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53
1273장. 특별 할인가.
‘냄새가 나! 그놈의 지독한 냄새가!’
샨트리아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미칠 것 같았다.
하르케우스만 생각하면 속이 뒤집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도 찰나의 순간 방심한 탓에 패배했다.
그 뒤 오늘만을 위해 눈물 콧물 흘리며 목숨을 구걸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치게 끔찍했다.
드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일생을 살아왔던 광룡 샨트리아.
드래곤 로드 하르케우스에게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개를 조아렸다.
‘원수를 갚겠다!’
욕을 퍼붓고 자극했지만 놈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럴수록 베커라는 놈을 죽일 듯 노려봤다.
“흐흐흐.”
베커라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놈이 실없게 웃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비웃음이다.
과거에 본 적이 있는 그때 그 미소.
“하……르케우스!!!”
샨트리아가 본능적으로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놈 참 끈질기구나.”
베커의 말투가 조금 전과 완전히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두려움과 결의가 반반 섞인 듯한 모습이 아니다.
어디서 용기가 난 듯 여유로움이 물씬 풍겼다.
사뭇 목소리에서도 위엄이 엿보였다.
‘놈도 몸을 차지했어!’
샨트리아는 확실히 알아챘다.
하르케우스도 자신처럼 최후의 한 수를 남겼던 것이 분명했다.
베커가 착용하고 있는 반지에 하르케우스의 의식이 담겼던 것이 확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달랐다.
가죽에 의념을 담아 인간의 몸을 차지한 것과 달리 베커의 몸을 차지한 하르케우스는 무척 자연스러웠다.
동시에 빛을 발하는 성스러움.
‘신성?’
샨트리아의 붉은 눈동자가 바짝 쪼그라들었다.
인간 베커란 놈이 특별한 구석이 있다는 것은 안다.
나이도 어린 인간 주제에 최상급 정령사를 소환하는 고서클 마법사다.
거기에 보란 듯이 신성한 정령활을 사용하는가 하면 드래곤과도 연관돼 있다.
그리고 신성한 힘도 소유했다.
그 모든 것은 그간 샨트리아가 알고 있던 상식과 부딪쳤다.
꿀꺽.
샨트리아가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
인간 베커가 뿜어내던 신성과 분명 달랐다.
솔직히 베커가 발산하던 신성은 상대하기 어렵지 않았다.
별 영양가 없는 풋사과 같았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신성은 그렇지 않았다.
파아아앗.
눈부실 정도로 신성력이 강했다.
고위신을 마주한 느낌과 같다.
고룡이었던 샨트리아도 그 정도 신성의 힘을 안다.
레드 일족은 대부분 악신이 된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확실한 건 아니다.
아무리 인간들이 경배하고 받드는 드래곤일지라도 신들의 비밀까지 접근하기는 어렵다.
“샨트리아 이제 마무리하자꾸나. 오늘 그 알량한 가죽마저 홀라당 벗겨주마. 흐흐흐흐.”
“다, 닥쳐!!!”
“그놈의 성깔머리하고는…… 언제 철들래?”
“네놈이 진짜 하르케우스라는 건 인정할 수 없다! 그놈은 마나의 품으로 돌아갔어!”
“무식한 데다가 의심도 많구나.”
“쿠아아아아아아!!!”
콕콕 찌르는 베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샨트리아는 피어를 터트렸다.
콰과과과과과과과광.
본체는 아니지만 드래곤의 의지가 담겨 있는 일갈에 공간이 바르르 떨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크억!”
주변에 운집한 인간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땅에 처박고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마나를 타고 전달되는 맹렬한 드래곤의 살기.
벌벌 떨며 입술을 비집고 나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삼켰다.
지상의 생명체들에게는 공포일 수밖에 없는 현상이었다.
저항의 의지 자체가 생성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겨우 그 정도냐?”
베커가 비웃는다.
그리고.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샨트리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드래곤 피어가 천지를 뒤덮으며 퍼져 나갔다.
***
– 오빠…… 지, 지금 뭐야? 왜 오빠가 드래곤 피어를…….
알파닥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나도 머리 많이 아프다
내가 지르는 소리가 맞지만 왠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 목 좀 관리해라. 목청이 겨우 이것밖에 안 나오다니……. 요즘 애들은 몸 관리에 너무 소홀하다니까. 내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말이야…….
하르케우스가 나의 목 상태를 두고 구박한다.
오래 묵은 고룡답다.
‘나 때는 말이야’가 튀어나왔다.
저기 하르케우스 님.
– 왜?
전 드래곤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 그래서?
아니 그래서가 아니라 인간을 드래곤과 비교하면…… 안 되죠.
– 너 신이잖아.
“…….”
하르케우스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 신이 신다워야 신인 거다. 개나 소나 신이 돼서……. 쯧.
하르케우스가 가볍게 혀를 찬다.
– 넌 이쪽 상황을 잘 모르겠지만 요즘 신들 세계가 엉망이야. 어디서 굴러먹던 바람둥이 놈이 나타나서는 개판 치고 있다니까.
하르케우스가 툭 던진 말에 자동으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바람둥이라는 말에 갑자기 떠오르는 누군가.
이름을 정확하게 아십니까?
– 내가 그런 잡스러운 놈의 이름을 어떻게 알아!
게다가 갑자기 버럭 화를 낸다.
아는 것 같은데 굳이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듯했다.
– 예전에 내가 살아있던 시절 예뻐해 주던 엘프 여왕의 애인인 것 같은데 수상한 놈이야. 포인트가 어디서 나는지 샘솟듯 잘 뿌려. 내가 보기에는 외모도 별 볼 일 없는데 여신들이 놈만 보면 까르르 얼굴에서 웃음이 안 떠나. 거참…….
하르케우스가 잠깐 멍한 시선으로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말하니 누군지 확실히 감이 왔다.
엘프 여왕의 애인은 내가 아는 바로 그분.
그렇다고 아는 사실을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하르케우스의 말만 들어도 그를 무지 싫어하는 게 티가 났다.
바람둥이가 포인트 미스릴 스푼 부자인가 봅니다.
– 그건 아니야. 어렵게 살아온 티가 나. 중간계에서 미스릴 스푼은 드래곤밖에 없어. 따르는 신도도 없는데 포인트 부자야. 이상하고 수상해. 어떤 골 빈 놈이 포인트를 착실히 벌어서 바치는 게 확실해.
움찔.
골 빈 놈이라는 말에 괜히 찔렸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노바 형님과 분배 계약을 맺은 게 떠올랐다.
내가 벌어들이는 포인트로 신계를 평정한 노바 형님.
고룡 하르케우스도 노바 형님을 부러워하는 눈치다.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겠죠.
– 매력? 그놈이 주둥이는 잘 털어. 남자인 내가 옆에서 들어도 빨려 들어가.
직접 만나셨어요?
– 우연히 파티에 갔다가 봤어. 아무리 봐도 나보다 얼굴도 못나고 전생 경력과 명예력도 짧은데……. 여신들은 왜 사족을 못 쓸까?
샨트리아를 앞에 두고 하르케우스는 괜한 고민에 더 골치 아픈 눈치다.
드래곤 피어 시원하게 한 방 질렀더니 샨트리아는 알아서 입을 다물었다.
쫄릴 대로 쫄린 붉은 눈동자.
레벨 차이가 이렇게 났다.
여신들은 유머와 편안함을 좋아합니다.
– 유머와 편안함? 강인한 육체와 카리스마 넘치는 성격이 아니라?
드래곤 로드도 연애 감각은 잼병이다.
골드 드래곤 일족은 다른 드래곤과 달리 지식이 풍부한 존재라던데 이쪽 방면은 아닌 것 같다.
하르케우스 살아생전에 지상계 모든 생명체들은 드래곤이라는 이름 앞에 무조건 경배 올리기 바빴다.
연애 감정이 어떻다는 걸 알 턱이 없다.
학교 등하교도 기사가 딸린 차를 이용하는 강남 파워팰리스 펜트하우스 도련님이 버스요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르케우스 님.
시대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 뭐가 달라?
중간계에서는 힘과 권력, 돈에 다들 굴복하지만 신계는 아니지 않습니까.
죽음이 초월된 상태에서 굳이 강자에게 굴복할 필요성이 있겠습니까?
– 그건…… 그렇지.
하르케우스가 동의를 표했다.
그 모습에 기발한 생각 하나가 퍼뜩 스쳤다.
연애도 기술이고 학문입니다.
– 연애가?
역시 하르케우스가 관심을 표했다.
지상계에 머무를 때와 달리 신계에 올라가면 할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전생 드래곤이라고 해서 신들이 특별히 두려워하거나 대접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차라리 당했던 일 때문에 경계하고 멀리하려 할 수도 있다.
그 학문 한 번 배워보시겠습니까?
– 네가 연애를 알아?
하르케우스가 못 믿겠다는 듯 의문을 표했다.
씨익.
올 것이 왔다 싶으니 자신감 넘치는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주변에 널린 증거가 보이지 않습니까?
아린을 비롯해 비비안, 그리고 알파닥을 빙 둘러 보았다.
– ……그럼 나 가르쳐 줄 거야?
뭔가를 눈치채고 조용히 의견을 타진해 오는 하르케우스.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럼 오늘만 특별 할인가로 모시겠습니다!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