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1
60장. 밝혀지는 외가의 비밀
“사모펀드를 설립해 달라고?”
“네. 변호사님. 적대적 M&A 가능한 사모펀드가 필요합니다.”
“흐음……, 장 대표, 사모펀드가 뭔지는 알고 말하는 거냐?”
“Private Equity Fund를 말합니다. 공동의 목적을 가진 특정 개인과 기관이 자금을 따로 모아 특정한 목적을 위해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합니다. 투자신탁업법상에는 100인 미만, 증권투자업법상 50인 미만 비공식적 투자자를 모집해 자산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 참여를 하여 인수 합병 뒤에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을 되파는 펀드라 알고 있습니다.”
조 변호사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뭘 그렇게 놀라시나요.
저 한때 증권맨이었습니다.
“각 1인 이상의 유한과 무한 책임사원이 필요하며, 상법상 합자회사의 형태를 띱니다. 상근 임직원의 고용은 금지되는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전 적대적 M&A 사모펀드를 원합니다.”
“적대적 M&A 사모펀드? 진짜 회사라도 삼킬 생각이야?”
“삼키기보다는 아주 썩어빠진 기업에 전문 경영인을 도입해 제 자산을 사회 환원에 이바지할 생각입니다. 돈도 벌고 기업도 살리고 얼마나 좋습니까~.”
안아 그룹에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오동성이 한 귀로 흘렸겠지만 난 아니다.
지금 거대한 장기판의 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 대표. 도대체 너 정체가 뭐야? 정말 고등학생 맞아? 도대체 머리에 뭘 담고 사는 거야?”
조 변호사님이 고개를 저었다.
일개 고등학생이 상법 전문 변호사도 아닌데 관련 내용을 줄줄 외우는 게 믿기지 않을 거다.
형사법 전문인 조 변사님도 법전을 보고 연구해야 할 개별적 상세 법문이다.
휴가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왔다.
대천에서 망나니 똥개 쓰리 프렌드들을 물리치고 우리 가족은 고기도 구워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놈들은 쪽팔렸는지 바로 모습을 감췄다.
클라라는 알차게 휴가를 보내고 떠났다.
아버지 과수원 일도 도와주고 쌍둥이와는 가까운 냇가에 가서 고동도 잡았다.
저녁에는 수박을 먹으며 엄마와 그림도 그렸다.
단 며칠 만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그 사이 얼마나 기름칠을 했는지 우리 가족은 클라라가 떠난다고 하자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클라라도 손을 잡고 아버님 다음에 꼭 다시 봬요.
엄마 사랑해요.
쌍둥이들아 너희들은 진짜 내 동생이다라며 꼭 껴안아줬다.
우리 집이 정에 약했다.
클라라가 떠날 때 다들 눈물을 보였다.
그렇게 클라라를 보내고 난 뒤 사무실로 복귀했다.
조 변호사님을 호출했다.
“장 대표, 사모펀드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왜요?”
“외국 자본이 아닌 국내 자본으로 활동하려면 제약이 많이 따라. IMF 당시 먹튀로 유명한 란스타도 사모펀드였다.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일단 국민들이 도둑놈들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거든. 자칫 여론이 안 좋으면 정치권이 그걸 이용하게 돼.”
나도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블랙스톤, 칼라일,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클버그크레비스로버츠 등이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을 정도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2007년도에 블랙스톤은 기업공개를 통해 880억 달러를 유치했다.
미국 정치권에 대한 인맥도 장난이 아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인들이 각각의 사모펀드 멤버다.
투자 배당수익률이 평균 10프로 이상이다.
JP 모건이나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들과도 경쟁 상태다.
하지만 국내 사모펀드는 이제 태동기다.
조 변호사님이 조심하라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금융 환경이 작고 정치권에 의해 자칫 세무조사까지 맞을 수 있다.
그래서 국내 사모펀드는 맛보기용이다.
전문 펀드매니저를 앞세울 것이다.
교묘하게 설립하고 암중에서 관리할 생각이다.
전면에 내가 나선다면 정치인들이 이용하려 잔머리 굴릴 게 뻔했다.
언론과 여론을 등에 업고 협박질 당할 건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형식적으로 필요했다.
내 진짜 사모펀드는 해외에서 결성된다.
이건 미끼 상품이다.
안아 그룹에게 줄 큰 선물을 위한 포장이다.
“소소하게 투자할 생각입니다.”
“초기 투자자금은 얼마를 생각하는데?”
“1,000억요. 흐음 좀 적나요? 한 2,000억 넣을까요?”
“……, 소소하게 1,000억? 넌 그 돈이 얼마나 대단한 금액인지 모르냐? 난 법인 통장 잔고를 보고 며칠 잠도 못 잤다. 개인이 그런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조 변호사님은 그 돈이 푼돈이라는 걸 몰랐다.
지금도 하룻밤 수익이 수백억에서 수천억씩 터졌다.
예상대로 캐나다 미국 달러 환율은 환상이다.
“에이, 왜 그러세요. 제가 자가용 비행기 타고 다니실 거라고 했잖아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저 배신하지만 않으시면……, 그 정도는 퇴직금으로 드리겠습니다.”
조 변호사님 눈이 튀어나오려고 했다.
1,000억이 퇴직금으로 책정되는 순간이다.
“왜 그러세요? 적어요? 대기업 넘버2 정도 되면 회장님이 다들 그 정도는 챙겨주잖습니까.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조금 더 얹어드릴 수 있습니다.”
“……끙.”
조 변사님이 변비 걸린 듯한 신음을 내뱉었다.
“조 변호사님도 싫지 않죠? 로펌을 통해 두둑하게 비용 청구하세요. 조 변호사님이 로펌에서 성장해야 제가 편합니다.”
대형 로펌을 적으로 두는 것보다는 친구로 만들어야 했다.
로펌은 합법적 로비스트 역할도 맡고 있다.
동시에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다.
법률계 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교육, 사회 전반에 걸쳐 그들의 영향력은 행사됐다.
“그래, 고맙다. 나 생각해 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뭘 말이냐?”
“변호사님 소속 로펌을 투자자문사로 선정할 생각입니다. 월 1억씩 LOR 투자 법인에서 자문료를 내겠습니다.”
“장 대표 나 때문이라면 안 해도 된다. 자문료가 말이 좋아 자문료지 그거 거저먹는 공돈이거든.”
공돈이 아니라 요긴한 돈이다.
1억은 서민에게는 목돈이지만 큰 판에서는 기본 판돈이다.
1억을 위해 로펌은 나의 보호막이 될 것이다.
“동시에 조 변호사님을 법인 전속 담당 변호사로 지정하도록 해주십시오. 그 비용으로도 월 1억씩 지불하겠습니다.”
“너무 막 쓰는 거 아니냐? 나 그렇게 유용한 변호사 아니다. 지방에서 평생 굴러먹었어. 서울 쪽에서는 전관이라고 먹어주지도 않아.”
조 변호사님의 저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거짓이 없었다.
돈은 필요하지만 그렇게까지 구걸하지도 않으셨다.
“전 조 변호사님이 있어 든든합니다.”
“잘 생각해봐. 형사 전문 변호사에 불과한 나를 어디다 쓸 거냐? M&A분야는 상법 전문 변호사나 민사 계열 변호사가 필요해. 주먹과 연계되지 않으면 난 힘 못 쓴다. 민사법원에 가면 나도 초보야.”
검사도 기업범죄나 경제파트 수사를 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 변호사님은 순수 형사파트 검사다.
“걱정 마십시오. 전 변호사님의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유 팀장님처럼 유능한 직원을 판별하실 수 있는 식견만 있으시면 됩니다~.”
“그래? 그건 내가 좀 한다. 검사질 하면서 만난 인간만 거짓말 보태서 만 명은 될 거다. 개중에서 사기꾼들은 기가 막히게 잡거든.”
내가 가지지 못한 연륜이 바로 저런 점이다.
특히 조 변호사님과 몇 번 일을 해봤지만 뒤처리가 깔끔했다.
카리스마도 아직 죽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주먹 쓸 일이 많았다.
“저번에 부탁했던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다 됐다. 뭐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런데……, 진짜 외가에 대해 모르냐?”
“네. 전혀 모릅니다.”
“장 대표 나름 잘나가는 집안 핏줄이더라.”
“잘나가는 집안요?”
“동룡 그룹이라고 아냐? 많이 들어봤지?”
“네. 알고 있습니다. 동룡시멘트와 동룡증권, 동룡매직 같은 굵직한 계열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대단한 대기업은 아니지만 짱짱한 중견 그룹은 됐다.
“그래. 그게 바로 장 대표 외가다.”
“네? 동룡 그룹이 제 외가라고요?”
“외할아버지 주영석 회장님은 20년 전에 작고하셨고, 외삼촌이 회장을 맡고 있다.”
“아…….”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부모님이 결혼하실 때쯤이다.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동룡 그룹이 외가라는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충격을 받았다.
‘가만 그렇다면 동룡증권도 외가 계열사잖아?’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녔던 직장이 바로 동룡증권이다.
그때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다.
내가 다녔던 지방대생은 거의 합격하지 못했던 곳이다.
입사 후에도 눈치가 이상했다.
어느 날 탕비실 옆 휴게실에서 내 입방아를 찢는 걸 봤다.
뿌리 튼튼한 낙하산 출신이라는 험담이었다.
그 당시에는 헛소리라 치부했지만 이제야 뭔가 그려졌다.
졸업 후에 사법고시에 번번이 낙방하던 나를 찾아왔던 어머니.
직장이라도 잡고 싶다 하소연하며 운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학교 선배가 날 찾아왔다.
‘그래 이제 보니 수상하네. 내가 특별나게 코딩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에 뛰어난 건 아니었으니까…….’
대학생들 중에서는 쓸 만했지만, 공대생에게는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런 내가 전산 특채 형식으로 입사했었다.
“어머니가……, 고생이 참 많았더구나. 자료는 이 안에 있다.”
조 변호사님이 서류 가방에서 보고서를 내밀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할 것도 없었다. 상류층에서는 소문이 파다했었다고 하더구나.”
“번번이 감사합니다.”
“돈 받고 하는 일이니까 걱정 마라. 그럼 나 먼저 간다. 장 대표가 지시한 일 처리하려면 며칠 동안은 바쁠 것 같다.”
“네. 들어가십시오.”
“너무……, 실망하지 마라. 원래 있는 사람들이 더 지독한 법이니까.”
조 변호사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가면서까지 내 걱정이었다.
그 정도로 내용이 충격적일 게 확실했다.
어떤 혈연인지 모르지만 그룹의 핏줄이 농사를 지으며 빚더미에 산다는 게 이상했다.
법정 유류분을 떠나 최소한 살아갈 수 있는 돈은 남겨 놓는 게 혈육에 대한 정이다.
그게 설사 배가 다른 핏줄이라 해도 말이다.
“판도라의 상자네.”
전 생에서는 죽을 때까지 몰랐던 사건이다.
서류를 보자 입맛이 썼다.
대충 사연이 있을 줄 알았지만 외가가 그룹이라 칭하는 존재일 줄은 몰랐다.
어머니가 외제차를 능숙하게 몰던 상황이 이해가 갔다.
아버지께 시집오기 전에 재벌 공주님으로 살았을 것이다.
파라락.
보고서는 간단했지만 명료하게 작성됐다.
“흐음…….”
그리고 난 소파에 깊숙이 앉아 내용을 읽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하아…….”
마지막 장을 닫으며 난 신음을 흘렸다.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다.
“어머니가 세 번째 부인의 딸이었네. 와아~ 우리 외할아버지 욕심도 많아~.”
다행히 외할머니가 첩은 아니다.
두 번째 부인까지 사별하고 난 뒤에 느지막한 나이에 외할아버지가 미대 대학원생이었던 외할머니를 아내로 맞았다.
외할아버지가 도둑이다.
그렇게 얻은 늦둥이 막내딸이 우리 어머니다.
뭐 내용은 막장드라마 스토리대로 흘렀다.
본처와 둘째 처 소생 자식들이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왕따 시켰다.
첩도 아닌데 첩년 소리를 들으며 당하고 살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배다른 오빠와 언니들 구박 틈에서도 밝게 컸다.
외할머니 피를 닮아 미술에 재능을 보였다.
그러다 아버지를 만나게 됐다.
당시 외할아버지가 거동도 못 하는 중병에 걸린 상태였기에 부회장이던 큰외삼촌이 결혼을 반대했다.
말로만 듣던 정략결혼의 대상으로 어머니를 낙점한 상태였다고 보고서에 기록돼 있다.
어머니는 반발하고 집을 나와 아버지를 선택했다.
외할아버지는 반 식물인간 상태에서 돌아가셨다.
죽기 전까지 막내딸을 찾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아들인 주현태가 철저하게 막았다.
어머니는 본인의 아버지를 죽고 나서야 만났다.
상이 끝나고 외할머니는 가문에서 바로 쫓겨났다.
이렇다 할 욕심을 부리지 않아 세력도 지분도 없던 상태였다.
어머니는 당시에 나를 임신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외할머니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유류분 문제로 소송을 준비했다가 벌어진 참사였다.
거지꼴로 쫓겨난 외할머니가 뒤늦게 분노하셨던 것이다.
유언장이 조작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
그 이후로 주씨 집안과 의절한 상태로 지냈다고 한다.
고결함이 남다른 어머니가 추잡한 가문 재산을 원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어머니가 갑자기 보고 싶네~.”
그런 어머니가 존경스러웠다.
악착같이 주장하면 평생 편하게 살 부는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걸 포기하고 가난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왔던 어머니다.
다시 태어나지 못했다면 알지 못했을 집안의 비사다.
띠띠띠.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들?”
“엄마~!!!”
힘차게 엄마를 불렀다.
“무슨 일 있어? 공부 힘들지 않아? 엄마가 올라갈까?”
난 서울에서 학원에 다니는 모양으로 처리된 상황이다.
어머니는 낮에 내가 전화를 걸자 놀란 것 같다.
“엄마. 내가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존경하는 거 알지?”
진심을 담아 내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뭐야~ 또 사고 쳤어? 설마 클라라 말고 다른 여자 친구 만들었어?”
헐!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도 어머니께 믿음을 제대로 못 보여드렸군요.
“에이 아니에요. 그리고 클라라와는 아직 확정된 사이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께 김칫국 먼저 드시지 말라고 전해 주십시오.”
“실망하실 거다~. 호호호~.”
어머니가 유쾌하게 웃으셨다.
“엄마.”
“응~ 아들~.”
“아들이 모든 걸 찾아주겠습니다.”
“뭘?”
“그런 게 있어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유를 밝히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당했던 서러움……,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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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