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44
143장. 동기 사랑의 목적
배알이 확 뒤틀렸다.
적당히 참고 넘어가도 될 일이지만 눈으로 보고 나니 그게 안 됐다.
웬만하면 학교에서는 성질 죽이고 살고 싶었다.
특히 조교는 학교 최소단위 권력자다.
하지만 눈이 확 돌아갔다.
딱 봐도 조교가 애들을 갈구는 장면이다.
돈 없는 학생들이 강의실 빌려서 개강 모임 할 수도 있는 법이다.
회귀해 첫 번째 개강 모임이 허접해 유감이긴 했지만 그래도 저러면 안 됐다.
뭐라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일이 과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여기가 군대는 아니잖아!
과대표가 해병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자리는 아니다.
과대표라고 해봐야 이제 고등학교 갓 졸업한 핏덩이다.
그런 과대표를 조교라는 작자가 작신 지르밟았다.
딱 보니 이렇게 밟아서 일 년 편하게 부려먹으려는 심보다.
한 번 기죽은 애들은 다시 기 펴기 쉽지 않다.
조교가 학교 다닐 때 좀 놀아본 가닥이 있는 놈 같다.
아니면 사이코가 확실했다.
눈빛이 번들거렸다.
타인을 쪼면서 쾌감을 느끼는 변태일 수도 있다.
회귀 전에 나도 과대표 맡아 본 적 있다.
군대 제대 후에 수업료 때문에 과대표를 맡았다.
지방 사립대 수업료가 오지게 비쌌다.
그 당시 조교라는 작자도 저렇게 뻣뻣하게 나왔다.
아오! 갑자기 열 받는다.
당시 저 학생회장처럼 찍소리도 못했다.
그깟 장학금이 뭐라고 영혼을 팔았다.
한 학기 동안 조교의 충실한 딸랑이를 자처했었다.
빵 셔틀이 담배와 복사 셔틀로 업종이 바뀌었다.
그 꼴을 경험했던 내가 오늘 이 장면을 그냥 보고 지나치면 후레자식이다.
불의를 보고 지나칠 줄 아는 자가 용자가 되는 세상이지만 나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오만둥이, 너 나에게 지금 뭐라고 그랬어?”
꼭 다시 확인하고 싶을까?
“너무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웃으면서 아주 진하게 답했다.
마음 같아서는 식빵에 시베리아 잼 발라먹을 놈이라고 시원하게 욕하고 싶었다.
“너무해? 너 뭐야! 일개 신입생 따위가 지금 조교 말에 토를 달아? 너 이 새끼 미쳤어!”
미친 건 내가 아니라 너 님이다.
최고 지성이 살아 숨 쉬는 한국대 법학과에서 일개 신입생 따위와 뭔 새끼를 찾았다.
조교보다는 학생회장과 과대표가 고시 패스할 확률이 높다.
언제 법정에서 마주쳐 쌍코피 터질지 모르는 게 인간사다.
조교 관상을 봤다.
예상대로 아주 관상이 제대로 썩었다.
유년시절에 수재 소리 좀 들었지만, 미간이 흐림으로 보아 20대 중반부터 인생이 꼬이는 상이다.
눈 밑에 살이 검고 두둑한 것이 음흉하고 얍삽한 성정을 소유하고 있음을 말했다.
하관이 홀쭉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외모지만 이제부터 미끄러질 일밖에 없는 인생이다.
오만함과 독선, 강한 자에게는 고개 숙이지만 언제나 배신을 준비하는 팔자다.
저런 자와 일을 도모했다가는 뒤통수에 도낏자루가 박힌다.
“지금 뭐라고 그러셨습니까? 새끼요?”
새끼라는 말을 짚었다.
“그랬다 이 새끼야!”
조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직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못했다.
로비에서 조교가 신입생에게 이 새끼 저 새끼 찾는 꼴을 법대생들이 보고 있었다.
다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자존심의 대가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조교는 직원이고 구박당하는 학생회장과 과대표는 학생이었다.
권위적인 말과 욕설은 경멸의 대상이다.
여론은 벌써 반쯤 조교에 비우호적이었다.
“아무리 조교님이라지만 학부생에게 새끼라고 욕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 말씀 취소하시고 사과하십시오!”
인상은 굳혔지만 반말하지 않고 정중하게 나갔다.
조교가 움찔거렸다.
신입생이 이렇게 대차게 나올 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특히 우리는 앞으로 대한민국 법과 정의를 실현하는 법조계의 시금석이 될 사람들입니다. 조교님이 저를 모욕하는 건 학부생 전체를 모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라는 말로 학부생을 전부 싸잡아 한통속으로 몰아넣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너, 너…… 이 새끼 겁도 없이…….”
말을 하다가 조교가 당황했다.
그제야 사방에서 자신을 쏘아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것 같다.
눈치도 없는 놈이다.
애들을 까려면 조교실로 부를 것이지 하필 1층 로비다.
“조금 전에 과대표에게 대학교 1학년도 성인이라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말씀만 그렇게 할 게 아니라 정확하게 행동도 취해주십시오. 성인들 대화에 새끼라뇨! 그런 말 듣기 위해 한국대 법학과에 입학한 게 아닙니다!”
추상같이 따졌다.
공개 석상에서의 말싸움은 명분이 중요했다.
그 점에서 조교는 완벽하게 실수를 범했다.
“맞습니다. 욕하신 건 조교님이 실수하셨습니다.”
학생회장 유학필이 나섰다.
눈동자가 정의로움으로 반짝였다.
조교에게 미움받을 수도 있는데 용기를 잃지 않았다.
호감도 10점 추가다.
인상도 아주 괜찮았다.
콧대가 아주 미약하게 휘어 이십 대 초반에는 힘들 수 있겠지만 전형적인 강직한 기상을 품었다.
검사가 된다면 이름을 날릴 상이다.
법학과와 찰떡궁합 관상이었다.
“유학필! 너 미쳤어? 저 자식이 대든 거 안 봤어?”
“글쎄요…… 전 그렇게까지 못 느꼈습니다.”
“야! 유학필!”
조교 얼굴이 불콰하게 달아올랐다.
언제나 언쟁에서는 감정 컨트롤에 실패하는 자가 패하는 법이다.
“사과하시죠.”
한 번 더 조교를 갈궜다.
오늘 확 조져놔야 앞으로 편할 것이다.
“조교님 너무 한 거 아냐?”
“학생회장이 야는 아니잖아?”
“신입생 과대가 뭘 안다고…….”
“새끼가 뭐야, 새끼가…… 학과 격 떨어지게.”
사방에 모인 다수가 웅성거렸다.
여론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이제 조교는 학생들의 적이 됐다.
귀가 열려 있는 조교 얼굴은 폭발할 듯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한대성, 이게 다 너 때문에 생긴 일이잖아! 병신 같은 놈이 일처리 똑바로 못해서 뭔 개꼴이야!”
말투 저렴한 것 봐라.
저게 조교의 감춰진 본심이다.
불똥이 갑자기 한대성에게 튀었다.
찌질이 못난이들이 핵심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책임 떠넘기기다.
괜히 과대표로 나와 욕먹는 대성이 울상이 됐다.
“조교님, 1학년이 뭘 압니까? 학교 앞에 대인원이 들어갈 식당이 없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학생회장이 방어에 나섰다.
“다른 과대들은 알아서 잘 해. 저 새끼가 무능한 거야! 그깟 장소 하나 섭외 못 해서 이 난리야!”
와아. 상종 말아야 할 종자다.
대성이만 걸고 시비를 걸었다.
그걸 보고 넘어갈 수 없다.
“장소 섭외하면 사과하실 겁니까?”
전문가답게 미끼를 던졌다.
“섭외? 크크크크크. 그래 1시간 안에 교수님들이 만족할 만한 개강 모임 장소 섭외하면 공개 사과하마. 참고로 경영대 1학년들은 오늘 팰튼에서 개강 모임 한다.”
오! 팰튼 거기 좋다.
조교는 건수를 잡고 비웃음을 던졌다.
지금 자기가 엄청난 실수를 또 범했음을 알지 못했다. “1시간까지 갈 것 없습니다. 지금 섭외하죠.”
“태, 태산아. 나 때문에 무리하지 마.”
통성명을 나누지 않았지만 대성이 녀석이 감동에 젖어 나를 말렸다.
조교에게 쪽당해서 눈물이 글썽거렸다.
복학생도 아닌 신입생에게 개강 모임 장소 획득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멘붕 온 놈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갈구기만 하는 조교는 나빴다.
저것도 알량한 갑질이다.
“후훗. 오만둥이 어디 재롱 한 번 부려봐~.”
조교 자식 아주 밉상이다.
주변에 누가 없다면 죽방 한 방 날리고 싶었다.
그러나 상대를 잘못 골랐다.
핸드폰을 꺼냈다.
저장되어 있는 번호 중에서 하나를 선택했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띠이이 띠이이.
짧게 두 번 통화음이 울렸다.
핸드폰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소리는 최대로 확대했다.
“고객님!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팰튼 호텔 연회 담당 지배인 안창수입니다.”
어머니 동창회 당시 안창수 지배인이 명함을 건넸다.
자신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지배인님, 부탁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고객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습니까?”
안창수 지배인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급히 개강 모임 할 장소가 필요한데 팰튼 호텔 연회장 사용 가능합니까?”
“오늘 말씀입니까?”
“네. 앞으로 1시간 후에 교수님을 비롯해 100명 정도 되는 인원입니다.”
“물론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찾아주십시오.”
“허엇!”
조교의 거친 비명이 들렸다.
“안 지배인님. 그때 그 쉐프님 누구였죠? 요리가 맛있던데.”
“총괄 쉐프 알베르트 레오 이사님입니다.”
“그래요. 죄송하다고 전해드리고 오늘 부탁한다고 말씀 좀 드리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최대한 빠르게 세팅해 놓겠습니다.”
“신입생 개강 모임이니 술은 소주와 맥주 위주로 세팅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고객님.”
“버스도 부탁합니다. 3대 정도 한국대 법학과 주차장으로 보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1시간 후에 뵙겠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수고하십시오.”
뚝.
통화가 끝났다.
“…….”
법대 로비가 조용했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 똑똑히 들었다.
“거, 거짓말이야! 거짓말!”
한국대 법학과 출신 조교가 현실을 부정했다.
이럴 때는 확인 사살이 필요한 법.
“에이~ 바로 뽀록날 거짓말을 왜 합니까. 못 믿으시면 이번에는 총지배인에게 전화해 볼까요?”
살살 약을 올리며 손으로 번호를 찾는 액션을 가미했다.
“…… 으득.”
갈아먹을 듯 나를 노려보는 조교.
“사과하십시오.”
“다, 닥쳐!”
닥쳐?
지금 나보고 저 망발을 뱉는 자…… 저주받으리라!
조교로 살아왔던 갑질 권력이 몸에 배었다.
그럼 방법은 단 하나.
“다시 한 번 경고한다.”
말투가 차갑게 반말로 변했다. 조교? 개나 줘!
기를 눈에 담았다.
온몸으로 살기에 근접한 중압감을 표출했다.
“강혁주…… 사과해!”
조교가 내 눈과 마주친 후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크으.”
화살에 맞은 짐승 같은 비명을 토하는 조교 강혁주.
눈을 피했다.
스스로 자초한 업이다.
조금만 더 친절했어도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집과 불통으로 인해 앞으로 조교 생활 편하게 하기는 글렀다.
“미, 미안해.”
타다닥.
어렵게 한마디 뱉고 후다닥 뛰어 조교실이 위치한 2층으로 달아나 버렸다.
안색이 하얗게 떴다.
조금만 더 버텼다면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
타인을 짓밟은 고통을 즐기는 자들에게는 응당 강력한 응징이 필요한 법이다.
“태산아…… 고맙다.”
대성이 나를 존경의 시선으로 봤다.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이런 걸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기분은 쌈빡하니 좋다.
“대성아, 동기끼리 어려울 때 도울 수도 있잖아.”
대성이 어깨를 두드렸다.
누가 보면 대단한 동기 사랑 행동가 나타난 줄 알 것이다.
“태산아…….”
눈가가 빨개지며 곧 울 듯한 한대성.
미안하다 동기야.
이거 공짜 아니다.
흐흐. 이 마음 잊지 말고 빨리 고시에 합격해 나를 도울 수 있는 강력 검사가 되거라.
푸하하하하하하!
# 144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