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72
673장. 아마존의 눈물.(8)
퍼버버버벙.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
타다다당 타다다다다다다다.
“크아아아아아악!”
리오 마을 전방 1km 거리에서 들려오는 폭음과 화염과 비명.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아론은 무슨 상황인지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공격자 놈들은 예상대로 휴대용 대공 미사일까지 장착하고 있었다.
근처에서 정찰 중이던 회사 소유 헬기가 미사일 공격에 당했다.
당장 출동해 총을 갈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장갑차까지 접근해 오고 있다는 보고.
마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곽 쪽으로 방어벽을 형성했다.
이건 경호 수준이 아니라 실재 전투였다.
타이스 소속 경호원들도 잔뜩 긴장해 있는 상황.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터진 폭발음들과 비명.
화르르르르르르르.
폭발로 일어난 불기둥이 얼마나 컸는지 주변이 다 환해질 정도였다.
“…….”
난무하던 비명 소리는 어느새 잦아들었다.
폭발음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다만 밀림을 환하게 밝히는 불길만이 여전히 모두의 시선을 잡고 있었다.
“끝난 건가요?”
성당 지붕 위에 같이 서 있던 김한별이 아론에게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비명은 끝났는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성궤로 임명된 다니엘의 돌발 행동은 막을 수 없었다.
그는 홀로 밀림으로 들어갔다.
마치 스스로 전사라도 되는 것처럼 차려입고 행동했다.
그리고 잠시 뒤 벌어진 사건.
‘홍콩에서도 그랬지. 뒤를 쫒던 중국 1급 요원들이 가차 없이 죽임을 당했지.’
동양의 비밀스러운 무술을 마스터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요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홍콩에서 다니엘에게 당했다.
그 이후 다니엘의 행적을 좇을 수는 없었지만 아론은 그때 다니엘의 능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보스가 적들을 섬멸했을 겁니다.”
김한별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서 말입니까?”
“아마도 그럴 거예요.”
“믿을 수 없습니다. 상대는 무장한 병사들입니다? 전문가들이죠. 무기도 소지하지 않은 채 불가능합니다. 아이언 맨도 아니고.”
아론은 강하게 부정했다.
쇄애애애애애애애애앳.
그때 예민한 청각에 잡히는 비행기 소리.
“슈퍼호넷!”
특수요원들을 상대로 하는 훈련 중에는 엔진 소리로 접근해 오는 비행기를 식별해 내는 교육도 수반된다.
아론은 편대 비행으로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슈퍼호넷 엔진 소리를 정확하게 들었다.
미국 항공모함의 주력 전투기.
브라질은 보유할 수 없는 미국 전투기다.
스스스스스스슷.
뿐만 아니다.
북쪽 밀림 쪽에서 저공비행으로 나타난 헬기 세 대.
“스텔스형 블랙호크네요…….”
김한별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국정원 요원인 그녀도 소문으로만 듣던 미국의 최첨단 헬기.
빈 라덴을 제거할 때 사용했다는 그 비밀 헬기가 다가왔다.
– 무슨 일인가?
전파 차단이 해제된 듯 이스라엘 본부에서 아론에게 연락이 왔다.
“전파 차단이 해제됐다. 그리고 미확인 미국 헬기가 나타났다.”
아론이 조용히 속삭였다.
스윽.
접근해 오는 헬기를 보여주는 아론.
– 존 피어스 상원의원이 특수부대원들과 리오 마을로 이동 중이다. 미국 항모에서 발진한 호넷이 엄호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했다.
‘존 피어스니까 가능한 지원이겠군.’
브라질 정부의 협조를 얻어냈음이 확실한 미국.
150명 정도에 달하던 무장 병력을 사살해도 추궁당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절대 세상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 될 기밀 사항이 되리란 걸 아론은 직감했다.
“다니엘을 찾기 위해 수색팀을 보내야 할까요?”
“놔두세요. 보스는…… 숲에서 헤맬 신입 보이 스카우트가 아니랍니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점점 기세가 꺾이고 있는 밀림의 화염을 바라보는 아론.
돌아오지 않고 있는 다니엘의 행방이 궁금했다.
스스스스스스슷.
그사이 스텔스 헬기가 마을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브라질 영토 내에서 미국 전투기의 보호를 받으며.
***
뚜우우우 뚜우우우.
위성 전화는 신호만 계속됐다.
평소라면 바로바로 연결되었어야 맞지만 마르쿠스는 좀처럼 응답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안토니우 실바는 저택 서재 의자에 앉아 창밖을 응시했다.
보아비스타에서 리오 마을까지는 약 120km.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 시간 밀림 도로를 통한 이동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171번 도로는 비포장 도로였다.
“한참 전투 중이겠지……. 그럴 게야.”
타이스 경호회사와 격렬하게 전투 중일 것이다.
민간 기업은 사용할 수 없는 장갑차까지 동원됐다.
휴대용 대공 미사에 RPG-7 같은 대전차 무기까지 넉넉하게 보유했다.
자경단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제대로 훈련받은 정예 병사들이다.
“앞으로가 문제야. 마을 놈들이야 상관없지만 타이스 경호회사를 달래야 하는데…….”
이 정도 규모의 전투라면 소문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을 하나 사라지는 건 큰일이 아니지만 타이스 경호회사가 연루된 이상 해결이 쉽지 않았다.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커진다.
“젠장 돈 깨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군.”
정부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언론 쪽에 흘려보내야 할 자금 규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입막음을 해야 했다.
보유한 재산의 반절 정도는 눈 감고 내놔야 이번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
“존 피어슨, 그놈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성형 수술이라도 해서 잠시 밀림에 숨어야 하나……?”
안토니우 실바는 현실로 다가온 문제들에 머리가 복잡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덩치로?”
“!!!”
혼자 중얼거리던 안토니우 실바는 창가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누……구야!”
총을 소유한 사설 경호원들과 최첨단 경호 시설이 존재하는 저택이었다.
그런 저택에 기척도 없이 침입해 들어온 낯선 사내.
‘동양인?’
특이한 옷차림이다.
원주민들에게서는 보지 못했던 단단한 가죽 갑옷을 착용한 사내다.
게다가 오지나 진배없는 이 동네에서는 마주치기 힘든 동양인이다.
“안토니우 실바. 아쉽게도 오늘 이 자리가 당신과는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되겠군.”
‘이 자식이!’
겁도 없이 자신을 죽이겠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낯선 동양인.
안토니우는 불끈 화가 치밀었다.
어느 누구도 자신 앞에서는 저런 건방진 망발을 뱉지 못했다.
자신은 보아비스타의 제왕이었다.
“누구냐니까!”
“다니엘.”
“다니엘?”
“잘 모를 거야. 쉽게 설명하면 네가 보낸 부하들을 조금 전 모두 지옥행 열차에 태워 보내고 온 아마존의 전사라고나 할까?”
“!!!”
‘거짓말! 혼자서 뭘 어떻게?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됐다고…….’
전투가 벌어졌다면 최소 몇 시간은 치열하게 대치할 수밖에 없다.
마르쿠스와 마지막 연락이 약 세 시간 전.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믿지 못하겠지만 믿어. 장갑차까지 흔적도 없이 다 불탔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안토니우 실바는 혼란스러웠다.
장갑차를 언급하는 걸 보면 상황 돌아가는 모양새를 어느 정도 안다는 소리였다.
“게임할 줄 아나?”
“…….”
상황에 맞지 않는 느닷없는 질문.
“게임에서는 말이야 최종 보스를 제거해야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법이거든.”
“헛소리 집어치워!”
탁.
안토니우 실바는 말과 함께 재빨리 탁자 밑으로 손을 가져갔다.
호신용으로 상시 총알이 장전된 권총이 탁자 밑에 있었다.
차작!
총을 잡는 동시에 다니엘을 향해 겨누었다.
“흐흐흐. 넌 이제 끝났어!”
권총 다루는 솜씨가 남다른 안토니우 실바였다.
거리도 딱 좋았다.
“노노~ 내가 아니라 네가 끝이지.”
눈앞에 총구를 보고도 여유가 넘치는 침입자 다니엘.
검지손가락을 세워 흔들었다.
“머리통이 박살나도 헛소리를 지껄일지 궁금하군.”
“궁금하면 쏴 봐.”
피식 웃으며 한발 앞으로 다가서는 다니엘.
“미친놈!”
‘목숨만 살려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겠어.’
안토니우 실바는 계획을 바꿨다.
끼릭!
방아쇠를 당겼다.
탕!
화염과 함께 총구를 뚫고 나가는 총알.
정확히 다니엘의 허벅지를 노렸다.
팅.
“???”
관통하는 소리가 아닌 무언가에 막혀 튕겨나는 소음이 서재에 울렸다.
“이런! 아깝게 총알 한 발이 사라졌네~.”
저벅.
한 발자국 더 다가서는 다니엘.
동시에 허공을 저으며 손을 뻗었다.
스으으윽.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날카로운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세 때나 사용했을 법한 무척 단단해 보이는 큼지막한 검.
“허어엇!”
안토니우 실바는 괴이한 광경에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당신 부하들은 나를 보며 숲의 마술사라고 하더군……. 맞나?”
“수, 숲의 마술사!”
안토니우의 권총을 쥔 손이 심하게 흔들렸다.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괴이한 현상과 다니엘이 전하는 말.
저벅.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쏜다!!!”
탕! 탕! 타다다다당!
연속 방아쇠를 당기는 안토니우 실바.
철컥철컥.
어느새 장전한 총알이 다 떨어졌다.
“재롱은 이 정도에서 끝내지. 당신 주변에 떠도는 어두운 그림자들이 아우성이야. 어서 널 지옥으로 끌고 가고 싶다고 말이야.”
“으으으으…….”
다니엘이 다가서는 만큼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안토니우 실바.
“도, 돈을 주겠다! 여기 벽면 뒤에 금고가 있어! 그걸 다 줄게!”
“그래?”
관심을 보이는 다니엘.
세상에 재물을 싫어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는 걸 안토니우는 잘 알고 있다.
“비밀번호는 나만 알고 있다. 그러니 검을 치우고…….”
푹!
안토니우 실바는 나머지 말을 다 뱉지 못했다.
떠들어대는 입을 꿰뚫고 들어가 박힌 단단한 검.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두 눈만 한없이 커졌다.
고통은 짧았다.
다만 이토록 허무한 자신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참 말 많아. 금고는 알아서 챙겨갈게. 그리고 차도 한 대 빌릴게. 여기까지 고속으로 이동했더니 멀미가 나서 말이야.”
끝까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다니엘.
“컥…… 커어억.”
뒤통수까지 꿰뚫린 안토니우 실바는 마지막 숨을 삼키며 눈알을 뒤집었다.
서서히 짙어지는 어둠.
아이러니하게 어둠 속에서 그제야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
고통이 흐려지고 어둠이 짙어질수록 주변에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
그들 하나하나의 얼굴이 명확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무수한 원주민들, 그리고 직접 제거한 정적들의 모습.
그들 뒤쪽으로 자신을 믿고 따르던 양아들 마르쿠스와 충직했던 부하들도 보였다.
***
“엠마. 내 사랑하는 딸…….”
“아빠, 이제 괜찮아요.”
무사한 엠마를 발견한 존 피어스가 딸의 머리칼을 쓸며 끌어안았다.
그리고 두 손을 붙든 채 놓아주지 않은 시간도 벌써 수 시간째.
엠마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바울 신부와 조이, 아빠 세 사람 앞에서 풀어 놓았다.
환경운동가 실종에서부터 납치와 무사 귀환까지.
“집에 갈 때까지 이 손 놓을 생각 말아라. 심장 약한 네 엄마에게는 평생 비밀로 하자꾸나.”
“네…….”
“그런데 다니엘이라는 그 영웅은 지금 어디 있는 거냐? 왜 보이지 않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겠지?”
“그건 저도 잘…….”
“의원님,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보스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김한별이 여유있게 웃으며 답했다.
‘이스라엘 모사드까지 개입된 사건이라니…….’
존 피어스는 타이스 경호회사 팀장에게서 모사드 요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게 일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단순 환경운동가 피살 사건이 아닌 게 분명했다.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다니엘 장.
존 피어스는 궁금증이 강하게 일었다.
‘리처드 요한슨과 접촉했다는 다니엘 장이 그였다니…….’
미국 정치권에도 암암리에 여러 인사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이름.
동양인 다니엘 장이 이번 사건 중심에 있었다.
월가의 로버트 라이언을 통해 오바마를 세운 인물이기도 했다.
이미 다니엘 장은 고위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중요 인물이 돼 있었다.
그런 그가 이 아마존 밀림에서 자신의 딸을 구했다.
한번 만남을 갖고 싶었지만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침이 밝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했다.
굳이 호기심 많은 브라질 국민들에게 미국 헬기를 보일 필요가 없었다.
가이아나를 관통하면 미국 항모가 대기 중이다.
그 전에 어떻게든 만나보고 싶은 다니엘 장.
부르르르르릉.
그때 밖에서 우렁찬 차 배기량 소리가 들려왔다.
대형 지프차가 확실했다.
똑똑.
뒤이어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의원님, 기다리시던 다니엘 장이 왔습니다.”
경호를 서던 네이비씰 장교가 다니엘의 소식을 알려왔다.
“어서 안으로 들여보내세요!”
“알겠습니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기대에 찬 시선으로 성당 출입문을 바라봤다.
끼이익.
문이 열렸다.
그리고 성큼 성당 안으로 들어서는 한 남자.
“오! 성모 마리아님의 사랑이 임하셨도다…….”
“회장님!”
“다니엘…….”
바울 신부와 김한별, 엠마가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밀림에서 슈트?’
존 피어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분명 갑옷 차림이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눈앞에 나타난 그는 깔끔한 슈트와 구두까지 제대로 갖춘 모습이었다.
씨익.
그리고 존 피어스와 눈이 마주치자 묘한 미소를 지었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