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83
483장. 거인의 조언과 부탁
투둑 투둑 투두두둑.
깊은 밤 내리기 시작한 장마를 재촉하는 빗줄기가 안주로 제격이었다.
임성철 회장은 방문을 열고 술을 마셨다.
주변이 깔끔하게 관리된 듯 날벌레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전에 한 번 로버트 라이언과 함께 자리를 가졌던 임 회장님의 단골 기와집.
제법 쏟아지기 시작한 빗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듣기 좋게 울렸다.
재계 서열 1위 그룹 회장님도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그와의 사이에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특별히 제조된 전통 증류식 소주를 마셨다.
비서실장도 없이 나와 단둘이 독대하는 자리였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불콰하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작은 체구에도 주량이 상당했다.
“맛있군.”
즐거움에 마시는 술 자리였다.
각종 산해진미가 상다리 부러지도록 차려져 있었다.
술 한 잔에 안주 하나가 입에 들어갔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오늘은 한잔하고 싶었네. 장 대표 말대로 아들놈이 실수하기는 했지만 세상에 또 하나의 걸작을 만들어 냈어. 당분간 우리 오정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할 거야.”
아무리 큰 그룹 회장님도 사업이 잘되면 저렇게 내놓고 기뻐할 줄 안다.
“축하드립니다.”
“장 대표도 그렇게 생각하지?”
“오정은 돌풍이 될 겁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오정은 스마트폰의 강자가 된다.
물론 오래 가지 않는 행복이었다.
기술탈취 종주국 짱깨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
그래도 업적은 대단했다.
핸드폰 업계의 세계적 기업들이 무너질 때 오정은 살아남아 승리의 깃발을 휘날린다.
“내가 다른 사람 아부보다 장 대표의 달콤한 말 한 마디가 더 좋아. 왜 그럴까?”
술에 취해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총총하게 살아 있었다.
“회장님이 저를 좋아하셔서 그런가 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맞아~ 나 장 대표를 좋아해. 어린 친구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부러워. 난 그 나이 때 아버지 눈치 보느라 숨도 뭇 쉬었는데 장 대표는 달라.”
소탈한 모습으로 박장대소 하는 임성철 회장의 모습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세계적 기업의 회장도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
기분 좋을 때는 좋은 사람과 술을 마실 줄 알았다.
물론 스마트폰에서 성공을 맛보고 있는 임성철 회장이 부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부족한 게 있다면 단 하나 사회적 명성밖에 없었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은 무슨……. 내가 아버님 덕분에 사람 볼 줄 알아. 장 대표는 내가 전혀 안 부럽지?”
“……네.”
“그렇다니까. 대부분 날 신처럼 보는데 장 대표한테서는 그게 보이지 않아. 왜 그럴까? 젊어서? 돈이 나보다 많은 것도 아니고……. 인물이 좋아서 그런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자신을 대등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나의 심리가 궁금한 회장님이었다.
그는 아직 나를 다 알지 못했다.
“아직 실현하고 싶은 꿈이 많아서일 겁니다.”
“맞아. 그 말이 맞아……. 꿈을 좇을 때가 행복한 시절이야. 이 나이 먹으니까 가끔 모든 게 귀찮을 때가 있어. 아버지 꿈이 대한민국 최고 재벌 그룹이 되는 거였지……. 그 꿈을 이루고 나니 세계가 다 경쟁자가 되었어. 1등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글로벌 버전이 남아 있을 줄 누가 알았겠나. 그래도 배운 게 깡밖에 없어 오늘의 오정이 탄생했어. 내 자부심이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부정은 못해도 다들 배는 아파하지.”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 배웠습니다.”
“장 대표도 내가 증여세도 안 내고 아들에게 기업을 인수해 준다고 생각하나?”
갑작스럽게 훅 치고 들어오는 임성철 회장의 질문.
“법이 그렇고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비슷할 겁니다.”
표정 관리를 하며 미묘한 웃음을 띤 채 답했다.
아부의 말 같은 건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임성철 회장도 그게 마음에 들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오정이 갈기갈기 찢겨지면 누가 좋아할까? 세금 전부 내고 나면 간당간당한 지분으로 버틸 수 있을까? IMF 이후 완벽하게 개방된 주식과 자본시장에서 오정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살아남지 못합니다.”
냉혹한 현실이었고 진실이었다.
“오정 주식 중 상당수가 외국인들에게 넘어가 있네. 그들은 호시탐탐 오정을 노리고 있어. 그런데 경제를 교과서로 배운 자들이 공정사회를 부르짖으며 더 내놓으라고 난리야. 그렇게 해서 오정의 주인이 바뀌면……. 더러운 정치인 놈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거나 같은 놈들을 꽂아 빨대를 꽂겠지. 포스트 제철처럼 말이야.”
한때 세계 제철업계 순위를 다투던 포스트 제철.
소태준 회장이 물러나고 국유화가 되면서 기업은 엉망이 됐다.
대권을 잡은 대통령들이 자기 심복들을 심어 하나둘 자산을 갉아먹다가 급기야 아예 먹어치웠다.
제철만으로 부족해 건설에 투자회사까지 사업체를 늘려 낙하산을 꽂았다.
대단한 훈장이라도 되는 양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갑질하던 정치 떨거지들.
주인 없는 회사의 운명적이었다.
대웅 그룹이 무너질 때 연계되어 있던 많은 사업체들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배고픈 하이에나들 사이에서 1년 넘게 잔치가 벌어졌다.
국내뿐만 아니라 건실한 해외 사업체도 넘어갔다.
오정이 무너지면 안 봐도 뻔했다.
그 꼴이 날 것이다.
국민연금 투자액 상당수가 오정의 주식에 물려 있었다.
임성철 회장은 순환출자를 통해 오정전자를 어렵게 지배했다.
앞으로가 고비였다.
한 치의 틈만 보이면 다들 달려들어 뜯어 먹으려 들 것이다.
오정전자 하나 무너지는 순간 대한민국은 경제 암흑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애증의 사업체 오정 전자.
성장을 위해 불법을 조장했지만 동시에 사회적 영향력이 엄청났다.
오정이 무너지는 순간 대한민국의 경제 지수는 저 밑바닥으로 가라않을 것이다.
오정은 대한민국 경제와 한 몸이 되어 버렸다.
“내가 감옥에 한번 가봤는데 말이야. 참 인심이 더럽더군. 오정 돈을 발판 삼아 권력을 잡은 놈들이 등에서 비수를 꽂는데…… 아팠어. 그래서 그 이후 내가 돈을 뿌려 내 사람을 만들었지. 정치인들이라는 게 다들 여론 눈치만 살피지 닥쳐 올 미래는 안중에도 없거든. 그런 놈들에게 돈이라는 독을 뿌렸어. 결코 오정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말이야.”
임성철 회장의 고백을 묵묵히 들었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오정 장학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나도 그러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치, 아니 정치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독일도 경제인들과 정치인들은 유착 관계에 놓여 있었다.
정치 공학이 발달해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었다.
“아버지 때부터 노조도 만들지 못하게 했었지. 그들이 자신들을 폄하해서 부르는 마름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단지 능력과 그릇 크기가 다른 것뿐이야. 태어날 때부터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걸 그들은 알려고 하지 않아. 장 대표도 알지만 이제는 노조도 먹고 살 만해……. 연대 그룹의 작고한 전 회장님이 노조에 인심이 후해서 지금도 끌려 다니잖아. 난 그 꼴 못 봐. 하나를 주면 둘을 달라고 하고 둘을 주면 나머지 것도 모두 내달라고 하는 놈들이 그 자들이야. 무슨 일만 있으면 머리에 빨간 띠나 두르고……. 쯧쯧.”
임성철 회장은 할 말이 많이 남은 듯 혀를 찼다.
적극 동감하는 바도 있었다.
하지만 나름 지배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과 다른 것도 있었다.
오정도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젊은이들의 시간과 노력을 쥐어짜 회사가 성장했다.
노사 모두 동반성장이라는 걸 다들 망각하고 있었다.
탈법적인 사건이 터지면 언론과 권력을 이용해 무마했다.
그런 과정 중에 대기업 노조는 진짜 문제가 됐다.
산업화 시대 저임금으로 피를 빨던 기업체 상당수가 사라졌다.
사람들 인식이 바뀌면서 법도 많이 바뀌고 근로 환경도 변했다.
그럼에도 대형 조직을 만들어 기득권 아닌 듯 기득권이 되어 버린 대형 노조.
웬만한 정치인 저리가라 할 정도의 권력을 휘두르고 누렸다.
이제는 그들도 타파해야 할 하나의 기득권으로서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막말로 대한민국에서 오정처럼 최고 대우해 주는 기업이 어딨어? 돈도 어느 정도 벌면 그게 그거야. 나도 똑같이 삼시 세끼 밥 먹고 술 마시고…… 가끔 여자도 만나. 지들은 안 그러나? 돈 벌면 다들 그러잖아. 나도 오정 지키려고 기가 다 빠졌어. 밑에 딸린 식구만 해도 100만이 넘어. IMF 당시 내가 로비하지 않았다면 대웅이 아니라 오정이 넘어 갔을 거야. 경제를 모르는 멍청한 놈들이 정권을 잡아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자동차는 왜 그랬습니까?”
“내가…… 연대 전 회장님만 아니었다면 무리하지 않았다. 대웅 도 회장도 마찬가지고……. 자동차 없는 그룹은 그룹도 아니라고 얼마나 으스대던지…….”
그놈의 자존심이 문제였다.
“그 덕분에 반도체에 집중하지 않았습니까.”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그럴 때 사용하는 거네. 장 대표도 잘 배워둬. 괜히 자존심 세우다가 기둥뿌리 뽑혀.”
“명심하겠습니다.”
술 한 잔 마시며 대한민국 재계 거목과 환담을 나누는 시간은 유익했다.
돈 주고 얻을 수 없는 기회였다.
“그건 그렇고……. 오늘 내가 기분 좋기도 하지만 장 대표에게 할 말이 있어 불렀어.”
임성철 회장이 내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달아오른 얼굴과 달리 눈빛은 청년처럼 총총했다.
“귀를 열고 듣겠습니다.”
“그래 노인네 잔소리라 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좀 들어줘.”
“경청하겠습니다.”
자세를 바로 잡았다.
“장 대표는 위험해.”
“???”
“안아와 천일 그룹을 삼켰지만 그 힘만으로는 자네를 지킬 수 없어. 알아보니 그 사이 위협을 많이 당했더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말이야.”
오정의 정보력은 국정원을 뛰어 넘은 지 오래였다.
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가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문제야. 나이에 비해서 적이 너무 많아. 쌓아 올린 부의 내용도 사람들이 보기에 시기질투를 일으키기 충분하지. 가끔 나도 질투 날 정도니까 말이야.”
제조업이 아닌 금융으로 일궈낸 부가 문제였다.
주식 투자로 수조를 손에 쥐었다고 한다면 일단 기분 나쁠 건 자명했다.
사촌이 땅을 산 것 이상의 질투를 불러올 것이다.
“송구합니다.”
“송구한 게 문제가 아니라 어느 순간 자네 정보가 밖으로 새는 날이 올 거야. 그때는 어떻게 할 텐가? 미국 시민이 되면 간단한 문제지만……. 자네 성향으로 보아 그러지 않을 것 같고……. 언론이 뿌리고 국민들이 아우성치면 정치권이 목을 칠 거야. 정치자금으로 수천억을 뿌린 나도 당했는데 자네가 무사할 것 같은가?”
나에 대한 걱정은 진심이었다.
나름 대비하고 살았지만 나 역시 두려운 부분이었다.
대한민국은 여론에 약했다.
한 번 타오를 때 화끈한 국민성에 약간의 기름과 불씨를 보태면 충분히 난 역적이 될 수 있었다.
조국일보를 함부로 손대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주주 소유 관계가 명확해서 파고들 틈이 없었다.
정권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조국 일보는 언제나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이 됐다.
그들이 나를 흔들면 장담 못 했다.
다음 대 대통령도 그들 손에 감옥에 갇힌다.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당분간 전쟁을 그만두게. 돈과 힘이 넘쳐도 나이가 주는 연륜과 경험을 무시하지는 못하는 법이야. 좀 더 성숙해질 때까지 자중해.”
“그 말씀은…….”
“흔적을 지워야지. 시간 세탁이라고 해두면 좋겠네. 장 대표는 너무 어려. 그게 최고 약점이야.”
가슴에 확 와 닿는 조언이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엄청난 부를 움켜쥐어도 한국에서는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건방지다는 말을 듣는다.
유교적 사상이 무의식적으로 세대를 거듭하며 전염되어 있었다.
IT 시대에서는 세계적 거물들이 약관의 나이에 명성을 떨쳤지만 그건 정치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성공이었다.
그 점을 명확하게 임성철 회장이 짚고 있었다.
“내 아들도 마찬가지야. 황태자 소리를 듣지만 이십 대에는 철저하게 감췄네. 서른이 넘어서야 제대로 된 직급을 줬어. 그런데 장 대표는 황태자보다 가진 게 많아. 과연 누가 막아줄 수 있을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똑똑하니까 잘 알아들었을 것이라 믿네. 그리고……. 장 대표가 모르는 엄청난 집단이 대한민국을 주무르고 있어. 그들의 눈 밖에 나는 순간 편하게 살 수가 없네.”
덮어두고 일송회를 언급하고 있는 임성철 회장.
대웅 도운중 회장도 나를 불러 특별히 경계를 당부했었다.
오정의 대단한 회장님도 은연중에 그들을 두려워하는 빛을 보였다.
일송회가 오정보다 파워가 세다는 의미였다.
“나야 적당히 돈도 주고 서로 영역을 터치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 대표는 달라. 그들과 노선이 어긋나고 있어. 지금이야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계속 그렇게 발톱을 드러내 보이면…… 뒤통수를 맞아.”
“알고 계셨습니까?”
“……나도 최근에 알았네.”
여러 가지 사건으로 나와 일송회 관계를 유추해 낸 게 분명했다.
“누구라고 특정하지 말게……. 그들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 속에 깊이 침투해 있어. 본인들은 모르지만 하수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천지야. 우두머리를 모르는 점조직 같다고나 할까? 그들 모두를 골라낼 수는 없어.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특히 자신을 중도라고 말하는 자들을 조심하게. 선과 악의 중간에 사는 이들은 언제나 위험한 배신자들이 될 수 있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었다.
중도인을 표방하는 이들은 표리부동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이 위험한 배신자들이 될 수 있다고 확언하고 있었다.
“선과 악에 선 자들보다 더 계산이 정확한 자들이 바로 중도인이네. 이익을 위해서는 선과 악을 줄타기하는 신념 없는 인간들이지. 그들로 인해 인간관계가 꼬이고 사업에 해악이 미치는 법이야. 신념 없는 이들만큼 위험한 자들은 세상에 없네.”
깊은 삶의 철학이 묻어 있는 발언이었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가르침은 무슨…….”
말하는 바를 겸허히 받아들이자 임성철 회장이 빙긋 웃었다.
한 번 더 회귀해서 살고 있지만 임성철 회장만큼 긴 인생을 살지 못했다.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이었다.
“공짜는 아니야.”
“네?”
“윤아 잘 부탁하네. 내가 없더라도……. 잘 챙겨줘. 불쌍한 아이야. 다른 집 같으면 막내딸로 사랑받고 자랐겠지만 우리집안에서는 한 명의 경쟁자일 뿐이지. 빼앗기면 배고프다는 걸 알기에 서로를 사랑할 수 없어. 그게 초원에 사는 사자 가문의 생존 법칙이야. 가족이라도 능력이 떨어지면 도태 돼야지.”
냉혹한 세상에서 그룹을 경영하는 가문의 법칙이었다.
“윤아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독수공방은 못써. 사랑받고 있다는 걸 잊지 않게 해주게.”
나에 관해 전반적으로 다 알고 있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마워.”
“아닙니다. 제가 더 고맙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우리 만남도 자제해야 할 것 같네. 자네를 보는 시선이 너무 많아. 괜히 나를 만나 더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고.”
“알겠습니다.”
임성철 회장도 두려워하는 보이지 않는 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염치없지만 하나 더 부탁함세.”
“오늘 술값이 비싼가 봅니다.”
“오정의 회장 임성철과의 저녁 술 자리가 싸지는 않지.”
오늘따라 더 많이 웃어주는 임성철 회장.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지금이 진짜 부탁일 것이다.
“말씀하십시오.”
“나중에 말이야……. 장 대표가 먹을 게 넘치면…… 우리 오정을 잊어버리지 말게.”
“네?”
“그런 생각이 요즘 들어. 뭔지 몰라도 장 대표……. 좋은 거 많이 챙겨 먹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 양반 뭔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묘하게 웃는 모습이 사람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했다.
“왜 너무 큰 부탁인가?”
넘치는 부와 기술을 보유한 오정의 회장이 나에게 부탁을 했다.
내가 추진하는 사업에 관해 뭐라도 눈치챈 것처럼.
“……생각해 보겠습니다.”
큰 부탁 맞다.
여기서 확답을 한다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신들이 계약을 지켜볼 것이다.
카르마 포인트 법칙을 익히 잘 알기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도와주게. 장 대표.”
술병을 들고 잔을 채우며 한 번 더 부탁한다고 말하는 임성철 회장.
– 재신이 당신에게 카르마 포인트를 쐈습니다.
‘재신!!!’
임 씨 집안 조상이 확실한 재신으로 나섰다.
임윤아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이번 설에도 큰 선물을 보냈다고 말했던 임성철 회장.
“힘써 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여 최대한의 긍정적인 약조를 했다.
“하하하하하. 임성철이 하늘의 도움으로 큰 복을 받는 것 같네. 고마우이……. 장 서방.”
“네???”
# 484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