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94
295화
월드 사가의 몬스터들은 전투 중에 상태 이상에 걸리기도 한다.
중독될 수도 있고 기절할 수도 있었다.
그 중, 언럭키는 순간적으로 딜을 집중시켜 다누들오보를 기절시켰다.
남들이 봤다면 경악했을 장면이었다.
수룡 다누들오보는 일반몹도 아니고, 무려 300짜리 보스몹 아니던가.
그만큼 피통이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에픽 등급 검이 진짜 사기적으로 좋네.’
괜히 에픽이 아니다.
그냥 쓸 때도 말도 안 되는 공격력이었지만, 진가는 내장 스킬에 있었다.
마나 소모량이 크다는 단점을 전부 메꿀 만큼, 어마무시한 공격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 거대한 다누들오보가 기절까지 할 정도라니.
언럭키 일행은 놈의 머리통을 쉴 새 없이 내리 찍었다.
“캬, 캬아아아!!”
그러나 다누들오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언럭키 파티라도 그 짧은 시간에 레벨 300짜리 보스몹을 잡는 건 무리였다.
‘쯧. 역시 시간을 좀 오래 잡아야겠네.’
언럭키가 아쉬움에 입술을 깨물었다.
놈이 호숫가로 다시 돌아가면
“캬라라라라라!!”
“!!??”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다누들오보는 호숫가로 돌아가지 않았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언럭키 일행을 향해 계속 공격을 해댄 것이다.
“뭔…저딴 멍청한 전술을 쓰는 거지?”
신수라더니 머리가 안 돌아가나?
언럭키의 중얼거림을 들은 드왈브가 대답했다.
“멍청한 게 아니라, 경험이 없는 거요. 그 어느 신수가 저만한 상처를 입어본 적 있겠소. 분노에 눈이 뒤집혀 무작정 달려들 수밖에 없지.”
일반 몬스터도 아니고 무려 신수로 분류되어 있는 존재들.
당연히 태어나면서부터 주변의 존경을 받았고 싸울 일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죽고 사는 실전을 겪는 게 이번이 처음일 수도 있다는 뜻이군?”
“바로 그렇소.”
그렇다면 요리하기 쉽지.
언럭키가 슬쩍 웃었다.
호야를 타고 훌쩍 날아오른 다음, 크게 외쳤다.
“이봐. 물속에 사는 지렁아. 내가 여기 있다. 네 등짝에 문신 두 줄기를 새겨준 사람이라고.”
호야는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다누들오보도 같은 신수로 분류되니 비슷한 지능은 가지고 있을 터.
“캬아아아악!”
과연, 정답이었다.
다누들오보는 이제 밑에서 공격하는 언럭키 파티는 신경도 안 쓰고, 몸을 길게 빼 언럭키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젠 아예 호수 밖으로 빠져나왔다.
100m도 넘는 거대한 동체가 땅을 부수며 다가온다.
-퉁! 퉁! 퉁! 퉁!
호야와 언럭키는 쉴 새 없이 날아오는 물방울포를 피하는데 집중했다.
지금 그 둘의 역할은 공격이 아니었다.
공격은 땅에 있는 자들이 대신 해줬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놈이 호수에 있을 때는 못 썼지만, 밖으로 나온 이상 언데드들이 제 힘을 다 발휘할 수 있다.
데스 나이트, 데빌 키메라, 베놈, 해골 케르베로스 등.
정예 해골 병력들과 파티원들이 힘을 합쳐 놈을 공격했다.
녀석이 아무리 피통이 많고 단단하다고 해도 이걸 다 버틸 수는 없었다.
50%…40%…30%…20%….
체력이 5분의1 밑으로 떨어지자 드디어 놈의 눈빛이 바뀌었다.
분노 대신 공포와 두려움이 조금씩 들어찬 것이다.
언럭키를 쫓아오던 움직임 역시 뚝 그쳤다.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몸을 돌려 다시 호수로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순순히 보내줄 언럭키가 아니다.
“어딜 가려고?”
“캬아악!”
“하하하핫!”
추격전의 주체가 뒤바뀌었다.
호야와 언럭키가 쫓고, 다누들오보가 쫓기는 형태로.
놈은 정신없이 호수로 기어가고, 그 뒤에서 언럭키가 쉴 새 없이 오러를 쏘아 날렸다.
필살기를 썼다지만 그 사이 좀 회복을 하며 마나량이 꽤 찼다.
놈을 끝장낼 만한 마나는 충분했다.
녀석이 흥분해서 꽤 멀리까지 오는 바람에 호수와 거리는 꽤 멀어진 상황.
땅에서는 해골들과 파티원들도 여전히 계속 공격하고 있었다.
“캬…캬학…캬하아아악….”
결국 호수 바로 앞에서, 놈이 비틀거리더니 몸을 뒤집어 까뉘였다.
살짝 부들거리기만 할 뿐, 더 이상 움직일 기력은 없어보였다.
언럭키가 훌쩍 뛰어내려 놈의 정수리에 검을 때려 박았다.
녀석이 움직임을 멈췄다.
-띠링!
[보스 몬스터 : 수룡(水龍) 다누들오보를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
[최초로 신수(神)를 사냥하셨습니다.] [신수 살해자 업적을 획득합니다.] [천계에서 도망친 신수를 처리하셨습니다.] [모든 천사들에 대한 호감도가 +10 증가합니다.]다수의 메시지들과 함께 빛이 여러 번 번쩍이더니 언럭키를 휘감았다.
빛 속에서 언럭키가 활짝 웃었다.
‘이거지!’
300짜리 몹을 레이드해서 잡았다보니 경험치가 굉장히 쏠쏠했다.
폭업하는 이 기분은 언제 다시 느껴도 질리지가 않는다.
동시에 다누들오보의 신체가 사라지며, 여러 아이템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중간 중간 보라색으로 빛나는 아이템이 언럭키의 눈에 보였다.
* * *
누군가 월드 사가를 하면서 가장 신나는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언럭키는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좋은 아이템이 드랍하고, 그걸 확인하기 직전!
마치 크리스마스 때 양말에 선물이 들었나 안 들었나 두근거리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나마 자신이 자란 보육원은 좋은 선생님들이 많아서, 예쁜 구슬이나 조그마한 장난감을 넣어주기도 했었다.
보따리를 여는 기분으로, 언럭키는 맨 앞에 있는 보라색 아이템부터 살폈다.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신수이자 오랜 시간 축적된 수룡의 내단이다. 복용 즉시 모든 능력치가 +30~50 사이의 랜덤한 숫자로 증가한다.
-같은 신수가 복용한다면 세월의 벽을 뛰어넘어 큰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아이템 제한 : 없음.
‘오!?’
영약류 아이템은 경매소에 올리면 부르는 게 값이다.
강해지고 싶은 돈 많은 부자는 많았고, 영약은 아이템과 달리 무한정 복용할 수 있다.
하물며 올스텟을 30~50 사이로 증가시켜주는 레전더리 등급의 영약이라니.
딱히 제한도 없이, 그냥 복용만 하면 끝이다.
‘이건 팔면 최소한…’
“왕!”
그러나 옆에서 누가 짖는 바람에 언럭키는 상념을 끝내고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이건 주인이 정해진 아이템이었다.
언럭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봤다.
“호야.”
“왕!”
호야가 과도하게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어디 그뿐일까.
입가에서는 침이 질질 흐르다 못해 바닥에 떨어져 흥건했고, 꼬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휘둘러지고 있었다.
“먹고 싶어?”
“왕! 왕왕!!”
제 주인이 들고 있는게 아니었다면 당장 달려들어 빼앗지 않았을까?
이렇게 격정적인 호야는 처음 봤다.
더 기다리게 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싶어 바로 호야에게 건넸다.
“먹어!”
어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호야의 혓바닥이 날름 내단을 집더니 그대로 씹지도 않고 삼켰다.
전광석화 같은 속도에 헛웃음이 나왔는데, 그 순간 호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호야?”
“너무 걱정 마시오. 내단을 섭취하고 진화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오.”
옆에서 드왈브가 안심시켜주었다.
처음엔 언럭키 일행을 경계했던 드왈브였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그는 혼돈 신수를 지키기 위해 천계에서 파견된 존재.
언럭키가 호야를 해치려는 게 아닌, 오히려 돕는 모습을 보인 시점부터 원한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잠시 부르르 떨던 호야의 몸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동굴에서 만나고 ‘고대 혼돈의 정수’를 먹였을 때와 비슷했다.
가만히 있어도 늑대만 했던 이전 모습에서, 이제는 호랑이 저리가라 할 만한 크기가 되었다.
-파지지직
전신을 뒤덮은 하얀 털 전체에서 번개가 흘렀고, 제 진화가 기분 좋은지 호야가 한 번 땅을 굴렀다.
“크헝!”
그러자 전투 폼으로 변신까지 했다.
과장 조금 보태서 집채만 한 사이즈의 백호가 된 것이다.
그 웅장한 자태를 보던 언럭키가 말했다.
“호야야. 고개 아프다.”
그 즉시 호야가 다시 작아지더니, 호랑이만한 사이즈로 돌아와서는 언럭키 옆에 찰싹 붙어 할짝이기 시작했다.
좋다고 볼을 핥아댔는데, 혓바닥이 얼굴만 해서 순식간에 침범벅이 되었다.
“…그래 그래. 네가 고마워하는 건 알겠으니까, 잠깐 이제 떨어져봐. 다른 것도 좀 봐야지.”
다누들오보가 떨어트린 건 내단뿐만이 아니었다.
내단이 메인인건 분명했지만, 그 곁가지들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수룡의 비늘]-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신수로 불리던 수룡의 비늘이다. 최상급 재료 아이템으로써, 뛰어난 대장장이의 손에 들어간다면 역사에 이름 새길만한 물건이 탄생할 것이다.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신수로 불리던 수룡의 뼈이다. 최상급 재료 아이템으로써, 뛰어난 대장장이의 손에 들어간다면 역사에 이름 새길만한 물건이 탄생할 것이다.
종류는 두 개지만 꽤 많은 양의 재료 아이템이다.
이것들 역시 주인이 있었다.
“…….”
벨라가 조금 전의 호야와 거의 비슷한 눈빛으로 이 쪽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언럭키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것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가져가세요.”
“제가…정말 잘 만들어올게요!”
주먹을 불끈 쥔 벨라가 신나서 재료들을 인벤토리에 생겼다.
그 다음, 언럭키는 마지막으로 업적을 확인했다.
[업적 : 신수 살해자]-업적 등급 : 레전더리.
-특별한 힘을 지닌 신수를 처치한 자에게 붙는 칭호이다. 신수 살해자는 그 격에 맞는 위엄을 몸에 거느린다.
-휘하 생물들의 충성도 +10% 상승.
-모든 능력치 +60 상승.
언럭키가 슬쩍 웃었다.
업적 하나가 내단보다 더 하다니.
여러모로 천룡산에서는 얻은 게 많았다.
* * *
다누들오보를 처치한 뒤, 언럭키 일행은 느긋하게 도시로 돌아갔다.
제파르가 점령한 악마 군대의 도시.
거기서 좀 쉬면서 앞으로 악마 군대를 어디로 파견보내야 할 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이게 진짜 어렵단 말이지.’
천룡산을 오르면서 틈틈이 고민해봤지만, 아직도 어느 길드의 제안이 가장 좋은지 모르겠다.
당장 눈앞의 이득을 보고 하나를 골랐다가, 군대의 움직임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부르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생각만 그런 게 아니고, 까딱 잘못하면 정말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악마 군대 때문에 여러 길드들의 관계에서 지각 변동이 발생하고 있었다.
현재 악마들을 몰아내고 도시를 재점령한 길드는 총 5개.
그 5개 길드를 오대길드라고 부르고 있는 판국이었다.
앞으로 그 숫자는 더 늘어나겠지만, 도시를 차지한 길드들은 1티어 길드보다 더 윗줄에서 군림할 터.
어차피 벨라도 도시에 가자마자 대장간으로 달려갈 것 같고, 아세린도 본인 길드의 일을 마냥 팽개쳐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잠시 휴식하면서 각자 일을 보고, 언럭키 역시 깊이 고민해 볼 예정이었다.
“자네. 오랜만이군.”
“?”
그때 도시 밖을 걸어가는 언럭키 일행에게 로브를 뒤집어 쓴 누군가가 다가왔다.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였다.
로브를 벗고 모습을 드러낸 상대가 씩 웃었다.
“헤탄님!!???”
호르헤른 가문의 노가신. 헤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