그들의 처첩들도 다른 남성들과 불륜관계를 맺었다.
얼마 전 숙청당한 상해방 고위 공산당 간부도 남총 때문에 사건이 커졌다.
대부분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서로 암묵적 관계에서 정부를 인정해줬다.
파트너인 여성들 또한 대부분 집안 배경이 대단했다.
“류미가 장립을 좋아하네.”
‘설마!’
류평의 얼굴이 복잡해졌다.
딸 류미는 다른 건 몰라도 남자문제에 있어서는 장담할 수 있을 만큼 깔끔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인생이 기네. 좋아하는 남자와 가끔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원자바오의 느릿한 말 속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류미의 결혼은 보통 여자들처럼 평탄하기만 기대할 수 없었다.
정치에 의해 풍랑을 겪게 될 류미의 인생.
“능력 넘치는 자가 뒤에서 밀어준다면……. 류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야.”
예뻐하는 외손녀를 장기판 말 정도로 여기는 원자바오의 냉철한 판단.
거부할 수 없는 그의 제안에 류평이 입술을 깨물었다.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이는 시나리오였다.
행동을 종잡을 수 없는 류미 성격이라면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꿀꺽 꿀꺽.
속이 타는 듯 단숨에 차를 들이켜는 류평.
보이지 않는 마음은 식어버린 차 맛처럼 쌉싸름했다.
권력을 위해 과감하게 던져 버려야 할 인의예지(仁義禮智).
고위 공산당 가족이라면 대다수가 경험해야 할 삶의 일부였고 슬픈 자화상이었다.
***
– 첩?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귀신이 실성한 듯 웃어재꼈다.
야! 지금 그게 웃겨?
– 아니 그럼 웁니까? 더욱이 저런 지체 높은 가문의 여성분께서 첩으로 삼아주면……. 가문의 영광이죠. 저 같으면 바로 예스입니다! 크흐흐흐흐흐흐흐흐.
귀신이 나의 매서운 눈치를 보며 살살 쪼갠다.
류미를 바라봤다.
표정이 나름 진지했다.
농담이 아닌 것 같다.
눈빛도 말짱한 것으로 보아 절대 제정신이다.
– 형님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중국 송나라 때 산음공주 유초옥은 시집간 유부녀였는데 남자첩이 30명이 넘었습니다. 그 정도에 비하면 애교죠.
30명…….
역시 스케일이 남다른 중국이다.
유부녀 공주가 남자첩을 30명이나 두었다니.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남아인 내가 마주한 현실과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공청단 막후 실력자의 외손녀가 대한민국의 멀쩡한 청년을 첩으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농담이지?”
진지하게 다시 물었다.
“아니. 진심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류미.
“……그게 가능한 일이야?”
“왜?”
류미가 당연한 걸 뭘 묻느냐는 표정을 짓는다.
묻는 내가 바보된 기분이다.
“엄마 친구분들 상당수가 남자첩들 몇 명씩 거느리고 살아. 뭐가 문제야?”
“…….”
아무리 불륜이 요즘 시대 아이콘이 되었다지만 첩과는 얘기가 다르다.
단순히 하룻밤 불장난 상대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인생을 책임지겠다고 호언하는 류미.
– 임성철 회장님이라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궁금하죠. 형님. 흐흐.
귀신이 하나 마나 한 질문을 했다.
임성철 회장님은 못 믿는다.
당연히 귀신처럼 당장 예스를 외쳤을 것이다.
“뭘 그렇게 고민하나.”
어느 틈에 다시 나타난 인간의 탈을 쓴 대장금 누님.
“류미가 저를 첩으로 삼겠다고 합니다.”
“……축하해.”
“네???”
“영웅은 삼처사첩이 기본이야.”
그건 누님 시절에나 통용되던 문화구요.
요즘 그렇게 말했다가는 여성단체 항의로 대한민국을 떠나야 겨우 살 수 있을 정도다.
“그렇죠?”
류미야, 넌 영웅이 아니잖아!
누님이 날 보고 빙긋 웃는다.
“어차피 회피할 수도 없어. 전생부터 엮인 인연의 끈이 가볍지 않으니…….”
– 와아아! 형님 전생 특혜자입니까? 이러니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소리가 넘치는 겁니다! 형님 주변에만 내로라하는 미인들이 넘쳐나고 난…….
귀신아! 진정 이 상황이 특혜로 보여?
전생을 꿰뚫어 보는 누님 앞에서 할 말이 없어졌다.
류미가 이런 멘트를 날리는 이유가 전생부터의 인연 때문이라니.
갑자기 한 장면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랑하는 적국 왕자를 위해 스스로 울리는 북을 찢는 어느 공주의…….
– 형님…….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아니긴 뭐가 아냐!
니가 전생에서 봤어? 봤냐고?
– ……죄송합니다!
성질에 귀신을 사뿐히 밟았다.
그렇다고 눈앞의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첩으로 삼겠다고 선포한 직후 몹시 개운해진 류미의 얼굴.
중국 상류층 사고방식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
공산당과 홍위병 시절을 겪으며 사라져 버린 옛 성현들의 무한한 가르침.
문화가 곧 민족의 정신임을 이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용서되는 사회 문화.
“류미.”
그녀를 조용히 불렀다.
“왜?”
자신의 생각과 결단이 스스로 기특한 듯 싱글벙글 연신 웃음을 띠는 류미.
“난 첩이 될 생각 없어.”
“왜??? 립이 몰라서 그러는데 첩이 되면 앞으로 중국 사업 부분에서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아빠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납득하실 거야.”
류미가 첩의 장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그녀는 나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 했다.
– 저렇게 첩을 들이려고 열성인 미모의 여성분은 처음 봅니다. 그냥 정성을 봐서 웬만하면…….
귀신아, 너 한마디만 더 하면 저승행 고속 티켓 끊는 수가 있다.
날 어떻게 보고!
– 충성!
누님은 별다른 말 없이 옆에 서서 산 자들의 현실적 대화를 지켜봤다.
할머니 탈 안에 숨겨져 있는 그녀의 고운 자태.
상대가 류미가 아니라 장금이 누님이라면 한 번 생각은…….
“내가 싫어?”
류미가 주저하고 있자 극단적으로 나왔다.
“아니.”
“못생겼어?”
“아니.”
“집안도 좋고 돈도 많아. 내 명의 비자금이 10억 달러나 있어. 증표로 반절 떼서 줄게.”
– 10억 달러 반절이면……. 5억 달러! 세상에…….
귀신도 놀라는 류미의 말릴 수 없는 배짱.
“내가 열 배로 줄까?”
“!!!”
반격 질문에 류미가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
“류미, 이건 돈 문제가 아냐.”
“난 이해를 못 하겠어. 사실 립에게 시집가고 싶지만 이미 립은 장가가 버렸어. 게다가 난 다른 공산당 고위 집안에 시집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 이게 최선이야.”
갑자기 팔팔했던 류미가 풀이 죽었다.
아직도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류미.
“돈과 권력도 아니면 립이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뭐야?”
고개를 치켜들고 류미가 날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 순간.
씨익.
당당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자존심!”
그것도 대한 남아의 핵 쫀심!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