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10
311화
가르쳐준다니.
설마 그 참격을?
‘무슨 시장에서 엿 팔듯이 얘기하냐.’
그건 척 봐도 보통 기술이 아니었다.
NPC가 쓰니까 기술인 거고 유저가 쓰면 스킬.
‘최소 레전더리…아니. 그건 레전더리도 아냐. 레전더리 범주를 뛰어넘었어.’
지금도 시선을 살짝 돌려보면 땅에 길쭉한 선이 그어져 있는 게 보였다.
유디스가 날린 참격이 가르고 나아간 땅이었다.
“이게…제가 배울 수 있는 겁니까?”
“으음.”
유디스는 언럭키를 빤히 바라봤다.
마치 품평하는 듯한 모습.
‘역시. 저런 기술은 쉽게 알려줄 수 있는 게 아니겠지.’
언럭키가 생각해도 일반 스킬과는 궤를 달리했다.
억만금을 줘도 부족하지 않을까?
‘그래도 총알은 충분히 준비되어있다.’
가난에 찌들어 살던 예전의 자신이 아니다.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돈의 단위가 바뀐 지 오래였다.
심지어 최근에는 길드들에게 도시 침공 관련 정보를 팔면서 진짜 갈퀴로 돈을 쓸어 담았다.
이 엘프 여자가 얼마나 큰 금액을 부를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돈으로 해결되는 거라면 얼마든지 현질을 해서라도 얻을 자신이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배울 수는 있겠어.”
“제 재력을 얕보시는군요.”
“응? 재력? 그게 왜 나와?”
“…아닙니까?”
“능력을 본 건데?”
유디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언럭키를 보자마자 그가 자신의 영혼석을 해방시켜준 은인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봤다.
은혜를 갚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기술 하나 알려주는 게 뭐 대수일까.
다만 그녀의 검술은 보통 사람은 배울 수 없었다.
재능 뛰어난 천재 엘프 검사들도 번번이 쓴 고비를 마시던 것 아닌가.
그렇기에 언럭키를 가늠해봤고…
‘올마스터니까 배울 수는 있을 거 같아.’
자격은 된다고 판단을 내렸다.
-우웅!
유디스의 검지 끝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러더니 손을 뻗어 언럭키의 이마를 톡 건드렸다.
그 직후 눈앞에서 메시지들이 우후죽순 나타났다.
-띠링!
[하이엘프 초월자의 기술 전수가 시작됩니다.] [초월 기술 ‘멸마천공섬’.] [기술 전수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N]‘초월 기술?’
내가 이런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커뮤니티에서도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단어였다.
심지어 저 초월 기술에서는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 대단한 스킬을 얻기 전에는 행운의 무지개 능력으로 그게 얼마나 좋은지 가늠을 할 수 있다.
레전더리 급은 보라색, 몇 번 얻은 적 없는 에픽 등급은 흰색.
하지만 이건 마치 아무 등급이 없다는 듯, 무색이었다.
그게 무슨 뜻이겠는가.
‘행운의 무지개도 가늠하기 힘든 굉장한 기술…이라는 건가.’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언럭키가 손을 들어 ‘Y’를 눌렀다.
손이 떨려서 실수로 옆에 있는 ‘N’을 누르지는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긴장했다.
-띠링!
[초월 기술의 전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멸마천공섬]-스킬 등급 : 초월.
-하이엘프 종족의 검술 초월자 ‘유디스’의 검술이다. 대성하면 하늘과 땅, 산을 가르는 위력을 보여준다.
-스킬 제한 : 레벨 300 이상, 초월자의 인정을 받은 자.
‘설명은 단출하네. 직접 써봐야 알 수 있겠군.’
눈앞의 메시지를 치우자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유디스가 보였다.
“역시 배울 수 있네. 그럼 이걸로 은혜는 갚은 거다?”
“은혜요?”
은혜랄게 있나? 언럭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혜라면 오히려 자신이 입은 게 많았다.
추기경한테 죽을 뻔한 걸 구해주고 이런 스킬까지 전수해주다니.
이건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울 만한 것 아닌가.
“네가 나 구해줬잖아. 영혼석…”
“아!”
유디스가 거기까지 말하자 언럭키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보스 몬스터 가고일을 잡고 지하에서 발견한 부서진 영혼석.
“거기 갇혀 계셨다가 풀려나신 겁니까?”
“맞아.”
그제서야 그녀가 말하는 은혜가 이해가 갔다.
“그럼 이만 가볼게.”
“자, 잠깐만요.”
“왜?”
언럭키는 그녀를 본능적으로 붙잡았다.
‘이게 끝인가? 뭐 더 없나?’
물론 어마어마한 스킬을 배우긴 했지만 상대는 초월자 아닌가.
초월 등급 스킬을 아무렇지 않게 턱턱 주던데, 더 찌르다 보면 뭔가 추가로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욕심나는 대로 그냥 더 달라고 했다가, 기분이 상한 그녀가 칼이라도 휘두르면 다 죽는 거다.
‘…그냥 자제하자. 괜히 과욕 부렸다가는 인연도 망칠 수 있다.’
뽕 뽑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단 다음을 노리는 게 나을 듯싶다.
그게 그녀에게 더 좋은 인상을 주겠지.
“하하. 이제 어디로 가나 싶어서요. 다음에 또 뵐 수 있으면 좋잖아요.”
“아까 그놈을 찾아가 보려고. 뒤쫓다 보면 절 봉인하고 있던 자들도 만날 수 있겠지.”
리바 델 레이를 쫓는다는 말이었다.
언럭키는 문득 걱정이 들었다.
‘이러다 게네 완전히 망해버리는 거 아냐? 그러면 안 되는데….’
최근의 빠른 성장도 리바 델 레이의 본거지 덕분 아니었던가.
보스몹도 그렇고 거기서 찾은 최초 발견들을 줄줄이 돌아다니다 보니 300레벨을 찍었다.
초보자 시절부터 리바 델 레이가 없었다면 아무리 행운의 무지개 능력이 있더라도 지금과 같은 수준에 이르기까지 최소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을 터.
“그…너무 무리하지는 마시고요.”
“무리 아니다.”
“아 그러시겠죠. 제 말은 쉬엄쉬엄하시라는 뜻이었어요.”
“?”
유디스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이해했다.
‘그놈에게 복수하고 싶은 건가.’
자신이 도착하기 직전의 상황만 보면 언럭키는 죽을 뻔했었다.
당연히 복수심이 들 테고, 언젠가 제 손으로 복수를 하기를 원할 터였다.
당장 감정이 희미한 유디스조차 악신에 대한 복수심을 갖고 있지 않던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그놈은 살려두지.”
“네…?”
유디스는 몇 번 어깨를 토닥이더니 다음에 또 보자며 올 때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유디스와 헤어진 뒤 언럭키 일행도 빠르게 거길 떠났다.
추기경의 군대를 물리쳤지만 언제 또 다른 병력이 몰려올지 모른다.
또 붙잡히기 전에 도망치는 게 상책이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레벨 300의 도시, 판게아였다.
한 때는 하이랭커들만 있는 곳이었으며, 지금은 하이 랭커 직전의 유저들이 모이는 장소.
그런 판게아는 특징이 하나 있었다.
워프 게이트로 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통 유저들은 다음 도시로 넘어갈 때 워프 게이트를 타고 원하는 도시로 선택해서 가는데, 판게아는 그게 불가능했다.
우직하게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데, 고레벨 유저쯤 되면 빠른 이동 수단 정도는 가지고 있었기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아마 모든 도시가 이랬으면 욕 좀 먹었겠지.
당연히 언럭키 일행에게도 좋은 이동 수단이 있었다.
“호야 괜찮아? 무겁지 않아?”
“크헝!”
호야의 등 위에 탄 언럭키가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호야는 괜찮다는 듯 크게 짖으며 꼬리를 흔들어 보였다.
호야의 위에는 언럭키만 탄 게 아니었다.
그 뒤로 벨라, 아세린, 컵라면이 옹기종기 붙어있었다.
성장을 마친 호야는 커다란 호랑이만해졌는데, 전투 폼으로 변신을 하면 집채만하게 변한다.
사람 몇 정도는 우습게 태울 정도로 등이 넓었다.
‘승차감도 좋고 빠르고…진짜 최고네.’
지옥과 달리 대륙은 도시 외부에서 몬스터를 보기 힘들었기에 호야를 타고 다녀도 괜찮았다.
그렇게 일행은 얼마 걸리지 않아 판게아에 도착했다.
지금까지의 도시보다 족히 2배는 더 큰 외성이 그들을 반겼다.
멀찍이서 내린 다음, 자연스럽게 성문을 통과했다.
“후우.”
“웬 한숨을 그렇게 쉬세요?”
성문을 통과하자마자 크게 한숨을 쉬는 언럭키를 보며 아세린이 물었다.
그녀가 볼 때는 저렇게 한숨 쉴 일이 전혀 없었다.
지금 언럭키의 상황은 최고 아니었던가.
레벨 300을 달성한 것도 그렇고 얼마 전 초월자에게 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새로운 스킬을 얻은 것도 그렇고.
순풍을 타고 가는 배처럼, 순조롭게 쭉쭉 나아가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지금까지처럼 최초 발견 던전도 없을 테고, 사냥터 독식도 못 할 거 아니에요.”
리바 델 레이의 본거지도 그렇고 그전에 갔던 지옥도 그렇고.
운 좋게 다른 유저들은 오지 못한 새로운 지역들을 탐험했었다.
새로운 장소라면 알려지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독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수많은 몬스터들, 최초 발견 던전들…
“판게아 정도면 사냥터도 줄 서서 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끼리만 해 먹을 수는 없겠죠. 경험치 보너스도 없을 테고. 후우. 그거 생각하니까 괜히 좀 아쉬워서요.”
원래 사람은 좋은 쪽에서 안 좋은 쪽으로 경험이 바뀔 때 더 큰 역체감을 느낀다.
잠도 안자고 열심히 레벨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러 개의 최초 발견 던전 때문이었는데 이젠 그게 없다니!
‘휴 다행이네. 이젠 좀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겠어.’
‘게임 하다가 졸도하는 경험은 이제 좀 그만하고 싶다.’
그러나 파티원들은 내심 좋아했다.
지옥에서부터 이어진 빡센 일정들과 근 한 달간 겪었던 철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했다.
‘차라리 여기도 사람이 좀 많아서 줄 서서 사냥하고 이러면 좋을 텐데.’
파티원들이 그런 발칙한 생각을 하는 줄 모르는 언럭키는 어떤 루트로 판게아를 공략해야 할지 고민했다.
“듣자하니 판게아에도 효율 좋은 사냥터와 던전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거기는 특정 몇몇 길드들이 독점하고 있다더군요. 아예 자기 길드 사람이 아니라면 통제해버린대요.”
300레벨이면 하이 랭커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당연히 자기네 길드원들을 하이 랭커로 만들고 싶어 할 테니, 길드들은 좋은 던전과 사냥터를 통제했다.
판게아의 영주는 유저들이 치고받아도 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유저들은 아예 사냥터를 가지고 길드끼리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효율은 좀 안 좋겠지만, 그냥 일반 사냥터나 갈까 합니다. 후우…진짜 아쉽네요. 여러분들도 그렇죠?”
“네. 진짜요.”
“정말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그러려니 해야죠.”
언럭키 일행은 일단 판게아의 사냥터가 어떤지 경험부터 해보자며 바로 이동했다.
아니. 이동하려 했다.
첨탑에서 요란하게 종 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뎅! 뎅! 뎅! 뎅! 뎅!
도시에 있는 여러 첨탑의 종이 동시에 울린다. 뒤이어 병사들의 경고가 이어졌다.
-악마들이 쳐들어온다!
-도시의 시민들은 전부 대피하고 싸울 수 있는 자들은 성벽으로 올라오라!
-도시를 지켜야 한다!
“…악마들?”
설마 내가 아는 그 악마?
일행은 한 번 눈을 마주치더니 재빨리 성벽으로 뛰어갔다.
유저와 NPC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이고 있었다.
성벽 위에서 바깥을 바라보니, 정말로 저 멀리서 부터 악마들이 행군해오고 있었다.
가장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대검을 든 악마.
“판게아의 영주는 들어라. 지옥 서열 16위의 대군주가 왔으니 당장 문을 열고 무릎을 꿇어라. 그렇지 않다면 내 친히 직접 그 목을 베어주겠다!”
제파르가 쩌렁쩌렁하게 외치고 있었다.
아세린이 조심스럽게 언럭키에게 물었다.
“악마들 다음 침공이…판게아였나요?”
“음. 글쎄요.”
원래 악마들은 자기네들이 어디로 갈지 언럭키에게 꼬박꼬박 보고했었다.
인간 세계를 잘 아는 동료라고 생각했기에, 상담도 받을 겸 해서였다.
언럭키는 그걸로 미리 루트를 알아낸 다음 길드들을 대상으로 정보 장사를 했었고.
그러나 그것도 몇 주 전까지의 얘기였다.
언럭키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최근에는 철야로 레벨업에만 집중해서 악마들 동태 파악을 제대로 못했었가지고요.”
돈보다는 리바 델 레이 놈들이 본거지로 돌아오기 전에 뽕 뽑는게 먼저라고 생각해 사냥에만 집중했었다.
그 순간이었다.
“?”
제파르와 언럭키의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