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09)
509.
고오오오오-!
“꺄아아아악!”
“마족이다!”
“타르타로스의 군단이 쳐들어왔어!”
“어서 빨리 루메른에 도움을……!”
거리에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이보세요! 정신 차리세요!”
“의식이 없어! 깨어나지 않아!”
“여기 부상자를 옮겨라!”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피의 여왕 엘제니에가 침공해 왔다!”
“싸울 수 있는 자들은 앞으로!”
“군단을 저지해!”
“사람들을 대피시켜!”
도시 전체에 혼란의 원흉에 대한 정보가 퍼져 나갔다.
싸울 수 있는 자들은 전장으로 나아갔다.
싸울 수 없는 자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루니아가 심호흡했다.
그러고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흩뿌리는 피의 여왕, 엘제니에 앞에 섰다.
그런 루니아 곁으로 수인 전사가 다가왔다.
“세이룬의 학생회장.”
루니아는 자신에게 말을 건 이를 힐끗 바라보았다.
30대 초반은 되어 보일 법한 그는 수인 전사답게 건강한 체격의 사내였다.
“누구시죠?”
루니아의 물음에 수인 전사가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게일. 소개가 되었나?”
“폭풍검.”
루니아는 그의 이명을 입에 담았다.
폭풍검 게일.
젊은 수인 영웅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남자였다.
젊은 나이였지만 호전적인 수인답게 무수히 많은 타르타로스와의 전장을 경험한 젊은 영웅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말을 걸자 루니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죠?”
“물러서는 게 좋지 않겠어?”
게일이 턱짓으로 후방을 가리켰다.
“네 실력은 소문으로 들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전장은 고작 2학년에 불과한 네게 아직 이르다.”
게일이 루니아를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루니아는 아직 영웅 사관 학교의 2학년.
‘학생회장이라고는 해도 레오 플로브. 그 괴물과는 다르겠지.’
1학년 때 이미 학생회장의 자리에 오른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한 레오다.
하지만 루니아는 다르다.
게일이 봤을 때 루니아가 세이룬의 학생회장이 된 건 루메른과 세이룬의 경쟁 관계의 영향이 커 보였다.
‘세이룬에서는 루니아 엘 룬드아의 미래를 본 거겠지.’
이미 루니아의 명성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머지 않은 미래에 루니아가 엘프를 대표하는 영웅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게일은 그때를 대비해 미리 루니아에게 학생회장 자리가 갔다고 판단했다.
그런 생각을 한 건 게일뿐만이 아닌지 엘제니에를 저지하기 위해 나섰던 영웅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루니아가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고오오오오! 화르르르륵-!
엘제니에의 몸에서 검붉은색 화염이 치솟았다.
그걸 본 다른 영웅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모두 물러서!”
“마법사와 소환사들은 엘제니에의 불꽃을 저지할 결계를!”
영웅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영웅이 군단장과의 전투는 처음이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굉장히 체계적이었다.
아무리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이라도 군단장과 싸울 일은 많지 않다.
하물며 군단장과의 전투에서 살아서 돌아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그랬기에 군단장과 맞서 싸운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긴다.
타르타로스와의 전장에서 활약하는 영웅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선배 영웅들이 남겨준 군단장의 정보를 숙지한다.
여기 있는 영웅은 엘제니에의 공략법을 확실하게 숙지하고 있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게일이 눈을 부릅떴다.
“뭘 하는 거냐! 루니아 엘 룬드아!”
모두가 엘제니에의 공격에 대비할 때 루니아만큼은 엘제니에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모든 이들이 자살행위라고 생각 할 때 심호흡을 한 루니아가 마력을 끌어 올렸다.
우웅-!
루니아의 손바닥 위에 마법 술식이 떠올랐다.
루니아가 술식을 움켜쥐고 펼쳤다.
화르륵-!
루니아의 손 위에서 불꽃이 휘몰아쳤다.
“성화.”
그것은 룬드아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불꽃이었다.
세대와 세대를 거쳐 부정한 것을 태워온 룬드아 가문의 성스러운 불꽃.
‘스스로마저 불태워 악을 정화하겠다는 룬드아 가문의 의지.’
그랬기에 성화는 금기의 마법이었다.
룬드아 가문.
아니, 현존하는 엘프들이 사용하는 불꽃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가장 위험한 불꽃이기도 했다.
오랜 룬드아 가문의 역사에서도 성화의 불꽃을 완벽하게 통제했던 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지금까지는.’
루니아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진홍색 불꽃이 루니아를 휘감더니 불꽃의 날개를 만들어냈다.
순백의 백발로 변한 루니아의 머리카락이 솟구친다.
루니아의 맹약자인 리네아가 불꽃으로 변해 루니아에게 깃들었다.
고오오오-!
루니아를 휘감은 화염은 더욱 맹렬하게 타올랐다.
이윽고 루니아가 마법을 완성했다.
“염제.”
룬드아의 불꽃과 피닉스의 불꽃.
그리고 루나가 만든 별의 불꽃의 삼중주.
세 가지 불꽃이 루니아의 주변에 타올랐다.
콰가가가각-!
자신을 덮쳐 오는 검붉은색 불꽃을 향해 루니아가 손을 휘둘렀다.
콰가가가강-!
불꽃과 불꽃이 부딪히며 불의 기둥이 솟구쳤다.
엘제니에의 불꽃을 상쇄시킨 루니아가 주먹을 꾹 쥐었다.
‘상쇄시키는 게 고작인가!’
루니아가 이를 악물었다.
레오였다면 어땠을까?
‘압도했겠지.’
아직도 머나먼 등을 떠올리며 루니아가 심호흡했다.
“어떻게……!”
“아직도 저한테 이 무대가 이를까요?”
팔짱을 끼며 묻는 루니아를 보며 경악한 표정을 짓던 게일이 얼굴을 굳혔다.
“어떻게 한 거지?”
“막았을 뿐이에요. 제 불꽃은 루나님께서 만든 불꽃이니까요. 군단장의 불꽃보다 약하다는 게 말이 안 되죠.”
별것 아니라는 듯 루니아가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일종의 각성이었지.’
계기는 여름 방학 당시 있었던 수련회였다.
드래곤 로드에게 선택을 받고 루니아는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에레보스와의 전투에서 루니아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무력함에 치를 떨었다.
그건 아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련회가 끝나고 그 바보 고양이랑 변태 드워프랑 신나게 치고받았지.’
대영웅의 후계자를 자처한다면 지금에 만족할 수 없다며 수련에 몰두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였다.
‘지금에 와서 보면 다 레오의 계산이었지만.’
피닉스를 몸에 깃들게 하는 빙의도 레오가 피오라를 다루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불꽃을 다루는 것 역시.’
루니아가 주먹을 꾹 쥐었다.
이제야 이해가 됐다.
‘레오가 대영웅이었기 때문이었어.’
그렇다면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지켜봐왔는지도 알겠다.
‘나는 레오의 뒤를 쫓겠다고 생각했지.’
일생의 목표로 선택했던 사람.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어.’
레오의 정체가 무엇이든 루니아는 그 뒤를 쫓을 것이다.
‘그러니 더 강해져야 해.’
고작해야 군단장의 공격을 한 번 막은 걸로는 부족하다.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해!’
영웅들이 멍한 얼굴로 루니아를 바라보았다.
게일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었다.
“레오 플로브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요즘 루메른과 세이룬은 장난 아닌데? 아조니아 후배들이 분발해야겠어.”
“아르 튠도 나 못지않아요.”
“뭐?”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렸다고 안주하고 있다가는 우리한테 금방 따라잡힐걸요?”
루니아가 빙긋 웃었다.
그런 루니아의 모습을 보며 게일이 씩- 웃었다.
“이봐, 이봐. 난 저런 늙다리들이랑 달리 아직 팔팔한 30대라고. 벌써부터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따라잡힐 수는 없어!”
“저 건방진 놈이.”
몇몇 영웅들이 게일을 노려보았다.
팽팽하던 분위기에 잠시 숨통이 트인다.
“다시 소개하지. 내 이름은 게일 에르네디다. 폭풍검이라 불리지. 후방을 부탁한다.”
게일을 시작으로 영웅들이 루니아에게 자기를 소개한다.
더 이상 루니아를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으로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그들을 보며 루니아가 심호흡했다.
“루니아 엘 룬드아예요. 잘 부탁드려요.”
고오오오오오-!
다시 한번 검붉은 불꽃이 치솟았다.
영웅들과 군단장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거리는 말 그대로 축제였다.
수많은 종족이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성대하게.
근심과 걱정은 없었다.
오늘만큼은 모든 걸 잊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오늘은 완전한 해방의 날이니까.”
리시나스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태초의 악, 파멸의 불꽃의 완벽한 토벌.”
리시나스는 자랑스럽다는 듯 레오를 바라보았다.
“네가 그토록 염원하던 숙원을 드디어 해낸 날이야. 오늘은 네가 이룬 업적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지.”
레오는 퍼레이드 행렬 속에 있었다.
“…….”
레오는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수히 많은 인파의 환영과 축복을 받으며 레오는 루메리아 시티의 중앙 광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루나와 아르온, 드웨노가 서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오가 말했다.
“너희가…… 왜 지금 시대에 있는 거지?”
레오의 물음에 드웨노가 팔짱을 꼈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다 같이 환생을 했던 게 아닌가? 우리가 후대에 물려주었던 태초의 악을 토벌하기 위해.”
“응, 맞아. 그래서 결국 완전한 평화를 얻을 수 있었어!”
아르온이 해맑게 웃음을 터트렸다.
레오는 루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뭐야? 뭘 그렇게 보는데?”
뚱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루나가 고개를 획 돌리자 드웨노가 혀를 차며 ‘솔직하지 못하긴’이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루나가 쌍심지를 켰다.
그런 가운데 리시나스가 말했다.
“정말 다행이야. 다 같이 미래에 다시 태어날 수 있어서.”
“…….”
“다행이야. 우리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어서.”
레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카일?”
레오가 눈을 감았다.
‘가짜야.’
거울 여왕이 가진 환상의 무서운 점은 바로 그것이다.
가짜라는 걸 알아도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다.
곧 이것이 가짜라는 걸 잊고 몰입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데도 레오는 환상에 잠기지 않았다.
거울 여왕이 기억하는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당시의 카일은 희망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환상은 뼈에 사무친다.
‘몇 번이나 생각했더라.’
레오 플로브로 태어났다는 걸 깨달았을 때.
레오는 생각했다.
‘내가 환생했다면 다른 녀석들도 환생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결국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건 자신뿐이었다.
‘녀석들도 다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것은 결코 이룰 수 없는 소원이기도 했다.
눈앞의 환상은 너무 달콤했다.
“…….”
그렇기에 레오는 뒤돌아섰다.
“카일?”
리시나스가 당혹스러운 눈으로 불렀다.
하지만 레오는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콱! 빠지지직-!
허공에 금이 갔다.
“커헉?!”
고통에 찬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어…… 째서?”
카네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환상은…… 당신이 가장 원하던 꿈일 텐데? 어째서?”
“이룰 수 없는 꿈이니까.”
레오가 딱 잘라 말했다.
카네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세계에서는 고통받지 않을 겁니다. 편안하게 숨을 거둘 텐데 어째서 지옥으로 가려고 하는 거죠?”
“보고 싶은 게 생겼거든.”
레오가 웃었다.
“녀석들이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해.”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영웅 후보생들을 떠올렸다.
자신이 인정하고 자신이 길을 제시했던 아이들.
함께 웃으며 시간을 보낸 미래의 동료들.
레오는 그들의 미래를 보고 싶었다.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궁금하거든.”
레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꽈득-!
카네시의 목덜미를 틀어쥔 레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에 따라 카네시의 몸에 더욱 균열이 갔다.
“내가 에레보스를 토벌하려는 건 단순히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아니거든.”
확-!
레오가 카네시를 자신의 코앞까지 끌고 왔다.
“너희는 착각을 하고 있어. 너희만 날 증오하는 게 아니야.”
레오의 눈이 복수심으로 타올랐다.
“내 친구들을 죽인 에레보스와 너희 타르타로스 모두. 이 세상에서 지워 버려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너희를 쓸어버리려는 거야.”
자신의 마음은 분명 잿더미일 뿐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잿더미 투성이의 마음속에서도 소중한 것들은 있었다.
세계를 위해서가 아니다.
대의를 위해서도 결코 아니다.
소중한 것들을 앗아간 것에 대한 복수.
번쩍-
레오의 마음에 불꽃이 튄다.
쩌저저저적-!
세계에 금이 간다.
파칭-!
거울이 깨지듯 세상이 암전된다.
레오는 쏟아지는 세계의 모습을 힐끗 본 후 미련 없이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아직 편히 쉬기에는 갈 길이 멀어.”
어둠 속 저 너머.
보이지는 않았지만 레오가 향하고 있는 곳은 확실한 미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