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91
292화
“헥! 헥! 헥!”
혼돈 신수의 분신.
편의상 분신 호야라고 불러야 할 놈은 배를 까고 뒤집은 후, 혀를 길게 내밀며 웃어 보였다.
그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빨리 와서 배 만져줘!
언럭키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배를 쓸어줬다.
그러자 분신 호야는 네 다리를 격하게 흔들며 기뻐했다.
“왕! 왕왕!”
파티원들이 그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니 뭔….”
“언제 테이머 직업도 얻으셨어요?”
그들이 볼 때 저 몬스터는 호야가 아니다.
이름부터가 혼돈 신수의 분신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들이 봤던 조그만 크기의 호야와는 모습도 많이 달랐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언럭키 정도만이 눈빛으로 저게 호야와 똑같다는 걸 알아볼 뿐이었다.
언럭키가 분신 호야의 배를 슬슬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호야야.”
“왕?”
“오랜만인데 분신만 보여줄 거야? 본체로 만나야지. 나 안 보고 싶어?”
“왕! 왕!”
분신 호야가 벌떡 일어나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쭉한 꼬리가 풍차처럼 좌우로 흔들린다.
한 번씩 뒤쪽을 쳐다보는 게 빨리 따라오라는 의미였다.
언럭키가 놈을 따라가며 말했다.
“가봅시다.”
“함정…일리는 없겠군요.”
아세린이 한번 의심을 해보려다가 포기했다.
저런 치명적인(?) 귀여움으로 유인하는 함정이라면, 한 번 걸려줄 만도 하겠다.
분신 호야의 등장으로 언럭키 파티 근처에 있던 등산객들은 전부 로그아웃한 상태였다.
먼저 출발한 등산객들은 거리가 한참 벌어졌고, 후에 올라올 등산객들을 만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터.
언럭키 일행은 그들끼리 분신 호야를 따라갔다.
일반적인 등산 코스를 벗어나서, 길이 없는 산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천룡산은 해발 5,000미터의 드높은 산이다 보니, 아직 한 번도 발길이 닿지 않은 영역도 있었다.
나무를 해치고 가파른 흙을 조심스럽게 밟아가며 분신 호야를 쫓아갔다.
가끔 멀찍이서 몬스터 같은 실루엣이 보일 때도 있었다.
“크르릉!”
그때마다 분신 호야가 한 번 으르렁거리면 금세 사라졌다.
컵라면이 감탄했다.
“와. 이 산에서 힘 좀 쓰나 봐요. 거의 눈빛만으로 몬스터를 쫓아내 버리네.”
“어떡해! 너무 귀여워!!”
아세린이 제 어깨를 감싸 잡으며 부르르 떨었다.
참 신기한 모습으로 감격하는 중이었다.
벨라도 격한 표현은 안 했지만 아주 따스해 보이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주인을 지키는 충견의 모습.
호야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감동할 만한 장면을 연출해 보이고 있었다.
“호야야.”
그러나 언럭키는 엄한 표정으로 분신 호야를 바라봤다.
“왕?”
“오랜만에 만났다고 감 잊었니? 몬스터를 쫓아 보내면 어떡해. 잔뜩 몰아와도 모자랄 판에. 저게 다 경험치잖아.”
“낑….”
“귀 축 처져도 소용없어. 귀 올려. 꼬리도 올려. 옳지.”
언럭키가 분신 호야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다음부턴 저런 애들 쫓아내지 말고 다 여기로 끌고 와야 해. 알았지?”
“왕! 왕!”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파티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아무리 봐도 자신들의 파티장은 지독한 인간인 게 분명했다.
어떻게 저기서 저런 생각을 하지…?
* * *
거의 세 시간 이상 산을 타고 움직인 후에야 분신 호야는 걸음을 멈췄다.
커다란 절벽 쪽이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을 정도고 교묘하게 숨겨진 동굴 입구가 하나 있었다.
분신 호야는 그 앞에서 몇 번 바닥을 툭툭 차더니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은 건 털 조각 몇 개뿐이었다.
아세린이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사라졌어…?”
“안에 본체가 있으니까 더 이상 안내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언럭키가 슬쩍 웃었다.
‘못 본 사이에 분신 만드는 능력도 생기고. 우리 호야 엄청나게 성장했나 본데?’
심지어 분신의 레벨이 무려 250이나 되었다.
250짜리 일반몹 정도야 언럭키 일행이라면 숨 쉬듯 처치할 수 있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절대 약한 수준이 아니다.
“들어가 보죠.”
언럭키가 동굴 안쪽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파티원들 역시 잽싸게 그를 따라 들어왔다.
동굴은 무슨 드래곤의 둥지처럼 엄청나게 거대했다.
천장이 어찌나 높은지 고개를 한참 꺾어야 그 끝이 보일 정도였다.
“엇!?”
그때 컵라면이 깜짝 놀라 동굴 천장을 가리켰다.
한쪽에서 인위적인 빛이 모이고 있었다.
새하얀 백색의 빛은 이리저리 뭉치더니 날개 달린 사람의 형태를 갖췄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고 누군가가 훅 떨어졌다.
은은한 휘광을 휘감은 금발머리에 세 쌍의 날개를 지닌 천사였다.
조용히 눈을 뜬 천사가 언럭키 일행을 바라봤다.
“멈추거라 인간들아. 발을 잘못 들여 우연히 온 모양인데, 이곳은 무시무시한 혼돈 신수가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다. 흔적도 없이 죽고 싶지 않다면 어서 떠나도록.”
“…….”
언럭키 일행은 어이가 없다는 듯 놈을 쳐다봤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저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표정들이 굳었군. 보아하니 천사는 처음 본 모양이구나.”
“???”
“그럴 수 있다. 천사의 존안을 처음 본 인간들은 대개 그런 표정을 짓곤 하더군. 본인은 7품의 권천사, 드왈브라고 한다.”
천사 드왈브는 본인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큰지 그렇게 말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언럭키가 물었다.
“혼돈 신수는 왜 못 만나게 하는 겁니까?”
그러면서 슬쩍 검손잡이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만약 호야를 어떻게 하겠다거나, 자기네들이 이용해야겠다거나 등의 대답이 나온다면 바로 처치할 생각이었다.
“혼돈 신수는 천계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수다. 빛과 어둠의 두 속성을 타고난 존재는 흔치 않지. 존재만으로도 세계의 평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영수(霊獸)가 진화를 앞두고 있다. 그런 상황을 방해받게 할 수 없기에 천사인 내가 직접 천계의 명을 받아 여길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음. 그렇군요.”
“다 설명해줬으니 이해했겠지? 그러면 이만 가라.”
“그럴 수는 없습니다.”
“뭐라?”
드왈브가 슬쩍 인상을 찡그렸다.
“인간들의 욕심은 역시나 알아줘야겠군. 충분히 알아듣게 말해줬음에도 기어코 들어가겠다고 하다니. 내가 무력을 쓰는 것에 대해 이해할 것이다!”
놈이 날개깃털로 장식된 하얀 창을 빼 들었다.
언럭키 일행 역시 그에 맞춰 동시에 무기를 뽑았다.
벨라가 방패로 앞을 막고, 언럭키와 아세린의 쌍검에서 총 4개의 오러가 솟구쳤다.
거기에 어느새 소환된 정예 언데드들이 드왈브의 주변을 포위하듯 둘러쌌다.
데스 나이트도 오러를 뽑아내고 데빌 키메라는 흉흉한 기세를 내뿜는다.
동굴 안이지만 워낙 넓기에 해골 케르베로스까지 소환되었다.
“…….”
드왈브의 눈이 사방으로 움직였다.
조금 전과 눈빛이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다.
동공이 쉴 새 없이 떨렸다.
그가 치켜들었던 창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음…하지만 역시 천계는 평화를 지향하는 법.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
“왜? 조금 전엔 무력으로 징벌할 것처럼 말하더니?”
언럭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미 놈이 먼저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애써 하던 존댓말도 때려치웠다.
“생각해보니 실수한 것 같다. 평화를 외치는 천사가 되어서 그럴 수는 없지. 감정 조절에 문제가 있었다.”
“다혈질이라는 뜻이네. 또 어디 가서 함부로 창 치켜들지 않게 여기서 한 번 호되게 고생해봐야 하지 않겠어?”
“괜찮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거라 약속하겠다!”
드왈브는 이제 식은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며 말했다.
‘놀려먹는 게 거의 칼리스먼 놀릴 때만큼 재밌군.’
언럭키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참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그래도 천사이니 놀리는 건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좋아. 그럼 이제 우리 방해하지 말고, 다시 돌아가.”
“하, 하지만….”
“하지만?”
언럭키가 다시 검을 들어 올리자 드왈브의 입이 닫혔다.
하나 곧 애절한 감정을 담아 다시 말했다.
“혼돈 신수의 진화를 방해하는 건 정말…안 된다…. 부디….”
“방해 안 해. 애초에 왜 처음부터 방해하거라 생각한 거야.”
“인간들은 신수만 보면 일단 잡고 보지 않나.”
“…그럼 따라오던가.”
“그래도 되겠나?”
“그래.”
“알겠다!”
드왈브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따라다니면서 혹시나 이 자들이 신수와 싸울 일이 생기면 최대한 막거나, 아니면 아예 내가 신수를 데리고 도망쳐야겠군.’
자신은 없었지만, 지금은 그것 말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드왈브가 임시로 언럭키 파티에 합류했다.
가까이 온 드왈브는 이상하게 언럭키에게 친근감을 느꼈다.
정확히 말하면,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단순히 강한 인간이라서 그렇다고 하기엔, 그 옆의 다른 인간들은 타종족이라는 느낌이 세게 왔다.
‘반면에 이 자는 같은 천사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부감이 없군.’
언데드를 다루는 걸 보면 어둠 속성 친화력이 있는데, 그렇다면 천사와 더욱 상극이다.
의아해서 그를 쳐다보는데, 그가 들고 있던 새하얀 검이 눈에 띄었다.
신성력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고 있는 검이다.
뭔가 싶어 시선을 집중한 순간, 그는 경악했다.
“그, 그건 유스티아님의 성검!!???”
도대체 어떻게 인간이 저만한 신물(神物)을 가지고 있는 걸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드왈브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 자와의 싸움을 피해서 다행이라고.
한편, 언럭키는 눈을 부릅뜬 채 몸을 살짝 돌려 검을 놈의 눈으로부터 보호했다.
“탐내지 마라.”
이거 에픽 아이템이야 이 자식아.
* * *
동굴은 조용했다.
크기만 보면 드래곤이라도 한 마리 나오고 온갖 몬스터들이 잔뜩 모여 있게 생겼는데, 정작 개미 한 마리도 발견하기 힘들었다.
‘호야 이 녀석. 뭐 이런 곳에 틀어박혀 있대.’
이해는 간다.
진화를 하기 위해서 찾은 조용한 곳인데, 당연히 몬스터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건 나중에 찾아올 주인 생각은 전혀 안 했다는 뜻 아닌가!
자기 편할 대로 생각하던 언럭키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힌 바위에 도착했다.
“이 너머다. 다시 한번 묻는데… 정말로 들어갈 셈인가?”
드왈브가 침을 한 번 삼키며 말했다.
“그렇다니까.”
“후우…. 그러면 조심해라. 나도 이 안에 혼돈 신수가 진화를 위해 웅크리고 있다는 것만 알지, 자세한 건 모른다. 아마 자기 진화를 방해받은 지금 상황을 굉장히 싫어할 거야. 높은 확률로 공격해올지 모른다.”
그러면서 드왈브는 은근히 떠보듯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만약 혼돈 신수가 공격해오면 어떡한 건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드르르륵
언럭키가 커다란 바위를 힘껏 옆으로 치우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꿀밤 한 대 때려줘야지.”
우리 착한 호야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덤비면 꿀밤 한 대 정도는 때려주리라.
“……?”
드왈브는 그런 언럭키를 제정신인가 하는 눈으로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