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78
579장. 오늘도 망삘
“만났니?”
“오늘 번호 땄습니다.”
“평소 때보다 시간이 걸렸네.”
“FOB 회사 깐깐한 거 누님도 아시잖아요.”
“난 사론 실력이 녹슨 줄 알았지 뭐야~.”
“작업 한두 번 하나요. 이제부터 쭉쭉 고속도로입니다.”
“기대할게.”
“나도 기대해도 되지?”
“대표님, 저만 믿으십시오!”
“오빠도 관심 있었어?”
“MTS 황 대표가 많이 건방져. 요즘 업계 1위 되겠다고 위아래도 없이 눈이 아주 혈안이 됐다.”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세 손가락에 드는 KM.
대표실에서 세 명의 남녀가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KM소속 대표 여배우인 오수연과 원탑 멤버 사론.
그리고 대표 백형조.
항상 유색 안경을 끼고 다니며 눈을 가렸다.
그의 눈동자를 본 사람은 측근들밖에 없을 정도다.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뒤 지방에서 상경해 무명의 백댄서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백형조.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는 백댄서 활동을 얼마간 하다 돌연 그 바닥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어느 날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되어 나타났다.
짧은 시간 업계 탑에 든 배경을 두고 뒤에 엄청난 백이 존재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자금력으로 유명 배우들과 가수들을 키워냈다.
특이한 점은 나이든 배우와는 함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걸그룹이나 보이그룹,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배우들이 주였다.
백형조는 특히 스타가 될 만한 재목을 알아보는 눈이 뛰어났다.
KM은 거칠 것 없이 승승장구했다.
무서운 기획력을 앞세운 덕에 실력 있는 소속 아이돌과 배우들에 대해서는 방송사 섭외 1순위가 됐다.
스타 육성 시스템도 독보적이었다.
재능을 가장 높게 평가했고 나머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도덕성이나 인성은 개인의 경향들이라는 점에서 관여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 때문에 KM 소속 연예인들을 두고 함께 작업해 본 방송 관계자들은 오만하다는 평을 많이 했다.
하지만 워낙 실력이 뛰어났고 회사 차원에서 언론을 상대로 발을 잘 맞춰주어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럼 더더욱…… 손 봐줘야겠네요.”
사론의 눈빛이 악마의 눈알처럼 청록색으로 빛났다.
칼라 렌즈를 착용하는 그는 주로 어두운 계열을 선호했다.
“손만 봐줄 건 아니지?”
오수연이 은근한 눈빛으로 피식 웃으며 말을 건넸다.
사론은 대중에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갖고 있었다.
다른 평판이 좋지 않은 연예인들보다 더 타락한 놈이라는 걸 오수연은 너무 알고 있었다.
아니 원탑 멤버 모두가 그랬다.
순진한 시골 총각 같은 외모의 우주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변태 기질의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인 걸 대중들은 전혀 몰랐다.
그들 멤버 중에서 갑은 여기 있는 사론.
연예인들 중의 연예인이라 불리는 사론은 취향부터 독특했다.
이 바닥에서 한 번이라도 남자를 사귀어 본 경험이 있는 여성은 건드리지 않았다.
순진한 연예계 초년생들을 공략해 접근했고 농락했다.
하지만 이 역시 소문만 무성하게 떠들썩했지 밖으로 밝혀진 사실은 없었다.
알려지지 않은 특이한 능력을 소유했다는 등의 신비주의 적인 얘기만 여전히 떠돌고 있다.
“아시잖아요. 전 누님만 사랑합니다.”
KM의 엄청난 돈줄 역할을 하는 원탑이었기에 대표 앞에서도 별다른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말했다.
사론은 어릴 때부터 오수연의 팬이었다.
그래서 틈만 보이면 기회를 노렸지만 오수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연예계 밑바닥부터 경험해 온 오수연은 애송이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대놓고 무시는 못 했다.
전문수의 부탁으로 사론을 이용했다.
세 사람은 KM의 대주주로 한 배를 타고 있었다.
KM의 주식시장 상장 전의 초기 주식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방심하지 마라. 나도 몇 번 노려봤지만 MTS 황 대표 만만하지가 않아.”
백형조가 입맛을 다셨다.
백형조는 실력파 가수 그룹 육성가이면서 동시에 야망가였다.
싹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밟아주는 게 취미일 정도다.
“걱정 마십시오. 대표님……. FOB 리더만 손대 놓으면 그룹은 금방 해체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제 전문입니다.”
과거부터 걸그룹 유망주들을 농락해 몇 차례 그룹을 해체시킨 전과가 있는 그룹 원탑.
그들 멤버들과 엮인 순진한 연예계 초년생 여자들은 대부분 연예계를 떠났다.
“기대해 볼게.”
“공짜 아닌 거 아시죠?”
타오를 듯한 눈빛으로 오수연을 바라보는 사론.
그런 사론을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오수연.
“하는 거 봐서…… 술 한잔 살게.”
연예계에서 술 한잔의 의미는 말과 달리 다양하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의미였다.
그 말에 사론이 음흉하게 웃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데뷔하는 파스칼 로즈. 얘들 어떨 것 같아?”
방관자이자 주선자인 백형조는 두 사람 간에 오가는 불꽃 신호를 못 본 척했다.
보이 그룹의 진짜 속을 모르는 순수한 팬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환상 속에서 살았다.
현실을 알게 된다면 연예계 상당수 그룹은 파국을 맞이할 것.
그런 일을 막는 게 대표 백형조의 임무였다.
그에게 이런 쓰레기 같은 우상이 필요한 이유는 오직 돈과 명예 때문이었다.
이 바닥의 최상층에 서기 위해 백형조는 이들의 도덕성 따위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 역시 이 업계에 발을 들인 순간 영혼을 팔았다.
소속 연예인들의 사생활 정도는 직접적 피해만 없다는 1도 중요치 않았다.
***
“저분들이 부모님이세요?”
“……아마도요.”
“그런데 옆에 있는 분들은…….”
팔미호 공수진이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오늘은 장씨 집안에 경사스런 날이다.
가문 최초로 변호사를 배출했다.
겨울철 휴경기라 아버지까지 오셨다.
물론 엄마와 방학 중인 쌍둥이도 오빠의 수료식을 기념하기 위해 시간을 냈다.
문제는.
“연지가 왜 온 거죠?”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수진 씨 친구잖아요.”
“연락 안 했는데…….”
고연지가 가족들과 살짝 떨어져 서 있었다.
그것도 투피스 정장에 외투를 걸치고 조신한 며느리나 되는 것처럼.
그래, 고연지도 나와 공수진의 친구니까 수료식에 찾아올 수 있다.
과거와 달리 고연지는 졸업 후 자신의 아버지 회사에 입사했다.
딸들은 그룹 일에 참여시키지 않는 엘자 그룹의 전통이 깨진 셈이다.
고자룡 회장이 모종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저 둘은 동생인 쌍둥이 맞죠?”
“네.”
“……미모가 기를 죽이네요. 이런 패배감 처음 맛봐요.”
쌍둥이들의 모습은 과거생과 많이 달랐다.
서 있는 모습 자체에서 아우라가 무한히 퍼져 나왔다.
생활에 여유가 넘치고 잘 먹고 마음이 편해지자 자연스럽게 기품 있는 분위기가 생성됐다.
엄마의 미모 유전자 효과가 찬란하게 꽃을 피웠다.
어느새 두 살 터울의 쌍둥이들도 올해 4학년이었다.
본격적인 의대생 생활이 시작된 주희는 햇빛을 제대로 못 봐 뱀파이어 피부 미녀가 됐다.
창백한 피부가 잘 어울리는 시니컬한 분위기.
청바지에 패딩 하나 대충 걸쳤음에도 패션을 선도하는 아이콘 같았다.
미대 4학년이 된 주아도 만만치 않았다.
미술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진 졸업반 주아는 베이지색 롱코트를 입고 자기만의 향기를 풍겼다.
감정이 메마른 것 같으면서도 우수에 젖은 눈빛은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팔미호가 풍겨내는 분위기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였다.
알게 모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 생과 다르게 가족들은 로열패밀리가 되어 있었다.
부모님도 건강해 보였다.
가끔 성수를 물에 타 두 분에게 대접했다.
잔병치레는 전혀 없었고 노화도 진행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회춘을 거듭하고 있는 듯 두 분 사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런데…… 부모님 옆에 딱 붙어 있는 저 여인은……. 누구죠?”
공수진의 시전이 정확히 한 여자에게 꽂혔다.
“형수님입니까?”
머리가 좋아지면서 눈치도 빨라진 덕수가 형수님이 아니냐고 물어왔다.
유세라 팀장과 도도희 씨는 오지 않았는데.
부모님을 독차지한 그녀.
뒤로 경호원들 몇 명이 보였다.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은 그녀의 얼굴.
당연히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신문기자들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신분은 이곳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었다.
“오빠아아아아!”
그때 주희가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형님 가시죠.”
덕수가 주희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가족들에게 가자고 끌었다.
“나도 가도 되지?”
“엄마 안 왔어?”
“한 달짜리 유럽 여행 가셨어. 오늘 도착해야 하는데 유럽에 눈이 많이 와서 비행기가 연착이래.”
불쌍한 표정을 짓는 공수진.
아무래도 오늘도 망삘이 온다.
그래 너도 가자!
“우리 친구잖아. 가자.”
“그것보다 더 가까운 스폰 사이 아닌가?”
배시시 음흉한 미소를 띠며 웃는 팔미호.
“저기 보이는 여자 있지.”
“응. 귀엽기는 한데 나보다 미모가 좀 떨어지는 여자 말이야.”
그 와중에도 은근히 자존심을 세우는 공수진.
“조심해라.”
“왜?”
“우리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왕초어르신 막내딸이야.”
“왕초?……. 설마!”
눈치 하나는 기가 막혔다.
“맞아. 네가 생각하는 거기.”
“…….”
공수진이 걸음을 멈추고 얼어붙었다.
“알았으면 괜히 맞짱 뜨지 마라. 그 알량한 검사 자리 내일 아침에 날아갈 수도 있다.”
발이 바닥에 붙은 공수진을 뒤에 놓고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미국에서 날아왔다.
대한민국에서 그녀에게는 누구도 명함 내밀면 안 됐다.
오정의 막내딸 임윤아.
나를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
‘임윤아야……. 오정의 임윤아.’
고연지는 임윤아를 보고 크게 놀랐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라던 오정의 막내딸.
언론뿐만 아니라 사교계에도 전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 임윤아가 장태산 연수원 수료식에 나타났다.
그것도 장태산 부모님과 이미 친분이 있어 보였다.
고연지는 낄 수 없을 만큼 장태산의 가족들과 가까워 보이는 임윤아.
장태산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있다.
쌍둥이 여동생들뿐만 아니라 누구 하나 어색하지 않는다.
10여 명의 경호원들이 임윤아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경호팀은 두 그룹.
스타일이 달랐다.
장태산 가족을 신경 쓰는 경호팀과 임윤아만을 주시하고 있는 경호원들.
그 분위기와 달리 홀로 찾아온 고연지는 괜히 기가 죽었다.
그녀를 위해 따라와 준 경호원은 없었다.
과거 한때는 오정과 어개를 나란히 했던 엘자 그룹이었다.
하지만 반도체로 확실히 서열이 갈렸다.
그 와중에 엘자는 CS 그룹과 계열사도 분리했다.
가진 힘이 예전만 못했다.
재계 그룹 순위가 자녀들의 서열로 직결됐다.
“휴우.”
고연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아침에서야 장태산이 연수원 수료를 하는 걸 알았다.
아버지 고자룡 회장의 명으로 장태산에게 줄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다.
나름 최선을 다해 멋을 냈다.
하지만 그의 여동생부터 시작해 장태산 주변 여인들에게 한참 밀렸다.
“날도 추운데 기다리고 계셨어요?”
“아들……. 오늘 더 멋있는 거 같아.”
장태산 어머니가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아들을 봤다.
“오빠. 진짜 옷이 날개다.”
“오늘 오빠 쬐금 더 멋있네~.”
고연지 집안과 달리 우애가 좋은 쌍둥이들은 오빠에게 거침없이 친밀감을 표현했다.
“아버님……. 어머님. 감사합니다.”
농구 선수처럼 덩치가 큰 남자가 장태산 부모님께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옷에 배지를 단 걸로 보아 사법연수원생이 맞았다.
“덕수 고생했다.”
장태산 아버지가 그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덕수 오빠 축하해. 여기 꽃다발~.”
“난 내가 꽃다발~.”
쌍둥이 여동생들과도 한 가족처럼 격의 없이 인사를 나눴다.
‘부럽다.’
고연지는 화목한 그들 모습에 다시 한 번 마음 씁쓸했다.
따듯한 말들을 주고받는 모습이 부러웠다.
고연지가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하자 오빠가 눈에 띄게 견제하기 시작했다.
재벌가의 지분은 형제간에도 피를 부르는 법.
화목경영이 화두인 엘자 그룹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었다.
“태산 씨. 축하해요.”
오정 회장이 눈에 넣어도 아파하지 않는다는 막내딸 임윤아가 활짝 웃으며 장태산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고마워요. 윤아 씨.”
그지없이 다정하게 웃는 장태산.
부러움이 샘물처럼 치밀어 올라왔다.
“여기서 웬 청승?”
“수진아…….”
“천하의 고연지가 밀렸네. 쯧.”
곁으로 다가온 공수진이 혀를 찼다.
“그런 거 아니거든!”
“됐어.”
계산이 언제나 정확한 공수진이 말을 잘랐다.
“치이!”
고등학교 때 버릇이 튀어나왔다.
“가자.”
“어딜?”
“인사하러.”
“지금?”
“멍청하게 이렇게 기다리고 있음 너한테 기회가 올 것 같아?”
“…….”
고연지를 한차례 구박하고 장태산에게 다가가는 공수진.
“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세요. 태산 씨 연수원 동기 공수진이라고 합니다. 중앙지검 검사로 발령 난 초임 검사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활짝 웃는 얼굴로 특기인 내숭을 떨며 자신이 검사라는 걸 어필했다.
“와아! 검사면 우리 오빠보다 공부를 더 잘한 거네요?”
“그럼~. 태산 씨 놀러다닐 때 난 도서관에서 살았지.”
“그렇죠? 우리 오빠 공부 못해서 검사 못된 거죠?”
“우아아아! 오빠 우리한테 거짓말 한 거야? 언제는 실력은 되는데 공무원 체질이 아니라더니!”
쌍둥이들이 공수진이 한 말에 발끈했다.
“공수진 씨!!!”
“반가워요. 우리 태산이 옆에서 잘 도와줘요.”
“하하. 검사라면 우리나라의 최고 공무원 중 하나 아닙니까. 우리 아들 죄가 넘쳐도 한두 번은 용서해 주십시오.”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눈치껏 처리하겠습니다!”
씩씩하게 대답하며 공수진은 자연스럽게 장태산 가족들과 합류했다.
‘나도 할 수 있어!’
공수진보다 인연이 더 빨랐던 고연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용기를 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막 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네. 이번에 중앙지방법원에 판사로 발령이 나 찾아뵙지를 못했어요. 앞으로 종종 인사 올리겠습니다.”
“오! 예린이는 판사가 된 거야?”
“네~. 아버님.”
“와아! 언니도 그럼 우리 오빠보다 공부를 더 잘한 거야?”
“당연하지~ 태산이 여기저기 놀러다닐 때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어.”
“예린 선배! 내가 언제…….”
“오빠! 빼박 증거 둘!”
“어쩐지 오빠만 꼬박꼬박 휴가 챙길 때 알아봤지. 우리 보고는 공부가 밥 먹여준다고 하더니 자기는 놀러 다녀? 그러고도 양심에 안 찔리나~.”
쌍둥이 여동생들이 장태산을 몰아붙였다.
“…….”
대답을 못하고 억울한 표정을 짓는 장태산.
“호호호호호호호.”
“키키키키.”
장태산을 둘러싼 모두에게서 따뜻한 웃음이 터졌다.
‘그래……. 내가 여기 왜…….’
아버지의 명령이 아니었어도 한번 와보고 싶었다.
장태산과 함께 강의 시간에 낭송했던 상사화의 추억.
아직 고연지 가슴에 핀 상사화의 그 붉은 꽃은 지지 않은 상태였다.
스윽 몸을 돌리는 고연지.
아쉬움의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연지 씨. 저녁은 순댓국 먹을 건데 같이 안 가요?”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온 따뜻한 목소리.
고연지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붉은 꽃잎 같은 미소를 베어 물었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