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65
364장. 대목장 (1)
“티, 팀장님!”
“왜 그래? 또 일 터졌어?”
옥상에서 한숨을 쉬고 있던 전영국을 부르며 팀원 윤정혁이 뛰어왔다.
카움 증권 전영국은 요즘 살맛이 안 났다.
돌아온 주식의 신을 믿고 자금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발을 담그자마자 주가가 쭉쭉 빠졌다.
미국발 금융 위기에 한국 증권 시장에는 폭풍이 몰아쳤다.
어! 어! 하는 사이 쏟아 부은 자금이 반 토막이 났다.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감사팀이 투자자의 정보를 빼내 투자하다 걸리면 모가지였다.
가끔 투자자를 따라하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팀장 전영국처럼 몰빵을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투자의 신이라 해도 미래 주식 값까지 알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걸 요즘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단 담배 한 대 태우세요….”
한 배를 탄 동지이자 대학교 후배인 윤정혁이 담배를 권했다.
카움 증권 옥상의 탁 트인 흡연 공간에서 빨아 마시는 한 대의 담배.
이 짧은 여유와 즐거움도 언제 끝날지 몰랐다.
“넌 물타기 얼마 했냐?”
투자의 신은 물타기도 했다.
전영국은 그것까지 따라했다.
“……퇴직금 정산까지 받아 5,000 밀어 넣었습니다.”
“난 마누라 이름으로 신용 대출까지 받아 한 장 넣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혼당할 것 같다. 내가 미쳤었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이었다.
투자의 신을 끝까지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감사팀에 근무하며 패가망신하는 증권사 직원들을 수없이 봐왔다.
그 길을 전영국 자신도 밟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작전주에 합류하거나 고객 돈과 사채까지 융통해 크게 저지른 동료들의 말로는 대부분 비슷했다.
수익률이 높아도 내 돈이 아닐 때라야 평정을 유지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자기 돈이 들어가는 순간 아무리 유능한 인재여도 투자 패턴이 흔들리고 마는 법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로 내 것이 아닌 것에 부린 욕심 때문에 폭망하게 된다.
그 길을 지금 전영국이 고스란히 걷고 있었다.
“이혼 안 당하셔도 됩니다.”
“응?”
“흐흐흐흐. 팀장님…. 주식이 오르고 있습니다! 주식요!”
“뭐라고! 진짜?”
어제까지 쭉쭉 빠지던 주식이었다.
그 주식이 올랐다는 윤정혁의 말에 전영국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환율이 안정되니 주식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래프나 각종 시그널이 상승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오정 주식을 비롯해 대형주입니다. 이거… 뭔가 냄새가 납니다!”
“그래? 그래야지! 나… 직장 짤리고 마누라한테 이혼당하면 한강 가려고 했다!”
“끝까지 믿어 봅시다! 주식의 신…. 그분이 우리에게 돈벼락을 내려주실 겁니다!”
“오! 주식의 신이시여….”
급반전된 주식 상황에 전영국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가상의 신을 만들어 환희에 차올라 그를 찬양하는 두 사람.
하늘에 떠 있는 정오의 태양이 그들에게 신의 축복인 듯 비쳤다.
***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왜? 갑자기?
환율 전쟁은 계속 진행 중이었다.
역외 시장부터 시작해서 사방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한국 외한시장 말고도 런던과 일본, 홍콩, 월가 쪽에서 달러와 엔화, 유로화가 공격을 시도했다.
지금껏 공개하지 않았던 계좌를 통해 방어를 시작했다.
로버트의 자금은 전투에서 제외됐다.
그를 통해 획득한 외환 계좌로 2,000억 달러를 밀어 넣었다.
놈들이 책정한 원화 가격이 보였다.
달러당 1,600원대 이상이 놈들의 가격이었다.
철저하게 밟아 1,570원까지 올랐던 원화를 1,500대로 막았다.
놀란 놈들이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환율 그래프들이 등락을 거듭했다.
빨갛고 파란 욕망의 신호들 속에서 공격자들의 혼란을 읽었다.
그깟 2,000억 달러 아깝지 않았다.
오는 놈들 족족 밟아서 지옥으로 떨어트렸다.
외환 선물에서 놈들이 장난을 미리 쳐놨다.
1,600원대가 아니라면 놈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 와중에도 내 계좌 수익률이 팍팍 올라갔다.
그에 반해 적들은 뒤통수를 맞고 쓰러졌다.
“최병박이 운이 좋아….”
실체를 알고 있지만 막아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벌어들이면 국내에 환원이 되겠지만 다른 놈들이 벌어들이면 달랐다.
“끝!
외환시장이 마무리됐다.
며칠 전 1.570원대 환율이 1,480원대로 마무리됐다.
확연히 적들의 기세가 꺾였다.
환절매를 위해 외환 선물을 정리하는 모습이 해외 외환 시장에서 보였다.
“주식 시장이 생각보다 일찍 반등했어. 이것도 나이스~.”
한국 주식 시장은 환율과 동떨어질 수가 없었다.
외국 자본은 환율에 장난치기 위해 주식과 채권 시장까지 동시에 이용했다.
원화를 똥으로 만들기 위해 주식과 채권을 팔았다.
당연히 주가는 떨어지고 원화 가치는 가파르게 똥이 됐다.
그와 반대로 환율이 안정되자 자연스럽게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향했다.
로버트를 통해, 오정을 비롯해 한국 기업들이 주식 상당수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 자금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자 투기 자금도 힘을 쓰지 못했다.
본격적인 전쟁터인 월가를 비롯해 런던, 홍콩에 비하면 한국은 국지전 수준에 불과했다.
이곳에 총탄을 더 투입할 여력이 없을 것이었다.
“곧 플러스가 되겠네.”
국내 주식이 플러스가 되며 물타기 했던 주식들이 출렁거렸다.
수익률 -40퍼센트에서 -20퍼센트까지 줄어들었다.
한 달 정도가 지나면 모두 다 회복하고도 남았다.
삐이이잇.
인터폰이 울렸다.
“네.”
[대표님. 도도희 상무님이 보고서 제출을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유세라 팀장의 짤랑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쉬는 시간 이외에 거의 모든 시간에는 공적인 대화가 오갔다.
“들여보내십시오.”
스르륵.
허락과 함께 사무실 문이 열렸다.
“대표님~ 여기 따끈따끈한 보고서 올립니다~.”
설날 연휴에 북유럽을 돌고 왔던 도도희 상무가 빨간 안경을 착용하고 웃으며 다가왔다.
“시력 안 좋아요? 벌써 노안 온 거 아니죠?”
“대표님! 노안이라뇨!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에게! 이거 그냥 아이템이라고요!”
여자에게 나이를 건드는 게 가장 아픈 손가락인 것 같다.
평소 지적이고 도도하던 도도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화들짝 놀라 목소리 톤을 높였다.
“농담입니다~.”
“삐이이! 대표님 주의 1회!”
웃으며 그녀가 건네는 도톰한 보고서를 받았다.
현장 실사까지 다녀왔기에 보고서 내용은 충실할 것이었다.
“볼부 어때요?”
“참 인간적인 회사였습니다.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환경과 인간에 대한 스칸디나비아반도인의 투철한 사명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과거 유럽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바이킹인 건 알죠?”
“그래서 더 인간적이죠. 살기 위해 머나먼 바다를 항해하는 바이킹…. 척박한 대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사내들의 땀 냄새가 맡아지는 것 같았어요.”
“클럽 갔죠?”
“네?”
환상에 젖어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듯한 도도희에게 일격을 가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남자들은 대부분 체격이 크고 파란 눈을 가졌다.
미남들이 많아 눈 호강 제대로 하며 시간을 즐겼을 것이다.
놀기 좋아하는 도도희가 건전하게 놀다 왔을 리 없었다.
“한별 언니가 하도 졸라서….”
도도희가 생긋 웃으며 거짓말을 했다.
김한별이 그럴 리 없었다.
“됐습니다. 개인 시간인데요~.”
“대표님 삐친 거 아니죠?”
“제가요?”
“흐흐흐~ 그곳 남자들이 쬐금 멋있었는데 우리는 대표님만 생각했어요~ 믿어주세요~.”
장난기 넘치는 도도희.
웬만한 남자는 그녀를 절대 컨트롤 할 수 없을 것이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협상이 들어갈 겁니다. 준비하고 계십시오.”
“……진짜 인수 하나요?”
“삼룡 자동차도 준비하십시오.”
“볼부는 이해하겠는데 삼룡은….”
삼룡은 누가 봐도 문제가 많았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조도 강성이었다.
그런 이유로 중국과 인도 기업에 팔렸다.
그렇게 되는 미래를 막고 싶었다.
최병박이 조만간 제대로 사고 칠 것이다.
“삼룡은 국내 파트너입니다.”
“볼부와 합치는 거예요?”
볼부가 중국에 넘어가는 꼴도 못 본다.
“슈퍼카 메이커도 알아보십시오. 포드가 품고 있는 녀석 중에서 말입니다.”
“에스턴 마린!!! 저 그 차 좋아해요!”
월가 근무자답게 바로 해답을 찾아내는 도도희였다.
“쉬지 말고 아름다운 계획서 부탁합니다.”
“넵! 대표님! 목숨 바쳐 LOR에 뼈를 묻겠습니다! 충성!”
장난스럽게 경례를 올리고 뒤돌아 나가는 도도희.
역시 언제 봐도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특히 뒷모습은 정말….
오피스룩의 여왕 같았다.
사락사락.
도도희가 작성한 보고서를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도도희는 정말 똑똑했다.
인수 후에 볼부 시장 가치를 올릴 대안이 제시되어 있었다.
가장 중점은 디자인과 AS망 확충이었다.
스웨덴이라는 소비시장이 작은 나라의 단점은 물량전이 안 되는 것이다.
“흐음….”
보고서를 계속 읽어갔다.
디자인이 투박해서 그렇지 클린 디젤과 안전에 관해서는 탑을 달리는 볼부.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내 품에 안길 것이다.
형식적으로 로버트 라이언과 관련된 컨소시엄에 한발 걸치지만 결국 내 소유였다.
띠링.
그때 알림이 울렸다.
– 아빠하고 큰소리라도 있었나요?
고연지에게 문자가 왔다.
큰소리? 전혀~.
고자룡 회장은 내 적수가 아니었다.
– 아닙니다.
짧게 답장을 보냈다.
– 그런데…. 아빠 저기압이에요.
고자룡 회장도 알고 있는 엘자 그룹의 병폐였으니 저기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푹 찌른 자리가 아파 그 고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엘자는 그런 실수가 허용 되지 않았다.
얽히고설킨 친척 주주들이 건수를 잡고 태클을 걸었다.
그러다 보니 과감하지 못해 막판 스퍼트를 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누군가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지만 엘자 그룹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언제나 2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다.
– 연지 씨가 힘내라고 안마라도 해주십시오.
– 알겠어요. 그런데 우리 안 만나요?
‘왜?’
스마트폰이 없던 때라 아직 문자가 대세였다.
고연지와 만날 이유가 없었다.
– 지금은 바쁘고 다음 주 수업 시간에 도와주면 밥 쏩니다.
– 순댓국?
어지간히 맛있던 모양이다.
– 원한다면~
– 오케이! 그럼 다음 주에 봐요.
앞으로 할 일이 많았다.
괜히 또 다른 인연과 깊게 얽히고 싶지 않았다.
엘자 그룹과는 거리가 필요했다.
사업을 위해 오너가 아닌 가문 전체를 상대하는 건 피곤한 일이었다.
“땅이 녹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착공에 들어가 볼까?”
장주시 연구소 공사를 시작할 때였다.
지난겨울 동안 TS건설 설계팀은 상당한 수준으로 설계를 뽑아냈다.
내 손을 거쳐야 할 것들이 남아 있지만 기초 공사는 실시해도 무리가 없었다.
연구소가 꼭 필요했다.
마법진을 설치해 시험해 보고 싶은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지하 시설을 넓게 뽑을 생각이었다.
마법사의 던전 같은 곳으로 삼을 것이다.
띠이이이이이
또 다시 울리는 인터폰 소리.
“무슨 일입니까?”
[대표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손님요?”
오늘 업무 외 따로 약속한 손님은 없었다.
[여기 대표 당장 불러와! 내 그 녀석에게 따끔한 훈계를 내릴 작정이야!]걸걸한 목소리가 인터폰을 타고 울렸다.
일단 이곳까지 올라왔다면 나와 연관이 있다는 의미다.
1층의 깐깐한 경호원이 그냥 올려 보냈을 리가 없었다.
[아빠! 좀 조용히 해요! 딸 직장 짤리는 거 보고 싶어요!]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뒤이어 들렸다.
설계팀 윤소진 과장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아빠라면…. 윤용곤 대목장?
아! 반드시 만나야 할 인물이었다.
“안으로 모십시오.”
[아, 알겠습니다.]소란에 유세라 팀장이 많이 당황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가장 심장이 약한 그녀다.
스르르릇.
문이 열렸다.
그리고 기세 좋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백발의 노 중년인.
“어서 오십….”
“갈! 네가 그 멍청한 놈이 맞느냐!!!”
멍청한 놈? 이거…. 오늘 사고 한 번 크게 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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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