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67
1287장. 오빠 한번 믿어볼래?
– 오오오오오오오……빠? 그것도 새로운???
알파닥의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뒷짐을 지고 바라보는 마족 소녀.
떳떳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 여보세요. 오빠신님. 저 드래고니아 나이가 몇 살인지나 아세요?
딱 봐도 18세.
– 18세? 호호호호호호호. 1018세 아니고?
알파닥 숫자가 중요한 게 아냐.
– 그럼 뭐가 중요한데?
정신 성숙도.
나타샤의 상태로 보아 샨트리아가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티가 났다.
교과서로만 세상을 배운 전형적인 학생의 모습이랄까.
사회성으로나 정서적인 면에서는 내가 월등하다.
– 월등? 누가? 바람둥이 오빠신이?
알파닥의 연이은 물음.
“큼큼.”
헛기침이 튀어나왔다.
그때.
“새로운 오빠라고?”
나타샤가 검은 눈동자를 반짝였다.
1000년을 살았다 해도 레어를 벗어난 적이 없다.
블랙 드래곤의 피를 타고나 속을 알 수 없지만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다.
– 순수? 푸하하하하하. 순수가 다 얼어 죽었어? 방금 전에 오빠신 가슴에 침을 뱉었어. 손잡고 마법 펼치던 드래곤 짝퉁이 순수? 오빠신 정신 차려!
알파닥의 말투가 까칠하다.
마치 질투라도 하는 것 같아 오해하기 딱 좋다.
– 내가 질투한다고? 오빠 착각하는 거 아냐? 고귀하고 위대한 마신의 피를 이어받은 최상급 마족이 저딴 저급한 생명체를 질투할 것 같아!
– 흐흐흐. 질투 맞네.
듣고 있던 샨트리아가 한마디 거들었다.
– 닥쳐! 반쪽짜리 광룡!
– 내가 온전했다면 당장 날개를 찢어버렸을 것이다! 요망한 마족 같으니라고!
– 흥! 그 반대는 생각 안 해봤어? 덜떨어진 빨간 도마뱀!
– 크아아아아아! 덤벼!
– 그래 맞짱 뜨자! 오늘 끝장을 보자!
둘 다 닥쳐줄래?
마족과 드래곤은 사이가 안 좋다더니 사실인 것 같다.
– 나보고 참으라고? 오늘 저 빨간 도마뱀 녀석의 가죽을…….
그 가죽 내가 입고 있다.
알파닥! 설마 내 알몸을 보고 싶어서…….
– 으아아아아! 닥쳐! 변태 오빠신!!!
알파닥이 무언가를 상상한 듯 고함을 질렀다.
– 흐흐흐. 미성숙한 마족 같으니라고.
샨트리아가 비웃는다.
– 뭐가 미성숙이야! 나도 알 건 다 알아! 수컷 마족들이 나에게 얼마나 구애하는지 알아?
알파닥이 도도하게 외쳤다.
– 알은 낳아 봤냐? 아니 뽀뽀는 해봤어?
샨트리아가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다.
– 변태 닥쳐!!! 순결한 마족 성녀에게…….
알파닥이 으르렁거리면서도 결국 입을 다물었다.
샨트리아의 승리.
– 흐흐흐. 애송이 마족 같으니라고.
아저씨도 닥쳐 줄래?
본체 없는 드래곤이 드래곤이야?
– ……끙.
샨트리아가 바로 입을 다문다.
그제야 사방이 조용해졌다.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여기 오빠 말고 다른 오빠 있어?”
사근사근 묻는 나타샤.
오빠라는 말이 잘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 위험하다.
이대로 세상에 내보냈다가는 중간계에 심각한 해를 끼칠 것이다.
“나타샤.”
그녀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렀다.
“말해 오빠.”
나타샤가 생긋 웃는다.
오빠라는 말이 착착 귀에 감긴다.
타고난 애교 승부사다.
새하얀 피부 그리고 이를 더욱 빛내는 검은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진 그녀.
보기만 해도 눈과 마음이 즐거워진다.
– 나도 머리칼은 새카맣다고!
알파닥이 따지듯 내뱉었다.
알파닥……. 넌 저렇게 다정하게 애교 못 떨잖아.
– ……할 수 있어! 그 애교!
알파닥이 까칠하게 소리친다.
됐다.
고귀하고 순수한 마족 성녀하고 안 어울려.
넌 그냥 살던 대로 살아.
“오빠 한번 믿고 따라가 볼래?”
“오빠를???”
“응.”
깜빡깜빡 큰 눈동자를 떴다 감는 나타샤.
– 나타샤 안 돼! 저 사악한 오빠신은 바람둥이야! 절대 믿으면 안 돼!!!
알파닥이 절규하듯 외쳤다.
그러나 알파닥의 말은 전달되지 않는 듯했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나타샤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감이 좋다.
“파리 날아가는 소리야.”
“파리? 레어에 벌레는 없는데…….”
– 내가 왜 파리야! 으아아아아! 순진한 애 물들이면 천벌 받아!
괜찮다.
현재 레어의 주인은 나타샤다.
저 쌓아놓은 황금산을 보라!
미 연방은행 비밀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는 황금이 부럽지 않다.
“오빠 따라갈래?”
“어디?”
나타샤가 흥미를 보인다.
“여기 말고 진짜 세상.”
“!!!”
나타샤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1000년이 넘도록 레어에만 살던 나타샤.
세상을 동경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악독한 샨트리아 때문에 레어에서만 살다 죽게 놔둘 수는 없다.
– ……저도 떠안은 겁니다.
떠안아?
– 나타샤의 엄마는…… 하아.
말을 하다말고 샨트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감춰진 비밀이 있다.
궁금해진다.
엄마가 블랙 드래곤이야?
– 네. 블랙 드래곤 맞습니다.
그런데 왜 샨트리아 네가 맡고 있는 거야?
설마 둘이…….
– 제 아이 아니라니까요!
강하게 부정하는 샨트리아.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린다.
가죽 갑옷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감정이 더 진하게 전달된다.
뭔가 있다.
피식.
은근히 미소가 지어진다.
괜찮아. 다 이해해 줄게.
한때는 천하를 호령하는 드래곤이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맹약에 얽매인 준 귀신 수준이다.
다시는 드래곤이 될 수 없는 가죽 갑옷 기생 드래곤.
전혀 두렵지 않다.
상대해보니 만만한 구석도 있다.
귀신 장립과 묘하게 닮았다.
강맹하고 오만한 일족이니 한편으로 더 외로울 수 있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이기도 하다.
하르케우스와는 달랐다.
대화를 길게 하면서 빈틈이 많다는 걸 알았다.
짝사랑?
– ……한때 잠깐 좋아했습니다!
샨트리아가 고백했다.
왜?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뭔가 특별한 내막이 있는 게 분명하다.
– 강했어요. 날 막대하고 급기야 때릴 정도로!
“…….”
샨트리아의 목소리 떨렸다.
기묘한 흥분이 담겨 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상한 상상!
– 그런 여성체는 처음이었습니다. 말할 때마다 독침을 틱틱 뱉고 술과 고기에도 독을 타는데……. 매력적이었습니다. 중간계에서 날 함부로 대하는 드래곤은 그녀밖에 없었습니다!
샨트리아의 말을 듣는데 닭살이 돋았다.
아주 특별한 짝사랑!
– 잘들 논다. 변태 드래곤과 바람둥이랑 쌍으로 잘 어울리네.
알파닥이 비웃었다.
–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찾아왔습니다. 뱃속에 인간 아이를 임신한 채…….
임신?
내 눈이 나타샤를 향했다.
블랙 드래곤이 엄마인 게 확실했다.
말로만 들었던 3류 막장 드라마.
그런데 엄마가 안 키우고 왜 샨트리아가?
– 나타샤를 낳고 그녀는 사라졌습니다.
사라져?
– 유희 기간이 끝났습니다. 드래곤은 성장을 위해 긴 잠을 자야 합니다. 나타샤를 낳은 건 본체가 아니기에 더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나타샤를 맡아준 거야?
– 네! 나타샤를 보호할 수 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었습니다.
샨트리아가 단단한 목소리로 답했다.
샨트리아, 생각보다 멋지다.
다시 봤다. 광룡 형.
“우리 오빠가 다른 오빠 믿지 말라고 그랬는데…….”
나타샤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이 불쌍했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모자란 레드 드래곤의 밑에서 자란 나타샤.
울컥 감정이 격해졌다.
“나타샤! 네 인생 오빠가 책임진다!”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