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86
첫 번째 봉인은 한제의 미간에 떨어지더니 육신을 뚫고 그의 모든 원력을 그대로 봉인해버렸다.
두 번째 봉인이 한제의 미간에 이르자 그는 순식간에 노인이 되었다.
세 번째 봉인에 한제는 온몸을 떨었고 그의 육신에서는 7성급 고신의 힘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며 미간에 단단히 봉인되었다.
한제의 미간에서 빛나는 세 개의 봉인이 번득이면서 퍼져 나가 마치 어스름한 빛의 그물이 그의 온몸에 드리운 것만 같았다. 이어서 그물은 한제의 원력과 생기, 육신의 힘을 완전히 봉인했다.
허나 한제를 봉인한 대가는 작지 않았다. 보라색 도포의 세 노인은 한제가 쏘아 보낸 주먹의 허상에 강타 당했고 그 순간 광풍이 몰아치면서 그들의 얼굴까지 뒤덮고 있던 도포가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이들은 자신의 목숨이 곧 끝날 것임을 알았음에도 조금의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듯 눈빛은 한없이 덤덤했다. 어렸을 때부터 장존회에 의해 길러진 이들의 목표는 수준 높은 수련자를 봉인하는 것이다. 오직 그것만이 이들의 존재 이유였다.
펑!!
짧은 폭발음과 휘황찬란한 빛이 한 번 번득인 것이 전부였다. 그것만으로 세 노인의 육신은 물론 원신도 소멸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한제에게 발휘한 봉인은 흩어지지 않았다.
멀찍이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운락 대사는 한제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한제 주위에 있던 계외 수련자들이 일제히 돌진했다.
“저자는 봉인되었다! 아무 힘도 쓸 수 없을 거야!”
“저자가 수많은 내 벗들을 죽였다! 복수를 해주겠어!”
모든 힘을 잃은 한제는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수만 명의 적이 짙은 살기를 품은 채 달려들었다.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수많은 법보가 그를 노렸다. 육신은 여전히 강력했으나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제는 피를 토해냈다.
“봉멸족!”
한제는 낮게 외쳤다. 그러자 체내에 봉인된 그의 수준과 고신의 힘, 생기를 비롯한 모든 것이 봉멸족의 봉인을 뚫고 터져 나오려 했다.
콰쾅!
그 순간 일제히 달려든 수천 자루의 비검이 곧장 한제의 몸을 강타했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한제의 온몸은 피범벅이 되었다. 이에 그는 또 한 번 피를 왈칵 토해냈지만 눈빛만큼은 싸늘하게 번득였다.
수많은 법보에 이어 수만 명의 수련자가 발휘한 신통력이 몰려들었다.
계외의 노인 하나가 손을 들어 올리며 거칠게 외쳤다.
“죽어라!”
그의 오른손은 한제의 정수리에 그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노인은 비명을 내지르며 다급하게 손을 거두었다. 그럼에도 그의 팔은 이미 뒤틀려 있었다. 한제의 강력한 육신 때문에 뼈가 완전히 부서져 버린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적들이 몰려오며 신통술을 발휘했고 그 사이 열 명이 넘는 자가 동시에 한제의 몸을 후려쳤다.
콰쾅! 쾅! 펑!
요란한 소리가 이어졌고 한제는 쉴 새 없이 피를 토했다.
뒤이어 백 명, 천 명, 만 명이 발휘한 신통술이 몰아쳤다.
계속되는 공격에 한제의 몸에는 부상이 늘어갔지만 그의 두 눈은 오히려 더욱 차게 번득였다.
“약해빠졌군!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
한제의 목소리는 미약했지만 수련자들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죽어라!”
한편 이 광경에 운해성역 수련자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한제의 신분이 떠올랐다.
그 순간, 운해성역의 모든 수련자가 동시에 몸을 날렸다.
그 무렵, 계외의 수련자들은 끝장을 볼 생각으로 각자 자신의 수준과 신통술을 최대한 끌어올려 온 우주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기세의 폭풍을 일으켰다. 이렇게 형성된 폭풍이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운락 대사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녀는 결인을 그린 손으로 몇 갈래의 균열을 내더니 피를 뿌렸다.
“안 돼! 그렇게 해서는 그자를 죽일 수 없다!”
허나 이미 때는 늦었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폭풍을 기다렸다. 이내 폭풍에 휩쓸린 그의 온몸에서는 피가 튀었고 눈빛 역시 약간 흐려졌다. 내상으로 피를 토해내기도 했다.
허나 그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고 흐릿해졌던 눈빛이 광기 어린 전의로 불타올랐다. 그리고 부상을 각오하고 폭풍이 가하는 충격을 이용해 첫 번째 봉인을 파괴했다.
콰릉!
원력의 봉인이 무너진 순간 고개를 쳐든 한제는 앞으로 한 발 나서더니 오른손을 들어 허상의 화염을 일으켰다. 그러자 사방의 수련자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타올랐다.
이어서 두 번째 봉인이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한제는 다시 청년의 모습을 되찾았고 육신 곳곳의 부상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곧이어 세 번째 봉인까지 파괴되자 고신의 힘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이제 내 차례다!”
한제의 목소리가 폭풍 속에서 울려 퍼졌다.
전장이 고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 이토록 거친 대규모의 전투라면 더욱 그렇다.
허나 한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그 순간, 그의 주위는 쥐 죽은 듯한 적막에 휩싸였다.
한제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동안 맹렬한 공격을 쏟아부으면서 계외의 수련자들은 그 육신의 강력함에 이미 두려움을 느끼던 차였다. 특히 오른팔이 부러진 노인은 두려움에 바르르 떨더니 뒤로 물러났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다른 수련자들도 도망치기 시작했다.
반면 적들이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는 모습에 운해성역 수련자들은 환호했다.
“운해에 영광을! 봉계 지존께 영광을!”
“운해에 영광을! 봉계 지존께 영광을!”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모든 운해성역 수련자들은 폭풍에서 걸어 나온 한제가 살육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한제의 두 눈에는 짙은 살기가 어려 있었고 그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우렁찬 소리와 함께 폭풍이 무너져 내리면서 강력한 기세로 퍼져 나갔다.
동시에 한제는 허상의 화염을 일으키고 천둥번개를 소환해 주위의 적들을 뒤덮었다. 곳곳에서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살육에 한제는 지쳐갔다.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았지만 만 명에 달하는 수련자의 공격으로 인한 부상도 심각했다. 7성급 고신의 회복력으로도 부상은 점점 커져만 갔다.
허나 그는 전쟁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고 그 전까지 자신은 물러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한편 한제의 기세에 흥분한 운해성역 수련자들은 절대적인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반격을 시작했다.
3만 명에 이르는 이들은 홍삼자로부터 받은 진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허나 계외의 수련자들은 작전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처럼 번번이 이들을 저지했다. 그 횟수가 벌써 여섯 번에 이르렀다. 절대로 우연일 수가 없었다. 만약 사상자가 더 많아지면 진의 배치는 불가능해질 터였다.
계외 수련자들은 잔인한 눈빛으로 살기를 발하며 계속해서 봉계의 진 안으로 밀려들었다. 도저히 끝이 없을 것만 같았다.
이 모든 상황의 근원은 바로 운락 대사였다.
계외 수련자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채 보호를 받고 있는 그녀는 결인을 그려 앞날을 점치고는 어딘가를 가리키기를 반복했다. 이런 식으로 그녀는 대군을 통제해 전투를 이끌었다. 그리고 운해성역 수련자들이 진을 배치하려 할 때마다 수많은 계외 수련자들을 보내 방해하는 것도 그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한제는 싸늘한 눈으로 저 멀리서 앞날을 점치고 있는 운락 대사를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여러 명의 세 번째 단계 수련자와 맞서는 중인 홍삼자 역시 운락 대사를 노려보았다. 이미 공현기 중기에 이르러 후기에 다다르려 하는 홍삼자는 여러 명의 세 번째 단계 수련자를 상대하면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사실 이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활약을 보인 사람이 홍삼자였다. 봉계 지존의 옥패에 막혀 있는 천벌전 전주를 제외한 계외의 모든 세 번째 단계 수련자를 혼자서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진을 고치고 있는 남운자나 한제는 세 번째 단계 수련자의 방해를 받을 일은 없었다.
궤멸
홍삼자는 살기 어린 눈으로 소매를 휘둘러 붉은 구름을 소환해 자신과 상대하던 세 번째 단계 수련자들을 밀어내더니 곧장 운락 대사를 향해 돌진했다.
“저 여자를 죽이지 않으면 이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홍삼자는 세 번째 단계 수련자들에게 추격당하면서도 운락에게 달려들었다. 이에 운락을 보호하던 수많은 수련자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오직 운락만이 침착한 얼굴로 비웃음 어린 눈빛을 번득였다.
고고한 운락의 눈에는 계내외를 통틀어 세 명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홍삼자는 그 셋 중 하나가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홍삼자나 남운자가 자신에게 달려들기를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
홍삼자가 근처에 이른 순간, 봉계의 진이 바르르 진동하더니 서늘한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내 계내를 뒤덮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태고 성신 내 얼음조각으로 봉인된 아홉 개의 수련성도 바르르 진동했고 그 안에 있던 동자가 미소를 지으며 한 발 나섰다. 그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동자의 몸이 아니라 거대한 얼음이었다.
이 얼음은 바르르 진동하다가 그대로 사라지더니 봉계의 진 밖에 나타나 진의 균열을 향해 달려들었다.
홍삼자가 운락에게 돌진하던 순간, 진의 균열 안에서 흘러나온 서늘한 기운에 봉계의 진이 바르르 진동했다. 뒤이어 봉계의 진을 뚫고 나온 거대한 얼음조각에 균열은 더욱 벌어졌다.
콰르릉!
얼음은 균열을 통해 계내로 진입한 순간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수많은 얼음조각으로 변해 상상을 초월하는 서늘한 폭풍을 형성했다. 이 폭풍은 곧장 살아남은 3만 명의 운해성역 수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무너져 내린 얼음조각에서 튀어나온 동자가 거친 기운을 뿜어내며 홍삼자에게 달려들었다.
“혈삼동자! 그때 자네와 나는 모두 동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 여러 번 겨루고도 승부를 내지 못했으니 오늘 한번 제대로 겨뤄보는 게 어떻겠는가! 어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나는 고작 분신에 만족할 수 없어!”
동자는 싸늘하게 외치며 눈 깜짝할 사이 홍삼자 근처에 이르렀다.
홍삼자는 한층 신중해진 얼굴로 말없이 뒤로 물러나더니 운해성역의 수련자들을 향해 달려드는 얼음 폭풍 안에 나타나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폭풍은 그대로 흩어져 사라지고 말았다.
한데 그 순간, 홍삼자의 표정이 급변했다. 폭풍 안에 붉은 인영이 나타난 것이다.
유려한 곡선으로 보아 여성인 듯한 그 인영은 홍삼자에게서 불과 1백 척도 되지 않는 곳에 나타났다. 이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돌진해오며 곧장 홍삼자와 충돌하더니 붉은 옷을 입은 여인으로 변했다. 세 방울의 피로 세 귀신을 소환한 선비였다.
“큭! 그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비열하군.”
홍삼자는 얼음에서 나타난 동자와 적의의 여인을 노려보며 외쳤다. 그의 가슴에는 귀신의 얼굴 형태의 상처가 제법 크게 벌어져 있었는데 이 상흔은 점점 퍼져 나가고 있었다.
거의 흩어질 뻔했던 얼음 폭풍은 다시 모여들더니 엄청난 속도로 운해성역의 수련자를 덮쳐들었다.
쩌적! 쩌적!
곳곳에서 운해성역 수련자들이 얼어붙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들은 이내 무너져 내렸다. 그 수가 1만 명에 달했다.
살아남은 운해성역 수련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저토록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영광과 명예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적의의 여인이 던진 한 마디는 그들의 동요를 더욱 부채질했다.
“운락 그 계집은 이미 이 모든 것을 예측했다. 이번 전투는 너와 남운자를 죽이기 위한 것이다. 저 동자는 네가 운해의 수련자들을 살리기 위해 얼음 폭풍을 저지하려 할 것을 예측했다. 운락이 그러더군. 상황이 긴박한 만큼 너 또한 우리의 수작을 눈치채지는 못할 거라고. 그래서 난 숨어서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상대가 이미 모든 것을 예측하고 계획했다는 말에 남아 있는 운해성역 수련자들의 눈에는 절망감이 어렸다. 심지어 홍삼자마저 그 예측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자신들이 어찌 벗어나겠는가? 그렇다면 죽음을 결사한 항전을 벌일 이유가 무엇이며 영광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그들의 영광이 무너져 내릴 조짐을 보이자 운락 대사는 차게 웃었다. 그러더니 고운 손을 들어 계외의 수련자들에게 또다시 명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