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64
한편, 이를 지켜보던 섬뇌족 대장로는 한제와 검을 번갈아 보더니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주제를 모르는 놈들이로구나!”
동시에 그는 앞으로 나서며 손을 들어 올려 천둥번개를 쏘아 보냈다.
한제는 섬뇌족 대장로가 돌진해오는 모습을 무심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무궁무진한 천둥번개가 그의 온몸을 뒤덮으며 수많은 천둥번개의 공을 형성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제가 고개를 번쩍 쳐들더니 참천검을 크게 휘둘렀다.
슈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터져 나와 마치 세상이 처음 열리는 순간처럼 온 세상을 뒤덮었다. 그 빛에 온 세상이 뒤흔들리는 듯했다.
검기는 발산되지 않았지만 고막을 찢을 듯 우렁찬 포효가 울려 퍼졌다. 또한 한제가 이 검을 휘두른 순간 칠백만 천지의 수많은 생령이 숨을 거두었다. 허나 이는 그들이 원하던 바였다.
죽음을 맞이한 그들은 강력한 힘이 되어 검에 맺혔다. 이어서 수없이 많은 혼백으로 이루어진 이 검광이 섬뇌족 대장로에게로 돌진했다.
“이럴수가!”
검광에 닿은 순간, 섬뇌족 대장로가 발산한 천둥번개는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대장로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제가 쏘아 보낸 첫 번째 검광이 대장로의 몸을 감싼 갑옷 위로 떨어졌다.
콰쾅!
“크아악!”
우렁찬 소리와 함께 찢어질 듯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섬뇌족 대장로는 충격과 경악,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의 몸을 감싼, 섬뇌족 선조가 남겨준 천둥번개의 갑옷은 향불의 힘까지는 이겨냈으나 이 검광에는 버티지 못하는 듯 바들바들 떨렸다. 이때 대장로는 한 움큼 피를 토해내며 1만 척이나 밀려난 상태였다.
검광이 흩어져 사라지면서 첫 번째 공격이 끝났다.
섬뇌족 대장로는 두려움으로 바르르 몸을 떨었다. 그때, 그의 몸을 감싼 천둥번개의 갑옷이 쩌적 하고 갈라지더니 이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 너머로 대장로의 가슴팍에 깊은 상처가 나타났다. 뭉그러진 살덩이에서 끊임없이 피가 솟았다.
섬뇌족 대장로는 피를 한 사발이나 토하더니 창백해진 얼굴로 곧장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게 대체 무슨 검이란 말인가! 천둥번개의 갑옷마저 파괴하다니!”
천둥번개의 갑옷은 섬뇌족의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선조가 직접 제련해 만들어낸 것으로 섬뇌족의 3대 보물 중 하나이면서 뇌살경보다도 훨씬 뛰어난 법보였다.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수련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갑옷으로 이것만 있다면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와도 맞설 수 있었다.
한데 그런 갑옷이 한 번의 검광에 무너져 내리다니, 그야말로 머리가 저릿해지는 광경이었다.
섬뇌족 대장로는 다급하게 도망쳤다. 허나 한제는 이를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중이었고 어느 순간 서늘한 눈빛으로 참천검을 들어 올렸다.
이 검은 매우 강력했지만 한 번 검광을 쏘아 보낼 때마다 칠백만 천지의 수많은 생령이 사라진다. 말하자면 수많은 생령의 목숨을 대가로 한 번의 검기가 발산되는 것이다.
이를 알기에 한제는 손에 들린 검이 더없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섬뇌족 대장로는 한제가 검을 들어 올리는 모습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불멸의 번개여, 이 폭풍을 타파하여 강림하라!”
그는 고함을 내지르며 결인을 그리더니 이어서 오른손으로 미간의 부족 낙인을 내리쳤다. 그러자 낙인에서는 온 세상을 쪼개버릴 듯한 힘이 발산됐다. 칠백만 천지 너머에서 불멸의 번개를 소환하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자신의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불멸의 번개뿐임을 예감했다.
그의 신통술에 불멸의 번개는 몇 배나 강력해지면서 폭풍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쾅!
폭풍은 불멸의 번개와 부딪힐 때마다 격렬하게 뒤흔들렸고 그 안에서는 수많은 수련자와 일반인이 죽어나갔다.
한제는 이 모든 일을 외면한 채 완벽히 집중하여 섬뇌족 대장로에게 두 번째 검광을 쏘아 보냈다.
슈앗!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광은 섬뇌족 대장로를 향해 돌진했다.
섬뇌족 대장로는 재빨리 하늘을 우러러보며 낮게 외쳤다.
“불멸의 번개여, 강림하라! 강림하라! 강림하라!”
대장로의 미간에서는 부족 낙인이 절반 정도 폭발하더니, 요란한 힘을 형성하여 그를 에워쌌다. 이와 동시에 불멸의 번개가 순간 몇 배로 부풀어 오르면서 폭이 1만 척에 달하는 번개가 되어 폭풍을 향해 뻗어갔다.
꽝!
다시 한 번 폭풍은 격렬하게 진동했고 칠백만 천지의 생령들이 연이어 스러졌다. 이에 참천검의 검광도 영향을 받은 듯, 섬뇌족 대장로를 가르기 직전 빠른 속도로 흩어져 눈 깜짝할 사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버렸다.
“절대 들여보내지 않겠다!”
산령상인이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가슴을 두드리며 피를 뿜어냈다. 그러자 칠백만 천지 안에서 한 줄기 강력한 힘이 발산됐다.
산과 강, 대지, 초목, 산짐승과 날짐승들로부터 비롯한 이 강력한 힘은 폭풍에 녹아들어 불멸의 번개에 다시금 대항했다.
“크아악! 크흑!”
섬뇌족 대장로는 비참한 비명을 내지르며 나가떨어졌고 연달아 여섯 번이나 피를 토해냈다.
반쯤 남은 부족의 낙인은 보호막이 됐다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가슴의 상처가 쩍 벌어져 이제는 뼈까지 드러났다.
심지어 이 두 갈래의 상처 안에서는 칠백만 천지 생령의 혼백들이 구슬피 울며 상처를 마구 물어뜯었다. 그 안에서는 짙은 검은색 기운이 피어올랐다.
만약 두 번째 검광의 위력이 깎여나가지 않았더라면 대장로는 이미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 다행히 살아남긴 했으나 상처 위에 다른 상처를 덧입는 것만큼은 피하지 못했다.
“크으으…”
대장로는 셀 수 없이 많은 혼백이 상처를 물어뜯는 고통을 그로 인해 심신 가득 퍼져나가는 절망을 참기 힘들었다. 불멸의 번개조차 꿰뚫지 못한 이 폭풍에서 그가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는 도망치기를 포기한 듯 멈춰 서더니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결인을 그려 두 손을 쭉 뻗었다. 3천 년의 수명을 바쳐 섬뇌의 낙인을 활성화하고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던 섬뇌족 선조의 신통술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음양불멸의 번개여, 나타나라!”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른 순간, 그의 얼굴은 한층 더 창백해졌으나, 3천 년의 수명을 바친 대가로 강력한 힘이 체내에서 발산됐다.
이 힘은 허공에서 회전하며 음양의 도안을 형성했다. 음양은 회전하면서 회오리를 이루었고 이 회오리는 세 번째 단계 수준의 위압감을 발산했다.
“음양불멸의 번개여, 저자를 죽여라!”
대장로의 일갈에 음양의 도안은 펑 하고 폭발하더니 둘로 갈라졌다. 그 안에서는 두 갈래 천둥번개가 번득이며 튀어나왔다.
원신을 붕괴하는 음의 천둥번개와 육신을 파괴하는 양의 천둥번개로 둘은 서로를 맴돌며 음양불멸의 천둥번개를 형성했다.
그 천둥번개가 다가온 순간, 한제는 세 번째 검광을 쏘아 보냈다. 번득이는 검광은 칠백만 천지 생령의 혼백이 되어 구슬픈 곡소리를 흘리면서 음양불멸의 천둥번개에 맞섰다.
꽈릉!
응축된 대기가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한제는 피를 토하며 한참을 밀려났다. 허나 그는 곧장 고개를 번쩍 들며 매서운 눈빛으로 네 번째 검광을 쏘아 보냈다.
음양불멸의 번개는 강력했지만 참천검의 검광 앞에서 결국 붕괴했다. 그 반동에 대장로는 피를 토하며 밀려났고 동시에 가슴에는 세 번째 상처가 생겨났다. 이제는 내장까지 들여다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 상처를 통해 수없이 많은 혼백이 뚫고 들어와 물어뜯었다. 극심한 고통에 섬뇌족 대장로는 얼굴이 일그러졌고 이내 분노를 터뜨리며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죽더라도 혼자 죽지는 않겠다!”
하지만 달려든 그를 맞이한 것은 한제가 아니라 네 번째 검광이었다.
한제는 망설임 없이 다섯 번째 검광을 발산했다.
두 갈래 검광에 담긴 수많은 혼백이 구슬프게 울부짖으며 달려드는 모습에 섬뇌족 대장로는 앞뒤 잴 것 없이 결정을 내렸다.
“내 1만 년의 수명을 바치고 세 번째 단계의 근원을 붕괴해 수많은 섬뇌족의 향불로 남두술(南斗術)을 발휘한다!”
섬뇌족 대장로의 목소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히 외치자 그의 남은 수명 중 1만 년이 사라졌다. 대신에 섬뇌족의 최고 신통술이라 할 수 있는 남두술이 발휘되었다. 이는 남두육성이라는 별의 힘을 빌려 아홉 개의 살성(殺星)을 만들어내는 술법이었다.
남두술이 발휘되자 대장로 근처의 수많은 별이 일렁이더니 아홉 개의 별로 이루어진 별자리로 변했다. 신비로운 힘이 가득한 이 별자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심신을 빨아들일 것 같았다.
요사스럽게 번득이는 아홉 개의 별은 이내 아홉 갈래의 어스름한 빛이 되어 두 갈래의 검광과 충돌했다.
콰콰쾅! 꽈르릉!
우주가 무너져 내릴 듯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거대한 균열이 나타났다. 이 강력한 힘은 칠백만 천지 곳곳으로 퍼져나가 섬뇌족 중앙 광장을 산산이 조각냈다.
천산(天山)을 가르는 일곱 번의 검광 (3)
남두술의 별자리도 진동하면서 갈래갈래 균열이 일었고 아홉 개의 살성이 발하던 빛도 어스름해지더니 갈라지고 흩어졌다.
섬뇌족 대장로는 육신이 뭉그러지며 흐릿해졌고 두 다리가 터져나갔다. 상반신만 남은 채, 그는 두려움에 떨며 다급히 뒤로 물러나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사라졌던 하반신이 꾸물거리면서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저자에게는 만계봉혼 채찍이 있으니 원신으로도 도망칠 수 없어!’
한편, 한제는 두 개의 검광이 흩어져 사라진 순간 피를 토했다. 체내에서는 살과 뼈가 터져나가며 펑, 펑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고개를 번쩍 쳐든 한제는 저 멀리 섬뇌족 대장로를 살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았다.
“반드시 죽여주마!”
그는 짧은 외침과 함께 몸을 날렸고 동시에 여섯 번째 검광을 쏘아 보냈다. 이에 천지가 바르르 떨렸고 칠백만 천지는 검광의 위력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가장자리부터 무너져 내렸다.
수없이 많은 균열도 생겨났다. 칠백만 천지는 금방이라도 붕괴될 것만 같았다.
섬뇌족 대장로는 혼비백산하며 재빨리 후퇴했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라도 우습게 보지 못할 그가 이렇게 기겁하며 도망치는 모습을 섬뇌족 사람들이 봤더라면 자신의 눈을 의심할 터였다.
한편, 한제는 여섯 번째 검광이 앞선 다섯 번의 검광보다 몇 배나 강력할 뿐만 아니라 원기까지 어려 있음에 놀랐다. 더구나 원기의 양이 실로 어마어마해서 그가 예전에 모았던 것은 우스워 보일 정도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섯 번째 검광과 함께 허공에 나타난 혼백들이었다. 이전에 나타났던 칠백만 천지 생령의 혼백과는 달리 짙은 원기를 온몸에 두르고 있었다.
이 혼백들은 눈 깜짝할 사이 빽빽하게 모여들더니 원한에 사무친 듯한 눈빛을 빛내며 여섯 번째 검광을 에워쌌다.
‘말하자면 원망의 검기라 할 수 있겠군.’
까마득히 오랜 세월, 칠백만 천지에서 천벌로 죽은 수련자들의 혼이 응집된 것이다.
숨을 거두었으나 깊은 원한의 기운만은 남아서 칠백만 천지를 맴돌다가 지금 여섯 번째 검광으로 모여든 그들은 선인을 삼킴으로써 그 원한을 발산할 작정이었다.
콰콰쾅!
원혼들은 섬뇌족 대장로야말로 자신들의 한을 쏟아낼 배출구라 여기고 돌진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