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67
568장. 악마의 새끼들 (1)
“유 계장님, 잘 지내시죠”
– 경위님 덕분에 별 탈 없이 지냅니다.
“바쁘시더라도 조만간 시간 좀 내주십시오. 좋은 곳에 가서 술 한잔하시죠.”
– 그럴까요 토요일에 시간이 비긴 하는데…….
“아이고! 그럼 제가 모시겠습니다. 골프 한판 때리고 몸보신 좀 하시죠.”
– 좋긴 하던데……. 비용이…….
“그런 잡스런 사항은 저에게 맡기시고 사뿐히 몸만 오십시오.
– 우리 천 경위님 확실해서 마음에 들어요. 그건 그렇고 부탁할 일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구 검사님요”
– 우리끼리 솔직히 말합시다. 조직에서 찍힌 년한테 검사라뇨. 독하게 버티지만 대한민국 검찰 조직 아무 곳도 반겨줄 곳 없습니다.
“뭐……. 성격이 지랄 같기는 하죠.”
– 오늘 검사직무대리랑 부산으로 출장 갔습니다.
“출장요”
천준규는 레이더를 바짝 세웠다.
구서현 검사실 담당 계장과 끈을 만들었다.
교에서 부탁을 받은 일인 만큼 소홀함이 없었다.
– 부검 때문에 간 것 같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여자 익사체 부검일이 오늘입니다.
“그래요”
대답을 하면서도 천준규는 인상을 팍팍 썼다.
일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꼬여가는 것이 느꼈다.
– 부장님도 빨리 종결하라고 난리인데 걱정입니다. 괜히 저러다 지청 시끄럽게 만들 것 같아서 말입니다.
“도대체 여자들이 왜 검사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판사나 변호사를 하던가……. 이 싸나이들의 세계에 들어와서 분 냄새나 풍기고 일도 제대로 못하고 말입니다.”
– 흐흐. 내 말이 그 말입니다.
“오늘 귀한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별것도 아닌데요. 그럼 토요일에 보는 걸로 하죠.
“들어가십시오~. 충성~!”
통화가 끝났다.
“아오 X발. 오늘은 부산까지 가야겠네. 자살로 처리하면 될 일을 왜 들쑤시고 지랄이야 성격 같아서는 썅!”
쌍욕을 내리 퍼붓는 천준규.
“찝찝해……. 괜히 이러다 사건 커지는 거 아냐”
용돈까지 두둑하게 받은 마당에 일처리를 대충 할 수도 없었다.
띠띠디.
스마트폰에 빠르게 번호를 눌렀다.
– 행님~ 오랜만입니더~.
느글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최 전무. 저번에 내가 부탁한 거 있지.”
– 마. 검새 확 담그는 거 말씀입니꺼
“그래. 그거 좀 부탁한다.”
– 우리 행님 어지간히 급한 것 같소~. 원래 우리 조직은 공무원 안 담그는데 과거 의리도 있으니칸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더~. 흐흐흐.
“웬만하면 죽이지 말고 사지 정도 못 쓰게 만들어.”
– 그기 더 어려운 일인지라. 사시미는 눈깔이 없어가꼬…….
“그래서 부탁하잖아.”
– 알았슴더. 그럼 퀵 싸비스처럼 마무리하겠심더.
“최 전무만 믿어.”
– 행님! 우리 업자아입니꺼~. 확 믿어뿌이소.
“고마워. 최 전무.”
– 남도 아이고 서로 돕고 살아야지 않겄습니까~. 그럼 쬐매 기다리이소.
띠릭.
필요한 통화는 끝났다.
“찰거머리 같은 X……. 이번 기회에 좀 푹 쉬어라. 흐흐흐.”
음흉하게 웃는 천준규.
통화를 끝내고 그도 빠르게 차를 몰아 부산으로 향했다.
“이번 사건 넌 빠져…….”
“왜요”
“느낌이 안 좋아. 단시간에 끝날 것 같지도 않고, 이번 사건은 검사직무대리 수준을 한참 넘었어.”
“싫습니다.”
“장태산! 말 들어! 이거 너 같은 연수생이 건들 사건이 아니란 말이야!”
부검을 끝내고 손을 씻고 난 뒤 구서현은 장태산을 조용한 휴게실로 끌고 왔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마약에 의한 타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그 뒤에는 하늘승리교가 버티고 있다.
검사인 자신에게 벅찬 수준의 사건인데 일개 연수생이 감당할 범위가 아니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이런 상황에 장태산은 빠지지 않겠다고 버틴다.
“신민주 아버님이 제게 부탁했습니다.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달라고 말입니다. 전 한 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키는 성격입니다.”
“너 검사 아니잖아! 네가 생각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그런 사건이 아니야. 잘못하다가 진짜 죽을 수도 있어!”
“괜찮아요. 죽는 거 그거 별거 아닙니다.”
“제발 말 좀 들어. 너 조용히 여기 있다가 다음 달에 서울 가야지. 이런 썩은 물에 발 담그면 안 좋아. 나처럼 인생 배배 꼬인단 말이야!”
구서현은 장태산을 진심으로 보호해 주고 싶었다.
의로운 청년에게 똥물이 튀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한민국 사회 지도층과 상류층들의 카르텔은 엮이지 않은 곳이 없었다.
고위 정치인부터 시작해 국회, 법원, 검찰, 재계, 종교계와 의료계 등등 모든 분야에 망라되어 있었다.
그런 거대 집단과 등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구서현이 알고 있는 하늘승리교는 집요한 집단이다.
능력과 돈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검사 선배들 중에 하늘승리교와 교주 신도겸을 털다가 좌천을 당하거나 가족이 해를 당한 경우가 제법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그들이 두려워 이제 선뜻 나서는 검사도 없었다.
“흐으윽! 민주야……. 민주야!!!”
꺾어진 다른 쪽 복도에서 신민주 아버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부검이 끝나고 나면 시신은 엉망이 된다.
최대한 꼼꼼하게 수습한다고 하지만 온전한 사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시신을 마주한 것 같았다.
“저 울음소리를 듣고도 그냥 있으면……. 그건 짐승들이 원하는 겁니다. 쫄리면 구 검사님이 빠지십시오.”
장태산의 목소리에서는 결연한 힘이 느껴졌다.
“아오! 이 꼴통…….”
“일단 생전의 신민주 행적부터 찾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소가 부산인데 왜 통영까지 온 겁니까 하늘승리교와 연관이 있습니까”
“……그곳에 그들 별궁이 있다.”
“별궁요”
“여기서 가까운 곳에 하늘승리교 칠성궁 중 한 곳이 있어. 메인인 하늘궁전이라는 곳 말고 전국에 이런 별궁이 일곱 개야. 여기서 중요 교리를 가르치고 선별해서 선택받은 자들만 하늘궁전으로 불러들이는 거지.”
“검사님도 하늘승리교가 수상한 거죠”
직설적인 물음.
“X발! 냄새가 구려!”
구서현은 참았던 욕을 시원하게 내깔렸다.
하늘승리교에 딸을 빼앗긴 가족들이 가끔 몰려와 자식을 찾아달라고 애원하는 일이 간간이 있어 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들 소굴로 들어갈 수 없었다.
성년들인 자신이 스스로 선택해 들어간 종교 영역이었다.
거대 종교 수련 장소는 경찰도 검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성지가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수색영장치세요.”
“미친……. 그건 지청장님도 못해.”
“그럼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어떻게 넌 검사직무대리야.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후후.”
짧게 웃음을 흘리는 장태산.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사적 복수는 안 된다. 주먹 함부로 쓰면…… 안 돼.”
공병현 교수가 장태산을 보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공을 수련한 자.
“에이~. 저 검사직무대리 장태산입니다. 항상 법대로 삽니다. 법!”
“불쌍한 우리 딸…… 민주야……. 흐으윽.”
신민주 아버지의 흐느낌은 계속 들려왔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부검도 끝났으니 검사지휘서 발부해서 장례절차 진행해야지.”
구서현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민주 아버지의 눈물이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았다.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안 뒤 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아버지.
그 모습과 한 치도 다르지 않게 오버랩 됐다.
딸을 둔 세상의 모든 아버지 심정이 저럴 것이다.
곱게 키워 듬직한 사위 녀석을 얻어 직접 손을 건네주고 싶은 마음.
그러나 신민주의 아버지에게는 그렇게 할 기회가 아주 사라져 버렸다.
“검사님, 이거 뭡니까”
그때 반갑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가요”
“왼쪽 손목 출혈과 신흥 마약에 의한 약물 중독에 의한 타살가능성이 있음 이게 뭡니까 지금 신민주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겁니까”
어느새 나타난 천준규 경위.
손에 따끈따끈한 부검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지속성이 짧은 LSD 검출은 되지 않았다.
그래도 공병현 교수는 자신의 의견을 꼼꼼히 기재해 첨부했다.
“천 경위님은 무슨 일이세요”
“제가 이 사건 담당형사입니다.”
“오 경사님 아니었나요”
“그 친구 바빠서 제가 인계 받았습니다. 왜 문제 있습니까”
천준규 경위의 말투가 몹시 삐딱했다.
보고서를 든 손에 힘이 팍 들어가 있었다.
“문제는 없어요. 그런 천 경위님은 뭐가 문제인가요”
검사 앞에서 대부분 형사들은 알아서 표정 관리를 했다.
수사지휘를 받는 입장에서 검사에게 찍혀 봐야 좋을 것도 없고 답도 없었다.
그런데 천준규의 태도는 어딘가 달랐다.
마치 호랑이 앞에서 개기는 늑대 같았다.
“검안보고서 작성할 때 피 뽑아서 약물 검사까지 다 했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요. 그리고 손목 출혈은 이동 중에 부딪쳐서 생겼을 수도 있는데 너무 빡빡한 거 아닙니까”
“뭐가 말이에요”
“자살로 처리하면 깔끔하고 얼마나 좋습니까. 그 얼마 되지도 않는 가능성 때문에 바쁜 형사들 고생하는 건 안 보이십니까”
천준규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그 일말의 가능성 때문에 사건 결과가 바뀌는 건 모르세요”
구서현 역시 지지 않았다.
여자 검사라고 처음 볼 때부터 무시했던 비리 형사.
대차게 밀어붙였다.
“하아……. 진짜 더러워서 못해 먹겠네. X도 뭘 알아야 말이 통하지.”
천준규가 고개를 돌리며 자조적인 혼잣말을 내뱉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나 들으라고 하는 말 맞죠”
구서현의 쌍심지가 치켜 올라갔다.
“혼잣말도 못합니까! 부검보고서가 개판이라 화가 나서 그랬습니다! 왜요!”
천준규는 막 나갔다.
‘X발. 지청에서도 나가리 취급 받는 핫바리 검사 따위가 어디서 지랄이야!’
구서현이 잘나갔다면 천준규도 이렇게 막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천준규는 확실한 줄이 있었고 구서현은 그마저도 없었다.
‘그래도 이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고 누가 한 줄도 모르고~. 신민주는 물귀신 됐으니까. 크크크.’
검사가 아무리 지랄을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완벽한 사건이었다.
“부검보고서는 신경 끄시고 경위님은 보고서 작성해서 바로 올리세요.”
“네네~.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천준규는 느글거리게 대답했다.
“태산아 가자.”
“넵! 검사님.”
휭하니 찬바람을 날리며 구서현이 먼저 돌아서 나갔다.
그러나 대답과 달리 곧바로 그 뒤를 따르지 않는 장태산.
“천 경위님.”
대신 천준규를 조용히 불렀다.
“왜 그러쇼.”
“혹시 돈 받았어요”
“뭐, 뭐라고!”
‘이 자식 뭐야 뭐 알고 있는 거야’
갑자기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씨익 웃는 장태산의 날카로운 물음.
“반말은 하지 마세요. 검사직무대리도 준검사잖아요.”
“……하아. 미치겠네. 이제 별 거지같은 것들까지 어깨에 힘주고 다녀.”
천준규는 결코 본성을 숨기지 않았다.
검사직무대리라지만 앞으로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인물이었다.
통영까지 밀려난 사법연수생 검찰 실무수습생들 중에 잘나가는 이들을 못 봤다.
옆에 지도검사도 없었다.
이빨을 드러내는 천준규.
“내 말이……. 별 거지 같은 비리 형사 새끼까지 똥냄새 겁나게 풍기네.”
“야! 너 말 다 했어!”
천준규의 눈알이 빡 돌았다.
비리에 직접 연루되었어도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비리 형사라는 말이었다.
“아니.”
천준규 형사의 살기에도 꿈쩍하지 않는 장태산.
“뭔지 모르지만…… 조심해라. 나한테 잘못 걸리면……. 너 물귀신 된다.”
피식 비웃음을 흘리며 천준규 형사를 겁박하는 겁 없는 검사직무대리.
“!!!”
그 순간 천준규는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뚫어져라 자신을 쳐다보는 검사직무대리 장태산의 눈빛.
형사질하는 동안 저런 눈빛을 몇 번 봤었다.
사람을 짐승 죽이듯 죽여 온 살인자들의 눈빛이 그랬다.
인간이지만 결코 인간적이지 않은 자들만 내비치는 서늘함이 담겨 있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어쩌면 농담이나 협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장! 뭐하는 거야!”
그때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구서현 검사의 목소리.
“네! 갑니다!!!”
장태산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검사직무대리처럼 힘차게 답했다.
탁탁.
그 와중에도 천준규의 어깨를 가볍게 손으로 털어냈다.
“뭔 놈의 왕비듬이 이렇게 많아 눈처럼 쌓였네. 똥 냄새 난다. 좀 씻고 다녀라…….”
저벅저벅.
천준규를 대놓고 무시하며 장태산은 구서현의 뒤를 쫓아 걸음을 옮겼다.
으드득.
장태산의 돌아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가는 천준규 경위.
두 발이 바닥에 딱 붙은 것 같았다.
‘너……. 반드시 모가지 딴다! 이 개새끼!!!’
손에 들린 부검보고서가 와락 구겨졌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