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86
* * *
“부아라타 마르 콰이타.”
“미타르 구오!”
“타우!”
인드라족이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아수라를 발견하고 당황하는 대신, 각자 무기를 꺼내고 마력을 끌어올리며 전투를 준비했다.
‘아수라와 싸우기 위해 모인 건가.’
아수라와 인드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인드라족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던 아수라는 꽤 오랫동안 인드라족과 싸움을 벌였으니까.
“오늘은 너희를 만나러 온 게 아니다.”
저벅-.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수라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지만.”
스칵-.
아수라가 검을 뽑았다.
하나가 아니었다.
두 자루.
아수라는 하나의 검과 하나의 짧은 단창을 사용했다.
‘두 개라…….’
유원은 아수라의 팔을 바라보았다.
삼두육비(三頭六臂).
그것은 아수라의 앞에 꼭 따라붙는 수식이어자, 그의 진짜 모습에 대한 서술이었다.
아수라는 더 강한 상대와 싸울수록 더 많은 머리와 팔을 꺼내 사용했다.
한 개의 머리와 팔.
힘을 그리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하긴. 인드라가 직접 나선 것도 아니니.’
인드라족이 아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유원은 아수라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그는 싸움의 귀신이었다.
제아무리 스사노오가 칼을 잘 다룬다 한들, 아수라와 비견하기 힘들었다.
그는 고작 칼 하나만 다루는 게 아니었으니까.
모든 무기를 완벽에 가깝게 다루는 랭커.
유원은 그에게서 무기를 쓰는 법을 배웠다.
“재수 없이 죽는 너희 운명을 원망해라.”
그렇게 아수라가 두 자루의 무기를 들어 올린 순간.
“투라마-!”
“투라마-!”
인드라족이 아수라를 향해 돌진을 시작했다.
투화악-!
다수와 개인의 충돌.
하늘 위로 인드라족의 팔과 다리, 머리가 날아오른다. 아수라가 그들 속에 파고들어 신나게 춤을 추고, 인드라족은 죽음을 불사르며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인드라족은 용맹하다.’
종교와 믿음.
그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초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기에 인드라족은 무서운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불나방이나 다름없다.’
제아무리 많은 수의 나방이 있다 해도 큰 산불을 꺼뜨릴 수는 없다.
애초에 덩치가 너무 차이가 났다.
촤아악-!
핏방울이 하늘로 튀어 오르며 핏빛 안개를 만들어 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르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릴 때 어머니가 나 겁주려고 귀신 이야기를 자주 해 주셨거든.”
흔한 일이었다.
순진한 아이를 놀리기 위한 어른들의 장난.
나이를 먹으며 서서히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어린 시절의 공포는 쉬이 잊히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때 들었던 귀신보다 더 무섭네.”
하르간은 눈앞에 있는 아수라가 당시 떠올린 귀신보다도 더 귀신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정도는 달라도 그건 제우스 역시 마찬가지.
“듣던 것보다 더 제법이군.”
제우스는 아수라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보았다. 그럼에도 눈앞에 펼쳐진 실력에 제우스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수라는 상대를 특별한 스킬을 사용한 것도,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도 아니었다. 저건 말 그대로 ‘기술’이었다.
칼과 창, 두 자루를 이렇게까지 귀신처럼 다룰 수 있다니.
괜히 아수라가 이 탑에 이름을 떨친 게 아니었다.
푸욱-.
아수라의 창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인드라족의 랭커를 꿰뚫었다.
상대의 심장을 빗겨 꿰뚫은 아수라는 창과 함께 창에 꿰뚫려 있는 랭커에게 물었다.
“인드라가 활동을 시작한 건가?”
인드라가 잠적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용족이 모두 수면에 빠져들고 난 후, 인드라는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수의 인드라족이 움직이다니.
보통 일은 아니었다.
“라쿠마, 타르…… 카우라…….”
“뭐라는 거냐?”
“죽여라…….”
인드라족의 랭커의 입에서 인드라족의 것이 아닌 말이 나왔다.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
아수라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그렇다면야.”
푸확-!
가슴에 박혀 있던 창이 뽑혀져 나왔다.
아수라의 얼굴 위로 피분수가 뿜어졌다. 핏물을 피하지 않으며 창을 회수한 아수라의 옆으로 랭커의 몸이 쓰러졌다.
털썩-.
그가 마지막이었다.
아수라는 창칼을 다시 집어넣지 않았다.
그 대신, 그의 시선은 유원과 제우스, 하르간이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재미를 찾아 왔더니 이 녀석들을 다시 만났군.”
얼굴에 피를 묻힌 채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아수라.
“나와라, 김유원.”
척-.
그가 유원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제우스가 스킬을 사용해 모습을 감췄지만, 아수라의 눈까지 속일 수는 없는 모양.
유원과 제우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쩔 수 있나.”
어깨를 으쓱인 제우스가 스킬을 풀어 냈다.
파지짓-.
세 사람을 둘러싸고 있던 마력의 장막이 흩어졌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세 사람을 보며 아수라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 표정에 유원은 아수라가 왜 이곳에 온 건지 알 수 있었다.
‘날 쫓아 온 건가.’
아수라가 자신을 노리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새로 이름을 알린 하이랭커가 있으면 꼭 붙어 보고 싶어 했으니까.
그 성격 탓에 관리자가 그를 제지할 정도로 아수라는 싸움에 눈이 돌아가 있었다. 오죽하면 그 싸움 좋아하는 손오공조차, 자신이 아수라에 비하면 양반이라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리고 그건 유원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
‘빨리도 왔군.’
아수라가 언제부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언제 어디서 왔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축지 때문인가.’
축지(縮地).
무림계의 도가(道家)에서 파생된 도술로, 이름만 널리 알려져 있을 뿐 실제로 그것을 사용하는 자가 드문 스킬이었다.
하지만 유원이 알기로는 한 명.
그 축지를 사용하는 랭커가 있었다.
‘여러 군데서 잘도 스킬을 훔쳐 배워서는.’
아수라의 재능은 유원이 아는 모든 하이랭커들 중에서도 손에 꼽았다.
특히나 무림계의 무공을 배우는 데 있어, 아수라의 재능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이 탑에서 유일하게 축지법을 익혀 낸 게 바로 그였으니까.
“나는 널 찾아왔다.”
저벅-.
아수라가 시체를 밟으며 걸어왔다.
“이런 잔챙이들이 아니라.”
잔챙이들.
십수 명의 랭커들과 상위 층계의 플레이어들 수백 명을 가리켜 하는 말이었다.
오만한 말이지만 그에게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했다.
“나와 싸워라.”
“그 성격은 관리자에게 혼나도 안 바뀌었군.”
유원의 말에 아수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내, 그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쩌어어엉-!
파지지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온 그의 창과 제우스의 전격이 충돌했다.
콰지지-.
전격의 힘에 밀려난 아수라가 바닥을 칼로 찍어 몸을 지탱했다. 고개를 들어 올린 그의 시선이 제우스에게로 향했다.
“조금만 일찍 찾지 그랬느냐. 그랬으면 굳이 막지 않았을 것을.”
황금색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제우스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지금은 일단 내 편이니라.”
“오-.”
적일 때는 그렇게 까다로웠던 녀석이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됐다.
그 든든함에 유원은 감탄했다.
반면.
아수라는 살기 띤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제우스인가.”
“미쳤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내 얼굴은 알아보는구나.”
“힘을 잃고 아스가르드의 감옥에 갇히고, 추하게 거기서 빠져 나왔다는 소식은 들었다.”
아수라의 도발에도 제우스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진정으로 강하고 높은 자의 자존심은 아랫것의 험담에도 상처가 나지 않는 법이지.”
저벅-.
제우스가 아수라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힘을 많이 잃어 버렸다고는 하나, 너 따위 것이 나와 같은 위치라 착각하지 말거라.”
“그래?”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의 얼굴.
아수라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럼 확인시켜 주지.”
창칼을 쥔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등 뒤로 적색 빛의 마력이 뿜어지며, 피비린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붙어 봐야지만 그 차이를 알 수 있으니, 그런 걸 두고 어리석음이라고 하는 것이다.”
파지지직-!
제우스의 손안에서 전격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의 마력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언제 누가 먼저 움직여 싸움이 시작되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수라의 얼굴이 바뀌었다.
아니.
“내가 말했지?”
스으으-.
또 다른, 두 번째 머리가 나타났다.
“싸움에 눈 돌아가지 말라고.”
방금 전의 아수라와는 달리, 평온하고 차분한 얼굴.
그 얼굴을 향해 아수라가 답했다.
“이런 먹잇감을 보고 어떻게 참으라는 거지?”
상대는 무려 제우스였다.
본래의 목적은 유원을 찾아 온 것이었지만 그냥 지나칠 만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그냥 넘어간다면 그건 아수라라고 할 수 없었다.
“먹잇감이 아니다. 지금은…….”
“됐다.”
휘익-.
아수라가 칼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눈을 빛냈다.
“일단은 한 번 붙어 볼 생각이다. 두 녀석 다.”
유원과 제우스.
아수라의 첫 번째 머리는 그 둘을 모두 상대할 작정이었다.
두 번째 머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두 번째 머리는 첫 번째 머리와는 달리 그렇게까지 호전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아수라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제우스 역시 물러날 만한 성격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겠다.”
유원은 몸을 돌려 하르간을 바라보았다.
“피해 있자.”
“도망치자고?”
“여기 있으면 오히려 귀찮을 거다.”
유원의 말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하르간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이 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도망치라는 뜻. 반박하고는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저 둘의 싸움은 그야말로 별들의 싸움이었다. 최소한 유원은 그들의 끄트머리에 발을 걸쳐 있었지만, 하르간은 그렇지 않았다.
하르간은 아수라가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더군다나 그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또한, 제우스의 실력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바.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지금은 인정하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괜히 자신이 여기 남아 있으면 제우스가 싸우는 데 방해만 될 것이기에.
파짓-.
하르간은 결국 두 사람이 충돌하기 전,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전격 속성의 마력을 다루는 하르간은 속도만큼은 웬만한 상위 랭커 이상이었다.
그렇게 하르간이 사라진 자리.
‘예상 밖이다.’
파짓, 파지지-.
유원은 서서히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 제우스와 두 번째 머리와 함께 네 개의 팔을 꺼내든 아수라를 바라보았다.
‘이 둘이 맞붙는 건 말이야.’
제우스와 아수라.
최정상에 달하는 두 하이랭커의 싸움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나 제우스를 완벽히 아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유원의 입장에서는 벼락을 잃어버린 제우스의 실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또한.
‘저 미친놈을 진정시킬 수도 있고 말이지.’
유원의 시선이 아수라에게로 향했다.
아수라.
자신에게 무기를 다루는 법을 알려 준 하이랭커.
녀석을 만나면 다른 무엇보다 우선, 잔뜩 달아오른 흥분과 투기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