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64
464장. 힘 VS 힘 (2)
짜아아아악.
“!!!”
“야! 근본 없는 새끼야! 누가 던진 줄도 모르고 덥석 받아먹어? 그러니까 너 같은 지방 것들이 안 되는 거야! 똥인지 독인지 구별도 못하는 새끼!”
‘아! X발!’
3차장 검사실에 들어오는 순간 남병찬은 순식간에 뺨을 맞았다.
지방검사장급 대우인 중앙지검 차장검사실 내부는 밖에서 완벽하게 차단돼 안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듯 바깥 직원들은 동요조차 없었다.
남병찬은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움켜쥐며 치욕과 같은 수모를 참았다.
중앙지검 부장검사씩이나 되고도 이런 폭력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군대와 같이 상명하복이 철저한 또 다른 세계의 계급 사회였다.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절대 위로 올라갈 수도 없었다.
여검사들이 당하는 수모는 더 심했다.
폭음과 폭력, 그리고 갖가지 성적수모를 견뎌내야 승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남병찬도 그래서 온갖 수모를 견뎠다.
최소 검사장이 되기 위해서는 이 관문을 지나야 했다.
“누구야? 누가 너 꼬드겼어? 부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놈에게 이런 폭탄을 던진 게 누구야? 너 중앙지검에서 부장검사가 힘자랑 하는 곳인 줄 알아? 여기서 잘못하면 상급자까지 다 날아가는 거 몰라! 이곳에서는 돌다리도 두들기고 나가야 돼. 괜히 구설수 오르면 바로 아웃이야! 이 돌대가리 같은 새끼야!”
길창용 3차장 검사의 폭언은 쉬이 멈추지 않았다.
작은 키에 살이 도톰하게 찐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눈빛은 차갑고 냉정했다.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남병찬의 허리가 90도로 꺾였다.
강한 자에게는 고개를 숙이는 게 어렵지 않았다.
“죄송하면 다야! 너 임마 오늘 요단강 건널 뻔했어! 네가 지금 누굴 건드린 줄 알아?”
“???”
고개를 살짝 들며 남병찬은 의문을 표했다.
“모르지? 그러니까 무식하게 덤볐겠지. 돌대가리 같은 새끼.”
어이없는 시선으로 남병찬을 바라보는 길창용 차장.
“앉아.”
웬만큼 화풀이가 끝나자 길창용 차장이 가죽 소파에 앉았다.
“넵!”
1차 폭풍이 끝난 걸 알고 남병찬도 소파에 앉아 무릎 위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한 대 펴.”
“감사합니다!”
길창용이 건넨 담배를 두 손으로 받아드는 남병찬.
검사들에게는 금연 구역 따위가 따로 없었다.
자신의 방에서 재지 없이 담배를 폈다.
딸깍. 치이익.
남병찬이 지포 라이터로 길창용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우…….”
길게 한 모금을 빨며 길창용이 연기를 뿜었다.
그에 반해 남병찬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한 모금 깊게 들이마셨다.
“편하게 펴. 안 잡아 먹을 테니까.”
불같이 화를 낼 때와 달리 부드럽게 말하는 길창용은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보였다.
하지만 남병찬은 그런 길창용을 이해했다.
자신도 사무실에서 후배들에게 길창용 못지않게 행동했다.
“남병찬 부장검사.”
“넵! 차장님!”
“넌…… 이곳에서 C급이야. 알지? 연지대 나온 나도 겨우 B급을 면했는데 넌 계급이 더 낮아.”
“아, 알고 있습니다.”
“처음이니까 이번에는 봐준다. 어차피 고급 생수도 먹어 본 놈이 아는 법인데 네가 뭘 알겠냐.”
“감사합니다!”
“감사는 됐고 이번 건 잘 수습해. 네가 발라버리려고 했던 장태산이는 S급이야. 한국대 법학과 교수들이 모두 애지중지하는 놈이야. 거기에다 실력도 뛰어나고 돈도 많아. 하나 더 알려줄까?”
“가르쳐 주십시오. 차장님.”
“그 녀석 뒤엔 리앤장이 있다. 삼우 로펌도 만만치 않은데 리앤장까지 같이 있다는 거 뭔 말인지 알지?”
“리, 리앤장요?”
“그래. 이 밥통아. 장태산 그 녀석이 안아 날렸다는 거 소문이 파다해. 그런데 너 오늘 무슨 짓 했는지 알아?”
“!!!”
안아 그룹이라는 말에 남병찬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한민국 재벌 서열 10위에 들었던 안아 그룹이 외국계 투자 그룹에 넘어간 건 남병찬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장태산이 그 일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장태산이 TS 그룹 투자자야. 그곳 회장도 장태산과 긴밀하게 지내고 있다.”
‘이거…… 똥 제대로 밟았구나!’
리앤장 한 곳으로도 숨 쉬기 벅찬데 재벌까지 장태산 편이었다.
오늘 구속영장이 어떤 의미였다는 걸 이제 알았다.
남병찬 등에 식은땀이 찼다.
검사장은커녕 강제적으로 조직에서 퇴출당할 뻔했다.
“조용히 퇴직해서 전관예우 받아야지. 지방에서 퇴임하면 국물도 없는 거 알지?”
“넵!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장님.”
“그래 알아들었다니까 대행이다. 멍청하면 눈치라도 빨라야지.”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뭘 가르쳐. 알아서 배워야지.”
길창용은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했다.
절대 남병찬에게 인간적으로 나가지 않았다.
“바로 수습하겠습니다.”
“수습은 무슨……. 장태산 컴퓨터하고 자료들 모두 돌려보내. 손배 소송 들어오면…… 넌 망해. 영장 담당 판사들 대부분 리앤장 편이다. 그러니까 영장 칠일 있으면 나한테 바로 보고해. 괜히 어깨에 힘주고 청구서에 사인하지 말고.”
“넵!”
“그리고 이번 거 수습할 다른 건수 물어와. 내 귀에 들어올 정도라면 이미 지검장도 아실 거다.”
“……알겠습니다.”
남병찬은 담배 맛이 오늘 따라 몹시 쓰다는 걸 알았다.
“그래 잘 알아서 배워라. 다음에는 웃으면서 만나야지. 바쁠 텐데 가봐.”
“감사합니다. 차장님!!!”
축객령에 자리에서 일어나 연속해서 고개를 몇 번이나 주억거리는 남병찬.
“휴우우우…….”
그를 향해 입술을 씰룩이며 담배 연기를 길게 뱉어내는 길창용 차장.
‘멍청한 새끼. 뒤지려면 뭔 짓을 못 하겠냐~’
길창용은 물러가는 남병찬을 향해 비웃음을 던졌다.
띠우우우우 뚜우우우우.
남병찬이 모습이 사라지자 길창용은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넣었다.
– 남 차장~.
친밀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다.
연수원 동기이자 부장검사로 퇴임한 리앤장 소속 변호사 친구였다.
“다 끝났다.”
– 그래?
“애가 욕심이 많아서 그렇지 눈치는 있더라.”
– 수고했다.
“수고는 무슨…….”
– 오늘 저녁 스케줄 비워 놔라. 이사님이 카드 마음껏 쓰라고 하신다.
“그래?”
– 퇴근할 때 전화해라.
“흐흐흐. 기대하고 있으마.”
길창용이 짧게 통화를 끝냈다.
자신을 오늘 이 자리에까지 오르게 한 인맥.
리앤장 이사에게 오늘 또 칭찬을 받았다.
윗선으로 오르거나 퇴직해도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는 권력의 핵심 줄이었다.
“남병찬……. 똥 한 번 시원하게 치워봐라. 크크크.”
검사 인생에서 한두 번쯤 경험하게 되는 위기의 순간.
남병찬의 미래는 지금 사건으로 결정될 것이다.
“이런 개 같은!”
와장차차차차창.
얼얼한 뺨을 만지며 사무실로 돌아온 남병찬은 책상 위를 신경질적으로 쓸어버렸다.
아무리 마음을 추슬러 봐도 분위 풀리지 않았다.
지방에 있던 뭣도 모르는 자신을 이용하려던 찬병원과 재벌들에 대한 분노가 머리꼭지까지 치솟았다.
당장 그들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만한 힘이 없었다.
부동산 졸부인 처가댁에도 찍소리 못하는 신세가 자신이었다.
그런 처가도 강남에서는 평범한 집안에 불과했다.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몇 억으로 자신들의 전쟁터에 끌어들인 비겁한 자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뚜루루루루.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서울에 올라와 몇 번 만났던 연수원 동기 변호사였다.
“목소리가 까칠하다. 뭔 일 있어?”
“……그냥.”
“괜찮냐?”
“뭐가?”
“로펌에 소문 퍼졌다. 너 이사님 VIP에게 영장 쳤다며?”
“……벌써 났냐?”
연수원 동기는 리앤장 소속이었다.
남병찬 목소리에서 힘이 쭉 빠졌다.
“몸 사려라. 서울 생각보다 힘든 곳이다. 여기저기 연줄 잘 보고 건드려. 괜히 앞장서서 나섰다 눈탱이 맞는다.”
“미치겠다. 내가 X도 모르고 까불었다. 젠장…….”
“위에서 뭐라고 안 해?”
변호사는 전직 검사 출신이라 조직 생리를 잘 알았다.
“덮을 만한 사건 캐오라는데……. 돌겠다.”
남병찬은 답답한 마음에 동기에서 하소연을 했다.
물론 동기를 다 믿는 건 아니지만 뱉지 않으면 당장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흐음 그래…….”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동기 변호사.
“왜? 뭐…… 좋은 거 있어?”
남병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로펌 쪽에 소스가 많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바였다.
“너도 일반 사건 담당 가능하냐?”
“연관만 있다면야…….”
“그럼 하나 줄까?”
꿀꺽.
동기의 은밀한 목소리에 남병찬은 마른 침을 삼켰다.
지금 통화를 하고 있는 동기는 리앤장 로펌 소속.
결론은…….
‘기회다!’
검사를 딱지치기로 획득한 게 아니었다.
“어떤 사건인데?”
조심스럽게 되묻는 남병찬.
“상류층 불법 성접대.”
“서, 성접대?”
***
“다들 발 뻗고 자고 있겠지.”
밤이 깊었다.
오늘 밤도 서울은 불야성이었다.
진하게 커피를 내려 마셨다.
며칠이 정말 바쁘게 지나갔다.
스웨덴에서 돌아오자마자 사건이 연속 터졌다.
다행히 사무실은 무리 없이 정상을 되찾았다.
엉망이 된 책상과 대표실 문은 바꿨다.
깨끗하게 바닥도 쓸고 닦았다.
압수물품들도 제 자리로 돌아왔다.
기분 나빠 최신형으로 세팅해 새로 교체했다.
어차피 투자는 프로그램 돼 자동으로 돌아갔다.
미국에 메인 서버가 존재했다.
그곳은 온시은이 담당했다.
한두 곳쯤 털려도 끄떡없었다.
“내일 아침이 밝으면 세상이 또 한바탕 뒤집어지겠군.”
남병찬에게 USB가 넘어갔다.
찬병원 서버를 해킹한 자료다.
일도 아니었다.
컴퓨터에 문외한인 찬병원 원장 마누라는 병원 서버에 VIP실 자료를 보관해뒀다.
얼굴도 모르는 강남 사모들이 젊은 사내들에게 낯 뜨거운 안마를 받았다.
대낮부터 뷰티 코스라고 받았던 게 아주 제대로였다.
인사들을 추렸다.
다 공개하기에는 나도 감당하기가 벅찼다.
재벌부터 시작해 정치권과 고위 공무원, 사법계까지 아주 다양했다.
판도라의 상자는 묻어뒀다.
한 번에 까면 자신들끼리 뭉쳐 도리어 나를 칠 수 있었다.
편집된 것들 중 몇 개만 넘겼다.
“자기 마누라 동영상 뜨면 볼만 하겠네.”
서울지방국세청 청장 유광석의 와이프 동영상은 최근 것이었다.
날 팔아먹고 받은 대가가 고작 젊고 잘생긴 남자였다.
남병찬 부장검사가 이를 갈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계획은 완성됐다.
“찬병원, 천일……. 그리고 조국……. 동룡…….”
남병찬이 리앤장 로펌 변호사에게 실토했다는 청탁자들 명단이었다.
사방이 쓰레기들 천지였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쓰레기 분리수거가 시작된다.
천천히 하나씩.
확실하게…… 밟아, 부셔놓을 것이다.
# 465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