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77
176장. 창조하는 자
“스마트폰 얼리어답터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공대 강의 시간이다.
청바지를 입었다.
스티븐 매튜 형님 스타일과 행동을 따라해 봤다.
이 맛에 회귀한 보람을 또 느낀다.
4월 총선은 한국자유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다행히 합동민주당도 92석을 차지했다.
지난 생에서 있었던 총선보다 12석이나 더 합동민주당에 돌아갔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한국자유당이 과반을 넘지 못했지만 친조연대와 곧 합병을 하게 된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들도 한국자유당에 들어간다.
과반을 넘겨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며 한국자유당은 최병박 대통령과 함께 곳곳에서 이권으로 꿀을 빤다.
지난 10년 동안 못 먹은 불법자금을 사방에서 거둬들였다.
5대강 사업이 물밑에서 작업 중이다.
굶주렸던 장군들도 국방비리를 통해 꿀을 빨려고 대기 중이다.
자원외교라 불리는 해외 부실기업 인수도 준비 중이다.
747 성장을 주장하던 헛소리에 국민들 대부분 환상에 사로잡혔다.
개발도상국도 아닌 대한민국에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성장률이었다.
부동산 불패 신화도 다시 불붙는다.
달러와 엔화, 유로화가 프린트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자본은 넘쳐난다.
그 자본이 핫머니가 되어 세계 각국의 부동산을 하늘까지 올려놓는다.
그러나 모두 샴페인에 취해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 혼자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과거의 전적을 알고 있는 난 이 순간들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야 했다.
빤히 사실을 알고도 인내하고 참아야 하는 삶.
그게 바로 회귀자의 또 다른 숙명인지도 몰랐다.
“온시은 선배님. 나눠주십시오.”
강단에 올라서서 대기 중인 온시은 선배를 부려먹었다.
앱 개발은 같이 못해도 저 정도 수고는 해야 학점 받는 거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이해라는 이 과목에서 앱 개발을 발표할 시간이다.
라훌 라오 사티 교수가 흥미롭게 나와 시은 선배를 지켜보고 있었다.
두툼한 안경 너머로 보이는 호기심이 장난 아니다.
오늘…… 사티 교수는 또 다른 세상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와아아아! 이, 이게 뭐야!”
“아이펀이다!!!”
“세상에…… 이게 아이펀이야?”
강의실이 난리가 났다.
개봉된 아이펀들의 유려한 은빛 메탈과 블랙 광택에 다들 뻑 같다.
공대생 손에 들린 최신 장난감이다.
“으으으! 이 환상적인 손맛!!!”
“이거 현실 맞지?”
한국대 컴공과 학생들도 아이펀 1세대 모델에 경의와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도 한국 사람들 모두 최신 폰이래야 피처폰 수준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저, 저기 이 아이펀은…… 뭡니까?”
온시은 선배가 들고 다니며 배달을 마쳤다.
뿌려진 아이펀 개수는 80개.
두 쌍으로 이뤄진 160개의 눈동자들이 일제히 나에게 향했다.
씩 웃었다.
돈 많은 법대생 덕분에 이들은 오늘 땡 잡았다.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얼리어답터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말입니다.”
“그…… 그 말은!”
“선물입니다.”
“우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
“정말 선물 맞습니까?”
“법대생! 농담 아니죠???”
돈 주고도 못 구하는 아이펀이다.
로버트를 통해 미국에서 공수 받았다.
그런 아이펀에 공대생들은 눈이 아주 돌아갔다.
컴퓨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기계가 스마트폰이다.
“오! 태산! 정말입니까?”
사티 교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교수 손에도 아이펀이 들렸다.
지금 이 강의실에 뿌린 돈이 가뿐하게 수천만 원을 넘었다.
8기가비트 사양으로 출시 가격이 599달러였다.
그런 돈을 뿌리는 갑부는 세상에 많지 않다.
“2007년 6월 29일 스티븐 매튜 형님이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으로 지금 들고 있는 아이펀을 출시했습니다.”
웹망에 출시됐다는 소문만 돌았던 아이펀이다.
클라라가 홍콩에서 구입해 줬지만 전혀 쓸 곳이 없었다.
“3.5인치 화면에 480×320 해상도, 163ppi 집적도를 자랑합니다. 만져보면 알겠지만 정전식 멀티 터치스크린을 도입해 UX, UI 개념을 정립하고 있습니다.”
아이펀을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프로세스 칩, 즉 AP는 412MHZ, 싱글 코어, 램은 128MB, 저장 용량은 8GB입니다.”
아이펀 판매 꾼은 아니지만 설명이 줄줄 입에서 나왔다.
“오오오!”
“이거 완전 소형 컴퓨터네!”
애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즐겁다.
오프라 윈프리가 토크쇼 진행 중에 가끔 굉장한 선물을 할 때가 딱 이런 맛인 것 같다.
“카메라 화소는 200만 화소입니다. 무게는 135g, 배터리 용량은 1,400mAh 수준입니다. 다들 이제 전원버튼을 켜보십시오.”
스펙 설명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발표 시간이 왔다.
다들 신났지만 난 고조선 유물을 보는 것 같았다.
증강현실에 지문 및 안면인식, 인공지능 비서까지 맛보고 왔던 나였다.
“켜, 켜졌다!!!”
“으으으으.”
사방에서 밝은 빛이 터졌다.
다들 스마트폰 화면발은 처음이지? 흐흐.
“아이펀은 2.5G 무선 네트워크를 지원하지만 아쉽게도 GSM 방식이기에 지금 여기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2년 뒤를 기약하십시오.”
“말도 안 돼!”
“정말 이놈의 정부는 뭘 하는 거야?”
사방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방통위를 원망할 마음은 없었다.
이때 개방했다면 오정 핸드폰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먼저 개발한 앱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애플의 이 도전이 어느 정도나 성공을 거둘 것 같습니까?”
강의도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전혀 쫄리지 않았다.
일일이 눈을 맞추며 대답을 기다렸다.
“일순간이지 않을까요? 새로운 휴대폰에 호기심을 보이겠지만 노키아를 비롯해 다른 기업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나 구글에서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공부 좀 할 것 같은 안경잡이 남학생이 입을 열었다.
예측 치고는 썩 괜찮았다.
물론 틀린 부분이 많았다.
노키아 쫄딱 망해서 헬싱키에서 골칫덩어리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구글에서는 이제 병사들 모으고 부랴부랴 전선에 투입한다.
“제가 예상한다면 앞으로…… 노키아 아성은 한방에 무너집니다.”
“에이…… 말도 안 돼. 노키아 점유율이 얼만데.”
“오정 핸드폰도 발라버리는 노키아가 망해?”
안 믿기지? 과거에 나도 그랬다.
“앞으로 애플은 엄청난 성공을 누리고 1강 체재가 될 것입니다.”
애들 데리고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국대 컴공과 학생이라면 공대에서도 탑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에게 애로 보였다.
호기심 많은 청년, 딱 거기까지다.
“왜 그렇게 단언하죠?”
“맞아요. 너무 오버 하네요.”
사방에서 불신의 말들이 터졌다.
그래 말해라. 난 나의 길을 가련다.
“당장 아이펀을 조작해보면 알겠지만 아이펀에는 인간들을 매료시킬 수밖에 없는 엄청난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빙긋 웃었다.
다들 불신과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첫 번째 요소는 Device입니다. 맥북이나 아이팟 시리즈를 사용해 본 유저라면 느낌이 올 것입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애플만의 UI는 기계와 인간의 접점을 만들어 내는 아이덴티티입니다.”
“…….”
컴공과 학생들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두 번째 요소는 싱크 프로그램의 중독성입니다. 아이튠즈를 사용해 본 학생 있습니까?”
여기저기 30여 명이 손을 들었다.
컴공과라 일반인들보다 활용도가 높았다.
“다들 아시죠? 아이튠즈를 사용하다 보면 단말기에 USB를 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맞죠?”
사용자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바로 스티븐 매튜 형님이 노리는 중독적 종속성입니다.”
아이펀의 충성 고객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했다.
2020년에도 여전히 아이펀은 세상을 지배했다.
한 번 굴복한 아이펀의 종들은 결코 다른 기기를 선택하려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애플사는 개발자 중심의 개발킷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직관적 개발툴을 유포하여 능력 있고 호기심 많은 개인 능력자들을 사업에 끌어 들입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회사나 단체에 종속되지 않고도 개발툴을 이용해 앱을 개발해 대박을 치게 될 시기가 멀지 않았습니다.”
“에이…… 그건 오버 아닙니까? 벌어봐야 얼마나 법니까? 웹 시장이라면 모를까 앱 프로그램이 돈이 되겠습니까? 온라인 게임 같은 대작들이야 돈을 벌죠. 앱은 무슨….”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지만 그럴 리가 있을까요? 대기업들이 시장을 개방한다라…… IT 일반 업계처럼 아이템만 쪽 빨아 마시고 버리겠죠.”
“맞아요. 법대생치고는 상상이 넘치시네요.”
쯧쯧. 형아가 말해줘도 애들이 믿지를 못했다.
그럼 어떻게? 보여줘야지.
“앱들 쭉쭉 넘겨보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에 사자 모양 앱 보이시지요? 그 앱을 실행해 보십시오. 저와 온시은 선배가 개발한 앱입니다.”
“애, 앱을 개발했다고요?”
“말도 안 돼…….”
화들짝 놀라며 컴공과 학생들이 서둘러 앱을 실행했다.
사티 교수도 마찬가지로 바빴다.
“오오오오오! 이, 이게 뭐야!”
“어머머머! 이 사자 고양이 정말 귀엽다!”
“꺄악! 완전 내 취향이야!”
“그 사자 고양이를 터치해 보십시오.”
지시에 따라 사자 고양이를 만져보았다.
[어딜 만져! 예의를 모르는 인간 같으니라고!] [흐흐흐. 거기가…… 딱 좋네.] [으히히 으히히. 간지러워! 간지럽다니까!]사방에서 사자고양이의 목소리가 아이펀에서 흘러나왔다.
“와아아아아아…… 대박!”
“이게 앱이구나…….”
“세상에 말하는 고양이라니……. 내 터치에 반응해!”
자식들 신기하지?
아이펀 초창기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었던 사자 고양이 앱을 직접 만들었다.
블라드미르와 함께 만드니 금방이었다.
그걸 로버트에게 보냈다.
아직 공식 개발툴이 오픈 되지 않았기에 지정한 기기에만 깔았다.
아이펀에서 6월 9일에 발표하는 신제품 아이펀 3G에 기본으로 깔겠다고 앱 구매를 제시했다.
금액은 100만 달러.
몇 푼 하지도 않지만 고기 값은 될 것 같아 허락했다.
그걸 지금 미리 오픈했다.
“태산! 정말 이걸 개발했나요? 시은 양과 둘이?”
사티 교수가 놀라 물었다.
알고리즘 전공 교수도 프로그램 짜는 건 쉽지 않았다.
아마 온시은을 놀려주려 그런 말도 안 되는 앱 개발을 제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무참히 깨졌다.
“앱 개발자 이름에 보이시죠? TS&SE가 태산과 시은의 약자입니다.”
“오! 이럴 수가! 이렇게 완벽한 앱이라니…….”
이 정도는 앱의 기본 중의 기본이건만 교수를 비롯해 다들 경악했다.
아이펀이 가져다주는 문화충격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걸 대한민국 국민은 2010년에나 맛본다.
“다들 지급한 아이펀으로 미래를 대비하십시오. 이 앱 등록을 위해 미국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같은 강의를 듣는 인연들에게 성공 소스를 풀 때가 왔다.
“올해 7월 11일 앱스토어가 개장됩니다. 아직 애플의 시장점유울이 1프로대지만 곧 다가오는 2009년을 넘어서면서부터 폭발적으로 세상을 재패할 것입니다. 초기 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아마 개장과 동시에 수백 개 정도의 앱만 풀릴 것입니다. 이때 자신만의 독창적 아이디어로 승부를 본다면…… 여러분은 세계적 갑부가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돈 싫어라 하는 인간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이제 강의를 마무리 할 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옹께서 《제3의 물결》, 《권력이동》등 저서에서 강조했습니다. 인류 사회가 제조업 기반에서 지식과 데이터 위주의 신시대로 급격히 진화할 것이라 예견했습니다.”
똑똑하고 유명한 분 말을 곁들여야 효과가 배가 되는 법이다.
오늘 앱 개발에 대해 알리는 자리지만 그냥 시간을 날리기 싫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그런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
강의실은 숙연해졌다.
앱이라는 신문명을 경험해 보고 내가 말하는 바를 모르는 바보는 여기에 없었다.
그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목소리에 힘을 담았다.
마주치는 시선과 시선.
“여러분 창조하십시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모두의 눈이 뜨거워졌다.
“오직 창조하는 자만이 미래를 지배할 것입니다!”
– 카르마 포인트를 듬뿍 획득하셨습니다.
– 후손에게 깨달음을 주는 당신을 상위 조상신이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십니다.
# 177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