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53
152장. 이번 생은 아웃!
“장 대표, 고맙다.”
“아닙니다. 좋은 분 추천해 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사람 곁에는 친구도 그와 같다는 성인들 말씀이 틀리지 않았다.
관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하관우 임시 대표는 강직한 충성파 상이었다.
흠잡을 데 없는 관상이었다.
훤하게 벗겨진 이마가 대인의 운명을 타고 났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위기가 중년 초반에 들어오지만 그 이후는 탄탄대로다.
어린 나에게 고개 숙이고 주군이라 부를 정도로 눈치도 빨랐다.
충성심과 눈치까지 빠른 인재는 만나기 힘들었다.
“대웅 애들이 다른 건 몰라도 조직에 대한 충정과 의리 하나는 끝내준다.”
나도 당황할 정도였다.
아버지보다 연배가 높은 아저씨가 나를 주군이라 불렀다.
보스와는 또 다른 어감이었다.
그만큼 진심이 느껴졌다.
“하 대표님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업하다 보면 그룹 경영자는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내 방패막이 노릇을 톡톡히 해내야 했다.
“그걸 모르고 사업하면 안 되지.”
조 변호사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이럴 때 보면 냉정하다.
차장검사 출신이다 보니 대한민국 생리를 잘 알았다.
나도 거기까지였다.
습격을 당한 이후로 불같은 분노보다 냉정함이 앞섰다.
대비는 했지만 악랄한 놈들의 수법은 언제나 상상을 불허했다.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탄탄한 조직이 필요했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룹이라는 방패가 가장 튼튼했다.
“그놈들 불었습니까?”
“지독한 놈들이더라. 두 명은 자살했다. 나머지 두 명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말도 못 한단다. 경찰에서는 자기들끼리 패싸움으로 처리한단다.”
예상했던 바다.
“중국 국적 맞습니까?”
“급히 중국 대사관 공안 당국에 확인했는데…… 무적자들 같다고 알아서 하라고 연락 왔단다.”
중국 정부다웠다.
태어났지만 호적에 오르지 못한 중국의 무적자들은 그 숫자를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살아 있는 나머지 둘도 자살할 게 뻔했다.
동정심은 일절 없다.
수십 명을 죽인 살인마들이었다.
그놈들 주변에 맴돌던 원귀는 지금껏 봤던 영혼들 중에 그 수가 가장 많았다.
놈들을 박살 내자 상당한 양의 카르마 포인트가 쏟아졌다.
살인귀들의 업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배후가 누군지 짐작 가는 곳 있어?”
조 변호사님이 넌지시 물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안아 그룹 맞아?”
상식선에서 충분한 예상이다.
나도 발달한 촉이 아니라면 안아라 의심했을 것이다.
“또 다른 적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적? 와아…… 진짜 네 인생도 징하다.”
“조용히 살고 싶지만 주변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크크, 나이에 비해 적이 참 많다. 그건 전혀 안 부럽다.”
“이사님 적도 됩니다.”
“그러니까 좀 착하게 살아라. 요즘 애들 말로 쫄린다. 안아도 벅찬데 이제는 칼잡이를 고용한 놈들이라니…… 장 대표가 말하던 100세 시대 누려보고 싶다.”
농담처럼 말하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평범한 가장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 맞았다.
이럴 때는 당근이 필요한 법.
“비행기 나왔습니다.”
“어? 비, 비행기! 정말?”
조 이사님 표정이 바로 바뀌었다.
“며칠 후에 미국 갈 예정입니다. 출장 가셔야죠?”
“장 대표!”
심장 쫄던 분은 어디로 사라지고 조 이사님 얼굴에 꽃 폈다.
애도 아니고 자가용 비행기가 저렇게 좋을까?
“내 어릴 적 소망이 돈 무지 벌어서 자가용 비행기 타고 다니는 거였다. 꿈인 줄 알았는데…… 크으.”
전직 차장검사라는 양반이 꿈도 크다.
대기업 회장들이나 가능한 일을 소망했다.
“비자 있죠?”
“흐흐. 물론이다. 나 대한민국 상위 클래스다. 10년짜리로 넉넉하니까 걱정 마라.”
조 이사님의 이런 모습이 좋다.
내 병실에서 검사를 밟을 정도로 정열이(?) 넘쳤다.
안아 그룹에 쫄기도 하는 순수한 모습도 소유했다.
그리고 애처럼 비행기에 헤벌쭉이 됐다.
“안아 그룹 인수를 위한 마무리 단계에 왔습니다. 주주총회 및 지분, 합병에 관한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안아에서 조용히 있지 않을 겁니다.”
“흐흐. 걱정 마라. 내가 새로 팀 만들어 놨다. 다들 나보다 간 큰 놈들이다.”
조 변호사님도 감이 좋았다.
내가 유비처럼 인덕은 없어도 조조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은 있는 것 같다.
로버트나 조 변호사님 같은 인재가 주변에 모였다.
충의가 아니라 나를 향한 맹목적 충성이면 됐다.
나 또한 유비처럼 물에 술 탄 듯한 인생은 싫다.
조조처럼 결단력이 빠른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엄청 바빠질 것 같습니다. 조 이사님 조력 잘 부탁합니다.”
“명령만 내려. 내가 서포터 팍팍 해줄게.”
나와 엮인 게 많았다.
이제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조 이사님도 알았다.
“그런데 장 대표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
“그래요?”
“누군지 몰라도 살살 패라. 장 대표 눈에 분노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검사 출신이라 눈빛 읽어내는 게 귀신같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가슴에는 화가 들끓었다.
조카인 나를 죽이려 했던 외삼촌.
내 가족에게까지 마수를 뻗칠 게 확실했다.
원금에 이자까지 착착 계산 중이다.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한, 그리고 내 목숨을 노린 값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합법적인 길만 걷겠습니다.”
물론 내 양심이 그 합법의 기준이다.
“뭔지 몰라도 자기 몸과 정신은 해치지 마라. 내가 인생 좀 살아보니까 분노도 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더라.”
이 조언은 반만 귀담아들었다.
화는 났지만 날뛰지는 않았다.
분노하지만 냉정했다.
지나고 나면 추억? 그건 생각이 좀 다르다.
어쩔 수 없이 흘려보내는 것은 용서가 아니라 포기다.
지난 생에 참 많이도 추억팔이 하고 살았다.
그러나 이번 생은 NO!
걸리면 다 밟고 아작을 낼 거다.
꿈속 할배도 특별히 당부하지 않았던가.
너 꼴리는 대로 살아라 하고 말이다.
***
“이건 주먹 솜씨가 아니야. 뭔가 다른 게 있어…….”
서울의 대표적 부촌 중 한 곳인 평창동에 자리한 대저택이다.
한 남자가 보고서를 꼼꼼히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 크지 않은 체격이었다.
둥그런 얼굴이 사람 좋아 보였다.
호인상이었다.
하지만 눈빛은 차갑게 번뜩였다.
“아버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나셨습니다. 막내딸이라고 많이도 챙겨주셨네요.”
주설란 명의의 통장 내역과 주식, 선물투자 계좌가 보였다.
놀랍게도 투자 수익이 조 단위였다.
개인이나 금융권에서는 절대 유출될 수 없는 자료였다.
금융감독원 특수조사부 같은 곳에서나 열람할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었다.
“내 조카가 참 똑똑해. 한국대 법학과에 입학도 하고 투자자로서 재능도 엄청나다니…… 거기에 쌈질도 잘하네.”
장태산 이름이 박힌 보고서도 보였다.
자라온 배경과 학교 성적, 과거 장주시에서 있었던 사건들이 모두 기록되었다.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에서 출력한 직인이 찍혔다.
자본금과 투자처도 보였다.
설립한 투자 법인의 흐름도 파악되어 있었다.
“너희들이 모아놓은 돈…… 주씨 가문을 위해 잘 쓰마. 크크크.”
욕망, 질투가 남자의 눈에서 뜨겁게 타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에 진득한 살기로 뒤덮였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방안에 커다란 광소가 미친 듯 울렸다.
***
“X발…… 이 맛에 인생사는 거지. 크흐흐흐.”
한동철은 마당에서 대마초를 폈다.
대마가 주는 나른함에 기분이 좋았다.
방금 전 오늘 선택된 계집과 하체가 뻐근하게 방사를 즐겼다.
통장에 용돈으로 꽂힌 3억이 대부분 굳었다.
계약금으로 1,000만 원만 지불한 상태다.
앉아서 3억을 용돈으로 벌었다.
여자와 돈.
권력을 탐하지 않는 남자에게는 최고의 욕망이었다.
“장태산과 주 회장하고 뭔가 있어. 이거 잘만 하면…… 돈 좀 될 것 같은데.”
대마초를 피우면서도 한동철은 입을 놀렸다.
대마를 피워도 머리는 비상하게 굴러갔다.
한동철은 대마초를 즐겼지만 중독되지는 않았다.
자기 조절 능력이 대단했다.
한동철은 강남 하나회에서 주먹으로 큰 자가 아니었다.
서울 상위권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수재였다.
나름 상위 A코스를 밟았다.
회계사였다.
강남 하나회 회장 구광필과 우연히 엮이며 조직에 투신했다.
조폭들의 사업이 다변화됐다.
구역 관리보다는 건설업체, 용역업체 등의 사업장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한동철만 한 적임자가 없었다.
강남 하나회를 건실한 사업체로 탈바꿈하는 데 선후배들을 동원했다.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구광필은 한동철을 신임했다.
그 대가로 한동철은 나이 마흔에 삼성동에 마당 딸린 집주인이 됐다.
주변에 계집들도 널렸다.
강남 하나회가 외형적으로 합법적 사업체를 운영했지만 어둠 속에서는 강남의 유흥을 대부분 지배했다.
텐프로와 나이트클럽, 요즘 핫한 클럽까지 거느렸다.
한동철의 조력이 상당했다.
“딱 300억만 만들면 된다. 그때 이 바닥 뜬다.”
회장의 모사꾼 역할로 신임을 얻고 돈도 벌었지만 위험했다.
밑에 애들이 언제 등에 칼을 쑤실지 몰랐다.
회장 구광필이 학벌은 딸렸지만 머리는 비상했다.
필요가 없으면 가차 없이 제거하는 걸 몇 번 봤다.
손을 씀에 주저하지 않았다.
조직에 진실한 충성심 따위는 한동철에게는 애당초 없었다.
“진짜 총잡이를 구해야겠어. 장태산 그 새끼가 아무리 잘나가도 총에는 대가리 빵 뚫리겠지. 주 회장님에게 조만간…… 으으.”
요의를 느껴 잔디밭에 오줌을 싸며 한동철은 짜릿한 쾌락에 빠졌다.
“켁!”
갑작스럽게 뒷목이 잡히지만 않았다면 모든 게 완벽했다.
우둑.
“!!!”
한동철은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목뼈가 부러질 것 같은 압력에 입이 떡 벌어졌다.
“X도 X만 한 새끼가 세상 무서운 줄 몰라. 크흐흐.”
뒤에서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바지가 벗겨진 한동철의 성기가 공포에 홀쭉하게 오그라들었다.
습격이 확실했다.
“니가 싼 똥 니가 처먹어.”
퍼억!
뒷목에서 가해지는 힘에 의해 한동철은 자신이 바닥에 싼 오줌에 얼굴이 처박혔다.
“웩…….”
벌려진 입으로 축축한 흙이 꾸역꾸역 밀려들어 왔다.
숨이 막혔다.
한동철은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죽을 것 같은 공포에 다시 오줌을 지렸다.
그러나 꿈쩍하지 않는 습격자.
“넌 이번 인생…… 아웃!”
그 말을 끝으로 한동철은 깊은 암전에 빠져들었다.
# 153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