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51
“여기서?”
“그게 훨씬 쉬울 거다.”
저벅-.
옥좌에서 내려온 오딘이 유원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어차피 난이도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성이 문제지.”
“무너진다고 한들, 다시 세우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 위험한 시험도 아니고 말이야.”
[시험을 승낙하시겠습니까?]황금 성에 대한 문제는 오딘이 허락했다.
그렇다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승낙하지.”
오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게 원래는, 관리자의 힘이라고 하더라고.”
앞으로 뻗어지는 손.
툭, 투두두둑-.
오딘의 손바닥에서 조그마한 씨앗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해바라기씨만 한 크기의 작은 씨앗들.
“나도 사용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것들이 떨어진 순간이었다.
카아아아아-!
슈륵, 슈르르르-.
씨앗은 순식간에 불어나, 날카로운 이빨을 만들어 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초록잎의 식물들이 대전을 가득 메웠다. 초록색의 잎은 곧 검게 변하고, 어두운 마력이 공기를 집어삼켰다.
[‘어둠을 먹는 뿌리’로부터 살아남으십시오.]어둠을 먹는 뿌리.
이름조차 들어 보지 못한 생물이었다. 아마도 오딘이 시험을 위해 관리자에게 받은 씨앗일 것이다.
“아무래도 난이도가 조금 높을지도 모르겠…….”
스륵-.
어둠을 먹는 뿌리가 고개를 숙였다.
첫 등장까지만 하더라도 당장 먹을 걸 찾던 녀석들이, 유원에게는 순한 양이 되었다.
적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
그 모습에 당황한 건 오히려 유원보다는 오딘이었다.
‘어둠을 먹는 뿌리가 고개를 숙인다?’
관리자 대행을 맡으며, 오딘은 관리자에게 받은 씨앗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실력에 상관없이 공격을 받는 게 정상이다. 시험에는 시스템이 부여되기 마련이니까.’
어둠을 먹는 뿌리는 관리자들에 의해 창조된 생명체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어, 상대가 얼마나 강하든 상관없이 정해진 시스템대로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어둠을 먹는 뿌리를 부릴 수 있는 건, 관리자 대행인 오딘 뿐.
손을 뻗어 어둠을 먹는 뿌리의 쓰다듬는 유원.
‘아니.’
그를 본 순간, 오딘은 어둠을 먹는 뿌리를 다룰 수 있는 또 다른 존재를 떠올렸다.
‘더 있긴 하지.’
[‘어둠을 먹는 뿌리’는 ‘마나의 주인’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마나의 주인.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오딘은 그 이름에 꼭 어울리는 힘을 지닌 존재들을 알고 있었다.
“관리자.”
설마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눈으로 보이는 걸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내, 작게 웃음을 터뜨린 오딘이 중얼거렸다.
“미래의 나는, 사람 하나는 기똥차게 잘 골랐군.”
스윽-.
어둠을 먹는 뿌리의 머리를 쓰다듬던 유원이 고개를 돌렸다.
뭐 귀엽게 생긴 녀석들이라고, 계속 쓰다듬어 줄 생각은 없었다.
“시험, 끝난 거 아닌가?”
* * *
65층.
아스가르드와 가장 인접해 있으며, 가장 적대적인 세계.
가장 더운 세계로 알려져 있는 그곳은 ‘무스펠하임’이자 ‘불의 나라’라고 불렸다.
유원은 바로 무스펠하임으로 넘어간 후, 다시금 손오공에게 연락을 취했다.
웅-, 웅-.
여전히 전화는 받지 않았다.
벌써 몇 시간이 지났는데.
화악-!
유원은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불꽃을 올려다보았다.
온통 딱딱한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세계.
이곳은 65층까지 올라온 플레이어 들조차도 더위를 먹고 쓰러질 정도였다.
“이 녀석부터 찾아야 하나.”
원래도 오딘을 설득하고, 아스가르드의 합류를 받아 낸 후에 손오공과 합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손오공이 연락이 되질 않으니, 합류를 할 방법이 없었다.
‘연락이 닿기 전까지는 이쪽에서 찾아 나서는 수밖에 없나.’
기이잉-.
[‘화안금정’이 활성화됩니다.]다행히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키트를 통한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한들, 화안금정의 공명을 이용한다면 대략적인 위치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화안금정을 사용한 채 주위를 둘러보자.
“뭐야?”
유원의 시야에 바위 산 너머, 가득 쌓여 있는 거인들의 시체가 보였다.
“개판이네, 여기.”
“아바앗-.”
부르르르-.
가슴팍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단풍이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빼꼼 내민 녀석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왜 그러냐?”
“바우우, 바아-.”
뭐라고 하는지 정확히는 알아듣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래도 대략적으로나마 단풍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녀석이 여기에 있다.’
어리석은 혼돈.
그의 존재가, 이곳 어딘가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곧 만나려나.’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유원의 머릿속에 그날의 싸움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갔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마에 땀이 흘렀다.
제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아직 녀석은 유원에게 벅찬 상대였다.
아니.
아직은 두려운 상대였다.
흐르던 땀방울이 눈에 들어갔다. 덕분에 정신을 차린 유원의 턱을, 솜 망치 같은 작은 손이 툭툭 건드렸다.
“바앗-.”
“아, 그래.”
짝-.
유원은 자신의 얼굴을 한 손으로 때렸다.
“정신 차려야지.”
어리석은 혼돈은 가장 나중이었다.
지금은 라그나로크.
더 부분적으로는 눈앞에 있는 무스펠하임의 거인들을 신경 쓸 때였다.
“그 녀석은 어디 있으려나…….”
* * *
무스펠하임에는 따로 마을이나 도시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발 붙는 모든 곳이 자신의 집이었다. 하늘은 지붕이며, 땅은 침대나 다름없었다.
일정하게 늘 덥고 뜨거운 날씨 역시, 그들에게는 선선한 봄 날씨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무스펠하임에서 나고 자란 거인들은 유독 불에 대한 저항력이 뛰어났다.
유원은 그 거인들 사이에 둘러싸였다.
무스펠하임에 올라온, 건방진 인간.
그게 바로 무스펠하임의 거인들이 유원을 보는 시각이었다.
“뭐 좀 물어보자.”
우르르 몰려 온 거인들.
집채만 한 크기의 거인들은 하나하나가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냈다. 똑같은 랭커더라도 평균적으로 거인들의 랭킹은 인간 랭커들보다 더 높은 편이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육체적인 능력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으니까.
유원은 그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원숭이를 찾고 있다.”
“원숭이?”
“여기서 원숭이를 왜 찾아?”
모르는 눈치들.
유원은 이번에도 꽝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모르면 됐다.”
“잠깐만.”
가장 덩치가 큰 거인이 유원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너, 보통 플레이어는 아닌 것 같은데.”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
살기와 적대심이 섞인 눈이었다.
원래라면 곧장 유원을 짓밟았을 거인들이, 당장은 그러지 않고 그 주위를 에워싸고만 있었다.
인간을 적대시하는 무스펠하임의 거인들에게는 하나의 규칙이 있었다.
탑을 오르는 플레이어는 건드리지 말 것.
그것은 관리자에 의한 약속이자, 그들만의 법이었다.
“랭커냐?”
거인의 물음에 유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랭커다.”
“역시!”
“인간 랭커가 무스펠하임을 찾아왔다!”
“전쟁이다!”
귀를 찌르는 목소리.
거인들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머리를 울리자, 유원은 미간 한쪽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플레이어기도…… 이것들은 말을 끝까지 듣질 않아.”
괜한 말을 했나 싶었다.
유원은 주위의 거인들을 둘러보았다.
랭커로 보이는 거인은 몇 없었다.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다.
‘원래라면 안 싸워도 되지만…….’
어차피 자신이 먼저 공격하기 전까지 저들은 자신을 공격할 수 없었다.
그게 바로 무스펠하임의 거인들이 관리자와 한 약속이니까.
하지만.
파지지직-.
‘여기서 괜히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게 없다.’
유원의 손안에서 벼락이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유원의 주먹이 바닥을 찍었다.
콰릉-!
한 순간 일어난 정전.
소리와 시야가 사라지고, 조금 뒤 유원의 주위에 거인들이 눈을 뒤집은 채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서두른다.’
손오공이 사고를 일으킨 지금.
어차피 무스펠하임의 거인들은 비상 상황일 것이다.
바닷물에 한 컵 물을 붓는다 해서 티가 날 것도 없었다. 유원은 서둘러 거인들을 뚫어내며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웅-.
잠잠하던 플레이어 키트가 울렸다.
손오공의 연락이었다.
-야, 야! 나 사고 쳤어.
뭐가 그리 좋은지, 시끄러운 목소리로 떠든다.
단순히 사고만 친 건 아닌 모양이었다.
“찾으라던 건? 찾았냐?”
-찾았지.
역시.
일을 믿고 맡긴 보람이 있었다. 늘 여기저기서 사고를 치긴 했지만, 손오공은 시킨 일 하나만큼은 반드시 해냈다.
단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릴 뿐이지만, 이번 일은 그럴 걱정도 없었다.
“그럼 서둘러 합류한다.”
-너 어딘데?
“무스펠하임. 65층에 올라와서 얼마 안 걸어 왔다.”
-마침 근처네.
걸음을 옮기던 유원은 그 자리에 멈춰 서 손오공을 기다렸다.
녀석이 어디까지 갔는지는 몰라도,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 줬으니 아마 도착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 딱 열을 셌다.
그러자.
“야-!”
저 멀리서 손오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훅-.
그런데 손오공은 이미 눈앞에 도착해 있었다.
소리보다 먼저 도착한 녀석.
근두운을 타고 온 손오공은 씩 웃는 얼굴로 근두운에서 일어났다.
“약속보다 일찍 왔네?”
“너도 마찬가지다.”
유원은 넝마가 된 손오공의 옷차림을 바라보았다.
손오공은 옷은 자신이 입고 있던 ‘사대 정령의 옷’이었다. 가지고 있던 아이템은 여의봉을 제외하곤 모두 천계에 빼앗겼던 손오공이기에, 잠시 쓰라고 준 아이템이었다.
그 옷이 저렇게나 망가졌다.
“그새 많이 싸웠나 보다.”
“그랬지, 뭐.”
“사고는…….”
무슨 사고를 쳤는지를 물으려던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다. 이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
유원은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물건부터 줘라.”
“잠깐만.”
인벤토리에 손을 넣은 손오공이 작은 붉은색 구슬을 꺼내 내밀었다.
“여기 있다.”
구슬을 받아 든 유원이 구슬과 손오공을 번갈아보았다.
이걸 얻기 위해, 손오공이 누구와 얼마나 싸웠을지.
유원은 구슬을 다시 인벤토리에 챙겨 넣었다.
“수르트 녀석, 똥줄 좀 타겠군.”
고소한 마음에 내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어, 그렇더라고.”
“……?”
손오공의 반응이 이상했다.
“화가 좀 많이 난 모양이던데?”
“만났냐? 수르트를?”
“만나진 않았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어떻게 알았는지, 거인들한테 전체문자라도 돌린 모양이더라고.”
쿵-.
땅이 울렸다.
눈에 닿지도 않는 저 멀리 바위 산 너머, 고개를 불쑥 들이 민 거인의 머리가 보였다.
아니.
하나가 아니었다.
“빨리도 오네.”
무스펠하임의 거인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곳에도 마찬가지였다.
‘손오공을 쫓아 온 건가.’
거인이라고 해서 모두 느린 게 아니었다.
근두운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들 역시 나름대로 이동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빼앗기면 안 될 물건을 빼앗긴 거인들은 줄곧 손오공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골치 아픈 놈들을 달고 왔군.”
무스펠하임의 거인들.
그중에서도, 튜토리얼의 보스 수르트라를 비롯한 수르트의 자식들을 가리켜 부르는 말.
“무스펠의 아들들.”
쿵-!
거인들의 발걸음이 땅과 하늘을 흔든다.
유원과 손오공의 시야에, 바위 산 너머로 수많은 거인들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