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7
당시를 회상하는 듯 구사평의 표정에 다소 긴장감이 어렸으나, 이내 우울한 기색을 드러냈다.
“허나 닫았던 그 동굴을 다시 열려고 하니 문제가 많더란 말일세. 그곳에 걸려 있는 금제가 너무 많거든. 외부의 마혼 한 마리를 촉발 시키는 금제가 그렇게 연쇄적인 반응을 불러올 줄이야… 그래서 결국 여태까지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한 거야.”
한제는 잠시 고민하는 동안 구사평이 저물대를 두드렸다. 순간 그의 손에 몇 개의 옥패가 나타났다. 그는 그 옥패를 탁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 옥패 안에는 내가 그곳에서 베껴온 상고 시대의 금제 부호가 기록되어 있네. 한번 봐주게. 도우의 실력이라면 분명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한제는 그 옥패들 중 하나를 들어 신식으로 살폈다. 그리고 곧이어 다른 옥패들도 살폈다. 각 옥패에는 상고 시대의 금제가 기록되어 있었다.
“도우, 어떤가?”
구사평이 물었다.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어 구사평을 향해 말했다.
“그 두 명의 원영기 수련자는 각각 수준이 어떻게 되지?”
구사평이 곧장 답했다.
“사부님은 원영기 초기셨고 사형은 막 원영을 맺은 정도였다네. 만약 도우가 금제를 푸는 데 성공한다면 사부의 원영은 도우가 가져도 좋아.”
한제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군. 며칠 더 고민해본 뒤 결정하겠다.”
구사평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나도 며칠 동안 법보들을 좀 준비해놓고 있겠네. 도우, 오늘로써 자네와 나는 적에서 동료가 됐으니 이전에 있었던 오해에 대해서는 사과하겠네.”
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더니 한제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한제는 여전히 담담한 모습이었지만 속으로는 신중하게 상대를 살폈다. 이런 행동이야 진심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구사평은 알 길이 없었다. 한제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했다.
“그럼 일주일 뒤 이곳에서 다시 만나지. 제안에 대해서는 그때 답할 테니.”
구사평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제처럼 포권을 했다.
한제는 훌쩍 날아올라 하늘 끄트머리로 사라졌다.
그가 떠난 뒤 구사평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는 씻은 듯 사라졌다. 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몸을 훌쩍 날려 한제와 반대 방향으로 질주했다.
다만 그는 정자 옆에서 투명한 무언가가 방금 그의 표정을 똑똑하게 보고 있다가 그가 떠났을 때 조용히 자신을 쫓기 시작했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
석실로 돌아온 한제는 허이국의 마혼을 통해 구사평의 행동을 면밀하게 살필 수 있었다. 한제는 귀식 중인 원영이 실은 자신의 스승이라고 했던 구사평의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동굴 안에 귀식 중인 원영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일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한 것도 마혼을 통해 구사평을 감시하며 귀식 중인 원영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저물대를 뒤져 운비의 저물대와 단로를 꺼냈다. 그는 일단 신식으로 저물대를 살폈다. 잡동사니들은 대충 넘겼고 몇 개의 옥패를 발견해 하나씩 살폈다. 옥패들에는 단약을 만드는 방법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또 다른 하얀색 옥패 하나를 들어 살피던 한제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이 옥패 안에는 금제가 걸려 있어 외부인의 침입을 저지하고 있었다.
흥미가 일었다. 그의 두 눈에서 기이한 빛이 번득이더니 동공이 타원 모양으로 변했다. 무수히 많은 금제의 부호들이 그의 눈을 스쳐지나갔다.
한참 뒤 오른손을 흔들어 검지로 허공을 두드린 한제는 이번에는 옆쪽을 몇 번 두드렸다. 그러자 얇은 선 하나가 나타나 한제가 두드린 곳을 잇더니 두 개의 교차된 삼각형 모양의 도안이 됐다. 이 도안이 나타난 순간 한제는 오른손을 움켜쥐며 그 도안을 집어 옥패에 찍었다.
순간 옥패 안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점점 밝아진 그 빛은 극치에 달할 정도로 밝아진 뒤 돌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옥패의 색도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다시 한 번 신식으로 옥패를 훑은 한제는 그 옥패에 기록된 것들을 수월하게 살필 수 있었다. 그 내용을 한참 살피던 한제는 속으로 냉소했다. 운비 이 망할 계집 같으니라고.
운비는 일전에 그와 맨 처음 마주했을 때 탁본을 뜬 옥패 하나를 한제에게 건네며 그것을 대가로 자신의 목숨만 살려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허나 한제의 마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고신결을 얻기 전이었다면 몰라도 지금 그는 단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약초를 그대로 씹어 먹는 것만으로도 단약을 먹는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본이 아닌 원본 옥패를 본 그는 곧바로 그 둘의 차이점을 알아차렸다. 우선 단약 제조 방법에 기록된 재료는 똑같았지만 그 비율은 약간 달랐다.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 복용자의 생사를 가를 치명적인 작용을 할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원본 옥패에는 단약 제조 방법 외에 단약에 대한 설명도 적혀 있었는데 이 설명을 통해 한제는 단약을 만들어 먹는 것과 재료를 그대로 복용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다.
그의 믿음과 달리 같은 재료라도 그대로 먹는 것과 단약을 만들어 먹는 것은 전혀 달랐다. 단약을 만들다보면 재료의 혼합을 통해 또 다른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제가 이 사실에 대해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고대 신이 알고 있는 단약 제조 방법은 굉장히 적었으며 그 방법도 여러 재료를 한데 섞어 통째로 삼키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직접 단약을 제조해본 적도 없다. 이모완과 지냈을 때 단약 제조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눈 게 전부였다.
하지만 당시의 한제는 줄곧 결단기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약의 제조 자체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옥패를 챙겨 넣은 한제는 이 단약 제조법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단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물대에 넣어보려 했지만 어떻게 해도 단로가 들어가지지 않았다.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한참이나 그것을 살피던 한제는 단로를 품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저물대를 두드리자 하얀색의 작은 깃발이 튀어나왔다.
한제는 계속해서 깃발을 정련시키는 동시에 허이국을 통해 구사평의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허이국은 매우 흥분한 듯했다. 그는 자신이 주인에게 귀히 여겨지고 있고 두 번째 마혼보다 훨씬 중시되고 있다는 생각에 득의양양했다.
두 번째 마혼의 출현은 그에게 위기감을 부여했다. 그 마혼의 흉악함은 그도 두려웠다. 다만 그는 자신이 주인의 첫 번째 마혼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절대 두 번째 마혼보다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랬다가 언젠가 나타날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그리고 구십 번을 넘어선 마혼들에도 차차 밀려나게 될지도 모른다. 절대로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자신이 첫 번째 마혼인 만큼 가장 앞서 있는 이 자리도 영원해야만 했다.
그런 웅대한 포부를 가진 그는 한제가 분부한 일에 대해서는 이를 악물고 최대한 완벽하게 해내려 애썼다. 이전처럼 나태하고 반항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손가락을 튕겨 극의 신식을 펼치지 않아도 허이국 마혼은 명령한 일을 곧잘 수행했다. 매번 신식을 뽑아올 때마다 고정적으로 한제의 몫을 떼어줘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속이 쓰렸지만 어쨌든 이전에 비해 훨씬 순종적으로 변했다.
허이국 마혼은 자신이 쫓았던 검은 옷을 입은 수련자의 맛을 되새김질하며 구사평을 가볍게 뒤쫓고 있었다.
그 검은 옷을 입은 자는 구사평의 수하이자 결단기 중기의 수련자로 그를 따라잡은 허이국 마혼은 그의 신식을 흡수했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금단은 별다른 지시가 없었으므로 먹어치워 버렸다.
구사평을 주시하고 있는 허이국 마혼의 마음에는 저도 모르게 탐욕이 피어올랐다. 그는 주인이 저 결단기 후기 수련자를 반쯤 죽여 놓은 뒤 상으로 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저자는 굉장히 교활했다. 직선으로 나는 일 없이 몇 바퀴를 돌고 돌아 움직였으며, 심지어 때때로는 가던 길에 멈춰 서서 뒤쪽을 한참 주시하기도 했다. 사실 그를 추격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상대의 이런 복잡한 움직임에 허이국은 차차 비행을 하는 방법이 이렇게 다양했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을 지경이었다. 잘 배워뒀다가 나중에 혹시 두 번째 마혼과 대결할 일이 생긴다면 응용해볼 생각이었다.
한데 그때, 갑자기 구사평이 우뚝 멈췄다. 속도를 늦춰 땅에 착지한 그는 사방을 한참 동안 둘러보았다. 이곳은 황량한 벌판이었다. 수마해 특유의 안개를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구사평은 차갑게 웃으며 소리쳤다.
“도우, 그렇게 오래 숨어 있었으니 이제 그만 나오시게!”
허이국 마혼은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무래도 미행을 들킨 듯했다.
그는 곧장 뒤로 물러났다가 금방 그 자리에 우뚝 멈추었다. 구사평은 몸을 돌려 그를 곧게 바라보고 있었다.
허이국은 흉악한 표정을 드러냈다. 당장 구사평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의 금단을 삼킨다면 더욱 강해질 것이었으며 주인이 이 일에 대해 묻는다고 해도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협박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 녀석이 먼저 손을 썼습니다’ 라고 변명할 생각이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던 그 찰나, 그는 다시 우뚝 멈추고 말았다. 구사평이 다시 몸을 돌려 다른 곳을 향해 외쳤기 때문이었다.
“도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나도 손을 쓸 수밖에 없네.”
허이국의 마음에 의혹이 피어올랐다. 방금 날 본 게 아니었단 말인가?
그는 속으로 한시름 놓으며 몸을 훌쩍 날려 다시 구사평의 뒤에 따라붙었다. 상대와의 거리는 거의 10척 정도에 불과했다. 허이국 마혼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든 해봐라. 공격을 하는 순간 삼켜버릴 테니까.’
하지만 구사평은 한참 동안 기다리다가 다시 몸을 돌렸다.
이번에 반응이 굼떴던 허이국은 마침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는 다시 상대의 앞으로 몸을 띄워 보았다. 그 상태로 한참동안 상대를 바라보던 허이국은 속으로 욕을 지껄였다.
‘이 망할 자식, 사실은 날 발견하지도 못했으면서 교활한 수작을 부린 것이로구나!’
구사평은 또 한참 동안 기다리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는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허이국은 씩씩 화를 내며 그의 옆에 떠서는 구사평을 찢어죽일 듯 노려보았다. 주인이고 뭐고 당장에라도 눈앞의 녀석을 해치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그는 결국 화를 꾹 눌러 참았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했다가는 두 번째 마혼 녀석에게 추월당할지도 몰랐다. 참고 기다려야 했다. 나중에 자신의 지위가 공고해졌을 때에는 절대 이런 수모를 참지 않을 작정이었다.
천벌 (2)
어느덧 이틀이 지났다. 한제는 이 이틀 동안 동굴을 한 발도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금번을 제련하며 그 위에 수많은 금제를 새겼다.
지금 그의 앞에 떠 있는 이 하얀 깃발 위에는 이미 무수히 많은 검은 반점이 빽빽하게 찍혀 있었다. 대충 헤아려보아도 3백 개는 훌쩍 넘을 것 같았다.
그 안에는 아홉 개의 금제가 한 조를 이루고 있었고 각 조 사이에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작용은 변화막측했다. 사실 필요한 재료를 얻기가 까다로워서 그렇지 금번의 제작 자체는 결코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금제를 사용할 수 있기만 하다면 누구든 금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만 이에 필요한 지식은 적지 않았다. 만약 보통의 수련자들이 금번을 만든다면 깃발에 찍힌 금제의 위력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금번은 진법처럼 제작자의 구상에 따라 제작됐다. 만약 제작자가 연속적으로 999999개의 공격용 금제를 걸고 각 조의 사이에도 공통적인 것이 없는 금번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그 금번은 모든 사람을 떨게 만드는 법보라 할 만했다.
반대로 만약 999999개의 방어용 금제를 걸어 이 금번으로 방어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까 금번의 최종적인 위력은 오직 그 제작자 개인의 의사에 달려 있었다. 물론 이는 말로 하기에는 간단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가장 높은 등급인 99만 개의 금제가 포함된 금번은 전설에나 등장할 만한 법보라고 할 수 있었다. 한제가 얻은 고대 신의 기억 안에 최고 품질의 금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격이나 방어의 단일 속성을 가진 금번은 없었다.
단일 속성의 금번은 최대 세 번째 등급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세 번째 등급이라고는 해도 그 위력은 최고 품질의 금번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으며 어떤 방면에서는 위력이 더 높기도 했다.
말하자면 금번 제작은 간단하지만 뛰어난 위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은 셈이었다.
한제가 제작한 이 금번은 단일 속성이 아닌 공격과 방어, 보호, 탐색 등의 금제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야만 빠른 속도로 금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제는 자신이 이 수마해 안에서 언제든 죽을 위기에 몰릴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금번을 만들어 그 위력을 확인한 뒤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단일 속성의 금번을 만들 것인지 결정할 생각이었다. 더구나 그가 가지고 있는 묵간석은 세 개였으니 그가 만들 수 있는 금번 역시 세 개뿐이었다.
한제는 정신을 집중하여 두 손으로 다양한 결인을 그리면서 금제를 하나 또 만들어냈다. 동시에 구사평을 감시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구사평은 이틀째 얌전하게 앉아 있다가 갑자기 몸을 움직여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허이국은 깜짝 놀라 땅을 파고 들어갔고 아주 깊은 곳까지 들어가고 나서야 다시 구사평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황량한 벌판 아래에는 동굴이 하나 있었다. 내부는 넓지 않았지만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 허이국은 순조롭게 그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 금제가 걸려 있었지만 그에게는 어떤 작용도 하지 못했다.
동굴로 들어서 보니 구사평은 그중 하나의 석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석실 안은 마치 책으로 이루어진 바다처럼 사방이 빽빽하게 책으로 들어차있었다. 그 대부분은 굉장히 오래된 책 같았고 심지어 옥패의 형식이 아니라 죽간의 형식으로 된 책도 있었다.
진중한 표정으로 책을 살펴보던 구사평은 한참 뒤 희색을 띠며 커다란 죽간을 돌로 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것을 펼치더니 정신을 집중했다.
허이국은 그 앞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그때 석실에 갑자기 한 층의 부드러운 빛이 피어올라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빛이 반짝인 순간, 고개를 번쩍 쳐든 구사평은 신식으로 사방을 훑어보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뭔가 의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사방을 살폈다.
한참 뒤 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그 죽간을 살폈다. 다만 그의 오른손은 언제든 공격을 할 수 있도록 결인을 그린 상태였다.
부드러운 빛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된 허이국은 그 앞에 선 채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가 있는 위치에서는 죽간에 새겨진 작은 글자 중 몇 개 밖에는 볼 수 없었다.