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04
304장. 꼴통의 사고
“개당 최소 금화가 100개라고? 허어얼…….”
50만 원짜리 시계가 차원 하나 건너뛰더니 수억 원대 명품이 됐다.
스위스 명품 시계도 이곳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에 무릎을 꿇었다.
드워프 제품에 이어 엘프 제품으로 둔갑됐다.
사비나의 확신에 찬 말에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엘프라…….”
엘프라는 종족을 만나보기를 소망할 따름이었다.
노바 형님 애인인 엘프 여왕님만큼 미모가 뛰어난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공간, 내가 너 격하게 사랑한다!”
50만 원짜리 물건이 수억 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준 아공간의 마법.
“폐마정석뿐만 아니라 금으로도 바꿔야 한다.”
세계 금융위기가 끝나고 금값이 폭락했다.
하지만 2020년 다시 금값은 대 공황급 위기로 가격이 치솟았다.
2018년 벌어졌던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의 세계 무역 전쟁이 시초였다.
재선을 노리고 미국 공업지역 시민들을 공략하려던 트럼프는 상상만 하던 깡패 짓을 서슴없이 벌였다.
중국이 화끈하게 일조했다.
먹고 살 만해지자 선진국들이 독점하고 있던 반도체 분야를 파고들었다.
그러나 기술이 부족했다.
과거와 똑같은 수법으로 중국 공장 허가를 내주고 반도체 설계를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대만 업체와 합작해 미국 반도체 업체를 중국 법원에 고소했다.
뒤로는 인재들을 빼돌리는 데 혈안이 됐다.
각종 설계도와 고급 기술들이 통으로 넘어갔다.
결정적으로 미국 스텔스 전투기 정보를 빼돌려 중국산으로 둔갑시켰다.
선진국들이 어렵게 획득했던 지적재산권을 해킹과 협박, 해드 헌팅으로 쏙쏙 빼먹었다.
기업이 아닌 국가주도의 사기 사업을 벌인 셈이다.
자존심 상한 미국이 싸대기를 날렸다.
주제 파악 못하고 중국은 한참을 개겼다.
그렇게 시작된 무역전쟁이었다.
당연히 한국에도 피해를 가져왔다.
관세가 부과되면서 엉뚱한 불똥이 수출국들에게 번졌다.
트럼프는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않고 관세를 때렸다.
중국에 중간재나 부품을 수출하는 한국 경제도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한편으로 짱개 망하기를 기도하면서 막상 기업에 피해가 오자 만만한 정부를 탓했다.
9년 세월 동안 국가 재정을 텅텅 비워버린 닭과 쥐에 행각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정부 재정과 국가 원동력이 하루아침에 회복될 수 없음을 이해하지도, 기다려 주지도 못했다.
9년의 불량 정부 시절 부풀어 놓은 수천조의 국가 부채였다.
기업들은 대출로 연명했고 국민들은 한 방을 노리고 부동산에 올인 했다.
각 개인들의 경제 상황이나 미래를 위한 저축대신 분위기에 취해 소비가 조장됐다.
너나 할 것 없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국고는 물론 개인 금고가 비는 줄 모르고 마음껏 소비를 즐겼다.
그 와중에도 똑똑한 자산가들은 현금을 비축하고 절약했다.
몇 번의 IMF 때처럼 한 방에 엄청난 수준으로 자산을 뻥튀기할 수 있는 때가 옴을 직감했다.
2018년 세계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폭으로 요동쳤다.
10년간 양적완하라는 달러 프린터로 눌러놨던 잠재적 부실이 폭발한 것이다.
명목 GDP 대비 월셔 5000주식은 사상 최고로 고평가됐다.
그러다 한순간 폭락이 시작됐다.
똑똑한 돈들은 재빠르게 주식시장을 빠져나갔다.
한발 늦거나 어리석은 돈들은 그 자리를 채우며 회전 속도 급등을 일으켰다.
트럼프의 미친 짓거리에 환호하는 수많은 이들이 주식 시장에 몰려들었다.
10조 달러가 넘는 돈들이 2018년 연말에 귀신같이 사라졌다.
1998년 신흥 시장 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이 태풍처럼 몰아쳤다.
세계 1위의 석유매장에도 나라가 거덜나버린 베네수엘라 뒤를 이어 신흥 시장들이 위기에 빠졌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인도였다.
인도 국영은행들이 2000억 달러가 넘는 악성 부채에 얻어맞았다.
뱅크런 현상이 시작됐다.
그 위기가 주변국을 비롯해 들불처럼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미국과 유럽,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무역전쟁 상황은 승자가 없었다.
무식하고 용감한 짱개 때문에 일어난 지적재산권 탈취 사건이 거대 폭풍이 됐다.
그래서 더 금이 필요했다.
달러 프린터를 막아낼 유일한 방패는 영원한 재화의 왕, 금밖에 없었다.
“잡히지도 않는 가상 세계의 화폐보다 이게 더 실감난다니까~”
이래서 옛 사람들이 장판에 현금을 깔고 장독에 귀중품을 넣거나 땅에 묻었던 것 같다.
손에 쥘 수 있어야 안심이 되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말이다.
“오늘도 빨아볼까~.”
간식 먹을 시간이었다.
손에 들린 오크대전사들의 선물을 만지작거렸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내공으로 전환 가능한 마력이 필요했다.
쪽바리들과 짱개들이 주는 위기가 점점 피부에 와 닿았다.
화끈하고 찐하게 곧 만날 게 뻔했다.
고위 공무원이라는 장천의 아비도 아들의 꼬라지를 확인한 만큼 가만있지 않을 것 같았다.
“오크들은 마력석을 삼킨다고 했지. 그러다 몇 놈은 죽기도 하고…….”
탈만을 통해 마력석의 정보를 쏠쏠하게 얻었다.
마력석은 보면 볼수록 신비한 물건이었다.
대부분 오리알 크기였다.
인간이 삼키기에는 입이 찢어지거나 목구멍이 막힐 크기였다.
하지만 오크들은 마수들을 잡으면 이걸 먼저 삼킨다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는 놈은 마력을 얻고 또 다룰 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오크들에게처럼 통하지 않았다.
마력석을 먹은 인간들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 죽거나 미쳐 버리는 결과가 난다는 것이다.
“이 작은 돌덩어리에 그렇게 강력한 마력이 숨어 있다니…….”
나는 몇 번 먹어 봤기에 그 맛을 잘 알았다.
“상태창!”
기본정보
종족: 인간 LV 18
주력기술
종합예술: 중급2
요리: 중급3
치료술: 초급8
드래곤 마나호흡법: 초급3
정령사: 초급 정령 소환 가능.
대장장이: 초급 7
마법: 3서클 마스터.
종합무력: 초급 8
칭호: 푼돈에 환장하는 찌질 이계인.
“알파닥~ 너 그러는 거 아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야~ 푼돈 벌어서 다 부자되는 거다~”
칭호에 호의는 없었다.
알파닥에게 뭘 바라면 스스로 바보 인증하는 것이다.
시선을 마력석에 고정시켰다.
연구소에는 이 녀석을 제공하지 않았다.
폐 마력석만으로도 발칵 뒤집어졌기에 안 봐도 반응이 뻔했다.
“오늘은 몇 개 더 빤다!”
먹는 걸로 갈등하지 않았다.
오크뿐만 아니라 마수들이 언제 공격해 올지 몰랐다.
이곳 환경에 맞게 강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싶었다.
시간이 갈수록 딸린 식구들이 많았다.
“많이 먹었다고 탈이 나거나 하지는 않겠지?”
은은한 우윳빛 마력석이 날 심하게 유혹했다.
“알파닥 형아. 잘 지켜줘라. 이 동네에서 믿을 건 너밖에 없다.”
이곳 알림음은 지구에서와 달랐다.
느낌이겠지만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
“대답 좀 해라. 알림음 오토 돌리냐? 그러는 거 아니다~.”
대답 없는 알파닥을 놀리며 손에 마력석 두 개를 잡았다.
“한 개나 두 개나~.”
이계에 온 이후 간덩이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다.
허락없이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방에 앉아 눈을 감았다.
가부좌를 틀로 드래곤 호흡법을 개방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마력을 빨아마셨다.
스으으읏.
정신을 집중하고 마력을 빨자 강력한 마력이 손을 타고 흡수됐다.
건전지 한 개보다는 두 개가 역시 효과가 좋았다.
차오르는 기가 달랐다.
– 마력이 증가합니다.
마력석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물건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지구보다 원산지인 이곳에서 흡입하는 게 더 몸에 좋았다.
간을 본 이후 더 대담해졌다.
호흡법을 극한으로 펼치며 마력석의 마력을 본격적으로 뽑아 들였다.
드래곤 호흡법 영향으로 태극오행양의심법의 마력 감응력이 끝내줬다.
전설 속 영물 내단 같은 마력석이었다.
파스스스스스스슷.
마력석의 마력에서 불통까지 튀며 빠르게 흡수되었다.
맛이 끝장났다!
단전에 마력이 쭉쭉 차면서 넘치자 환호성이 터질 듯 감정이 벅차올랐다.
– 경고! 경고! 질 낮은 마력석에 의해 강제 마력동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경고? 마력동화?
갑작스럽게 머리를 강타하는 강력한 경고음에 환호성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뭔가 잘못 됐다.
싸구려답게 사고를 친 것 같다.
그 와중에 마력석이 폭주했다.
급히 마력석을 손에서 놓았다.
젠장. 알이 안 떨어진다!
손에 잡혀 있던 마력석이 손바닥과 하나가 된 듯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컥!”
갑작스럽게 손바닥에서 인두로 지지는 듯한 강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동시에 심장에 열이 느껴지면서 뜨거워졌다.
피까지 팔팔 끓는 물처럼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점점 모든 걸 부셔버리고 파괴하고 싶은 살기가 치솟았다.
오크가 품고 있던 기운이 고스란히 마력석에 남아 있었던 같다.
똥 밟았다!
“크으으으으.”
비명이 꽉 다문 입술 사이를 비집고 흘러 나왔다.
살육에 굶주린 마수나 오크전사처럼 엄청난 파괴본능이 나를 지배했다.
몸에 흡수된 마수의 마력이 육체를 삼키고 정신까지 지배하려고 덤볐다.
이 새끼들 위험한 놈들이었다.
지금껏 조용히 잠자고 있던 기운까지 합쳐졌다.
정화되지 않은 마력석은 처음 경험했다.
힘줄이 툭툭 꿈틀거리며 피부 위로 튀어나왔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광기의 지배가 소용돌이쳤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신줄이 오락가락했다.
– 하아. 꼴통 사고 쳤네.
갑자기 허공중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눈앞에 일렁이는 그림자.
그림자에서 차갑기 그지없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툭! 회로가 끊겼다.
***
– 하찮은 인간 주제에 그분의 관심을 받다니…….
허공중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자는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 주인님께서 하사하신 그 엄청난 능력으로 겨우 하급 마력석 때문에 쩔쩔매? 이 정도면 지구 인간들 말로 지랄도 멀티 수준이군.
우두두둑.
마력석의 부작용으로 고통과 살기에 온몸이 뒤틀리고 변해가는 인간의 몸뚱이.
“으아아아!”
인간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 아프냐? 너 정말 웃기는 거 알지? 인간들에게 돈 자랑, 힘 자랑 할 때는 좋아죽더니~ 흥!
말과 달리 일렁이는 그림자는 인간의 몸을 부드럽게 쓸어갔다.
스스스스스슷.
놀랍게도 날뛰던 마력이 순식간에 정화되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곧 미쳐 마수로 변할 것 같았던 인간의 모습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정화된 마력석의 마력도 모조리 흡수했다.
내성이 생긴 듯 거친 마력은 더 이상 날뛰지 못했다.
– 하찮은 인간! 날 막 부르지 마. 못생긴 주제에…….
말끝을 흐리는 그림자 속 여인의 목소리.
못생겼다고 타박하는 듯했지만 인간의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봤다.
“후우우우…….”
인간이 길게 한숨을 쉬며 정신을 차렸다.
아쉬움으로 잠깐 바라보던 그림자.
작은 빛과 함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으으으으.”
약간의 두통이 밀려왔다.
죽다 살아났다.
한 번 죽어봤다고 두 번 죽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그런데 누구였지? 꼴통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사방을 들러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흔적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고통이 심해 환청을 들었거나 환각 증상을 일으킨 것 같았다.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다.
– 하급 마력석의 마력을 빠르게 흡수했습니다.
– 호흡법에 마력석 흡수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호흡법이 초급 5가 되었습니다.
– 레벨이 20이 됐습니다.
“미친 마력석 같으니라고!”
레벨과 마력이 동시에 올랐지만 전혀 흥이 나지 않았다.
급하게 먹은 떡이 목에 걸려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호흡법이 날 살렸다!”
아직 미약하지만 역시 드래곤이 남긴 호흡법과 태극오행양의심법의 공능이 대단한 것 같았다.
“명약도 많이 먹으면 독 된다고 하더니 딱 그 꼴이네. 마수 새끼들 정신세계가 그렇게 광기 염병지랄 같다니…….”
생생하게 떠올랐다.
정신을 지배하려던 마수의 사악한 마력 속에 깃든 광포한 파괴력.
몸이 으스스 떨렸다.
이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마력석에는 살육과 파괴, 광기, 분노, 배고픔만 가득했다.
“그래도…… 맛있다.”
지구에서는 늘지 않던 마력들이 쭉쭉 늘어났다.
확실히 기가 다르긴 달랐다.
전용 스킬로 마력석 흡수 능력도 발생했다.
고생 뒤에 보너스가 제대로 지급됐다.
“마력석 고맙다. 형이 아껴 먹으마.”
마력이 방전된 마력석을 향해 고마움과 칭찬을 건넸다.
기를 빨린 마력석은 마력 방출이 사라졌다.
“아공간~.”
사랑 듬뿍 배인 목소리로 아공간을 소환했다.
“오오오오! 더 커졌다!”
레벨이 오르자 아공간도 쫙쫙 넓어졌다.
처음 받을 때보다 세 배 정도 크기로 확장되었다.
흐뭇한 시선으로 아공간을 바라보며 다 쓴 마력석을 던졌다.
아공간은 나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기분이 살짝 좋은데~ 오늘은 파티다~.”
아공간 한쪽에 쌓여 있는 자연산 멧돼지 고기를 보자 입맛이 돌았다.
영주된 자로서 이런 기쁜 날 그냥 맨입으로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느낌 뭐지? 이 찜찜함은?
누군가 지켜보고 감시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었다.
천천히 사방을 둘러봤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영주의 집무실.
역시 바람 한 점 없이 참으로 고요했다.
# 305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