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16
1135장. 경매(4).
“리타.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제이슨. 나도 몰라.”
“휘이~ 경호원들이 어마어마하네.”
“나도 호텔에서 10년이나 일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야.”
“보안실도 통제당했다면서?”
“보안실뿐만 아니라 객실 손님들 다 쫓겨났고 비밀공안들이 주방까지 점령했대.”
“조용히 좀 해. 우리 목소리도 다 도청당하고 있을 수 있어.”
북경 팰튼 호텔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곳곳에 모여 수군거렸다.
특히 외국계 직원들의 동요가 심했다.
그들 중에서도 프런트를 맡고 있는 직원 두 사람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놀렸다.
공식적으로 현재 남아 있는 투숙객은 한 명도 없다.
넓은 호텔 로비가 깊은 적막 속에 빠져들었다.
갑자기 이런 소동이 벌어졌다.
전 세계 체인을 소유한 팰튼 호텔은 최근 들어 더 승승장구했다.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자유로워지면서 여행객들이 수용 불가능할 정도로 넘쳐났다.
과거의 호텔 경영진 중 상당수가 교체됐다.
새로 참여하게 된 이사와 감사는 회장과 기존 주주들이 해온 경영 방식에 과감하게 손을 댔다.
자본금이 확충되고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도 넓어졌다.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던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같은 내부 누수가 깔끔하게 사라졌다.
미국 출신 백인들이 차지하던 고위 임원직 자리도 특정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다양하게 채워졌다.
그야말로 능력 넘치는 직원들이 제대로 인정받고 승진했다.
안정된 자본과 경영 방식이 바뀌면서 팰튼 호텔은 업계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북경 팰튼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을 제치고 경제력 2위에 올라선 중국.
그 정치적 중심지인 북경 팰튼 호텔은 각국에서 몰려오는 중요 귀빈들과 상류층들의 단골 숙소가 됐다.
중국에서 운영하는 다른 호텔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미국 기업인만큼 중국 정부도 자국의 호텔처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일방적 통보와 함께 호텔 모든 시설에 경호원이 쫙 깔렸다.
비밀 공안부터 시작해 주석궁 경호원들까지 대거 나섰다.
물샐틈없는 경호.
“윗선에서는 뭐라고 그래?”
“최대한 협조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대.”
“정말? 평소에는 이런 일에 무척 예민했잖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회장님께 특별 지시가 하달됐대.”
“설마…… 그분일까?”
“누구?”
“리타 너도 알잖아. 진짜 팰튼 호텔 소유주.”
“아! 어둠 속의 대주주!”
팰튼 호텔 장기근속 직원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퍼져 있던 소문이었다.
진작 외국계 대주주에게 해당 팰튼 호텔이 넘어갔다는 얘기였다.
“쉿! 조용히 해.”
“혹시 펜트하우스에 있는…….”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 마.”
“알았어. 나도 오래 이 호텔에서 일하고 싶어.”
리타와 제이슨은 서로의 눈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이 어디선가 두 사람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하루아침에 창살 없는 감옥이 되어버린 북경 팰튼 호텔.
저벅저벅.
그때 한 남자가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들어섰다.
“아!”
“!!!”
들어서는 남자를 보고 경악하는 두 사람.
“슈건핑…… 주석!”
놀랍게도 중국의 새로운 황제라 불리는 인물이 심각한 표정으로 호텔에 들어서고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뒤를 이어 속속 모습을 보이는 인물들.
호텔 직원들도 실제로는 처음 보는 상무위원들과 공산당 최고위급 인사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연이어 들어섰다.
“오늘 도대체 무슨…….”
리타와 제이슨은 불안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TV에서나 봤던 거물들의 행렬.
부릅떠진 눈과 떡 벌어진 입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
“어서 오시게. 원 총리.”
“건강해 보이십니다. 각하.”
“죽고 싶어도 죄를 많이 지었나. 하늘이 데려갈 생각을 안 해.”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직 국가를 위해 하셔야 할 일이 많이 남으셨습니다. 백수는 거뜬히 넘기실 것입니다.”
“원 총리가 그리 말해 주니 좀 더 오래 살아야겠네.”
상해에서 일찍 출발해 고위직 중 가장 먼저 도착한 장택민이 원자바오와 인사를 나눴다.
이제 공식적인 권력에서 뒤로 밀려나 있지만 아직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사람이었다.
원자바오가 인사를 받고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북경 정치계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장택민 앞에서는 언제나 긴장이 됐다.
‘하아. 늙은이 아직도 팔팔하네.’
원자바오는 개탄스러운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아직도 첩들과 심심치 않게 사랑을 나눈다는 정보가 들어올 정도로 팔팔한 장택민.
세수 90세가 넘은 나이임에도 정정해 보이는 장택민 전 주석이었다.
눈에 띄는 주름살도 없이 피부도 탱탱했다.
전설의 반노환동까지는 아니어도 마치 그의 시간은 멈춘 것만 같았다.
그중에서 가장 젊어 보이는 건 다름 아닌 눈동자.
절대 나이를 의심할 수 없을 만큼 초롱초롱한 총기가 가득 찼다.
그러니 더욱 그 앞에서 원자바오는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늙은 여우라 평가받고 있는 자신은 장택민 앞에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다.
‘이게 다 환단 때문이야!’
장택민 뒤에 있다는 어느 도인이 제조한 것으로 알려진 환단.
불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불노는 가능한 것이 확실했다.
거기에 더해 오늘 경매 주관자인 장립의 환단까지 한몫했다.
장립이 더욱 원망스러웠다.
환단의 효과는 원자바오도 직접 경험했다.
복용한 뒤 곧바로 청춘을 되찾았고 만끽했다.
자연스럽게 시들해지던 욕망이 거짓말처럼 되살아났다.
첩들과 오랜만에 제대로 된 육체적 사랑을 나눴다.
비로소 진정한 남자가 된 것 같았다.
정치적 욕심도 깨어난 욕망에 비례해 증폭됐다.
서둘러 권력의 뒤란길로 물러난 게 원망스러웠다.
슈건핑이 아니라 장택민과 손을 잡았어야 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라 했던가.
판을 뒤집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태자당과 슈건핑은 끄덕하지 않았다.
“각하 오셨습니까!”
“오! 후 주석. 자네도 왔나.”
“안 올 수가 없지 않습니까.”
“자네도 먹어봤군.”
장택민이 두툼한 안경 너머로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평소 이런 자리를 꺼리는 후진타오.
그도 장택민이 껄끄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원자바오처럼 살아남기 위해 자처해 장택민의 개가 된 인물이었다.
충성 서약을 마치고서야 공산당 총서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장택민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원한을 품고 원자바오와 함께 동맹을 맺은 후 슈건핑과 태자당에 권력을 넘겼다.
그 일에 있어서는 원자바오와 달리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불사신 같은 장택민을 볼 때마다 두려움과 화가 치밀어 오를 뿐이다.
지금도 장난스럽게 물었지만 내심 자존심이 상했다.
장택민은 후진타오를 조롱하고 있었다.
대외적 활동이 거의 없는 후진타오였다.
그도 늙어가는지라 무엇보다 환단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너보다는 단 하루라도 더 오래 살겠다!’
후진타오는 눈빛에 원망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재임 시절 내내 장택민의 허수아비처럼 살았던 인생이다.
자신만의 정치를 펼 수 없었다.
상무위원 곳곳에 배치된 장택민의 하수인들.
사사건건 후진타오를 견제하고 자신이 펼치고자 하는 정책을 방해했다.
그 덕분에 제대로 후계를 키우지 못했다.
꾀주머니 원자바오 덕분에 공청단만 겨우 체면치레한 정도다.
“전 아직 조국을 위해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후진타오가 장택민을 똑바로 보며 힘주어 말했다.
예전 같았다면 오금이 저려 말도 건네지 못했을 터였다.
키 작은 거인으로 불려온 장택민.
결코 그는 자신 앞에서 반항하는 자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자신이 세웠던 자오쯔양도 하루아침에 날려버린 괴물 같은 인사.
씨익.
장택민이 뜻을 알 수 없는 표한 표정으로 웃었다.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들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길 같았다.
으득.
후진타오가 그 의미를 읽고 가볍게 이를 갈았다.
눈을 마주친 채 물러서지 않았다.
“많이 컸군……. 컸어.”
장택민이 기특하다는 듯 후진타오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쯧. 아직도 수양이 부족해.’
원자바오는 장택민을 상대로 도발하는 후진타오를 보며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다.
어른과 자라기를 멈춘 아이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10년의 재임 기간 동안 허수아비처럼 살았던 원한을 충분히 이해했다.
자신과 달리 얼굴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후진타오는 어쩔 수 없는 하수였다.
그런 이유로 장택민이 후진타오를 앞에 세웠던 것이다.
물론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지만 말이다.
“각하. 오셨습니까.”
“오! 상 주임. 잘 지냈나.”
“각하 덕분에 별일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큰 손자가 이번에 북경 대학을 졸업한다고 했지?”
“네. 각하.”
“내가 한번 취업 자리를 알아봐주지.”
“감사합니다!”
전직 상무위원들이 들어오며 장택민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후진타오에게 먼저 오는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 광경을 보며 입술을 강하게 깨무는 후진타오.
원자바오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국가 주석께서 입장하십니다!”
그때 경매장 입구에서 의전원이 굵은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경호원들을 물리치고 안으로 들어서며 묵직한 기운을 내뿜는 남자.
“주석을 뵙습니다.”
떠오르는 태양 앞에 모두들 고개 숙여 인사를 올렸다.
장관이었다.
그들 중 장택민과 후진타오, 원자바오 같은 전직 주석과 총리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당신도 화가 나는군.’
원자바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인상을 굳히는 장택민을 지켜보며 고소를 지었다.
슈건핑이 오기 직전까지 전직 사자 무리의 대장 놀이를 하던 장택민.
순식간에 뒷방으로 밀려난 가련한 늙은이처럼 보였다.
“오셨습니까.”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 숙인 이들을 향해 슈건핑은 사람 좋은 미소로 화답하고 장택민에게 다가와 짧게 고개 숙였다.
“바쁘신 주석께서 어인 일인가.”
“원로들께서 모이셨다는 소식에 주석궁에 머물고 있는 게 예의는 아니라 생각되었습니다.”
슈건핑은 특유의 둥글둥글한 미소로 화답했다.
왕정에게 도발을 감행한 슈건핑.
과거 같았다면 눈도 못 마주칠 거인 앞에서 제법 당당했다.
“과거부터 시 주석이 예의는 남달랐지.”
장택민이 어른으로서 담담하게 대꾸했다.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파바밧.
눈빛이 강하게 부딪쳤다.
웃는 얼굴을 한 채 두 사람은 자신들의 기세를 여실히 드러냈다.
“…….”
부딪히는 묵직한 기운에 좌중은 절로 침묵에 잠겼다.
현 황제와 태상 황제의 만남.
경매가 아니었다면 겨우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이였다.
그런 두 사람이 만들어 내고 있는 권력의 충돌.
모두들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또각또각.
구두 발자국소리가 넓은 공간에 울렸다.
그리고 나타나는 한 남자와 두 명의 여인.
모두의 시선이 그들 세 사람에게 쏠렸다.
세상 시끄러울 만큼 떠들썩한 판을 준비한 사내.
장립이 입가에 신비한 미소를 지으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두 마리 사자 앞으로 다가왔다.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