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85
1205장. 나 좀 도와줘!!!(4)
“밑밥은 다 깔았습니다.”
“반응은?”
“충성스러운 인민들이 화산처럼 분노하고 있습니다.”
“흐흐흐. 당연히 그래야지!”
“어떻게 할까요? 방아쇠를 당길까요?”
“시작해! 이제는 참을 필요가 없어. 본때를 보여줘야 해!”
홍콩의 집무실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던 리장창은 심복 제갈유량을 통해 본격적인 행동 명령을 내렸다.
공격 명령 버튼이 작동한 것이다.
작전에 있어 실패는 있을 수 없다.
정치적 위기를 사드로 돌파하려는 한국 정부.
손 보려던 참에 딱 걸려들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에 매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고개를 조아리던 중국은 이제 없다.
장기간 임대하고 면세를 주었던 공장이나 사업체들에 대한 법적 보장 기간이 거의 끝나갔다.
대부분 중국 법인과 50대 50의 비율을 적용한 합자였기에 철수 이후 사업을 넘겨받으면 그만이다.
노하우는 충분히 흡수했다.
미래 가치가 부족한 노동집약적 사업체들은 베트남이나 동남아로 철수한 지 오래다.
중국 정부가 노리는 건 한국 대기업들의 기술집약적 산업.
반도체나 LCD, 배터리와 특수 공업 분야다.
계획은 완벽하게 세워졌다.
우매한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의 경고를 무시했다.
미국도 중국과 밀접하게 지내는 한국 정부를 참교육시키기 위해 판을 짰다.
중국과 미국의 보이지 않는 동맹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미 말은 맞춰졌다.
중국이 한국 기업들을 겁박해도 미국은 그에 대해 입을 닫기로 합의를 봤다.
사실 현재 한국 정치권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믿었던 대통령이 흔들리자 한국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기다렸다는 듯 각자도생을 준비했다.
“랏데그룹이 혼쭐이 나겠군요. 투자 금액이 상당한데.”
“어차피 놈들의 뿌리는 일본이야. 명분도 완벽하고 빼앗을 것도 없어. 기술도 없는 놈들이 상업으로 단련된 중화 민족의 돈을 뽑아 먹으려 들다니……. 크크크. 개가 웃을 일이야.”
리장창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랏데기업의 확장 방식이 일본과 한국에서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중국에서 그와 같은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기에는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
유통업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외국계 기업은 거의 없다.
중국인들은 유년시절부터 철저하게 상행위 교육을 받고 자란다.
유통업은 특별히 이전받을 만한 기술도 없다.
“인수할 회사도 준비시켜놨습니다.”
“이번 기회에 게임판도 거둬들여. 방송계에서도 한국 프로그램 모두 정지시켜.”
“바로 말입니까?”
“앞으로 미래 시대는 문화 산업이 핵심이야. 한국 놈들이 그쪽으로 머리가 비상해. 게임부터 시작해 엔터테인먼트 쪽을 접수해. 재주는 한국 놈들이 부리고 돈은 우리가 벌면 돼.”
리장창은 미래를 꿰뚫어보는 안목이 상당했다.
“홍보에 한류만 한 게 없죠.”
“이제 한류가 아니라 중류가 세계를 지배할 거야. 그렇게 된다면…….”
중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한 치의 소홀도 용납하지 않는 리장창.
정치 군사 분야는 슈건핑이 담당하지만 경제나 기타 공격 계획은 리장창의 몫이다.
홍콩에 주로 거주하지만 모든 명령은 장애 없이 빠르게 하달됐다.
“한국에서 반중 감정이 극도로 치솟을 겁니다.”
“그래서? 놈들이 짖어봐야 5천만밖에 안 돼. 하지만 우리가 함성을 지르면 15억이야. 상대가 될 수 없지.”
“맞습니다. 물려 있는 자본이 많아 끽소리도 못 낼 겁니다.”
“밑밥이 맛있다고 받아먹다 보면 평생 노예가 되는 거야. 앞으로 몇 년 남지 않았어. 완벽하게 한국의 첨단 기술들을 흡수해 중국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해!”
리장창의 결심은 확고했다.
더 이상 시간을 죽이며 참을 필요가 없었다.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 정부는 중국의 결정에 입도 뻥긋 못 할 게 자명했다.
명분 싸움에서 이미 밀렸다.
사드 레이더망은 핑계다.
어차피 중국 머리 위에는 미국 정찰 위성이 수없이 많이 떠 있다.
미국과 중국과의 보이지 않는 대리전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립의 환단은 배달됐나.”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 머리가 좋은 녀석이야. 우리 눈을 피해 인맥들을 관리하려 하다니……. 후훗.”
리장창은 장립을 생각하며 짧은 웃음을 보였다.
신출귀몰한 장립.
북경을 한바탕 휘젓고 태연하게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배달된 환단.
택배를 비롯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전달됐다.
전체 환단 개수를 파악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지불된 구입가도 알 수 없었다.
모든 걸 장립이 손에 꽉 쥐고 있었다.
“중화민족의 핏줄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렇지. 만약 장립이 그놈과 같은 한국인이었다면…….”
장립을 생각하며 장태산을 떠올리는 리장창.
얼굴이 금세 굳었다.
약속했던 휴전 기간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장태산은 침묵하고 있다.
리장창도 그런 그를 괜히 건들지 않았다.
내실을 다지며 다음 전쟁을 준비하는 데 집중했다.
‘장태산……. 이번에는 네놈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야!’
리장창은 확신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슈건핑을 비롯해 천지회의 입지는 더욱 단단하게 다져졌다.
그런 만큼 불사의 전의를 불태우는 리장창.
그러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장태산이 그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
“회장님…….”
기력이 쇠한 듯 탁한 음성이 들렸다.
과거와 달리 장 회장이라고 정확히 호칭했다.
– 반갑지 않은 목소린가?
농담할 여력은 남아 있었다.
뉴스를 통해 가끔씩 소식이 들렸다.
왕자들의 난으로 연일 시끄러웠다.
아직 왕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알츠하이머 증상이 심해지고 있었다.
길게 봐도 앞으로 얼마 남지 않는 목숨이다.
그런 그가 날 찾았다.
“아닙니다. 정정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진심이다.
살아온 삶의 도덕적 평가는 후대 호사가들의 몫이다.
어린 시절 일본으로 넘어가 오늘날의 대그룹을 이룰 정도면 대단한 거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한국인들을 조선족이라고 비하하며 멸시했다.
그러니 과거를 말하는 게 무의미했다.
– 요즘 정신이 오락가락해. 이제 갈 때가 됐나 봐.
호랑이도 이빨이 빠지면 죽는 게 이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넘쳐도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하다.
“아닙니다. 아직 정정하십니다.”
나에게 전화할 정도면 또렷한 의식은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다.
– 위로하지 않아도 돼……. 크르르륵.
가래가 끓는 듯한 쇳소리를 또 냈다.
딱 봐도 폐가 망가져 있었다.
나이 먹고 한 번 망가지면 가장 회복하기 어려운 장기가 폐다.
폐포가 망가지기 시작하면 모든 게 끝이다.
종기 수술을 위해 아침에 멀쩡히 병원에 들어가 급성 폐렴으로 악화돼 저녁에 죽을 수도 있다.
– 자, 장 회장……. 내가 말이야……. 부탁이 있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랏데그룹에 위기가 닥쳤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국 사업이 곧 좌초될 처지다.
아무리 거대 그룹이라고 해도 몇조짜리 사업의 폐업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부탁이라 하시면…….”
살짝 운을 뗐다.
– 나 좀 도와주게…….
힘겹게 새어 나오는 도와달라는 말.
“찬스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과거 그와 맺었던 약조.
랏데를 위기에서 두 번 구해주기로 약속했었다.
– 그래야지. 늑대 소굴에서 아들놈을 건져내야지…….
알츠하이머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도 아들 걱정을 했다.
“쉽지 않습니다. 여러 사정이 촘촘하게 얽혀 있습니다.”
– 작정하고 달려드는데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 내가 병든 틈을 타서 이놈들이……. 수작을 걸었어.
랏데 회장이 멀쩡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미국에 몸을 의탁하고 사고 치는 장성 출신 정치인들.
그들의 또 다른 매국 행위로 멀쩡하던 그룹이 나자빠질 것이다.
왜 하필 랏데그룹 골프장인지 회귀 전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주변에 산도 있고 밭도 있다.
그런데 멀쩡한 골프장을 기지로 만들어 버린 국방부와 미군.
안타까웠다.
모든 게 그들의 계략이었다.
중국도 물어뜯을 만한 큼지막한 뼈다귀를 원했다.
랏데그룹 정도라면 충분했다.
중국 인민들이 달려들어 충분히 물어뜯고 씹고 맛봐도 될 정도의 덩치다.
랏데가 중국에 투자한 금액도 적지 않았다.
빼앗아갈 사업도 유통업이 전부다.
기술 산업이 아니다 보니 한국 정부도 뛰어들기 애매했다.
모든 것들이 철저하게 외교적 입장에서 실리적으로 합당했다.
정신이 오락가락한 회장도 눈치챘을 정도다.
정치인들이 랏데를 제물로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회장님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의 미래도 예측 못 할 랏데그룹 회장이 아니다.
나의 조언도 있었다.
그럼에도 밀어붙였다.
– 당시에 둘째를 밀어줄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어. 그리고 실패하다 보면 더 크게 성장하는 법이야……. 크르릇……. 나도 그렇게 컸어…….
절벽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밀어 자식을 키웠다.
시련과 실패는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조건이기도 했다.
다만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그룹들이 벌어들인 수익금 대부분이 한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수련비로는 좀 과한 것 같습니다.”
살짝 언짢은 속내를 목소리에 담았다.
– 다들 그렇게 크는 거야. 장 회장도 언제까지 승승장구할 것 같나?
노회한 환자가 투지를 불태우며 반문했다.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바뀌었지만 아직은 버틸 만했다.
그리고 난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 클클……. 미안하네. 부탁하는 마당에…….
노 회장이 웃는다.
아직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적당히 손해는 보셔야 합니다.”
– 몸만 빠져나와도 돼.
자칫 정치 문제로 잉여의 몸이 될 수도 있다.
그것만 해결해 달라는 의미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
중국에 투자한 자본 정도면 그룹 수익에서 상각하면 그만이다.
랏데는 그 정도 맷집은 됐다.
“걱정하시는 불상사는 없을 겁니다.”
– 그리고 이왕 하는 부탁 하나만 더 들어주게.
장사로 성장하신 분답게 자연스레 하나 더 얹었다.
“……원하시는 아드님을 제국의 주인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 말은 들을 것도 없다.
오늘 내일을 장담하지 못하는 회장에게 돈과 물욕 따위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자신이 세운 제국의 다음 대 후계자 문제가 가장 중요했다.
– 장 회장은 역시 비상해……. 내 아들이었다면 소원이 없었을 거야.
끔찍한 소리다.
환갑 가까운 나이에 왕좌를 물려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큰아들이 망가진 이유도 회장 때문이다.
적당한 시점에 자리를 물려줬다면 저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다음에 뵐 때 좋은 약을 선물로 준비하겠습니다.”
길게 얘기하기에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지금도 그나마 정신이 맑은 덕에 겨우 통화 가능했을 것이다.
어쩌면 기억 상실도 신의 축복일 수 있다.
미련 많은 인생을 죽을 때까지 떠올리지 말라는 배려 같은 것 말이다.
– 부탁해……. 크르르르……. 장 회장만…….
– 아빠 누구하고 통화하는 거야? 이런 건 상의하라고 했잖아!
날카로운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섞여 들렸다.
띠릭.
끝인사도 없이 통화가 끝났다.
누군가 전화를 빼앗은 모양이다.
또 한 명의 거인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갑자기 일거리가 쏟아져 들어오네. 이거 느낌이…….”
북경 방문부터 시작해 계속 연달아 대형 사고들이 터졌다.
하나를 막으면 또 하나가 터지는 현상.
그때.
띠리리리리리리리릿.
기다렸다는 듯 스마트폰 벨 소리가 크게 울렸다.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