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84
1204장. 나 좀 도와줘!!!(3)
“하필 이런 늙은이의 몸뚱이라니! 으아아아아!”
와장창!
발루아 백작 가문의 지하 수련실.
적들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한 단단한 벽과 방음은 물론 각종 보안장치가 완벽하게 구현된 공간에 한 남자가 충혈된 눈동자를 빛내며 분노를 터트렸다.
당대 발루아 백작 가문의 주인이자 유럽과 신을 수호하는 성스러운 기사단의 단장 아르노 발루아.
강인하고 냉철한 이성을 소유했던 그가 변했다.
눈동자에 이기적인 빛이 넘쳤다.
기사들과 가족들을 향하던 한결같이 깊고 부드러운 기운도 사라졌다.
차갑고 독선이 가득한 눈빛만이 번뜩였다.
“멍청한 놈이 날 깨워서…….”
아르노 백작은 누군가에게 욕을 퍼부었다.
저벅저벅.
한바탕 분풀이를 끝내고 수련실을 걷는 백작.
“세상이 이렇게 변했을 줄이야……. 대기 중에 마나도 얼마 없고 탁해. 과거의 힘을 찾기에는 한참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아르노 백작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계속 중얼거렸다.
마치 전혀 모르는 타인처럼.
“흐흐. 그래도 늙은이가 기본은 돼 있어 다행이야. 과거 기사들만 못하지만 쓸만해.”
아르노는 자신의 탄탄한 몸을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육신은 늙었지만 꽤 강건했다.
웬만한 남자들은 한주먹에 박살낼 수 있을 만큼의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기사단장이라. 그것도 좋아.”
아르노 백작은 한층 더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를 계산하는 듯한 복잡한 눈동자는 연신 번들거렸다.
“이제 적응도 끝냈으니 영국에 다녀와야겠어. 그곳에 감춰놓은 내 물건들을 찾으면……. 흐흐흐흐흐.”
아르노 백작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바꿔버리면 된다. 이 집안에 태어날 그놈은 특별해. 아주 마음에 들어!”
누군가를 염두한 듯 희망에 부푼 눈빛의 아르노 발루아 백작.
“아무도 날 거스르지 못한다! 아서 그 개자식 따위에게 빼앗겼던 내 힘과 왕권! 이제 내가 차지할 것이야!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광소가 터지며 지하 수련실이 울렸다.
유럽과 기사단을 뒤흔들 거대한 음모가 새로이 탄생하고 있었다.
***
도대체 여기서 멀린이 왜 나와!
사실 비비의 말은 믿기지 않았다.
천년도 지난 서기 500년경 영국 브리튼 지역을 다스렸다는 어느 왕의 이름이 아서다.
아더왕으로도 불리기도 했던 신화적 인물로 실존했다는 증거는 없다.
당시 힘들게 살았던 그쪽 지방 사람들이 영웅 서사를 만들었다는 학설이 주류다.
그리고 그런 아서왕에게 요정을 이용해 힘을 물려줬다는 마법사 멀린.
전부가 거짓 같지는 않다.
나도 직접 마법사인 솔로몬 대왕을 만났지 않은가.
중세 이전부터 내려왔던 마법.
기독교가 유럽을 잠식하며 수 많은 마법사들이 마녀로 취급받으며 화형당했다.
그때 이후로 마법사는 멸족당한 게 확실했다.
대부분 저서클 마법사들이었기에 쪽수에 당할 수 없었다.
유일 신앙으로 무장한 기사들은 또 얼마나 용맹했겠는가.
“내가 아는 그 아서왕의 멀린이 맞아?”
아서왕의 유명한 조력자인 멀린.
확인이 필요했다.
– 맞아. 그 멀린.
비비가 확인해줬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멀린의 비법이 뭔데?”
– 자세히는 나도 잘 몰라. 아빠와 콜린 경이 교황청의 도움을 받아 삼신기와 마법서를 획득했어.
삼신기? 이건 또 뭐야?
감춰진 비사가 세상에 참 많다.
중국에도 도술을 사용하는 도인들이 살아 있다.
일본에도 주술사가 존재한다.
아사신은 흑마법을 사용한다.
로리아나도 성직 마법을 사용하는 성녀다.
알려지는 순간 세상을 혼란에 빠트릴 내용들이 천지다.
그중에서도 나의 회귀가 가장 압도적이다.
“삼신기는 뭔데?”
– 모세의 지팡이, 성궤, 그리고 엑스칼리버야.
“……끙.”
나도 다 이름은 들어 알고 있는 전설 속 물건들이다.
성경이나 신화 속에나 언급되는 물건들이 실재한다는 소리였다.
– 믿기지 않겠지만 삼신기는 진짜야.
비비가 보증 발언을 했다.
“그럼 멀린의 비법이란……. 마법서야?”
가장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 모르겠어. 아빠가 콜린 경과 함께 비밀 수련을 떠났어. 그리고 얼마 전에 돌아오셨는데……. 무언가 변했어.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
마법사가 획책한 음모에 아르노 백작이 당한 것으로 짐작됐다.
다른 사람이 이런 소리를 들었다면 아마 미쳤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비와 나는 신비한 힘을 사용하는 부류다.
이마에 힘줄이 팍 돋았다.
회귀하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내용과 사건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나비효과와는 문제가 달랐다.
회귀 이전에도 이런 일은 벌어졌을 것이다.
다만 감춰져 있던 것뿐.
“마법서 봤어?”
– 아니. 어디에 꼭꼭 숨겨놓으셨는지 알 수가 없어.
“콜린 경은?”
핵심 참고인의 신변을 물었다.
– ……의식불명이야.
“뭐라고?”
이건 확실히 큰 문제다.
멀린의 비법을 습득한 아르노 발루아 백작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다.
함께 수련했던 콜린 경은 의식불명.
– 수련 중에 마나가 역류했대.
“그래?”
아무래도 프랑스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이곳에서는 비비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아르노 백작 상태를 살피고 싶었다.
– 다니엘 미안해……. 힘들고 바쁠 텐데…….
비비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나에게 연락하기 전까지 얼마나 고심했을지 짐작이 됐다.
“괜찮아. 우리 평생 친구잖아.”
비비가 좋다.
그녀의 독특한 매력은 프로방스 축제 때 맡았던 꽃향기를 닮았다.
그리고 함께 있으면 평안했다.
– 고마워. 다니엘……. 당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운명이야.
인연 정도가 아니고 운명이란다.
말 속에 담긴 있는 묵직한 메시지가 전해졌다.
“예지력으로 미래가 안 보여?”
중요한 사항 하나를 체크했다.
– 그게 이상해……. 예지력을 가동하면 다니엘의 얼굴만 보여.
“그건 예지가 아니라 그리움 아냐?”
무심결에 던진 농담.
– 맞아! 나 다니엘이 너무 보고 싶어!
비비가 바로 반응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도 빙긋 미소가 지어졌다.
“프랑스에 갈게.”
– 정말? 올 수 있어???
비비의 목소리 톤이 한 옥타브 올라갔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다.
김현재 대표도 깨어났으니 그 정도 시간은 낼 수 있었다.
만난 적은 없지만 아르노 백작은 세계 평화를 위해 존재해야 할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무너지면 아사신이 유럽을 휘저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로리아나도 아직은 힘이 부족하다.
“바로 갈게. 기다려.”
– 응……. 기다리고 있을게.
비비의 목소리가 촉촉해졌다.
그녀의 그리움이 온전히 목소리를 통해 전해졌다.
“지켜보고 있어. 내색하지 말고.”
멀린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걸렸다.
전설상에는 아서왕을 도와준 마법사였지만 속까지는 알 수 없었다.
감춰진 비밀이 너무 많았다.
소설 속에서는 호수의 여마법사가 아내였다.
아서왕과의 사이에도 알려지지 않은 비사가 존재할 수 있었다.
멀린이 추천한 아서왕의 아내도 후에 문제가 됐다.
원탁의 기사들 중에서도 배신자가 나왔다.
얽히고설킨 고대 영국 왕가의 전설.
결정적으로 난 마법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깨달음을 위해서는 백마법사도 흑마법사처럼 사악한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이계에서 마주한 마법사들 대다수가 이기적인 인물들이었다.
–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
“뭐가?”
비비의 말에 갑자기 섬뜩함이 등골을 스쳤다.
– 클라라 언니 뱃속에 있는 아이를 보며 아주 흡족해했어.
“당연히 할아버지니까 그럴 수 있지. 가문을 이을 자손이잖아.”
새언니라는 말에 순간 움찔했다.
이제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에 남아 있는 클라라의 이름이 고개를 들었다.
– 그게 아니야. 마치…… 그건. 먹잇감을 보는 눈빛? 그런 종류야.
먹잇감!
비비의 육감이 남다른 건 인정한다.
어쩌면 진짜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절대 내색하지 마! 절대!”
강하게 경고했다.
– 알았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을게.
비비는 순순히 대답했다.
공항에 상시 대기 중인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면 바로 이동 가능하다.
그러나 운명은 본래 장난을 좋아했다.
그사이 벌어질 수많은 변수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이 급해졌다.
“공항에 나오지 마. 내가 찾아갈게.”
– 응……. 다니엘 뜻대로 해.
비비가 순순히 따라줬다.
“그래. 기다리고 있어……. 곧 갈게.”
– 안녕……. 다니엘.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
예기치 못한 통화와 약속.
신이 계획한 또 다른 운명의 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띠리리리리리릿.
그때 기다렸다는 듯 벨소리가 울렸다.
“???”
모르는 번호가 떴다.
측근들만 알고 있는 나의 전화번호.
톡.
짧게 버튼을 클릭했다.
그 순간.
– 장 회장. 날세.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